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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04화 (401/1,000)

1304화. 승자독식!

요호들이 집단으로 조종하는 부시등의 함정에 빠졌을 경우, 웬만한 수행자라도 벗어나는 것이 어려웠다. 물론, 부시등을 많이 경험해본 요호사라면 어느 정도 대처가 될지 몰랐으나, 지금 촉수의 공격을 당한 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이 황택사지에 와본 것이었다. 그러니 이 촉수들에 대해 전혀 익숙하지 않은 상황이었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전혀 알지 못했다.

게다가 지금 향명은 일반인인 사환려를 데리고 움직여야 하는 입장이었다. 지금 사환려는 향명의 큰 짐이 되어 버렸다.

한편, 숲에 남은 채로 그곳을 지키던 세 적성성의 수행자 또한, 먼 곳에서 일어난 소리를 듣고는 무슨 일이 벌어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정확히 무슨 일인지 깨닫지 못했고, 그저 먼저 간 일행이 요호에게 습격당했다고만 여겼다.

그렇게 이들은 지원을 하기 위해 뛰어가기 시작했고, 근처에서 표묘각 인원으로 변장하고 있는 요호족의 장로들에게 소리쳤다.

“사 성주님께 무슨 일이 생기면, 당신들을 절대 용서하지 않을 것이오. 빨리 가서 도우시오!”

하지만 표묘각의 사람들은 묵묵부답이었고, 다들 무표정한 얼굴을 하거나, 싸늘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이때, 숲에서 다른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갑자기 수많은 요호가 뛰어나오더니 날짐승을 향해 쏘아져 간 것이다.

깜짝 놀란 날짐승이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나무를 타고 올라 덮쳐오는 수많은 요호에게 붙잡히고 말았다.

어떤 날짐승은 요호에 붙잡혀 다시 땅으로 떨어져 내렸고, 어떤 것은 요호를 달고 하늘로 날아올랐다. 날짐승을 붙잡고 있는 요호는 날짐승을 사납게 물어뜯었고, 그대로 찢고 몸속으로 파고 들어가는 요호도 있었다. 그렇게 날짐승은 한 마리, 한 마리 바닥에 떨어져 내렸다.

유일하게 한 마리 회우조만 목숨을 건질 수 있었는데, 바로 우유도가 타고 온 날짐승만 별 탈 없이 하늘로 날아오를 수 있었다. 자신을 괴롭히는 요호가 없자, 하늘 높이 날아오른 우유도의 날짐승은 깜짝 놀라 소리 지르면서 주위를 맴돌았다.

비싼 가격과 효용성이 큰 날짐승을 그냥 죽이는 것은 사실 매우 아까웠다.

하지만 이번 일을 치르기 전, 우유도는 수차례 요호족에게 신신당부했었다.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단 한 명도 놓치지 말라고 몇 번이나 강조했었던 것이다.

그를 위해서, 혹시라도 실수가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요호 일족은 당연히 우선 목표의 탈것을 처리했다. 목표가 혹시라도 공중으로 도망간다면, 쫓고 싶어도 쫓을 수 없었다.

남겨진 적성성의 세 사람은 그 장면을 보고 눈을 부릅떴다. 곧 이들도 뭔가 상황이 이상함을 감지했다. 이들 ‘표묘각’의 사람들이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오히려 그들을 향해 무기를 겨누고 있었다.

세 사람은 급하게 그곳을 벗어나 황택사지로 도망쳤고, 호족의 장로들이 그들을 추격했다.

한편, 세 사람이 도망치는 곳마다 끝없이 요호가 조종하는 부시등이 튀어나와 앞을 가로막았고, 그들을 뒤쫓는 장로들에게 협력했다.

부시등 밖으로 나온 우유도가 저 멀리 늪지 속에서 계속해서 솟아오르는 거대한 촉수를 바라보며, 다소 걱정된다는 듯이 말했다.

“확실히 잡을 수 있소? 혹시 놓치지는 않겠소?”

옆에 있는 흑운이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이곳에 함정을 설치한 이유가 바로 이곳이 이 일대에서 부시등이 가장 밀집해 있는 곳이기 때문이오. 이미 여기에 수많은 일족을 불러 모았으니, 절대 도망가지 못할 것이오.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라고 했소. 절대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오. 그냥 내가 가서 한번 살펴봐야겠소.”

우유도가 손에 든 지령을 흔들어 공중에 있는 날짐승을 불러들였다. 그런데 우유도의 날짐승은 아래 장면에 겁을 먹고 내려오려 하지 않는 것이 아닌가.

우유도는 어쩔 수 없이 뒤돌아 말했다.

“다른 사람은 다 죽이더라도, 사환려와 향명은 살려야 하오. 그것도 힘들다면, 최소한 사환려의 안전은 보장해 주어야 하오. 절대 그녀를 건드려서는 안 되오. 그렇지 않으면 지금 우리가 하는 짓은 다 헛짓거리가 되는 것이오. 어느 정도는 사환려가 노족장을 외할머니라고 불러야 하는 사이 아니오. 안 그렇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요.”

