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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295화 (393/1,000)

1295화. 성열이지(聖閱已知)

잠시 마음을 가라앉힌 우유도는 자기들끼리 귓속말을 하고 있는 사여래의 사람들을 보았다. 그전에 본 상황과 결합해 생각해 보면, 사여래와 사환려 사이에 감정적인 문제가 있어 보였다.

오점이다! 계획에 영향을 줄 수 있는 가장 큰 요소를 사전에 조금도 알아차리지 못했다니!

우유도는 이와 비슷한 소문을 들어본 적이 없었다. 또 누군가 언급한 적도 없었고, 상상도 못 했다. 저들 부녀관계에 문제가 있다니.

예상치 못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어쩌면 당연한 일이었다. 사여래는 후처를 맞이했다. 딸의 입장에서 충분히 기분 나쁠 수 있는 이유였다.

우유도가 사여래를 보았을 때, 그는 항상 마치 누가 돈이라도 꾸고 갚지 않은 것처럼 뚱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그렇게 높은 곳에서 뭐든 내려다보는 것 같은 사람이었다. 더욱이 성존 나추의 제자인 그자가, 자신의 딸에게는 이처럼 조금의 위엄도 없다니.

우유도는 화가 났지만 화를 내도 아무 소용이 없었다. 해결할 방법을 찾아야 했고,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여전히 기회가 있었지만 일이 좀 번거로워졌다.

빙설성지에서 사환려에게 손을 쓸 수는 없었다. 심지어 빙설성지에는 우유도의 이목과 조력자도 없었다. 우유도 혼자의 힘으로는 아무런 가림막이 없는 상태에서 그런 일을 성공시킬 수 있을 리 없었다.

설락아의 혼인 전에는 이제 손쓸 기회가 없었다.

우유도는 빙설성지에 이목이 없었기 때문에 설사 사환려가 빙설성지에서 여기저기 오가며 유람을 한다 해도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우유도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아무리 사환려와 설락아의 사이가 좋다 해도, 대나성지와 빙설성지는 결국 다른 세력이라는 것이다. 사환려가 빙설성지에 영원히 붙어있을 수는 없었다.

그 말은, 사환려가 빙설성지를 떠나는 순간이 바로 기회라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우유도는 사환려가 빙설성지를 떠나는 구체적인 시간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그때 우유도는 사환려와 동행해야 했다. 그래야 사환려가 가는 길을 우유도가 원하는 곳으로 이끌 수 있었다.

날짐승이 비록 사람을 태우고 직선으로 난다고 하지만, 완전한 직선이 될 수는 없었다. 살짝 틀어지기만 해도, 잘못하면 매복해 있는 곳과 멀리 떨어질 수도 있었다. 실수가 나기 쉬웠다. 한쪽은 하늘로 가고, 한쪽은 땅에서 기다리니, 누가 정확하고 절대적인 매복지점을 계산할 수 있겠는가. 그러니 우유도는 반드시 사환려 옆에서 그들의 노선에 간섭해야 했다.

또 한 가지 문제는 사환려가 빙설성지를 떠난 후, 대나성지로 갈 것인지, 아니면 그대로 성경을 떠날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이건 또 두 가지 다른 노선이었다. 지금 눈앞의 상황만 보고 판단하면 부녀관계가 좋지 않아 사환려는 대나성지로 가려 하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사환려가 어쩔 수 없이 대나성지에 한 번 들려줄지 그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한번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고, 교훈을 얻어야 했다. 우유도는 또 다른 예상치 못한 일을 대비해야 했다.

번거로웠다. 사전에 노선이 확정되지 않으면, 인원을 옮기다가 시간을 놓칠 수 있었다.

그렇다고 출구 근처에서 기다리는 것은 비현실적인 일이었다. 수많은 표묘각 인원이 뛰쳐나올 것이 자명했다.

우유도는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는 걸 알 수 있었다. 이렇게 되면 차라리 죽이는 게 더 편할 정도였다. 사실 죽이지 않고 목숨이 붙은 상태로 한 사람을 납치하기는 쉽지 않았다. 게다가 이번엔 납치한 상대의 몸을 다치게 해서도 안 됐다. 풍채를 고이 간직한(?) 채로 납치에 성공해야만 했고, 추후에 돌려줄 때도 그렇게 해야만 했다.

한참 고민하던 우유도는 빙설성지에 한 번 방문할 필요가 있음을 깨달았고, 직접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었다. 이것이 유일한 기회였다.

