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302화 (399/1,000)

1302화. 상찬행궁

한 마리 회우조가 바닥을 스치며 날았고, 그 위에서 두 사람이 뛰어내렸다. 회우조를 조종하는 사람은 다시 하늘 높이 날아올라 밤하늘 사이로 사라졌다.

진관과 가정걸은 어이가 없었다. 다시 버림받았다. 빙설성지를 방금 벗어났다. 그런데 이렇게 우유도에게 다시 버림받다니.

비록 이미 습관이 된 일이라고는 하지만, 연달아 두 번 버림받다 보니, 정말 어이가 없었다. 두 사람은 자신들의 장로님이 정말로 신비로웠다. 아니, 이젠 불가사의하게 보일 정도였다. 이 큰 성경에서, 늘 혼자서 신비롭게 여기저기 뛰어다니니, 도대체 무슨 속셈인지 알 수가 없었다. 힘들지도 않단 말인가?

물론, 사실 우유도는 이렇게 뛰어다니고 싶지 않았다. 혼자서 이렇게 동에 번쩍 서에 번쩍하고 뛰어다니기 위해서는, 사전에 정교한 계획이 필요했다. 또 직접 그 계획을 실행해야 하므로, 크게 정력을 소비했다. 그런데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우유도 곁에 믿을 만한 사람이 없었다. 그러니 이리저리 움직여야 하는 일을 그가 직접 해야 했다. 절대적으로 믿을 만한 사람이 아니라면, 다른 사람에게 맡길 수 없는 일들이 있었다. 그런 위험을 감수했다가는 자신과 그 사람 모두를 해칠 수도 있었다.

그리고 어떤 일들은 우유도가 직접 나서야 하는 일도 있었다. 다른 사람이 나서면 소용이 없었다.

밤하늘 아래 저 멀리 사라지는 검은 점을 보며, 진관이 한숨을 내쉬었다.

“장로님은 도대체 무엇을 하고 돌아다닌단 말인가?”

가정걸이 한숨을 내쉬었다.

“인제 보니, 문천성에 도착하자마자 올린 세 번의 보고는 장로님 자신이 여기저기 돌아다닐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군.”

“그것뿐이겠는가. 지금 생각하면, 그 세 번의 보고는 한 번, 한 번이 모두 단계적으로 계획된 것이었네. 당시, 장로님께서는 그렇게 순차적으로 보낸 이유가 있다고 했었네. 그때는 이해할 수 없었지만, 지금 같은 상황이 되고 나니 비로소 깨닫게 되었네. 만약 그 전에 올렸던 두 번의 보고가 없었다면, 성존께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권한을 달라고 입을 열지 못했겠지.”

“일곱 문파가 날뛰기 시작하니, 표묘각도 우리만 감시하기 어려워졌지. 장로님은 그걸 이용해 자유를 얻은 것이야. 자네, 황택사지에서 있었던 일을 생각해보게. 공교로운 일이 너무 많았지 않은가? 결국에는 오풍이 튀어나와 장로님을 위해 증인이 되어주었네. 우리 장로님은 정말로 심모원려한 분인 것 같아.

보통사람이 아닌 거지. 우리 둘이 아무리 빨리 뛰어도 따라가기 어려운 분이지. 지금 장로님이 뭘 하려고 하는지 그 흔적조차 알아차리기 어려우니, 상조종이 세력을 그렇게 빨리 일으킨 것이 절대 우연이 아닌 것이네. 나는 두렵네, 나는….”

진관이 망설이는 것을 보고 가정걸이 물었다.

“뭐가 말인가?”

진관이 조용히 말했다.

“나는 지금 장로님이 분명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다고 생각하네. 생각해보게, 표묘각 인원을 죽인 일조차 우리에게 숨기지 않으셨네. 그런데 지금 우리에게 뭔가를 숨기고 있단 말이지. 그 일은 어쩌면 표묘각 인원을 죽인 것보다 더 심각한 일이라는 뜻이지. 나는 다만 장로님이 제발 우리가 감당하기 어려운 일을 벌이지 않기를 바랄 뿐이네.”

가정걸이 얼굴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자네 말을 들으니, 어째 나까지 불안해지는군.”

진관이 주위를 둘러보고는 말했다.

“가세, 장로님이 알려주지 않으시니, 우리끼리 고민해 봤자 아무 소용 없지. 그냥 장로님의 말에 따르는 것이 좋겠네. 어디 은밀한 곳을 찾아 숨도록 하세.”

