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97화. 귀인운집(歸人雲集) (1)
설락아는 이제야 수위들이 어째서 우유도를 막아섰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우유도의 신분으로는 확실히 여기에 들어올 자격이 없었다.
“우유도?”
사환려도 다소 의외였다. 하지만 곧 웃으며 말했다.
“내가 막 성경에 들어왔을 때, 출구에서 마침 우유도를 만났어. 언니, 우유도가 누군지 기억나? 언니에게 그림을 그려준 적도 있잖아.”
설락아는 끄덕였다.
“당연히 기억하지. 네 그림도 그려주었었지. 다만…. 지금 표묘각에서 감찰을 하고 있어야 할 그가 어찌 여길 온 것이지?”
사환려가 웃으며 말했다.
“언니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서라고 그랬다면서. 분명 이번 기회에 연줄을 만들려고 하는 거겠지. 하하!”
말을 마친 사환려 자신조차도 웃음을 참을 수 없었다. 그녀는 확실히 우유도가 설락아에게 잘 보이기 위해 왔다고 생각했다.
그 이유를 제외하고 그녀는 다른 이유를 생각해낼 수 없었다. 비록 그녀의 신분이 수행계에서 말할 수 없이 높지만, 그녀의 세계는 사실 줄곧 단순했다. 누군가가 그녀는 단순하게 살기를 바란 것이다. 사환려가 너무 많은 은원과 시비에 얽히기를 원하지 않았다. 결국은 범인이었다. 범인에게는 감당하기 어려운 일도 있는 법이다.
보고를 하기 위해 온 여인이 사람들의 안색을 살피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각주님, 들여보내도 되겠습니까?”
설락아는 고민해 보았다. 비록 친구라고 할 수는 없었기에, 잠시 망설였다. 하지만, 이리 좋은 날이었다. 또 설락아는 이전에 그가 그렸던 그림이 생각났다. 그런 그림은 정말로 흔치 않은 것이었고, 혹시나 이번에도 좋은 그림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를 노릇이었다. 그녀가 결심을 내린 듯 말했다.
“호의를 가지고 온 사람이지, 빙설성지에 그자 하나 추가된다고 힘들어하지는 않을 것이다. 여기에서 문제를 일으키지도 못할 것이니, 들여보내라고 해라.”
이러니저러니 해도, 설락아로 하여금 우유도가 들어올 수 있도록 허락한 가장 큰 이유는 오늘이 좋은 날이기 때문이었다. 괜히 손님을 거절했다가 뒤에서 저주를 듣고 싶지 않았다.
멀리서 찾아온 손님을 쫓아낸다면 당연히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뒤에서 원망하지 않겠는가. 그녀는 오늘 같은 날에 그런 일이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
물론, 그림도 적지 않은 원인이라 할 수 있었다.
또 이외에 다른 한편으로는 우유도와 영호추의 관계도 염두에 둔 결정이었다. 천영이 수시로 그녀의 귓가에 영호추에게 은혜를 입었다는 말을 했기 때문이다.
확실히 그녀는 영호추에게 고마운 감정을 갖고 있었다. 만약 영호추가 천영을 구하지 않았다면, 그녀가 천영과 이어질 기회가 없었을 것이다.
설락아는 천영이 과거에 바람둥이의 삶을 살았던 것이 나쁜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 첩을 들이는 남자는 많고 많았다. 과거의 일에 쓸데없이 매달릴 필요는 없었다. 이제 그녀가 천영 옆에 있을 것이니, 천영도 과거와는 다를 것이다. 그런 일도 감히 접근하는 여자가 있어야 할 것이니 말이다.
그러니 우유도와 영호추의 관계를 생각할 때, 이를 거절하기 어려웠다.
“알겠습니다!”
소식을 전하기 위해 들어온 여자가 물러갔다.
* * *
갑작스럽게 몰아친 눈보라는 또 그렇게 갑작스럽게 멈췄다. 공기 중에 잘게 부서진 눈송이들이 햇빛을 반사하면서 몽환적인 색채를 보여주고 있었다.
기별을 넣기 위해 혼자 날아갔던 사람이 돌아왔다. 갈 때는 한 사람이었지만, 올 때는 두 사람이었다. 우유도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이었다.
비록 설락아가 통과시키라고 했지만, 그렇다 해도 이대로 우유도를 무작정 통과시킬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눈앞에 있는 자가 진짜 우유도인지 면밀히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혹여나 우유도로 가장한 사람을 확인하지도 않고 통과시키면, 문제가 커질 수도 있었다.