흑운이 눈을 치켜떴다. 피가 한 방울도 섞이지 않은 사이였다. 호족에게 저런 외손녀는 필요 없었다.

하지만 사환려의 안전 같은 경우, 우유도가 신신당부했었기 때문에, 절대 사환려를 어떻게 할 생각이 없었다. 이번 행동의 목표가 사환려를 납치하는 것이다. 흑운도 일족의 여우들에게 당부한 바 있었다. 그런데도 지금 그는 옆에 있는 장로들에게 다시금 당부의 말을 전했다.

흑운이 일을 처리한 후, 우유도가 몸을 날렸고, 흑운이 그 뒤를 따랐다.

현장에서 좀 멀어진 후, 우유도가 다시 회우조를 부르자, 그제야 고도를 낮춰 아래로 날아왔다. 우유도와 흑운이 날짐승 위에 올라타고는, 적성성의 세 사람이 도망친 방향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우유도가 도착했을 때, 세 도망자는 이미 부시등에 붙잡혀서 늪지 속으로 끌려가고 있었다.

세 사람이 다시 밖으로 나왔을 때는 이미 온몸에 피 칠갑을 한 시체가 되어있었다.

후환이 처리된 것을 확인한 우유도는 다시 날짐승을 타고 돌아갔고, 세 구의 시체 같은 경우는 호족에게 알아서 처리하게 했다. 곧 호족의 여우들이 시체에 달려들어 뼈만 남기고 뜯어 먹었다.

우유도는 사람을 뜯어 먹는 장면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았다. 그 정도로 비위가 좋지 않았기 때문에 곧 자리를 벗어났다.

우유도가 다시 원래 있던 곳으로 돌아왔을 때, 현장은 이미 고요했다. 수많은 요호도 사라진 후였고, 부시등 안에 갇힌 목표는 이미 지하 속으로 끌려간 것 같았다.

잠시 후, 늪지 속에서 호족의 장로가 나타났다. 그 외에 다른 사람들도 하나둘 위로 떠올랐는데, 그중에는 시신도 있었고, 살아있는 사람도 있었다. 사환려는 호족의 두 팔에 축 늘어져 안겨있었다.

우유도와 흑운은 날짐승에서 뛰어내렸다.

살아있는 사람은 적성성의 총관 향명이었다. 아주 낭패한 모습으로 붙잡힌 상태에서 발버둥 치며 소리치고 있었다.

“아가씨, 아가씨, 아가씨…….”

그가 아무리 소리 질러도 사환려는 아무 반응이 없었다. 향명은 하늘을 보고 눈물을 흘렸다.

“선생님과 부인의 은혜가 하늘 같습니다. 다만 이 늙은이가 무능하여 아가씨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향명이 말하는 선생님은 당연히 사여래를 지칭했다. 다만 그 부인은 나방비가 아니라, 사여래의 전 부인, 즉 사환려의 생모를 말하는 것이었다.

사환려는 죽은 사람 같았다. 눈살을 찌푸린 우유도가 호족에게 안겨있는 사환려를 턱으로 가리키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어찌 된 일이오?”

흑운도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다치게 하지 말고 살려서 붙잡으라고 하지 않았소?”

사환려를 안고 있는 장로가 쓴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족장, 이 여잔 무사하오. 지금 단지 놀라 기절했을 뿐이지. 언제든지 깨울 수 있소.”

그리고 한쪽에 있는 향명을 바라보며 말했다.

“오히려 이 늙은이가 죽어도 항복을 하지 않으려고 하니, 하마터면 죽일 뻔했소이다. 다행히 이 여자에 대한 충성심이 대단해서. 이 여자가 우리 손에 들어온 후에 협박하니 그 즉시 저항을 포기했소. 덕분에 사로잡을 수 있었소.”

별일 없다는 말을 들은 우유도는 직접 사환려의 상태를 확인해 보고는 그제야 안도할 수 있었다.

이때 향명은 우유도를 발견하고는, 분노에 찬 고함을 질렀다.

“우유도! 간덩이가 부었구나. 감히 요호 일족과 결탁하다니, 성존의 분노가 두렵지 않은 것이냐!”

믿을 수 없었다. 우유도가 어떻게 요호 일족과 결탁했단 말인가? 성경에서 요호 일족에 사람을 집어넣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도를 했고, 또 얼마나 많이 실패했는지 몰랐다. 또 그 때문에 요호 일족은 외부인을 쉽게 믿지 않았다.

우유도가 돌연 뒤돌아보더니, 갑자기 또렷하고 힘 있는 목소리로 말했다.

“승자는 왕이 되고, 패자는 역적이 되는 것이지!”

“…….”

향명은 우유도의 기세와 그 내용 때문에 잠시 말문이 막혔다. 하지만 곧 다시 분노하며 말했다.

“감히 아가씨를 건드리다니, 사 선생님이 절대 널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우유도가 갑자기 웃더니 말했다.