두 사람은 잠시 의논하더니, 멀리 가지 않고 은밀한 곳을 찾아 몸을 숨겼다. 나중에 우유도가 자신들을 찾기 쉽게 하기 위해서였다.

* * *

“누구냐!”

적성성의 총관 향명이 갑자기 호통쳤다.

일행은 빙설성지에서 출발해 사환려를 호위해 적성성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하늘에서 검은 점이 나타나 자신들을 향해 쏘아져 왔다. 이에 향명이 호통을 치고 동시에 수행원들에게 긴장하라 경고한 것이다.

세 마리 날짐승 위에 있는 사람들이 즉시 날아오는 검은 점을 경계하기 시작했다. 분명 날짐승이었다.

곧 검은 점은 얼굴을 확인할 수 있을 정도까지 가까워졌고, 날짐승 위에 타고 있는 사람은 우유도였다.

우유도가 긴급히 날짐승을 조종해 부딪히지 않도록 방향을 틀더니 사환려 일행과 같은 방향으로 날아가며 의아해했다.

“향 총관님…. 사 성주님, 여러분들은 여기서 뭐 하고 계십니까?”

사환려도 의외였다. 여기서 우유도를 만날 줄 몰랐다. 사환려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향명은 우유도를 크게 경계하며 물었다.

“어째서 우리 쪽으로 날아온 것인가!”

우유도가 손사래 치며 말했다.

“오해입니다. 저는 단지 저 방향으로 날아가고 있었을 뿐입니다. 여러분을 만날 줄은 생각도 못 했습니다.”

향명이 크게 소리쳤다.

“어찌 자네 혼자서 성경을 쏘다니는 것인가?”

“향 총관님, 오해입니다. 성경을 쏘다니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일이 있습니다.”

“일이 있어? 자네가 가는 방향은 문천성이 아니네!”

“문천성으로 돌아가는 것이 아닙니다. 황택사지로 가고 있습니다. 향 총관님, 보십시오. 저쪽은 황택사지로 향하는 방향입니다.”

우유도는 자신이 원래 향하고 있던 방향을 가리키며 말했다.

향명은 성경의 지형을 떠올리며 우유도가 향하는 방향을 계산해 보았다. 확실히 황택사지가 있는 방향이었다. 곧 다시 물었다.

“자네는 뭐하러 황택사지로 향한단 말인가?”

“저는 지금 요호사를 감찰하고 있습니다. 요호사가 책임지고 있는 곳이 바로 황택사지입니다. 원래 문천성으로 되돌아가려고 했지만, 지금 황택사지에서 사냥을 하고 있는 요호사의 인원들이 제게 연락해 황택사지에서 대단한 보물을 발견했다고 연락을 취해왔습니다. 저는 그 즉시 방향을 바꿔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하기 위해 가고 있는 것입니다. 단지 그곳으로 향하는 도중에 성주님 일행과 마주칠 줄은 몰랐습니다.”

대단한 보물? 적성성 일행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사환려의 두 눈도 반짝였다. 도대체 표묘각의 사람들이 대단한 보물이라고 부르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하다는 얼굴이었다.

잠시 멈칫한 향명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보물? 황택사지는 요호족의 영역이네, 그곳에 무슨 대단한 보물이 있을 수 있단 말인가?”

우유도가 깔끔하게 대답했다.

“상찬의 행궁입니다! 요호사의 사람들이 요호를 사냥하는 과정에서, 무국의 개국 황제 상찬이 성경에 남겨놓은 행궁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이미 소식은 상부에 보고가 올라갔고, 곧 각 세력이 그 소식을 알게 될 것입니다.”

“상찬의 행궁?”

적성성 일행은 다들 대경실색했다. 심지어 소리치는 사람까지 있었다. 우유도가 끄덕였다.

“그렇습니다. 요호사가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상찬의 행군은 매우 기묘하고 아름답다고 합니다. 마치 꿈속의 선경 같다고 했습니다. 저도 급히 달려가서 한번 둘러볼 생각에 서두르다가 여러분들과 부딪칠 뻔했습니다. 절대 고의로 그런 것이 아닙니다. 성주님, 용서해 주십시오.”

꿈속의 선경처럼 기묘하고 아름답다고? 사환려의 두 눈이 반짝였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적성성 일행의 안색을 보면, 다들 흔들리고 있어 보였다. 다들 사환려가 성경에 자주 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친다면, 어느 세월에 다시 돌아올지, 또 만약 지금 기회를 놓친다면 언제 기회가 생길지 알 수 없었다.

