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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93화 (391/1,000)

1293화. 홍랑, 하나만 물어보겠소

홍개천은 다소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우유도는 사환려가 언제 적성성에서 출발하는지 알아서 무엇을 하려고 그러는 것이오?”

관방의가 얼씨구나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삼 당주님, 도야가 알려주지 않으니, 제가 뭘 어쩌겠어요. 저도 알고 싶군요!”

홍개천이 혀를 한번 차고는 말했다.

“우유도가 정말 성경에서 나왔소? 어째 믿기가 어려워서….”

“도대체 몇 번이나 물어보시는 거예요? 확실히 표묘각 사람들과 한번 나오셨어요. 누구와 나왔는지, 무슨 일 때문에 나왔는지는 알려주지 않으셨지요. 그저 다시 빨리 돌아가야 한다고만 했지요. 아마 지금쯤이면 성경에 도착했을 것 같네요. 만약 도야가 나오지 않으셨다면, 우리가 어찌 도야의 연락을 받았겠어요. 만약 도야가 직접 알려주지 않으셨다면, 그 일들을 우리가 어떻게 알았을 것이고, 또 어떻게 삼 당주님께 소식을 전했겠어요.”

홍개천은 단지 조금 불안했을 뿐이다. 다만 다시 생각해 보면 별문제 없었다. 심지어 이미 일을 저질렀다.

그 전에 관방의가 홍개천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을 때 그는 받아들였다. 그것은 우유도의 당부를 믿었고, 우유도가 성경에서 한번 나온 적이 있다는 것을 믿었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만나자마자, 관방의가 우유도의 말이라고 하며 급히 말을 전했다. 그녀는 성존이 칼을 높이 들었으니, 빨리 표묘각의 잘못을 찾아 보고하고, 눈앞의 재난을 피하라고 전했다. 우유도는 태숙산해 일행에게 했던 것과 같은 말을 홍개천에게 들려주었고, 그것이 바로 우유도가 용범해를 죽게 만든 이유라고 했다.

홍개천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식은땀이 절로 났다. 천하전장에 숨어 있어도 안전하지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 홍개천은 관방의를 통해 우유도에게 감사를 전하며, 이제 자신이 어찌해야 하는지 알았다고 말했다.

관방의는 그런 후에야 우유도가 홍개천에게 부탁한 일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 부탁을 앞에 두고, 홍개천은 망설였다!

그때 관방의는 우유도가 당부한 말을 들려주었다. 자신들과 표묘각의 싸움이 시작되었고, 이제 돌아갈 길이 없으니, 이러나저러나 오직 하나의 길만 있으니, 더는 두려워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렇게 홍개천의 마음을 뒤흔든 후, 관방의는 다시 우유도의 강경한 태도를 들고 나왔다. 이번에는 정말로 돕기 싫어도 도와야 한다며, 만약 이번에 도와주지 않으면, 앞으로 우유도 또한 홍개천을 돕지 않고 수수방관하겠다고 말했다!

오래 교류하다 보니, 홍개천은 이미 우유도의 수많은 행동과 결과를 본 이후였다. 그러니 우유도의 말은 홍개천에게 어느 정도 영향력을 발휘했다. 속된 말로, 이것이 바로 한 사람의 권위라 할 수 있었다.

그렇게 홍개천은 눈 딱 감고 이번 일에 참여한 것이다.

“삼 당주님. 멀리 나가지 않겠어요.”

이때, 관방의가 갑자기 작별인사를 했다.

홍개천이 관방의가 바라보는 방향을 바라보니, 그곳에는 거대한 붉은 날짐승이 측면에서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그 비행속도가 홍개천의 날짐승보다 빨랐다. 적엽조!

홍개천은 관방의를 데리러 온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우유도 쪽에 만약 다른 소식이 있으면, 내게도 빨리 알려주시오.”

“삼 당주님의 당부를 잊지 않을게요. 다만 삼 당주님도 도야의 당부를 잊지 마세요. 도야가 삼 당주님께 알려주신 일을, 잊지 말고 부화, 낭량공, 단무상에게도 알려주셔야 해요. 도야는 자신의 사람이 다치는 것을 원하지 않으세요. 일단 다들 눈앞의 재난을 피하길 원하고 있으세요.”

홍개천은 관방의가 하는 말이 무엇인지 알았다. 바로 성존의 살육의 칼을 이야기하는 것이리라. 부화 등 다른 일행도 빨리 표묘각의 잘못을 찾아 눈앞의 본보기 대상에서 벗어나야 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내 돌아가서 지체하지 않고 바로 그들에게 연락할 것이오.”