마음속에 결단을 내린 우유도는 신속하게 성경 출구에서 벗어나 사전에 배치한 연락지점으로 갔다. 이후, 매복해 있는 요호들에게 계획이 변동되었음을 알리고, 그들에게 우선 철수하라 전했다.

그리고는 또 어딘가에 떨어져 있던 진관과 가정걸과 만나 문천성으로 돌아왔다.

진관과 가정걸은 우유도가 걸핏하면 자신들을 버려두고 혼자 가는 것에 익숙해져 있었다. 둘은 우유도가 혼자 가서 뭘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런 모습이 다소 신비롭고 수상쩍어 보였으나, 두 사람은 묻지 않았다. 사실 물어봐도 소용이 없었다. 아무튼, 황택사지부터 우유도는 둘을 버려두고 혼자 돌아다녔었다.

그렇게 문천성에 돌아왔을 때, 우유도는 바로 문천성을 관리하는 황반을 찾아갔다.

우유도가 황반을 찾아갔을 때, 황반은 현요와 차를 마시고 있었다. 현요는 우유도를 한번 흘겨보더니 코웃음을 치고는 더는 우유도를 쳐다보지도 않았다.

황반은 다소 담백한 태도로 손에 든 찻잔을 빤히 보며 물었다.

“날 왜 찾아왔는가?”

우유도는 정자 밖에서 보고했다.

“빙설성지에 다녀오고 싶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 비록 감찰 인원에게 어느 정도 권한의 자유를 주었지만, 표묘각은 여전히 각 문파 인원의 움직임을 파악하고 있어야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디 가서 죽었을 때 조사 방향조차 찾기 어려울 것이다.

그 말을 들은 현요와 황반이 동시에 의외라는 듯이 우유도를 바라보았다. 황반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성존께서 네게 준 권한에 빙설성지는 포함되어 있지 않네. 그곳으로 향할 권한도 없고, 그곳은 그대가 갈 수 있는 곳도 아니네.”

“황 집사님께서 오해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 어찌 감히 빙설성지에 가서 행패를 부리겠습니까. 바로 전에 성경 출구에서 순찰을 돌다가 적성성의 성주를 뵈었습니다. 안면이 있던 사이라 만나 대화를 나누던 도중 빙설각의 각주께서 곧 혼인을 올린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사환려와 안면이 있다고? 황반와 현요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그 눈빛이 그야말로 의미심장했다. 우유도가 사여래의 딸과 인연이 있다니, 나방비가 갑자기 우유도를 성경 밖으로 내보낸 이유를 찾은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역시 정위의 의심이 이유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이미 정위가 우유도와 사여래의 관계를 철저히 조사한 후였다. 정위는 두 사람 사이에 천도비경에서 있었던 일을 살펴보았다. 하지만, 아무 문제 없었다.

사여래는 비록 우유도에게 술 담그는 비법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그렇다 해도 우유도에게 사사로운 정을 주지 않았다. 사여래는 망설이지 않고 우유도를 벼랑 끝으로 몰아붙였다. 그러니 어떤 이상이 있을 리 없었다.

“빙설각 각주의 혼인이 자네와 무슨 상관이 있단 말인가?”

“당연히 도리를 따지자면, 제가 축하 인사를 가야 하지 않겠습니까. 그러다가 축하주라도 한잔 얻어먹을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요.”

현요가 우유도를 한껏 비웃으며 코웃음을 쳤다. 황반도 마찬가지로 비웃는 얼굴로 말했다.

“빙설성지는 속세처럼 인정이 오가는 곳이 아니네. 그곳은 아무나 갈 수 있는 곳이 아니야. 빙설각 각주의 혼인이네. 우리조차도 부르지 않으면 갈 자격이 없는 곳을 자네가 간다니…. 그럴 필요 있겠는가?”

우유도가 예의를 차리며 말했다.

“빙설각 각주님과도 안면이 있는 사이이니, 도리상 가보아야지요.”

두 사람은 정신이 멍해졌다. 이놈이 설락아와도 인연이 있단 말인가?

하지만 두 사람은 대원성지의 사람이었다. 사여래든지, 아니면 설락아든지, 어쨌든 아무 이유 없이, 정상적인 상황에서 두 사람이 그 두 성지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었다.

빙설성지의 사람들이라 해도, 당연히 아무 이유 없이 다른 성지의 사람을 건들 수 없는 법이었다. 황반이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각 문파의 감찰 인원은 각 성지에 개입할 권한이 없네. 자네가 그곳에 가는 것에 동의할 수 없네. 물론, 자네가 기어이 가겠다면, 감찰의 신분을 가지고 있으니, 내가 어찌하겠는가. 하지만 표묘각의 날짐승은 각 성지에 들어갈 수 없으니, 자네가 두 다리로 걸어가겠다면 나도 막지 않겠네.”