명령을 내린 설락아는 그렇게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호위 인원들은 신분을 확인할 필요가 있었다. 이건 그들이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다.
그들은 우유도가 틀림없음을 확인했다.
하지만 그런데도 진관과 가정걸은 저지당하고, 오직 우유도만 진입을 허락받았다. 빙설성지는 어중이떠중이들이 들어갈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우유도를 들여보내는 것만 해도, 특별히 은혜를 베푼 것이었다.
또 그들은 우유도의 몸을 수색했다. 죽통에 들어있는 그림도 예외는 아니었다. 우유도는 두 사람과 헤어지기 전에 당부했다.
“너희는 저기 보이는 빙천 근처에서 쉴 만한 곳을 찾아 머물고 있어라. 나중에 혼례가 끝나고 너희를 찾아가마.”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대답했다. 우유도는 죽통을 받아 어깨에 메고는, 두 사람에게 금시를 받아 손에 들었다.
이때, 한 사람이 즉시 우유도를 저지하며 말했다.
“금시는 가지고 들어갈 수 없소.”
하지만 우유도는 반박하며 말했다.
“이것은 성존께서 제게 맡기신 겁니다. 관리를 소홀히 할 수 없으니, 만약을 대비해서 반드시 제가 직접 관리해야 합니다.”
우유도의 말을 확인한 대장은 사람을 불러 금시도 마찬가지로 확인하게 했다. 그렇게 아무 문제 없는 것을 확인하고 나서야 가져가는 것을 허락했다.
세 마리 날짐승이 사람들을 태우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어느 정도 날아갔을 때, 빙설성지로 다가가고 있는 또 다른 한 마리의 날짐승을 볼 수 있었다.
빙설성지 주변을 돌고 있던 순찰자는 그 한 마리 날짐승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의 신원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길을 열어 들어가게 했다.
잠시 후, 우유도 일행이 타고 있던 세 마리 날짐승 또한 빙설성지로 들어가게 되었고, 우유도는 조금 전에 자기보다 먼저 빙설성지 안으로 들어간 상대방이 누구인지 확인할 수 있었다.
그는 무표정한 얼굴로 돈을 떼 먹힌 것 같은 얼굴을 한 사여래였다. 사여래가 직접 참석하다니, 우유도는 퍽 의외였다.
물론, 사여래도 다소 의외라는 듯, 우유도를 잠깐 돌아보고는 그대로 스쳐 지나갔다.
우유도는 자신의 탈 것을 보았다. 보통의 회우조(灰羽雕)였다. 하지만 사여래가 탄 것은 적엽조로 우유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날 수 있었다.
설봉 아래 녹지,
길을 안내한 사람은 우유도를 접대하는 사람에게 데려다주고는 떠나갔다.
그 사람은 우유도를 데리고 명부를 작성하고 선물을 보고한 후, 죽통에 들어있는 그림을 바쳤다.
그 후, 누군가가 와서 우유도의 날짐승을 데려갔다. 아마 알아서 잘 관리하다가 우유도가 떠날 때 이야기하면 다시 데려올 것이었다.
비록 빙설성지의 접대 인원은 우유도가 온 것에 대해 매우 놀란 것 같은 눈치였지만, 어쨌든 그가 온 이상, 규정에 따라서 우유도를 접대할 수밖에 없었다. 그는 우유도가 머물 수 있는 방으로 그를 안내했다.
손님들이 머무는 곳은 한곳에 몰려있었다. 그곳엔 산세를 따라 지어진 수많은 누각이 있었다.
물론, 비록 온 사람들이 모두 손님이라고는 하지만, 그 손님 중에서도 신분의 귀천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수많은 누각 중에서도 매우 귀한 손님과, 조금 덜 귀한 손님이 머무는 누각이 따로 구별되어 있었다.
우유도는 당연히 귀빈들이 모인 곳에 갈 수는 없었다. 우유도는 그 누각 중에 아래쪽에 있는 작은 누각으로 안내되었다. 위쪽 높은 곳은 귀빈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우유도는 한눈에 상황을 파악했다. 그리고 기분 나빠하지 않았다. 심지어 안내인을 아주 정중하게 대하며, 오히려 비굴해 보일 정도로 자신을 낮췄다.
덕분에 안내인은 우유도를 안중에 두지 않았고, 다소 교만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안내인이 무슨 말을 하든 굽실거리며 맞장구를 쳤다.
그렇게 자리를 잡은 우유도는 잠시 후, 작은 누각 안에 머물지 않고 밖으로 나와 주위를 기웃거렸다. 주위 지형과 환경을 관찰한 것이다.
