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08화. 만남 (2)
사방이 적인 난세에서, 자리 잡기 위해서, 또 한쪽 세력을 든든히 떠받치기 위해서는 얽혀 있는 요소들이 수없이 많았다. 우유도 혼자서는 할 수 있는 것이 별로 없었다. 두 주먹이 아무리 싸움을 잘해도 소용이 없었다. 혼자서 대소사를 가리지 않고 모든 일에 대비할 수는 없었다. 이처럼 자신을 도와주는 사람들이 없다면, 어느 순간 다른 사람에게 속아 배신당해도 모를 것이다.
“네 곁에 정보의 중추를 관리하는 사람을 밀정으로 만들었으니, 너를 감시하는 측면에서 봤을 때 의미가 남다르다 할 수 있었다. 그러니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표묘각은 다시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을 함부로 끌어들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다가 네가 의심을 하고 숙청을 하는 과정에 공손포가 휘말릴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우리 쪽 사람들이 네 주변의 상황을 분석한 결과, 방금 이야기한 것 외에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이 많지는 않지만, 파벌이 나뉘어 있다는 결론을 내렸지. 내부에, 부방원 쪽 파벌과 원강 쪽 파벌이 있어, 이들 두 파벌은 서로 견제하며 서로 감시하고 있다고 파악했다. 외부로는 유선종 등 세 문파가 한 파벌이고, 도운산과 요수들이 또 한 파벌이지….”
사여래는 여기까지 이야기했다가 멈칫했다. 도운산을 언급하니, 백리갈의 신분이 들통난 것까지 생각이 미친 것이다. 사여래는 돌연 뭔가 떠오른 것처럼 천천히 입을 열었다.
“도운산의 요수들이 왜 갑자기 네게 간 거지?”
우유도의 두 눈이 번뜩였다. 사여래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대략 추측하고는 웃으며 물었다.
“선생님은 무엇을 묻고 싶으신 겁니까?”
“너는 백리갈의 신분을 알았다. 백리갈이 도운산의 요수들과 접촉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들 요수가 모두 네게 몰려가 너를 돕게 되었지. 그 안에 분명 표묘각이 모르는 이유가 있을 것 같군.”
우유도가 미소지으며 반문했다.
“그럼 표묘각은 어째서 백리갈을 도운산으로 보낸 겁니까?”
“도운산에서 사용하는 수련용 영원단의 사용량에 변화가 생겼다. 표묘각은 당연히 사람을 보내 그 원인을 알아보려 한 것이다.”
“영원단의 용량이 가끔 변하는 건 정상적인 상황 아닙니까?”
“갑자기 대량으로 구매했고, 도운산 내부에 있는 표묘각의 밀정은 그 원인을 몰랐다. 이것도 정상이라 할 수 있나?”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그럼 뭘 조사하려고 했습니까?”
“너는 지존들이 뭘 경계하는지 알 것이다.”
“호오, 알겠습니다. 갑자기 누군가가 원영기에 도달해 자신들의 통치 지위를 위협할까 봐 걱정하는 거군요. 단지 그런 사소한 이상도 그냥 간과하지 않다니. 너무 조심하는 것은 아닙니까?”
“아무 이유 없이 그러는 것은 아니다. 이 천하가 얼마나 넓은가. 그 무슨 일이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곳이지. 예전에도 누군가 원영기에 도달한 적이 있었다. 하지만 저들이 연합해서 죽여버렸지. 멀리 갈 필요 없이, 조국이 멸망하기 전날 밤, 기운종은 세 명의 태상 장로를 수많은 제자와 같이 조국 황궁으로 보내 약탈하게 했지. 하지만 그날 기운종의 세 태상 장로는 소리소문없이 사라졌다.”
“그렇게 황궁 내부로 대대적으로 쳐들어간 상황에서, 그들 세 사람의 실력으로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니, 의심할 만한 상황이지. 정말로 우연찮게 어떤 다른 문제가 생긴 것이 아니라면, 바로 그들 세 사람은 손쉽게 압도할 수 있는 고수가 나타난 것이라 할 수 있지. 어쩌면 조국 황궁 내부에 원영기 고수가 숨어있었을 수도 있는 일인 것이지!”
우유도가 깜짝 놀라 물었다.
“확실합니까?”
“아직 확신할 수는 없다. 하지만 의심스러운 상황이지. 지존들은 이미 의심을 하기 시작했고, 심지어 그 대상을 특정하기까지 했지.”
우유도가 즉시 물었다.
“누구입니까?”
