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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10화 (407/1,000)

1310화. 만남 (4)

우유도는 생각할수록 감개무량했다. 일국의 황제로부터 이런 대우를 받다니, 관방의가 젊었을 때 얼마나 아름다웠을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과연, 천하제일의 미녀라는 명성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단지 그 아름다운 여인은 이미 늙었고, 지금은 과거의 그 아름다움이 많이 사라졌으니, 아쉬울 뿐이었다.

“보심도 그 전에 자신이 처리한 사람들이 아마도 표묘각의 밀정들이었다는 것을 눈치채고는 더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했었다. 하지만 표묘각이 직접 나선 순간부터 더는 관방의 곁에 밀정을 심을 필요가 없어졌지.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부방원에 누가 들어가든, 사람들이 다 표묘각의 사람이라 의심할 테니 말이야.”

“이것이 바로 비밀 행동의 특수성이라 할 수 있지. 일단 정체가 들통나면, 더는 비밀이랄 것도 없어지지. 그건 행동이 철저히 실패했다는 것을 의미하니 계속 이어갈 필요가 없어지는 것이다. 거기서 멈추지 않으면 오히려 나중에는 그 때문에 다른 피해를 입을 수도 있고 말이야. 그래서 표묘각은 일찍이 관방의를 포기했다. 덕분에 그녀 곁은 아주 깔끔해. 최소한 표묘각 사람은 없는 것이 확실하다.”

그에 대해서 우유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할 수 있었다. 하늘을 보고 시간을 가늠해 보니, 두 사람은 대략 한 시진 정도 대화를 나눈 것 같았다.

말을 너무 많이 한 것 같았다. 사실 이곳은 그렇게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곳은 아니었다. 다만 다른 방법이 없었다. 두 사람은 수시로 만날 수 있는 신분이 아니다 보니, 문제가 있다면 이번 기회에 확실히 할 필요가 있었다. 우유도가 다시 물었다.

“제가 천도비경에서 표묘각의 옷을 훔치고 표묘각을 사칭한 것을 몇 명이나 알고 있습니까?”

사여래는 우유도가 뭘 걱정하는지 알고 대답했다.

“걱정할 것 없다. 지워야 할 흔적은 이미 내가 대신해서 모두 지웠다. 정위는 그 일과 관련된 어떤 것도 알지 못할 것이다.”

그 말을 들은 우유도는 드디어 안도했다. 하지만 천도비경을 이야기하자 우유도는 오랫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의문이 떠올랐다.

“성경 단련의 명단이 어찌 된 것인지 대충 알겠습니다. 그런데 천도비경의 명단이 변동된 것은 어찌 된 것입니까? 명단을 반려한 이유는 저도 들어서 알고 있습니다. 다만 표묘각이 일을 그리 대충 처리할 리 없지 않습니까. 상황을 고려했다면 마땅히 처음부터 그 부분을 언급했어야 했습니다. 이미 내려진 결정을 그리 쉽게 바꾸는 것이 참으로 이상했습니다. 그건 어찌 된 일입니까?”

그때 하마터면 천도비경 안에서 죽을 뻔했다. 기회가 왔을 때 원인을 확인해야 했다.

“역대 천도비경행이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서 내가 더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천하의 수행자들도 다들 잘 알고 있겠지. 단지 대놓고 말하는 사람이 없을 뿐이다. 너도 알다시피, 천도비경행의 목적은 바로 지존들이 수행계 세력을 약화시키고, 수행계의 힘을 일정 이상으로 강해지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다.”

“만약 이런 것 또한 없다면, 그래서 수행계를 그대로 내버려 둔다면, 수행계의 힘은 정말로 지존들이 모르는 사이에 확실히 크게 커질 수 있지. 그렇게 어느 지경을 넘어서까지 팽창하게 된다면, 분명 그중에 야심을 품은 사람들이 나타나게 될 터. 한두 명이면 표묘각에서 처리할 수 있겠지만, 너무 많이 배출 된다면, 나중에는 통제하기 어려워질 것이 분명하다.

나무기둥이 되기 전에, 싹을 미리 자르는 게 훨씬 편한 법이지 않은가. 거기에 산수를 끼워 넣은 것은, 오랫동안 내버려 둔 산수들을 겸사겸사 같이 한번 청소하자는 의미였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갑자기 각 문파의 사람들을 대거 수정하게 된 것에는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만?”

“예리하군. 자네 말대로, 처음에는 그저 연례행사였을 뿐이지. 과거와 같은 절차로 별생각 없이 진행하려 했지. 그런데 나중에 가무군이라는 사람이 찾아와 자신을 송국 승상 자평휴의 심복 책사라고 소개하며, 일개 범인이 감히 천도봉에서 세객을 자청했다.