현요의 입매가 괴이하게 뒤틀렸다. 그는 내심 속으로 우유도가 난처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고 아주 통쾌했다.

빙설성지는 얼어붙은 땅이었고, 이곳에서 아주 멀리 떨어져 있었다. 수행자의 비행으로는 언제 도착할지 모르니, 아마 우유도가 그곳에 도착했을 때는 설락아의 혼인이 진즉 끝나있을 터였다. 여기서 관계를 이용해서 축하주를 마시려 하다니, 가다가 굶어 죽으라지.

우유도는 두 사람의 반응을 살피고는 끄덕이더니 말했다.

“황 집사님이 결정을 내릴 수 없다면, 방금 하신 말씀을 그대로 성존에 보고드려, 성존께서는 동의하실지 한번 시도해 보겠습니다.”

말을 마친 우유도는 바로 그곳을 빠져나왔다.

황반의 얼굴이 어두워졌다. 차를 마시고 있는 두 사람은 그렇게 걸어나가는 우유도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우유도는 그냥 한 말이 아니었다. 정말로 보고를 했다. 요호사에 돌아온 우유도는 바로 성존에게 진정을 올렸다.

어쩔 수 없었다. 처음에 연달아 세 번의 보고를 올린 계획이 원래의 의도와는 조금 다른 결과를 만들었다. 때문에 성경을 나갈 수 없어 이곳에 갇히게 되었다.

설사 나중의 계획이 모두 성공한다 해도, 우유도는 여전히 나갈 수 없었다. 그러니 우유도는 반드시 암중에 자신과 결탁한 사람을 끄집어내야 했다. 지금 이것이 모든 일을 마친 후에 성경을 벗어날 수 있는 유일한 희망이었다.

설사 천남성지에서 우유도에게 빙설성지에 축하를 가지 못하게 한다 해도, 우유도는 여전히 가야 했다. 설사 그곳 빙설성지 밖에서 선물만 전달하게 된다 하더라도, 빙설성지 밖을 맴돌며 안의 상황을 조금이라도 파악하기 위해서 가야 했다.

황반이 날짐승을 주지 않아도 상관이 없었다. 다른 일곱 문파가 있지 않던가, 같이 협력하기로 했으니, 다른 사람에게 한 마리를 빌리게 하고 우유도가 잠시 빌려 사용해도 상관이 없었다. 아무튼, 어떻게 해서든 그곳으로 향해야 했다.

다음 날, 천남성지에서 답장이 왔다. 우유도가 종이를 펼쳐보니 여전히 지금까지와 같은 네 글자가 적혀 있었다. 성열이지!

이게 무슨 뜻이지? 동의하지도, 거절하지도 않았다. 하지만 이건 우유도에게 본분을 지키라는 의미가 분명해 보였다.

알 게 뭐야. 어차피 거절은 아니지 않은가. 우유도는 나중에 남도림의 이름으로 황반에게 날짐승을 달라고 하기로 했다. 황반은 줄 수밖에 없을 것이다.

마음에 결정을 내린 우유도는 진관에게 표묘각에서 큰 종이를 구해오게 했다. 또 각종 색상의 먹물도 준비하게 했다.

모든 물건을 구해온 후, 몇 개의 탁자를 마당으로 옮겨 붙이고는 그 위에 큰 종이를 펼쳐놓았다. 그리고 붓을 들어 그림을 그려나가기 시작했다. 한 폭의 거대한 산수화가 우유도의 붓질 아래 그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이건 설락아에게 건넬 선물이었다.

어쩔 수 없었다. 손에 다른 물건이 없으니, 자신의 손으로 직접 만들 수밖에.

먼 곳의 구름과 산이 흐릿하게 보이고, 꽃과 나무가 무성하고 물이 흐르는 곳에 작은 나무가 있고 그 위에 서로 사랑하는 한 쌍의 남녀가 서로를 지켜보고 있었다. 참으로 풍취 있고, 기법이 정교한 그림이었다.

곁에서 지켜본 세 사람은 서로서로 눈빛을 교환하고 있었다. 우유도에게 이런 그림 실력이 있을 줄은 몰랐다.

곧 우유도는 빈 곳으로 남겨놓은 곳에 한 줄의 글귀를 적어 내려갔다.

‘지선원앙, 불선선!’(只羨鴛鴦不羨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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