“조국 황궁에 있는 모든 사람을 샅샅이 살펴보았다. 연령부터 어떠한 흔적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조사해 보았지. 그중에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해무극 곁에 있으며, 누대에 걸쳐 황제를 보필한 늙은 내시 제갈지다. 지금 지존들은 이미 비밀리에 조국 황제 해무극 등, 사람들의 행방을 추적하고 있다. 해무극의 모친, 전 조국의 태후 상유란도 이미 비밀리에 감시받고 있지.”
우유도의 두 눈이 번뜩였다.
“그러니까, 해무극을 찾으면, 제갈지를 찾을 수 있단 말씀입니까?”
“그럴 것이라 예상한다.”
우유도가 갑자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만약 그 제갈지가 정말 원영기의 고수라면 나중에 지존들에게 대항할 때 큰 힘이 될 것입니다. 그러니 절대 지존들의 손에 그자를 넘겨줄 수 없습니다. 반드시 지존들보다 먼저 찾아내야 합니다. 나중에 선생님께서 다시 제게 소식을 전해 주십시오. 저도 제 사람을 움직여 찾아 나서야겠습니다.”
“절대 함부로 움직이지 말아라. 네 편의 사람 중에 정위가 다른 밀정을 심어놓았는지 알 수 없다. 관례에 따라 누가 표묘각을 인계받든, 다들 전임 각주의 사람들을 크게 신임하지 않지. 대부분의 밀정은 버려지고, 암중에 자신의 사람들을 다시 심어 비밀스러운 일을 시키고는 한다. 너는 이미 정위의 주목을 받고 있으니, 정위가 움직였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만약 네 행동이 들킨다면, 너는 큰 화를 입게 될 것이고, 누구도 너를 구하지 못할 것이다.”
“혹시 지존들보다 먼저 제갈지를 빼돌릴 수 없습니까?”
“장난하나? 내 사람을 시켜 대대적으로 제갈지를 찾으란 말이냐? 말하지 않았나. 우리는 지존들의 감시를 받고 있으니, 쉽게 움직일 수 없다고 말이다. 만약 내가 마음껏 움직일 수 있었다면 너를 뒤에서 도울 필요가 없었을 것이다. 만약 내 사람이 이쪽에 어떤 흔적이라도 남긴다면, 저들이 즉시 발견할 것이다.”
“그럼 어쩔 수 없이 제가 나서야겠군요.”
사여래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죽고 싶어 환장했나?”
“제갈지 쪽의 소식에 계속 주의를 기울여 주십시오. 일단 제갈지의 행적을 발견하면 즉시 연락을 주십시오. 제가 사람을 준비하겠습니다.”
“내 말을 완전히 못 알아듣는 것인가?”
“선생님이 이런 소식을 알고 있다는 것은, 따로 소식통이 있다는 말이니, 그냥 늦지 않게 소식을 전해 주기만 하면 됩니다. 나머지는 제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죽을 짓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제 세력이 아니라, 다른 세력을 시켜 개입하게 할 것입니다.”
“또 무슨 세력이 있단 말인가?”
“지금은 알려드리기 어렵습니다.”
“말하지 않으면 내가 어떻게 믿지? 일단 나를 등에 업고 그 일에 개입했다가 들키면, 나도 같이 얽혀 들어갈 것이 분명하니, 내가 그 일을 왜 승낙해야 하지?”
우유도가 잠시 침묵하더니 사여래의 두 눈을 빤히 바라보며 말했다.
“마교!”
“마교?”
사여래가 멈칫하더니 곧 머뭇거리며 말했다.
“지금 조웅가 쪽을 이야기하는 것인가?”
우유도가 끄덕였다.
“만약 제갈지가 정말 원영기의 고수라면, 더는 도망갈 곳이 없습니다. 지존들은 절대 그자를 놓아주지 않겠지요. 그러니 우리가 손을 내밀기만 하면, 우리에게 협조하게 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 없는 일입니다! 방금 도운산에 대해서 물어보지 않았습니까? 말씀드리죠. 맞습니다. 표묘각의 행동은 틀리지 않았습니다. 운희는 줄곧 실력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그녀는 이미 원영의 경지를 돌파했습니다!”
방금 사여래가 했던 말들이 진심인지 거짓인지는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제 와서는 우유도 또한 모험을 할 수밖에 없었다. 이미 사여래가 모험을 했다. 그러니 우유도 또한 무언가 보여주었다. 어쨌든, 서로 믿음의 모험을 하고 있는 것이었다.
만약 사여래가 정말로 지존들에게 반항할 마음이 있는 것이라면, 우유도는 사여래에게 자신이 이미 지존들에 대항할 만한 어느 정도의 실력을 보유했다는 것을 알려줄 필요가 있었다.