그는 각국의 전쟁으로 인해서 각 문파의 수행자들 대부분이 모두 전장에 투입된 상태라고 말했지. 이 때문에, 각 문파에서 다들 정예 고수를 전장에 투입했고, 천도비경행에는 비교적 경지가 낮은 제자를 보냈다고 말하면서, 천도비경행을 소홀히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유도는 잠시 사여래의 말을 끊으며 물었다.

“가무군? 그 유명한 송국의 ‘은상(隱相)’말입니까?”

만나본 적은 없지만, 지금 우유도가 보유한 정보 수집 능력은 보통이 아니었다. 그러니 그런 유명한 사람에 대한 정보를 어느 정도 접할 수 있었다. 다만 큰 관심이 없어 알고 있는 것이 많지 않을 뿐이었다.

사여래가 끄덕였다.

“맞다. 바로 그자다.”

“어떻게 됐습니까?”

“표묘각도 멍청이는 아니다. 그자의 신분을 들은 후, 소국이 멸망할 위기에 처하자, 표묘각의 손을 빌려 그 국면을 만회하려 한다는 것을 알았지. 겨우 일개 범인이 감히 표묘각을 이용하려 하다니, 벌을 내리지 않을 수 없었다. 세객이 되는 것이 좋다고 하니, 사람을 시켜 그의 혀를 뿌리까지 뽑아버렸다. 그걸 교훈으로 삼게 하고자, 일벌백계한 것이다. 앞으로는 그 혀를 놀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한 가지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도 있었다. 그자의 의견은 확실히 핵심을 짚었고, 지존들의 주목을 불러 왔다. 가볍게 사실을 확인하니, 역시나 각 문파는 정예 제자를 전장에 남겨 투입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이렇게 된다면, 지존들의 의도가 약화될 수밖에 없었다. 그 때문에 명단을 반려하고 전쟁을 동결한 일이 생긴 것이다.”

우유도는 자기도 모르게 탄식을 내뱉었다. 표묘각이 전장을 동결했기에, 송국은 그 덕분에 멸망을 피할 수 있었다. 또 그 때문에 오공령은 송국 황제가 될 수 있었다. 만약 그게 아니었더라면, 오공령은 그저 변방의 장수로 생을 마감했을 터.

이것이 바로 표묘각이 최대한 세속의 분쟁에 개입하지 않으려는 이유라 할 수 있었다. 아무렇게나 내린 사소한 결정이 천하의 구조를 바꿔버렸다. 천하에서는 누구도 할 수 없는 일을, 표묘각은 손가락 한 번 들어 해치워버린 것이었다. 그러니 표묘각 또한 속세의 일에 참견하는 것에 대해 신중할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가 꼭 자신들에게 이로울 것이라는 보장은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유도는 이제야 어찌 된 일인지 알고는 자신도 모르게 침음했다.

“은상이라? 한 명의 가무군이 소리소문없이 핵심을 찔러 천하대세를 움직이고, 송국을 지키다니, 나름대로 능력이 있는 자 같습니다.”

“확실히 능력이 뛰어나긴 하다. 송국 삼대 문파가 목탁진을 폐위시키고 오공령을 황제로 옹립할 수 있었던 것은 문무백관들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렇게 사람들의 마음을 하나로 모아 한 번에 목탁진을 넘어뜨린 사람이 바로 자평휴다. 표묘각의 보고에 따르면, 송국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단서를 보았을 때, 당시 자평휴의 도박 같은 행동은 아마도 가무군이 배후에서 계획한 것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표묘각에선 자평휴가 송국의 승상이 될 수 있었던 것도 그 사람 덕분이라 생각하고 있지. 또 매번 중대 결정을 내릴 때마다 그 배후에는 그자의 그림자가 존재하지. 그것이 바로 가무군이 사람들에게 ‘은상’이라고 불리는 이유다.”

사여래의 말을 다 들은 우유도는 검 위에 올려놓은 열 손가락을 가볍게 까닥이며,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제가 안목이 없었군요. 천하의 호걸을 보고도 알아보지 못하다니. 은상…. 명불허전이군요. 절대 보통사람이 아닙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한번 만나보고 싶군요.”

사여래가 우유도를 다독이며 말했다.

“그자는 자부 깊숙한 곳에 은거하며 소리소문없이 움직이는 자다. 공명을 탐하지 않고 재물에 넘어가지 않는 자이니 아주 겸손한 자라 할 수 있다. 자신을 드러내지 않고, 또 일개 범부에 불과하니, 그를 알아보지 못했다 해서 자책할 필요는 없다.”

