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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09화 (406/1,000)

1309화. 만남 (3)

“확실합니까?”

사여래가 끄덕였다.

“틀림없다. 네게 관심이 있었으니, 자금동과 관련된 과거 기록을 살펴본 적이 있다. 과거 표묘각이 자금동에 심어놓은 모든 밀정의 명단 중에 분명 종곡자의 이름이 있었다. 나도 의외였다. 이에 자세히 살펴보니, 그때 종곡자는 자금동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였더구나.

그 잠재력을 높이 산 표묘각이 그를 회유했다. 곧 표묘각의 충분한 지원으로, 종곡자는 자금동의 각종 임무를 훌륭하게 완수했고, 나중에 자금동의 장로가 될 수 있었다. 그 배후에서는 표묘각의 비밀스러운 지원이 적지 않았다.”

“하지만 그가 은거에 들어가고 곧 수명이 끝나가자, 표묘각도 기본적으로 그를 포기하고 자유롭게 풀어주었다. 그 곁에 표묘각과 연락할 수 있는 금시가 늙어 죽은 후, 표묘각은 다시 그에게 연락하지 않았다. 그에게 천수를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것이다.

아마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라면, 다시 그에게 연락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 해도, 경계할 필요는 있다. 너는 정위에게 너무 큰 원한을 샀다. 덕분에 정위의 체면은 땅에 떨어졌고, 너를 상대하기 위해서, 정위가 다시 종곡자를 이용하려 할지도 모른다.”

“종곡자의 평생 명성이 표묘각의 손에 달려있으니, 정위가 그를 이용하고자 한다면, 그는 따르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운희와 관련된 일을 절대 그가 알게 해서는 안 된다.”

우유도의 마음속은 한순간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 우유도는 사여래가 자신을 속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았다. 속일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이건 진심 어린 충고였다.

우유도는 충격적이었다. 더는 세속에 신경 쓰지 않고, 귀면각 안에서 얼마 남지 않은 여생을 이어가고 있는 종곡자가 자금동 내부의 첩자였다니! 만약 사여래의 충고가 아니었다면, 우유도는 다른 사람을 다 의심해도 종곡자를 의심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솔직히 의심할 만한 건덕지가 없었다. 종곡자는 귀면각에 틀어박혀 외부 사람들과 왕래가 없었다. 심지어 최대한 문파의 내부 일에 간섭하지 않으려고 했고, 귀면각 아래 있는 사람들에게도 문파 내부의 권력 분쟁에 끼어들지 못하게 했다. 그러니 의심할 이유가 없었다.

종곡자의 이야기를 들은 우유도는 큰 경각심이 생겼다.

“제 주변에 있는 모든 표묘각 이목의 명단을 구해주십시오. 아니, 제 주변뿐만 아니라. 표묘각이 외부에 배치한 모든 이목의 명단이 필요합니다. 선생님이 그런 마음을 품고 있었다고 하니, 아마 이미 표묘각의 비밀 인원의 명단을 여분으로 준비해 놓았을 거라 믿습니다.”

사여래가 고개를 저었다.

“힘들어. 표묘각의 기밀을 보관하는 곳은 지존들의 측근들이 돌아가며 지키고 있다. 그곳은 천하를 통제하는 가장 중요한 곳이라 할 수 있지. 그 방비가 무량원과 비교할 만한 곳이라 할 수 있다. 모든 기밀은 들어갈 수만 있고, 단 종이 한 장이라도 가지고 나올 수 없는 곳이다.

기밀은 그 안에서 살펴볼 수만 있고, 살펴볼 때도 옆에서 항상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서, 그 안에서 물건을 가지고 나올 수 없는 환경이지. 그리고 거기에 기록된 인원이 너무 많아. 내가 그 사람들을 다 기억할 수 있을 정도로 기억력이 좋지는 않군. 단지 흥미 있는 부분을 좀 더 많이 읽고, 일부를 기억할 뿐이지.”

그런 상황이란 말인가? 우유도는 눈살을 찌푸리더니 다시 물었다.

“그전에 제게 그리 관심이 많았다면, 제 곁에 있는 사람들의 명단 정도는 그나마 기억하시겠군요.”

사여래가 끄덕이며 말했다.

“맞아, 너를 선택했을 때 이미 그쪽으로 준비를 끝내놓았지. 만약의 상황에 너를 돕기 위해서, 하나둘씩 네 곁에 숨어있는 밀정들의 이름을 모두 기억했다가 다른 사람이 보지 않을 때 기록해 명단으로 만들어 놓았다.”

우유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그걸 제게 넘겨 주십시오.”

“내 딸아이의 안전을 확인하면 당연히 건네줄 것이다. 심지어 그 물건은 비밀을 요하는 문건이니, 가지고 다닐 리도 없다. 지금 당장은 줄 수 없다는 말이지.”