적엽조가 더 가까이 다가왔다. 홍개천이 돌아보니 그 위에는 두 사람이 서 있었다. 한 사람은 무조행이었고, 한 사람은 운희였다.

무조행이 직접 적엽조를 타고 관방의를 마중 나왔다. 그것만 보아도 우유도가 관방의의 안전을 얼마나 중요시 생각하는지 알 수 있었다. 홍개천은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관방의의 몸매를 훑어보더니 웃으며 물었다.

“홍랑, 뭐 하나만 물어보겠소.”

“마음껏 물어보세요.”

홍개천이 흐흐 웃으며, 아주 엉큼한 모습으로 물었다.

“솔직히 말해보시오. 당신, 우유도와 잔 적이 있소?”

관방의는 순간 어이가 없었다. 눈을 치켜뜨고 홍개천을 노려보던 그녀는 곧이어 요염한 눈빛으로 갑자기 그를 바라보았다. 이후, 검지로 홍개천의 가슴을 쿡쿡 찌르며 매혹적인 목소리로 말했다.

“맞춰보세요!”

말하지 않은 것과 다른 바가 없었다. 그 말을 마친 관방의는 그대로 날아올랐다.

이런 대응은 관방의라서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수없이 들어온 말이다. 만약 보통 여인이었다면, 모욕을 들었다고 생각해 아마 상대방과 원수가 되었을 것이다.

잠시 후, 적엽조가 빠르게 다가와 하늘로 날아올라 떨어져 내리고 있는 관방의를 받아 들었다.

관방의는 뒤돌아 홍개천을 보고 웃으며 손을 흔들었다. 적엽조는 그대로 방향을 바꿔 세 사람을 태우고 빠르게 멀어져 갔다.

홍개천은 멀어져 가는 적엽조를 보며 중얼거리며 허허 웃었다.

“아주 대단한 놈이군! 제경에서 오랫동안 아무도 데려가지 못한 여자를 그놈이 돌연 데려갔어. 게다가 이제는 저처럼 일편단심으로 그놈을 위해 목숨을 거니, 도대체 어떻게 홀린 건지 아주 신기하군.”

다만 홍개천은 자신이 백옥루를 찾아간 것 또한 마찬가지로 우유도를 위해 위험을 무릅쓴 것임을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 * *

제경 경성, 한 저택 안.

소평파가 난간을 잡고 서서 밖에 있는 연못을 보며 넋을 잃고 있었다. 어찌 보면 서글퍼 보이기도 했다.

지금 그의 처지가 어찌 보면 자승자박 같기도 했다. 그가 행하는 일은 기밀을 필요로 하는 일이기 때문에, 대외 연락은 모두 흑수대의 감시하에 있었다. 때문에 수행계의 소식을 늘 조금 늦게 접하고는 했다.

우유도가 표묘각의 집행자를 죽게 하다니. 소평파는 우유도에게 그 정도 배짱이 있다는 것이 조금도 이상하지 않았다. 다만 그 소식을 들은 그는 다소 서글퍼졌다. 소평파는 자신과 우유도의 거리가 갈수록 벌어지고 있다는 것을 서서히 깨닫고 있었다….

* * *

경성 밖, 아름다운 풍경이 있는 산맥 사이,

천지문이 자리한 곳이었다. 이번에 천지문은 애쓴 끝에 이렇게 좋은 곳에 새로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다만 여기에는 진국 황제의 은혜가 어느 정도 있었다. 천지문의 장문인 영호추가 진국 황제를 알현한 후, 태숙웅은 그에게 이곳으로 문파를 옮기라고 명령을 내렸고, 영호추는 감히 따르지 않을 수 없었다.

대전 안에 앉아 있는 영호추는 서탁 위에 올려져 있는 서신을 서글픈 눈으로 바라보고 있었다.

서신은 원강이 보내온 것으로, 천영의 일에 관해서 묻고 있었다.

영호추는 기가 막혔다. 사실, 과거에 자신이 천영을 도운 것은 정말로 강호의 도리에 따른 것일 뿐이었다. 정말로 영호추는 자신의 사람을 도운다는 명목이 필요해 그를 천지문에 가입시켰을 뿐이었고, 그러니 천영이 그런 놀라운 일을 저질렀다는 사실 자체를 그 당시엔 아예 몰랐었다. 영호추는 천영과 연을 맺은 여자가 강호에 많고 많은 평범한 수행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비밀리에 천영을 찾으러 온 사람들이 자신을 찾아왔다. 그러니 영호추 또한 대충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이후, 영호추는 천영이 천지문에 가입했다는 사실을 그 누구에게도 일절 공개하지 않았었다. 이미 알고 있던 극소수의 사람만 제외하고 말이다.

