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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03화 (400/1,000)

1303화. 들키다

그렇게 산 정상을 지날 때, 우유도가 긴 휘파람을 불었다. 그러자 한 절벽에서 표묘각의 의복을 입은 인원이 나타났다. 우유도가 즉시 절벽 근처를 스쳐 지나가자, 그 사람이 날아올라 우유도가 타고 있는 날짐승에 올라탔다.

표묘각의 복장을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요호 일족의 귀두대도를 사용하는 장로였다.

이번에는 상황이 다소 특수했다. 임시로 배치하다 보니, 구체적으로 어느 위치에서 기다리는지, 우유도는 정확히 알지 못했다.

고심 끝에 우유도는 호족에게 소식을 보낸 후, 어느 위치를 찾아 매복할지에 대해서는, 온전히 호족에게 선택을 맡겼다. 황택사지 어느 지역에서 손을 써야 할지, 아마 호족이 그 누구보다 잘 알 것이다. 우유도는 그 일을 호족에게 준비하게 했다. 우유도는 자신을 마중 나올 사람만 준비하라고 했으며, 그 외에 몇 가지를 요구했다.

첫째로, 매복 위치는 지금 요호사가 황택사지에서 활동하는 범위에서 멀리 떨어져 있는 곳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둘째로, 인간으로 변신할 수 있는 호족은 모두 표묘각의 옷을 입어 요호사의 인간인 척 변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가지 모두 어려울 것 없는 요구였다. 요호들만큼 황택사지의 지리를 잘 아는 종족도 드물었다. 그러니 요호사의 활동 범위를 모를 리 없었다. 또한, 표묘각의 복장도 문제가 없었다. 호족은 황택사지에서 요호사와 오랫동안 싸워왔다. 표묘각의 옷을 몇 벌 구하는 것은 문제가 없었다. 틀림없는 표묘각 인원의 복장이었다.

요호 일족의 장로는 우유도의 날짐승에 올라와 한 방향을 가리켰고, 날짐승은 그렇게 다시 허공을 가르며 날아오르기 시작했다.

눈앞에서 표묘각의 사람이 마중 나온 것을 보고, 향명은 더욱더 우유도의 말을 믿게 되었다. 다시 우유도를 따라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적성성의 사람들이 귀두대도 장로를 알아볼까 걱정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유도는 다른 것이 걱정되어 조용히 말했다.

“저들에게 당신의 요호 신분을 들키지 말아야 할 것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우리 호족은 당신들이 말하는 요수와 다르오. 우리는 우리 기운을 없앨 수 있으니, 저들에게 들킬 리 없소.”

우유도가 살짝 끄덕였다. 하긴, 기운을 없애는 것은 호족들이 태어나면서 가지고 있는 능력이었다. 또 그것이 호족이 황택사지에서 뿌리내리고 살아남을 수 있는 이유였다. 다른 종족은 이러한 호족의 특성 때문에 호족을 추격하기 어려웠다.

일행은 황택사지의 허공을 대략 반 시진 정도 날아 움직였다. 귀두대도 장로가 손을 뻗어 늪지대 중앙에 솟아있는 작은 섬 같은 숲을 가리켰다. 우유도는 즉시 날짐승을 조종해 그곳으로 날아갔다.

몇 마리 날짐승이 땅으로 내려왔고. 일행이 날짐승에서 내렸다. 현장에는 이미 일단의 표묘각 사람들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우유도는 입꼬리를 씰룩거렸다. 표묘각 사람 중에 흑운도 포함되어 있었다. 표묘각의 옷으로 갈아입고 머리를 빗어 틀어 올렸는데, 그 모습이 영락없이 표묘각의 사람으로 보였다. 다만, 우유도는 흑운의 원래 모습을 잘 알고 있었기에, 그 모습이 잘 적응이 되지 않았다.

우유도가 다가가 사람들 앞에서 물었다.

“흑 형, 어찌 여러분들만 있는 것이오?”

“우리는 밖을 지키고 있는 것이오. 주 집행자님은 다른 사람들을 이끌고 행궁 안에 계시오.”

“행궁이 어디 있소. 어째서 보이지 않는 것이오?”

흑운이 전방의 잔잔한 수면을 가리키며 말했다.

“바로 저 늪지대 아래 있소.”

우유도가 의아해하며 물었다.

“늪지대 아래 행궁이 있단 말이오?”

“행궁이 위치한 곳은 그리 깊지 않소. 가장 높은 곳이 지면에서 십여 장 깊이에 있지. 행궁은 진법으로 보호받고 있어, 늪지대의 진흙과 물이 침범하지 못하오.”

한쪽에서 듣고 있던 향명이 끼어들었다.

“진법으로 보호받고 있는데 그대들은 어찌 들어간 것인가? 상찬의 진법이 그리 쉽게 그대들에게 파훼 되었단 말인가?”

흑운이 담담히 말했다.