“지금은 저와 자주 접촉하는 사람 중에 있는 표묘각 인원을 알려주시는 거면 충분합니다.”

사여래가 고개를 저었다.

“주의 깊게 살펴보았었다. 하지만 공손포를 제외하고는 없었던 거로 기억한다. 나중에 정위가 다른 사람을 심었는지는 나도 알 수 없군. 표묘각 각주의 자리를 내주었으니, 나는 이제 기밀을 살펴볼 권한이 없다.”

“관방의의 부방원 사람 중에는 없습니까?”

“그건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녀 곁은 아주 깔끔했다. 없다.”

사여래가 고개를 저으다가 갑자기 의아하다는 듯이 물었다.

“그녀를 의심하나? 내가 알기로, 그녀는 네 완벽한 심복이다. 둘 사이에 남녀 관계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째서 그녀를 의심하는 건가? 혹시 뭔가 의심스러운 부분이 있는 것인가?”

“그녀를 의심하는 것이 아닙니다. 지금까지 저를 따르면서 문제가 있었다면 제가 모를 수 없습니다. 단지 저는 과거 그녀의 명성 때문에 그렇습니다. 방금 어느 정도 영향력이 있는 곳에는 표묘각이 다 밀정을 심어놓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혹시 표묘각은 부방원에 사람을 들여보내지 않았습니까? 그녀의 사람은 지금 다 제 사람이 되었으니, 경계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제 선생님의 도움이 있으니, 이번 기회에 한 번 알아볼까 하는 것입니다.”

사여래가 끄덕이며 말했다.

“근거 없는 의심은 아니군. 나도 너를 주목하고 네 주위 상황을 살펴볼 당시, 부방원의 상황을 조사한 적이 있었다. 과거 문서에 따르면, 관방의의 명성이 하늘을 찌를 당시, 표묘각은 확실히 부방원 내부에 사람을 심으려고 했었다. 하지만 왜인지 그 안에 심어놓은 사람들은 하나둘 예상치 못한 사고를 당했다. 소리소문없이 사라지든지, 아니면 누군가에게 살해당했지.”

우유도가 깜짝 놀라 말했다.

“그게 단순 사고라고 생각하시는 겁니까?”

우유도의 말에 사여래도 고개를 저었다.

“당연히 표묘각도 단순 사고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표묘각이 심어놓은 사람이 들어가기만 하면 사라지니 세상에 그런 공교로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이냐. 표묘각을 적대하고, 이토록 신통하니 표묘각이 조사하지 않을 수 없었지. 도대체 누가 수작을 부리고 있는지 당연히 엄중히 조사에 들어갔지.”

거기까지 이야기하던 그가 갑자기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저었다. 우유도가 다급히 물었다.

“조사 결과가 어땠습니까?”

“결과가 있었다. 그런데 그 결과라는 것이 참으로 황당했지. 누군가 암중에 관방의를 보호하고 있었다. 누가 관방의를 보호하고 있었는지 너는 아마 모를 것이다. 어디 한번 맞춰 보아라.”

우유도는 속으로 이미 누군지 알겠다며 중얼거렸다. 아마 마교일 것이다. 마교가 이미 오래전부터 관방의를 보호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다만 이 마교의 능력이 우유도의 상상을 뛰어넘었다. 표묘각이 심어놓은 사람들을 정확하게 찾아내서 처리하다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비록 마음속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우유도는 모르는 척 물었다.

“제가 그걸 어찌 알겠습니까. 누구였습니까?”

사여래는 고개를 들어 협곡 위의 밤하늘을 바라보며 말했다.

“제국 황제 호운도였다!”

“호운도?”

우유도가 입을 쩍 벌렸다. 마교가 아니라 호운도라고? 우유도가 다급히 물었다.

“비록 관방의의 미모가 천하의 이름을 떨쳤다 한들, 설마 당당한 제국의 황제가 그녀를 위해서 표묘각에 맞서다니…. 정말입니까?”

“하지만 현실은 또 그토록 기이한 것이지. 그 호운도는 관방의를 보호하기 위해서 제국의 방대한 첩보 기관인 교사대의 힘을 동원하기까지 했다. 그러니 당연히, 제국 교사대에 의해 우리 표묘각의 사람조차 밝혀진 것이다. 신분이 명확하지 않은 사람, 조금이라도 의심스러운 사람 중에 부방원에 들어간 사람은 모두 제국 교사대가 비밀리에 처리해 버린 것이지.”

우유도는 믿을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겨우 호운도의 힘으로 표묘각과 맞선단 말입니까?”