영호추가 입을 조심한 것은, 당연히 문파와 자신을 위해서였다. 영호추는 자신을 찾아온 사람들이 누구인지 당연히 모르지 않았다. 그리고 그들은 영호추를 찾아와 천영을 조사한 후, 영호추에게 입을 조심하라 했다. 그러니 절대 영호추가 입을 함부로 놀릴 리 없었다.

또 설령 그들이 찾아오지 않았다 하더라도, 문파에 있는 제자가 다른 여인의 청백지신을 더럽힌 일을 널리 알리는 것 자체가 좋은 일이 아니었다. 다들 집안의 허물을 밖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하는 것과 비슷한 이치였다.

그러니 천영이 천지문의 사람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아야 했다. 그런데 우유도 쪽 사람들은 그걸 어찌 알고 이렇게 특별히 서신을 보내 물어온단 말인가?

과거, 천영을 구한 것은 단지 ‘의리’를 다한 것일 뿐, 그 일이 지금처럼 가슴 떨리는 일을 불러올 줄 몰랐다. 더욱이 천영이 빙설각 각주를 아내로 맞이할 줄은 더욱더 생각도 못 했다.

덕분에 영호추는 천영 덕을 보았다고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받은 이 덕이, 나중에 좋은 일이 될지, 아니면 나쁜 일이 될지는 알 수가 없었다.

“곤란하신 것입니까?”

왼쪽에 있는 홍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하아!”

영호추는 허리를 숙이고 계속해서 한숨을 내쉬었다.

“빙설성지에서 우리에게 입을 조심하라고 했다. 빙설각주가 신분이 낮은 사람에게 시집가는 것이 이미 정해진 일이라면, 그쪽에서는 아마도 천영의 과거 오점이 알려지는 것을 원치 않는 것이겠지.”

홍불이 불만 가득한 목소리로 말했다.

“원강의 서신이에요. 우유도의 친필 서신도 아니니, 대답하지 않아도 상관없을 거예요.”

비록 불만에 차서 한 말이지만, 일리가 없는 말은 아니었다. 사실 외부인에게 알려주기 어려운 일도 있었다. 그런데도 영호추는 망설였다. 아무리 그래도 원강은 우유도의 심복이 아닌가.

우유도에 대한 영호추의 감정은 줄곧 매우 복잡했다. 그리고 천지문에 대한 우유도의 영향력은 마치 그림자처럼 따라다녔다. 천지문이 순조롭게 문파를 열 수 있었던 것은 사실 우유도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진국 황제 태숙웅이 천지문을 이곳으로 부른 것도 사실은 우유도와 관계가 있었다.

마침 영호추가 고민하며 망설이고 있을 때, 먼 하늘에서 두 마리의 날짐승이 날아왔다. 날짐승은 그대로 날아와 대전 밖에 내려섰다.

잠시 후, 큰 키에 백의를 입고 있는 남자가 그 위에서 내려왔다. 허리에 장검을 차고, 눈처럼 흰옷을 입고, 검은 장발을 땋아 등 뒤로 넘긴 남자는 옥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 용모는 사람들을 압도하는 기품이 있었으며, 특히 반짝이는 두 눈은 사람을 매혹시켰다. 보기 드물게 아름다운 미남자였다.

허리를 꼿꼿이 세운 남자는 아주 깔끔한 느낌을 주었다.

“천영?”

소란을 듣고 밖으로 나온 영호추는 그를 보고 다소 의외라는 듯이 멈칫했다.

그 옆에 있는 홍수와 홍불은 천영을 보고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고 돌아보았다. 여자로서 천영이 잘생겼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번만 보아도 심장이 두근두근했다. 두 여자는 내심 어느 정도 안타까워하고 있었다. 저리 잘생긴 남자가 하필이면 바람기가 다분했다. 자신의 욕망을 참지 못하고 다른 여자들과 얽혀 평판을 무수히 떨어뜨렸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그런 일은 하지 못하게 될 터.

“장문인!”

천영이 다가와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영호추가 손을 들어 예를 차릴 필요 없다는 듯이 저지하고는 날짐승 곁에 있는 몇몇 사람들을 빤히 바라보며 조용히 물었다.

“그쪽 사람인가?”

“네!”

천영이 끄덕였다.

“인제 보니 다 아셨군요.”

“밖에서 지금 이 소식 때문에 그리 난리인데, 내가 모를 수 있는가? 심지어 저들이 나를 찾아와 자네에 대해서 조사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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