“비록 행궁이 진법에 보호되고 있기는 하지만, 입구는 열려있었소.”

“그걸 어찌 찾은 것인가?”

“요호를 추격할 때, 늪지대 안으로 따라 들어갔고, 행궁에 들어가고 나서야 그곳이 어떤 곳인지 알 수 있었소. 당시 행궁은 요호들이 점거하여, 요호 소굴이 되어있었지. 적지 않은 형제들이 목숨을 잃고 나서야 겨우 요호들을 몰아낼 수 있었소. 이미 표묘각에 보고를 올렸으니, 얼마 지나지 않아 대량의 인원이 지원을 올 것이오.”

우유도가 크게 웃으며 말했다.

“여러분이 요호의 소굴을 발견하다니, 또 그곳이 상찬의 행궁이라니, 정말로 큰 공을 세운 것이오. 흑 형, 상찬의 행궁이 도대체 어떤 모습인지, 데려가서 개안을 시켜줄 수 있으시오?”

흑운은 뒤돌아 사환려 일행을 한번 보고는 머뭇거리며 말했다.

“우 형이 가서 보는 것은 당연히 문제가 없소. 다만 저들은 외부인이 아니오? 주 집행자님의 허락 없이는, 외부인들이 보는 것은 어려울 것 같소.”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저들은 외부인이 아니오. 이분은 전임 표묘각 각주인 사 선생님의 따님이시오. 이곳을 지나다가 그냥 들린 것이니 아무 일도 없을 것이오.”

향명이 안심하라는 듯, 곧이어 말했다.

“그냥 한번 구경할 뿐, 어떠한 간섭도 하지 않을 것이다.”

흑운이 망설이다가 말했다.

“우 형, 그대가 먼저 내려가서 주 집행자님과 이야기해 보는 것은 어떻소?”

“그럴 것 없소. 주 집행자가 만약 죄를 묻는다면, 내가 다 책임지겠소. 이건 여러분들과 상관없는 일이오.”

우유도가 장담했는데도, 여전히 망설이는 것을 보고, 그의 어깨를 두드리며 살짝 밀어붙이고 말했다.

“괜찮소. 아직 상부에서 정해준 것도 없지 않소. 어서 안내해 주시오.”

흑운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 형, 이건 그대가 결정한 일이오. 만약 주 집행자님이 죄를 묻는다면 난 모는 책임을 우 형에게 넘길 것이오.”

“아무 문제 없을 것이오. 자, 갑시다.”

그리고 우유도는 손을 뻗어, 향명에게 움직이길 청했다. 흑운이 곧 발걸음을 돌려 늪지대로 향했고, 향명은 뒤돌아 명령했다.

“세 사람이 남아 이곳을 지켜라.”

남겨진 세 사람은 아쉬워했다. 상찬의 행궁이 지하에 있을 줄은 몰랐다. 여기까지 어렵게 날아왔는데, 직접 볼 수 없다니.

다만, 그렇다고 뭐라 할 것인가, 어쩔 수 없이 명령을 받들었다.

혹여나 그들은 나중에 자신들에게도 구경할 기회를 줄지 모르겠다고 조용히 기대할 뿐이었다.

흑운은 두 명만을 데리고 움직였고, 나머지는 이곳에 남겨놓았다.

그렇게 일행이 둔덕에서 늪지대를 향해 날아올랐고, 향명도 직접 사환려의 팔을 붙잡고 같이 그 뒤를 따라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렇게 비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향명은 뭔가 이상함을 감지했다.

향명은 지금 상황이 거짓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사환려를 지켜야 하는 책임이 있다 보니, 줄곧 높은 경각심을 유지하고 있었다. 그렇기에 줄곧 유심히 주위를 관찰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문득 흑운 등 일행이 날 때, 그 몸에서 어떤 기운도 나타나지 않는 것을 느끼게 되었다. 이건 비정상적인 일이었다. 예를 들어 법안으로 우유도를 보면, 우유도가 법력을 이용해 비행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장소가 황택사지이다 보니, 향명은 뭔가를 연상하게 되었다.

“멈춰라!”

향명이 갑자기 소리쳤다.

늪지 위를 달던 사람들이 분분히 멈춰 섰고, 앞에 있던 우유도 일행도 멈춰서 뒤돌아보았다.

“향 총관님, 무슨 일입니까?”

우유도가 물었다. 법력으로 둘러싸인 채, 물 위에 떠 있는 사환려도 의아해하며 향명을 바라보았다.

“향백(向伯)? 무슨 일이 있는 건가요?”

“제 곁에서 절대 떨어지시면 안 됩니다.”

향명이 즉시 긴장한 표정으로 한 손을 내밀어 사환려를 부축했다. 한편으로는 다른 손으로 흑운을 가리키며 말했다.

“너희는 누구냐!”

그 말이 나오자마자, 향명과 사환려를 곁에서 수행하던 사람들이 빠르게 우유도와 흑운 일행을 포위하고 경계하기 시작했다.