“당연히 대놓고 표묘각에 맞설 수는 없지. 하지만 밀정을 심는 이런 일은 원래 대놓고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당연히 비밀리에 해야 했지. 호운도는 제경을 아주 치밀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호운도는 제경에서 천시와 지리를 선점했으니, 겉으로도, 암중으로도 언제든지 각종 세력을 동원할 수 있었다. 그렇다고 표묘각이 나서서 밀정을 심는 일을 밝힐 수도 없으니, 똥개도 자기 집에서는 반은 먹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듯이 황제인데 오죽했겠나.”

“생각해보아라, 관방의는 제경이라는 그 조그만 곳에서 거의 평생을 벗어나지 않았지. 그러니 그야말로 완벽하게 호운도 세력의 보호 속에 있었던 것이야. 바람에 풀잎이 흔들리는 것조차 교사대의 눈을 벗어나지 못한 것이다. 부방원에 들어간 사람들은 언젠가는 표묘각과 연락을 취해야 했지.

그리고 부방원에 들어간 새로운 사람들은 교사대에서 콕 집어서 감시를 하다가, 나중에 외부와 연락을 취하는 것을 발견하기만 하면, 교사대는 그 즉시 손을 써서 그자들을 모두 처리해 버렸지. 목표가 이처럼 명확하니, 표묘각이 뭘 더 어찌할까?”

확실히 황당했다. 우유도가 이해하지 못하고 물었다.

“대체 호운도가 왜 그랬습니까?”

“당시 표묘각은 제국 교사대가 하는 짓이라는 것을 발견하고는 마찬가지로 의문을 가지게 되었지. 곧 교사대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게 되었다. 이후, 그 모든 것이 호운도의 뜻이라는 것이 밝혀졌다. 이유 또한 실로 단순했다. 호운도가 관방의를 보호하는 것은, 호운도가 관방의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호운도가 관방의를? 우유도는 입을 쩍 벌리고 한참을 침묵하다가 물었다.

“잘못 아신 것 아닙니까? 제가 알기로, 관방의는 호운도와 아무런 인연이 없었습니다. 관방의는 심지어 호운도를 만난 적도 없었습니다…. 설마 관방의가 제게 거짓말을 한 것입니까?”

“둘은 확실히 만난 적이 없지. 표묘각도 두 사람이 서로 왕래한 어떤 흔적도 찾지 못했다. 그렇기에 더욱 석연치 않았지. 혹시 호운도 배후에 누군가 있어 암중에 이들을 좌우하는 것은 아닌지 의심이 들었다. 그러니 당연히 조사를 멈출 수 없었다.”

“하지만 아무리 조사를 해도 아무런 단서도 찾을 수 없었다. 결국, 방법이 없어진 표묘각은 그냥 가면을 벗고, 더는 암중에 행동하지 않았다. 표묘각의 사람이 교사대를 책임지고 있는 대내총관 보심을 찾아가서 왜 관방의를 보호하고 있느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았지. 그러고 보니 너도 보심을 알고 있군.”

우유도가 끄덕이며 말했다.

“나름, 지인이라 할 수 있지요.”

“아무튼, 보심은 표묘각의 질문에 감히 아무것도 숨기지 못하고 고분고분 모든 것을 밝혔다. 호운도는 관방의를 좋아했지만, 관방의의 명성이 너무 나빴고 너무 많은 사람이 관방의를 주목하고 있었기 때문에, 호운도는 관방의를 자신의 것으로 할 수 없었던 것이었어.

호운도는 사실 황위에 오르기 전에도 이미 관방의를 좋아하고 있었다고 하더군. 그저 멀리서 몇 번 본 것만으로 그녀의 아름다움에 끌렸던 것이지. 첫눈에 반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는 황위 경쟁을 하고 있던 와중이었기에 자신의 욕망을 자제할 수밖에 없었다. 황위에 오른 후에는 자신의 신분 때문에, 관방의의 안 좋은 평판이 자신에게 안 좋은 영향을 끼칠까 봐 어쩔 수 없이 멀리서 지켜보면서 몰래 보호하고 있었던 것이지.”

“당시 보심의 말에 따르면, 호운도는 관방의를 보호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호운도, 그 자신의 마음속에 있는 그리움을 보호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더 맞다고 했다.”

“그리움을 보호한다니, 이게….”

우유도는 할 말을 잃었다. 이 남녀의 감정이라는 것이 정말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라는 걸 깨달은 것이다. 이토록 괴이한 일이라니, 우유도는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심정이었다. 관방의는 복을 받고 있으면서도, 아마 복인 줄 몰랐을 것이다. 위풍당당한 제국의 황제가 짝사랑하는 여인이라니, 또 남몰래 그녀를 지켜주었는데, 그녀는 아무것도 몰랐다니.

물론, 알았다면, 아마 우유도에게 속아 넘어가 그를 따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이것만 보아도, 과거 얼마나 많은 남자가 관방의를 남몰래 사모했는지 알 수 있는 부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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