이번에 위험을 무릅쓰고 사환려를 납치한 것은, 바로 사여래를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서였다. 지금 우유도의 처지에서는 사여래 같은 인물의 협조가 필요했다. 그렇지 않으면 우유도는 살아서 성경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물론, 성경 안에 숨어서 나가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성경에서는 우유도에게 수련에 필요한 어떤 자원도 제공해 주지 않으니, 이곳에 숨어서 수련한다면 어느 세월에 경지를 높일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놀라웠다!
사여래는 그야말로 매우 놀랐다. 우유도 곁에 원영기의 고수가 숨어있었다니.
“불가능해!”
“왜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십니까? 그 전에 이 넓은 천하에 무슨 일이든 일어날 수 있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사 선생님, 제가 지금 그런 일 가지고 거짓말할 필요가 있어 보이십니까? 설사 거짓이라 해도, 만약 제가 이런 말을 했다는 것이 퍼진다면 마찬가지로 죽을 수 있는 말입니다. 감당하기 어려운 말이지요.”
“하지만 육신이 충분히 견고하지 않으면, 그 방대한 법력을 견딜 수 없다. 그녀에게 무량과가 어디 있어서 육신을 새로 만들 수 있단 말이냐?”
“운희의 출신을 아십니까?”
사여래가 놀란 얼굴로 말했다.
“도운산의 요수가 아니냐?”
“인제 보니 표묘각도 도운산에 나타나기 전, 그녀의 출신을 모르는 것 같군요. 난 또 표묘각이 모르는 게 없는 줄 알았습니다.”
“천하의 수많은 사람, 천하의 수많은 사건, 다들 각자의 사정이 있고, 사람의 마음은 헤아리기 어려우니 표묘각이 그 모든 일을 다 알 수 있을 리가 없지. 만약 정말 그랬다면 너와 나의 비밀도 숨길 수 없었을 것이고, 제갈지도 지금 와서 의심을 받지 않았겠지. 이 넓은 천하에서 사람의 힘으로 할 수 없는 일들은 너무나 많지. 네 말을 들으면, 설마 그 뱀 요괴에게 특별한 출신이라도 있단 말이냐?”
“운희는 원래 만수문 전전임 장문인 주적성의 애완동물이었습니다. 그리고 만수문의 보물인 만수영주에는 한가지 비밀이 대대로 이어져 내려오고 있지요. 만수영주가 짐승들을 통제할 수 있는 이유는 만수영주 안에 전설의 봉황혈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요수에게는 무량과와 똑같은 효과를 내는 것이지요.
주적성이 너무 갑작스럽게 죽는 바람에 그 비밀이 후대에 전해지지 않았습니다. 다르게 보면 그 비밀이 주적성의 애완동물이자, 지금의 운희에 의해 중간에 저지당한 것이라 볼 수도 있겠군요. 주적성의 실종과 같이 사라졌던 만수영주를 나중에 운희가 찾아냈습니다. 이 정도면 아주 상세하게 설명해 드린 것 같군요.”
접몽환계에서 있었던 일은 아직 사여래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었다. 사여래가 크게 놀라며 말했다.
“그렇군, 정말로 세상에는 별일이 다 있군.”
결국 사여래가 끄덕이며 말했다.
“좋아. 제갈지의 일은 나도 최선을 다하겠다. 하지만 최대한 안정적으로 일을 진행할 것이기 때문에, 지존들이 제갈지의 흔적을 발견하고 손을 쓰기 전에 네게 소식을 전할 수 있을지는 장담하기 어렵군.”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안정적이지 않은 상황에서 움직이는 것은 무덤을 파는 것이니 아무 의미 없습니다.”
“그리고, 운희에 대해서 알고 있는 사람이 또 있나?”
사여래가 갑자기 물었다.
“만수영주의 진정한 비밀은 운희가 제게만 몰래 알려준 것입니다. 그녀가 남몰래 원영기에 도달했다는 사실은 저만 알고 있었지요. 물론, 지금은 한사람이 늘었지만 말입니다. 이 정도면 제 성의를 충분히 보여준 것 같습니다만?”
사여래가 손사래를 치며 우유도의 성의를 의심한다는 것이 아니라는 듯이 말했다.
“당부할 말이 있어 그러는 것이다. 자금동의 밀정이 보고한 내용에 따르면, 넌 자금동 안에서 종곡자와 가깝게 지냈다고 알고 있다. 너는 이 일을 절대 네 사부인 자금동의 종곡자에게 알리지 말아야 한다. 그는 표묘각의 사람이다.”
“허?”
우유도가 깜짝 놀랐다. 예상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얼마 뒤면 죽을 사람이었다. 그런 사람이 표묘각의 사람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