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0화. 혼인 잔치
우유도는 연신 끄덕이며, 두 사람은 서로 길을 양보하며 정자를 나섰다. 천영은 사람을 불러 설락아에게 먼저 돌아가겠다고 전하라 했다.
우유도가 그 말을 듣더니 갑자기 끼어들었다.
“천 형, 마침 천 형께 부탁드릴 일이 있습니다.”
천영이 의외라는 듯이 말했다.
“무엇을 말이오?”
“제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적성성 성주님이 이곳에 들어오는 것을 보았습니다. 마침 저도 적성성 성주님과 아는 사이다 보니, 이대로 얼굴도 못 보고 떠나는 것이 참으로 불편합니다. 그러니, 만나서 몇 마디 나눌 수 있도록 도와주실 수 있으십니까?”
난 또 뭐라고,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천영은 그 즉시 옆에 대기하고 있는 사람에게 이 말을 전하게 했다.
* * *
“자자, 오늘처럼 좋은 날에 울면 얼굴이 안 이뻐. 웃어봐.”
규방 안에서 설락아는 사환려를 위로하고 있었다.
확실히 이런 날에 우는 건 좋지 않았다. 그것을 깨달은 사환려는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래야지. 그래, 마침 방금 우유도의 선물을 받았는데, 한번 보겠어?”
설락아는 사람을 시켜 그림을 가져오게 했다. 족자를 본 사환려가 뭔지 알겠다는 듯이 말했다.
“또 그림이야?”
“음, 그런데 예전과는 달라.”
설락아는 사환려와 같이 양쪽에서 그림을 잡고 펼쳤다.
수려한 산맥이 그려진 그림이 두 사람 앞에 펼쳐졌다. 상 중턱에는 물이 흐르고 있었고, 그 위에 다리가 놓여 있었다. 한 쌍의 연인이 그 위에서 서로를 의지하고 있었다. 그림은 남다른 정취를 가지고 있었다. 그야말로 여백에 있는 시구에 어울리는 그림이었다. 시구는 가히 이 그림의 화룡점정이라 할 수 있었다.
“지선원앙 불선선….”
사환려가 중얼거렸다. 누가 봐도 그 시구에 깊이 빠져든 모습이었다.
설락아가 그녀를 힐끗 바라보았다. 두 사람은 과거 동병상련의 고통을 가지고 있었다. 지금 사환려의 마음을 알 수 있는 사람이 그녀뿐이었다. 설락아도 처음 이 그림을 봤을 때, 저 그림과 저 시구에 깊게 빠져들었었다.
한참이 지나 사환려가 숨을 내쉬었다.
“너무 아름다운 그림이야. 예전에 그자가 그렸던 그림은, 사실감이 있었지만, 그 때문에 많이 보면 질리는 맛이 있었어. 오히려 이런 그림이야말로 정취가 있고, 오래 보아도 질리지 않는 그림이지. 예전에는 우유도 같이 수행계의 피바람 속에 있는 사람은 냉혹하고 무정한 줄만 알았는데, 그 속에 이런 온정이 남아있었다니. 마음속에 이런 마음이 조금도 없다면 절대 이런 그림을 그려낼 수 없었을 거야.”
“동생 말이 맞아. 우유도에게 하나 더 그려달라고 할까?”
사환려가 고개를 저었다.
“내가 이걸 받아서 뭐 하려고. 쓸데없이 마음만 복잡해질 뿐이야.”
설락아가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그 말이 맞았다. 어쩌면 그림을 보고 더 마음 아파할 수도 있었다. 그렇게 막 위로의 말을 건네려고 할 때, 시녀가 들어와 보고했다.
“각주님, 밖에서 우유도가 사 성주님과 안면이 있다며, 인사를 하고 싶다고 합니다. 새신랑께서 제게 말을 전해 성주님의 의견을 여쭤보라 하셨습니다.”
천영이 전하라 했다는 말을 듣고, 천영이 영호추에게 고마워하는 마음에 우유도에게 잘해준다고 생각하고는 몇 마디 거들며 말했다.
“동생, 우유도가 나름 내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 왔고, 이처럼 좋은 그림도 선물을 해 주었으니, 내 체면을 봐서 인사 정도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
사환려는 설락아의 말도 있고, 그림을 보고 감동을 받은 참이라 끄덕이며 몸을 일으켰다.
밖에서 기다리던 우유도는 사환려를 보고 급히 다가가 포권했다.
“성경 입구에서 급하게 헤어지고, 여기서 또 성주님을 뵙습니다.”