우유도는 미소지으며 침묵했다. 하마터면 얼렁뚱땅 천도비경에서 목숨을 잃을 뻔했다. 그런데 그 배후에 이런 인물이 숨어있었다니, 억울하게 죽을 뻔했다. 아무튼, 지금 이 순간부터, 가무군은 우유도의 관심을 받게 되었다.

그 모습을 본 사여래는 우유도가 가무군을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그건 사여래에게 중요한 것이 아니었다.

“혹시 더 알고 싶은 것이 있나?”

“알고 싶은 것은 너무 많습니다.”

“설마 이대로 나랑 밤이 새도록 대화를 나누려는 것인가?”

“좋습니다. 그럼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다시 이야기를 나누시지요.”

우유도가 끄덕였다. 그러더니 검지를 세우며 말했다.

“마지막으로 하나만 더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말하라.”

“저를 성경 밖으로 내보내 줄 수 있습니까?”

사여래가 눈살을 찌푸렸다.

“지존들의 동의가 없다면, 지금 성경을 떠날 수 없다. 설마 지금 나보고 너를 위해 나서 달라는 말은 아니겠지? 정말 나가고 싶다면, 알아서 고민해 봐라. 남도림하고 직접 연락도 주고받지 않나? 그냥 남도림에게 좀 더 공을 들이는 것이 좋겠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찾든지 말이야. 아무튼, 나는 힘들 것 같군. 지금 내 상황에서 적당한 핑곗거리도 없고 말이야.”

“제 말을 오해하셨군요. 제 말은, 다른 사람들에게 비밀로 하고, 몰래 여길 떠날 수 있냐는 말입니다.”

“미쳤나? 만약 지금 네가 성경을 떠나면, 누가 네 일을 대신하나? 만약 내가 너를 밖으로 내보낸다면 나도 화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니 몰래 저를 내보내 주셔야지요. 아무도 모르게 나갈 수만 있다면, 누가 선생님을 의심하겠습니까.”

사여래가 엄중히 경고하며 말했다.

“출구는 하나뿐이다. 나가려면 그 출구를 통하는 방법밖에 없지. 그리고 그 출구는 아홉 성지가 같이 지키고 있다. 아무도 모르게 나갈 수 없다. 누군가 나가면 들킬 수밖에 없다. 그게 누구든지 간에, 드나드는 사람은 모두 검문을 거쳐야 하는데, 어찌 들키지 않는단 말이냐?”

우유도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저번에 선생님 부인께서 저를 성경 밖으로 내보낼 때는 아주 순조로웠습니다. 어떤 검문도 없이 말입니다. 제가 만약 세심하게 분장을 한다면, 아마도 자세히 살펴보기 전에는 발견하지 못할 겁니다.”

“그건 나방비에게 특별한 출입 영패가 있기 때문이다. 그 영패가 어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 아는 것인가? 게다가 영패가 있다 해도 자유로운 출입이 가능한 것은 아니다. 우리 정도 되는 사람이어야 하지. 일단 사람의 직위가 중요하고, 그 사람이 가진 영패 또한 중요하다. 그렇게 두 가지가 모두 맞물려야만 드나들 때 까다롭게 검문을 하지 않는 것이라 할 수 있지.”

“우리는 지존들의 제자급 인물이고, 왕왕 성경을 나가서 지존들을 위해 일을 하기 때문에, 이것은 당연한 일이다. 지존들의 모든 일은 기밀에 속하니 다른 사람이 감히 염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그 덕분에 편하게 드나들 수 있는 것이다.”

“그러니까 말입니다. 그럼 선생님이 저를 직접 데리고 나가면 되지 않습니까? 교묘하게 분장을 한다면, 별문제 없을 겁니다.”

사여래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것이 바로 너를 내보내면 나도 화를 피할 수 없다고 한 이유다. 만약 네가 실종된다면, 분명 성경 내부에서 조사가 시작될 터. 당연히 조사가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네가 성경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사람들이 파악하게 되겠지. 이후, 성경 입구를 통과한 사람들의 목록이 재빨리 검토될 것이다. 어쨌든 입구는 단 하나밖에 없으니 말이다.”

“일은 너무나 쉽다. 단순히 어떤 사람이 성경을 나갔는지 확인하기만 하면, 내가 사람을 데리고 나간 것이 바로 발각될 것이다. 그러니 내가 무사하겠느냐?”

그걸 걱정하는 것이었군. 우유도가 물었다.

“그러니까, 확실히 데리고 나갈 수는 있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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