흑운과 우유도는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흑운이 조용히 말했다.

“들킨 것 같군.”

이미 의심이 들기 시작했으니, 더는 연기를 이어나갈 수 없었다. 우유도 또한 어깨를 으쓱하며 무척 곤란하다는 듯이 물었다.

“문제없겠소? 다시 한번 말하는데, 이번 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실패하면 안 되오.”

“이미 준비가 끝났소. 겨우 저들 몇 명만으로 여기서 도망갈 수 없을 것이오.”

두 사람이 쑥덕거리는 것을 보고, 매우 놀란 향명이 분노를 토해냈다.

“우유도, 뭐 하는 짓이냐!”

우유도는 향명을 신경도 쓰지 않고 흑운에게 말했다.

“잊지 마시오. 한 명도 도망가게 해서는 안 되오. 당신만 믿겠소.”

흑운이 끄덕이더니 갑자기 발로 늪을 밟으며 하늘을 향해 긴 울음을 토해냈다.

“우우…!!”

그 곁에 있는 두 장로도 마찬가지로 울음을 토해냈다.

그 즉시, 주위 늪지대에서 갑자기 셀 수 없이 많은 물보라가 터져 나왔고, 동시에 그 안에서 수없이 많은 요호가 튀어나왔다.

요호뿐만이 아니었다. 늪지대가 진동하며 물보라가 터져 나올 때, 그 안에 빽빽하게 들어차 있던 거대 촉수들도 함께 튀어나왔다. 몇몇 요호들은 그 촉수를 타고 높이 솟아오르고 있었다. 이 요호들은 촉수를 조종하며, 정밀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촉수는 빠르게 펼쳐진 후, 마치 활짝 피지 못한 국화꽃처럼 일행을 가두려 했다.

갑작스러운 상황에 사환려는 그야말로 깜짝 놀라 얼굴이 창백해졌다.

대경실색한 향명은 이미 사환려의 팔을 붙잡고 허공으로 날아오르며, 아직 미처 닫히지 않은 위쪽의 작은 하늘을 향해 쏘아져 나가고 있었다.

다만 향명과 사환려, 두 사람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그리 크지 않을 듯했다.

우유도를 포위하고 있던 수행 인원들은, 우유도를 포위하며 넓은 원을 그리고 있었기에, 촉수들의 범위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있었다. 하지만 향명과 사환려는 촉수들의 중심에 있었다. 촉수들의 목적은 바로 이 두 사람이었으니, 이 두 사람은 빠져나갈 가능성이 높지 않았다.

“성주를 보호하고 길을 열어라!”

호위들 또한 이를 깨달았다는 듯, 분분히 중심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쏘아져 나갔다.

하지만 이때, 수없이 많은 요호들이 화살처럼 쏘아져 오더니 각각 흔들리고 있는 촉수에 달라붙었다. 그리고 꼬리를 흔들며 울부짖었다. 곧 요호들의 몸에서 빛이 나며, 그 요력이 부시등에 주입되기 시작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요호가 자신의 요력을 부시등에 밀어 넣었다.

그러자 온갖 촉수들이 사납게 휘둘러지며 향명 일행을 향해 다가가던 호위들을 막아섰다. 촉수들이 워낙 흉포하게 움직이며 휘둘러지는 바람에, 호위들은 향명 일행에게 전혀 다가갈 수가 없었다.

그렇게 향명과 사환려는 벗어나지 못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촉수들에 의해 하늘이 닫혔다. 내부는 칠흑 같은 어둠에 집어 삼켜졌다.

촉수들은 아주 꼼꼼히 사환려 일행을 감싼 채 닫혔고, 사환려 일행은 마치 누에고치에 둘러싸인 것처럼 온전히 사방이 촉수로 꽉 막히게 되었다.

다만, 향명과 사환려, 두 사람 근처에 있던 흑운과 우유도 또한 촉수에 함께 갇히게 되었다.

“갑시다!”

그러나 흑운은 아주 태연한 목소리로 우유도에게 말했다. 이후, 내부에서 흑운은 촉수의 벽에 다가간 후, 손을 뻗어 촉수의 벽에 갖다 대었다. 그리고 요력을 주입해 부시등을 조종하기 시작했다.

이후, 내부를 압박해 들어오던 부시등의 벽 사이로 작은 공간이 만들어졌다. 촉수는 아주 조금 열리더니, 우유도와 흑운만을 뱉어내고는 다시 굳게 닫혔다.

“우유도!”

안에 있는 향명의 비통한 고함이 들렸다. 상상도 못 했다. 안이 너무나 캄캄했고, 또 워낙 정신이 없던 터라 우유도와 그 옆에 있던 사람이 무슨 짓을 하는지조차 눈치채지 못한 것이었다.

게다가 설마 우유도가 요호와 결탁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대체 누가 그것을 예측할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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