사환려는 원래 우유도의 그림을 칭찬하려 했지만, 옆에 천영이 있는 것을 보고, 자중하는 모습을 보이며 미소지었다.
“그대도 왔군요.”
“성주님과 이렇게 만난 것은 소인의 영광입니다. 다만 너무 갑작스럽게 온 바람에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작은 선물을 준비해 대나성지로 성주님을 찾아뵙도록 하겠습니다.”
대나성지가 언급되자, 사환려의 얼굴에 미소가 사라졌다. 그리고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오늘 저녁 혼례가 끝나고, 그대로 성경을 떠나 적성성으로 갈 거예요. 그대는 성경을 나갈 수 없으니, 신경 쓸 것 없어요.”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려 안으로 들어가 버렸다.
“…….”
너무 갑작스러운 일에 우유도는 아연실색했다. 마치 자신이 무슨 잘못을 했는지 모르겠다는 모습이었다.
천영은 옆에서 우유도의 소매를 잡아당기며 조용히 말했다.
“우 형, 말실수했소. 갑시다.”
우유도가 그와 같이 몸을 돌려 의아해하며 물었다.
“무슨 말실수를 했습니까?”
천영이 조용한 목소리로 당부했다.
“설락아가 하는 말을 들은 적이 있소. 사 씨 부녀의 관계가 좋지 않다고 하오. 그 원인에 대해서는 여기서 할 말이 아니고, 아무튼 사환려는 대나성지에 가는 일이 아주 드물지,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 이상, 거의 안 간다고 보면 되오. 그러니 앞으로 사환려 앞에서 최대한 대나성지에 대해서 언급하지 마시오. 설락아가 내게 당부한 말이오.”
“아, 그렇군요. 잘 기억했습니다. 감사합니다.”
우유도가 연신 끄덕였다.
두 사람이 그렇게 장원을 나섰다. 각자 가는 곳이 다르니, 당연히 헤어져야 했다. 헤어질 때, 천영이 적극적으로 말했다.
“우 형, 앞으로 사양하지 말고, 기회가 있을 때마다 교류합시다.”
“좋습니다. 바라던 바입니다!”
우유도가 연신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 후, 두 사람은 각자 머무는 곳으로 돌아갔다. 자신의 거처로 돌아간 우유도는 가져온 두 마리 금시를 살폈다.
우유도는 다시 머무는 누각을 나서 주위를 돌아다니며 주변 상황을 관찰하였다.
다시 방으로 돌아온 우유도는 빠르게 움직여 밀서를 적어 돌돌 말아 금시 발에 달린 통에 집어넣었다.
누각의 창문에 다가간 우유도는 창문을 열고 밖을 살펴본 후, 금시를 꺼내 창밖으로 날려 보냈다.
우유도는 창문에 서서 금시가 저 멀리 날아가는 것을 지켜보았다. 한참이 지났음에도 다른 사람에게 붙잡히지 않는 것을 보고 나서야,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밤이 되었다. 무릉도원 같은 빙설성지에 색색의 등롱이 걸렸고, 악기를 연주하는 소리가 아득하게 퍼져나갔다. 그야말로 축제 분위기였다.
혼례가 시작되었고, 각 세력의 손님들이 현장에서 혼례를 지켜보았다.
우유도 또한 그 사이에 있었다. 혼례 규모가 크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아주 정교하다 보니, 보는 맛이 있었다.
사람들은 여러 번잡한 과정에는 별 관심이 없었다.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부분은 이들 신혼부부가 서로에게 맞절하고, 어른들에게 절을 하는 부분이었다.
한편, 사람들 사이에 있는 우유도는 설락아의 어른에게 큰 관심이 있었다. 사실 모든 사람이 주목하는 사람이기도 했다.
백발이 성성하고 허리가 굽은 노파는 은장(銀杖)으로 땅을 짚고 눈처럼 하얀 치마를 두고 있었다. 그 피부는 창백해 핏기가 보이지 않을 정도였으며, 눈썹까지도 눈처럼 흰색이었다. 노파는 어깨에 경사를 의미하는 배자를 걸치고 있었고, 이번 혼례를 위해 걸친 것 같았다. 노파는 그렇게 상석에 앉아 신혼부부의 절을 받고 있었다.
우유도가 법안을 열어 살펴보니, 노파의 주위로 요기가 맴돌고 있었다.
언급하는 사람이 없다고 우유도가 모를 수가 없었다. 저 앞에 있는 노파가 아마도 구대지존 중 일인인 설파파일 것이다.