향명은 깜짝 놀란 얼굴로 말했다.

“성경에 상찬이 남긴 행궁이 있단 말인가? 왜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단 말인가?”

우유도는 사환려의 반응을 살펴보고는 쓴웃음을 지으며 대답했다.

“향 총관님, 지금 그 말씀은 저를 난처하게 하시는 겁니다. 그걸 제가 어찌 알겠습니까! 하지만 아마 이런 일에 표묘각이 거짓 보고를 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가 그 책임을 지겠습니까?”

그리고는 손으로 살짝 손짓했다. 그 말은, 용서해 줄 생각이면 이제 가도 되냐는 뜻이었다.

사환려는 곁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는 향명의 귓가에 뭐라 뭐라 중얼거렸다.

사환려가 향명에게 한 말은, 사실 다른 말이 아니라, 바로 상찬의 행궁을 보러 가고 싶다는 말이었다. 천하에 상찬의 전설이 많았다. 천하 사람들의 눈에, 상찬은 신과 같은 인물이었다. 신의 흔적을 돌아볼 기회였다. 사환려는 그 유혹을 이겨낼 수 없었다.

그녀뿐만이 아니었다. 그 누가 호기심을 가지지 않을 수 있을까? 향명 그조차도 가서 보고 싶었다. 지금 상황을 보면 확실히 좋은 기회였다. 오늘이 지나면 어쩌면 평생 볼 수 없을지도 몰랐다.

근거 없는 생각은 아니었다. 한 가지 문제만 가지고도 추측할 수 있는 문제였다. 상찬의 행궁이 누구의 것인가. 모두 같이 관리하는가, 아니면 단독으로 관리하는가? 이 문제가 해결되기 전에는 각 성존은 아마 다른 세력이 행궁에 들어가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사환려가 빠르게 적성성으로 돌아가려고 했기 때문에 향명이 뭐라 의견을 제시할 수 없었다. 오히려 사환려가 먼저 나서서 바로 적성성으로 돌아가지 않고 상찬의 행궁에 가보고 싶다고 하니, 향명은 당연히 이견이 없었다. 살짝 고개를 끄덕인 그가 우유도에게 호통쳤다.

“안내하게!”

“안내라니요?”

우유도가 깜짝 놀라 바라보았다. 마치 무슨 말인지 이해하지 못하고 뭘 안내하냐는 얼굴이었다.

“발견한 상찬의 행궁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것은 아니겠지?”

우유도가 뭔가를 깨달은 듯 말했다.

“구체적인 위치는 모릅니다. 하지만 황택사지에서 요호사의 사람을 찾아 안내하게 하면 됩니다. 혹시, 여러분도 가시려는 겁니까?”

향명이 반문했다.

“표묘각에서 우리는 못 간다는 규정이라도 세웠는가?”

“그건 아닙니다. 방금 발견했기 때문에, 아직 소식을 듣지 못한 곳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아직 행궁을 다 확인하지도 못했을 텐데, 어찌 벌써 규정을 만들었겠습니까.”

“그럼 뭘 그리 쓸데없는 말을 하는가? 안내하게!”

“아, 알겠습니다!”

우유도가 다급히 대답했다. 그리고는 그대로 조금 하강하더니 사환려의 날짐승들을 가로지른 후, 날아가는 방향을 조정했다.

향명 일행도 다들 우유도를 따라 방향을 바꿔 그 뒤를 쫓았다.

전설의 상찬 행궁을 구경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적성성 일행은 내심 흥분하고 있었다. 단 한 사람도 우유도의 말이 거짓일 거라고는 의심하지 않았다.

먼 거리였다. 하늘이 천천히 밝아오고 있을 때, 일행은 드디어 하늘에서 끝없이 보이는 늪의 대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황택사지 깊숙이 들어갔을 때, 전방에 비교적 높아 보이는 산이 나타났다. 우유도는 그 산을 가리키며 말했다.

“향 총관님, 요호사가 황택사지에서 정기적인 소탕 작전을 하고 있습니다. 저곳에 요호사의 사람이 있으니, 일행을 안내할 사람을 찾아보겠습니다.”

향명이 끄덕였다. 우유도가 날짐승의 고도를 낮추어 그곳을 향해 날아갔고, 향명 일행도 그 뒤를 쫓아 고도를 낮췄다. 상황을 보기 위해서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