그렇게 암벽 뒤에 누각과 연결된 돌계단을 올라 주위를 둘러보고 있을 때, 머리 위쪽에서 문득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래 있는 사람은 우유도인가?”
목소리가 퍽 익숙했다. 우유도가 고개를 들어보니, 언제 나타난 것인지, 위쪽에 있는 난간에서 수많은 사람이 우유도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안에 사여래도 있었다. 표묘각의 각주 정위도 있었다. 그리고 우유도에게 말을 건 사람은 그에게 손을 흔들고 있는 남명이었다!
문천성에 있을 때, 남명은 특별히 요호사에 가서 우유도를 만난 후, 몇 마디 대화를 나눴다. 두 사람은 나름대로 안면이 있는 사이였다.
우유도가 즉시 위를 보며 포권을 했다. 남명이 위에서 손을 흔들며 말했다.
“올라와라.”
우유도가 즉시 대답했다.
“남 선생님, 이쪽에서 위로 올라가지 말라는 지시가 있었습니다. 위에 가면 여러 귀빈께 폐가 될까 두렵습니다.”
그리고는 암벽 위 여기저기 분산되어 서 있는 흰옷의 빙설성지 수위들을 바라보았다.
남명이 웃으며 말했다.
“올라오라면 올라와라. 괜찮다.”
그리고 아래 있는 수위에게 소리쳤다.
“올려보내라.”
아래에서 길을 막고 있던 두 수위가 서로 눈을 교환했다. 한 사람이 우유도에게 올라가길 청하는 손짓을 했다.
우유도는 그제가 몸을 날려 위쪽으로 날아올라 위쪽 노대(露臺)에 내려섰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니, 이곳에서 보이는 풍경은 과연 아래쪽에서 보는 것과 비교할 수 없었다. 아래쪽에선 바라보는 곳이 매우 제한이 있었으나, 이곳에서는 많은 것을 제한 없이 볼 수 있었다. 역시 귀빈을 접대하는 곳이었다.
우유도는 눈앞에 있는 사람들을 보았다. 사여래, 정위, 남명과 자연스럽게 같이 있을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니, 당연히 보통 지위에 있는 사람들이 아닐 게 분명했다. 이곳은 귀인들이 운집한 곳이었다.
우유도가 다급히 사람들에게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남명이 웃으며 말했다.
“아래 표묘각의 옷을 입은 사람이 지나가길래 이상하게 생각하고 있었지. 어째 그대를 닮았다는 생각을 했지만, 정말 그대일 줄은 몰라군.”
우유도가 웃는 얼굴로 굽신거리며 말했다.
“여기서 남명 선생님을 만나 뵐 줄 생각지도 못했습니다.”
그때, 정위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네가 어찌 여기 있는 것이냐? 누가 허락했느냐?”
얼마 전 황반이 보내온 보고에 따르면, 황반은 허락하지 않았다고 했다. 그런데 우유도가 여기 나타난 것을 보고, 화가 나지 않을 수 없었다.
남명을 포함한 사람들도 다 의아해했다. 우유도의 신분과 지위로 어찌 여기 손님으로 들어올 수 있단 말인가.
우유도가 즉시 대답했다.
“제가 빙설 각주님과 친구 사이입니다. 친구가 혼인하는 좋은 일에 당연히 축하하기 위해 와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일은 성존께 이미 보고드렸습니다.”
이놈이 설락아와 친구라고? 사람들이 깜짝 놀랐다.
다만 정위는 놀라지 않았다. 황반이 보고할 때 이미 언급한 적이 있었다. 정위가 남명을 보고 물었다.
“우유도가 천남성지에 보고했소?”
“어….”
남명은 말문이 막혔다. 그는 전혀 모르는 일이었다. 비록 그가 남도림의 아들이지만, 남도림이 모든 일을 그에게 알려주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남명은 우유도가 이런 일로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하고는 바로 미소지으며 말했다.
“그렇소.”
주위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우유도가 그런 일로 거짓말을 할 리 없다고 생각했다. 그렇기 때문에 주위 사람들은 남명을 비웃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다들 눈치가 있었다. 지금 남명이 우물쭈물하며 대답을 늦게 한 것으로 볼 때, 남명은 그 부친의 신임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 같았다. 간단한 이유로, 만약 우유도가 올 줄 알고 있었다면, 그 전에 ‘정말 그대가 온 것이었군’ 이런 말을 했을 리 없었다. 남명은 우유도가 올 줄 전혀 모르고 있었던 것이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