“그건 향 총관이 걱정할 일이 아니지. 사여래가 자신의 딸을 구할 생각이 있다면, 나도 사 성주를 손가락 하나 건들지 않을 거야. 그가 너흴 구할 생각이 있다면, 너희를 안전하게 사여래에게 돌려줄 거란 말이지. 하지만 만약 구할 생각이 없다면, 나도 어쩔 수 없군.”

향명은 멈칫했다. 자신들을 살려서 붙잡은 이유가 사여래를 협박하기 위해서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우유도,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이냐!”

“내가 무슨 짓을 하려는지 그건 당신이 신경 쓸 일도 아니고, 신경 쓸 자격도 없어.”

우유도가 한마디 하고는 입을 다물게 하라고 손짓했다. 향명은 기가 막혔다. 지금 우유도는 당시 적성성에서 만났던 그 우유도가 아니었다.

향명을 붙잡고 있던 호족 장로는 즉시 향명의 목덜미를 후려쳤고, 향명은 곧 눈을 뒤집으며 기절했다.

“일단 저들을 데려가서 잘 관리해 주시오. 절대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되오. 그리고 나중에 내가 연락하면 지정한 장소에 저들을 데려다주면 되오.”

흑운이 끄덕이며 손짓하자, 호족 장로들이 다시 두 사람을 데리고 늪지 안으로 빠져들었다.

현장에는 흑운과 우유도만이 남았다. 모든 전투의 흔적은 모두 늪지 속에 가라앉았다. 주위를 둘러본 흑운이 크게 웃었다.

“어떻게 저들을 이곳으로 데려올까 걱정했었는데, 그대 사부의 행궁을 구실로 삼다니, 저들이 따라오지 않았으면 어쩔 뻔했소?”

그 말은 만약 상대방이 함정에 걸리지 않았을 경우를 상정한 것이었다. 만약 우유도가 한 말이 퍼져나간다면, 우유도는 아주 곤란해졌을 것이다. 그런 말은 일단 입 밖으로 내뱉으면 회수할 여지도 없는 말이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 위험을 감당해야 할 만큼, 충분히 유혹적인 이유였소. 그 정도 유혹이 아니었다면, 저들을 불러들일 수 없었을 것이오. 계획은 변화를 따라올 수 없다는 말도 있지 않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소. 내가 알아보니, 혼례가 끝나고 그날 저녁에 바로 떠난다고 했소. 내게 준비할 시간을 조금도 주지 않은 것이지.

당신들이 움직이는 속도로, 날짐승도 없이 시간 안에 적당한 장소에 매복하는 건 불가능했소. 만약 이번 기회를 놓치면 다음 기회는 얻기 어려웠을 것이오. 거기에 황택사지라면 당신들도 성공할 확신이 더 들지 않겠소. 나는 임기응변에 단호한 결정을 내려야 했소. 나도 어쩔 수 없이 위험을 감수한 것이오!”

흑운이 고개를 저었다. 어지간히 감개무량한 얼굴이었다.

“그래서 다음은 어떻게 할 것이오?”

“사람이 내 손에 있으니, 내 배후에 있는 흑막이 사여래인지 한방에 알 수 있지. 만약 사여래라면…. 아무리 초대해도 받아들이지 않으니, 이제는 끌어내야지.”

우유도는 흑운에게 계획을 알려주고는 말했다.

“시간이 많지 않아 여기 오래 머물 수 없겠소. 먼저 갈 테니, 나머지는 족장이 잘 처리해 주시오.”

“걱정하지 마시오. 가장 어려운 일을 처리했으니, 나머지 사소한 일들은 아무 문제 없소.”

우유도는 그대로 지령을 이용해 허공을 맴돌고 있는 회우조를 불러 타고는 빠르게 허공으로 사라졌다.

우유도는 신속하게 진관과 가정걸과 합류하고는 그들과 같이 문천성으로 복귀했다.

우유도가 문천성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이틀이 지나있었다. 우유도는 문천성에 적당한 변명을 하고는 자신의 거처로 돌아갔다.

돌아온 우유도는 바로 자신의 서재에 들어가 서신을 한 장 쓰고는 자신이 직접 조각한 은비녀 안에 집어넣고 밀봉했다.

그리고 바로 곡령곤에게 연락해 비녀를 건네며 단단히 당부했다.

“이 서신을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 전하면서, 단단히 당부해야 할 것이오. 진정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사람만이 이것을 보아야 하오. 곡 형에게 다시 한번 당부의 말을 하자면, 절대 이 서신을 열어볼 생각하지 마시오.

만약 서신의 내용을 그대가 본다면, 아니면 봉인이 조금이라도 이상하면, 장담하는데 곡 형은 목숨을 잃을 것이오. 내가 당신을 가만히 내버려 두어도, 당신 뒤에 있는 사람이 절대 당신을 살려두지 않을 것이오. 꼭 기억하길 바라겠소!”

곡령곤은 매우 놀라, 물건을 받아들고 끄덕이며 말했다.

“최대한 빨리 상부에 전하겠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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