듣기로 설파파는 설요(雪妖)로, 설역(雪域)을 거의 벗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전설에 의하면 빙설각이 위치한 대설산이 바로 이 설파파가 탄생한 곳이라고 했다.
설요에게 당연히 인간 손녀가 있을 수 없었다. 소문에 의하면, 설락아는 설파파가 주워온 아이라고 했다.
설파파가 수행하고 있는 법술은 인간이 배울 수 없고, 오직 설파파만 수련할 수 있다 보니, 제자가 있을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설파파는 일부 양자와 양녀를 받아들여 아래 일을 처리하게 했다.
식이 끝나고 신혼부부가 신혼방에 들어갔다. 설파파는 손님으로 온 사람들에게 잔을 들어 편히 먹고 마시며 즐기라는 등의 말을 하고는 자리를 떠났다. 설파파는 떠나면서 자녀들에게 손님을 잘 접대하라고 당부했다.
사실 외부에서 온 사람은 많지 않았다. 기본적으로 우유도와 우유도가 만났던 사람들, 그리고 그들의 수행원이 끝이었다. 나머지는 대부분 빙설성지의 사람들이었다.
우유도는 자신의 주제를 잘 알았고, 손님 중에 가장 말석에 자리했다.
비록 빙설성지에서 우유도를 얕잡아 보았지만, 오늘은 좋은 날이었다. 당연히 우유도에 대한 대접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다만 그렇게 하면서도 우유도를 경시하는 마음은 숨길 수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는 신경 쓰지 않았다. 여전히 웃는 얼굴로, 누가 자신에게 말을 걸든 굽신거리며 자신을 낮췄다.
그렇게 말석에 앉아있는 우유도는 말석의 좋은 점을 알 수 있었다. 눈에 띄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유도는 그곳에 앉아 사여래와 사환려 부녀를 몰래 관찰했다.
잔치가 끝나고, 대부분 손님들은 더는 이 자유롭지 못한 곳에 계속 머물고 싶어 하지 않고, 하나둘 작별을 고했다.
말석에 숨어있던 우유도는 급히 떠나지 않고 계속해서 관찰했다.
이때, 우유도는 사여래가 사환려에게 다가가 무슨 말을 하는 것을 발견했다. 대화가 끝난 후, 사환려는 그대로 그 자리를 벗어나더니 잔치를 주관하는 백무애에게 작별을 고하는 것 같았다.
사여래의 표정이 아주 살짝 굳어졌다. 마치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은 듯했다. 그렇게 사여래는 그 자리에서 침묵했다.
사환려가 백무애에게서 멀어졌을 때, 우유도 또한 즉시 일어났다. 그 또한 백무애에게 가서 말하길, 환대에 감사드린다며, 그도 떠나겠다고 작별을 고했다.
백무애가 우유도를 위아래로 훑어보더니 웃으며 예의를 차렸다.
“이왕 왔으면서, 어찌 며칠 더 머물지 않고?”
상대방 측에서 예의상 하는 말임을 알았기에, 우유도가 다급히 대답했다.
“이렇게 한번 온 것도 수차례 보고를 올려서 겨우 허락받은 것입니다. 어찌 감히 여기 오래 머물겠습니까. 마땅히 바로 문천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백무애가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다고 하니 더는 강권하지 않겠네. 대접이 변변치 않았던 점 너그러이 이해 바라네.”
우유도는 연신 포권을 하며 감사 인사를 했다.
“아주 좋은 대접을 받았습니다. 빙설성지에 이렇게 방문할 수 있었던 것은 제게 큰 영광이고, 빙설성존을 두 눈으로 뵐 수 있었던 것도 제게 이루 말할 수 없는 영광입니다. 더군다나 이렇게 백 선생님과 안면을 틀 수 있었으니 그야말로 복 받은 것이지요.”
백무애가 하하 웃었다.
“문천성에도 빙설성지의 사람이 있지. 알고 있을 것이야. 무슨 일이 있으면 그들을 통해서 내게 연락하게.”
“알겠습니다. 백 선생님의 분부를 마음에 새기겠습니다.”
백무애 또한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아직 대접해야 할 손님들이 많아, 멀리 나가지 못하겠군.”
“괜찮습니다. 괜찮습니다. 어찌 이러십니까. 황송합니다. 정말 황송합니다. 그럼 소인은 이만 물러가 보겠습니다.”
우유도는 포권을 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그제야 몸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