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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11화 (408/1,000)

1311화.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우유도가 물었다.

“그러니까, 확실히 데리고 나갈 수는 있군요?”

“데리고 나갈 수 있지. 하지만 난 그렇게 하지 않을 것이다.”

우유도의 두 눈이 반짝였다. 우유도가 갑자기 웃으며 손사래를 쳤다.

“알겠습니다. 그렇다면 그 일은 여기까지 이야기하시지요. 저도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우유도의 담담한 태도를 보자, 사여래의 불안한 감정이 안정되었다.

“해야 할 말, 하지 말아야 할 말 또한 다 해주었다. 나도 성의를 충분히 보였으니, 이제 슬슬 딸아이를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어려울 것 없지요!”

우유도가 가자고 손짓하며 말했다.

“지금 바로 출발하시지요.”

사여래는 이때가 되자 오히려 다급하게 생각하지 않고, 냉정해졌다. 그가 신중하게 물었다.

“딸 아이는 어디 있는가?”

“안전을 위해서, 좀 멀리 있습니다. 황택사지 부근에 있습니다. 저랑 같이 가시지요.”

“황택사지 부근이라….”

사여래는 눈살을 찌푸렸다. 잠시 거리를 계산해 보았다. 확실히 거리가 있었다. 결국, 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먼 거리를 동행하는 것은 좋지 않은 것 같군, 만약 다른 사람이 우리를 발견하면 둘 다 아주 곤란해질 것이야. 따로 떨어져서 가지. 자세한 위치를 알려주면 내가 거기로 찾아가도록 하지.”

사여래의 신중함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우유도는 그 말에 따라, 자세한 위치를 알려주었다. 그리고는 자기 먼저 회우조를 타고 떠나갔다.

하늘에 올라온 후, 우유도는 뒤돌아 떠나온 협곡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큰 짐을 내려놓은 듯 긴 한숨을 내쉬었다. 자신을 두렵게 하던 배후에 있던 사람의 정체를 드디어 밝혀낸 것이다. 이제는 정말로 한배를 탔다고 할 수 있었으니, 우유도는 좀 더 위협에서 벗어났다고 할 수 있었다.

우유도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 사여래를 만나서 얻은 수확이 적지 않았다. 그리고 사여래의 도움이 있으니, 앞으로 행동을 하는 데 큰 이득을 취할 수 있을 것이 분명했다. 이번 모험은 가치가 있었다!

이번 일을 처리하면서, 우유도는 앞으로의 계획에 더욱 자신감이 붙었다. 이제 정말 대담하게 진행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먼 거리였다. 해가 떠오를 때쯤 우유도는 황택사지의 경계선 일대에 도착할 수 있었다.

그곳에는 산이 하나 솟아있었다. 바로 처음 황택사지에 들어와 시합을 시작하고 끝낸 바로 그 산이었다.

회우조가 산 정상에 내려섰다. 우유도가 뛰어내려 주위를 둘러보니, 바람 소리 말고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산 정상에는 해골이 하나 있었다. 우유도의 추측이 틀리지 않는다면, 그 해골은 태숙산성의 것이 분명하리라. 당시 이곳에 버려진 태숙산성의 시신을 수습해준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해골에는 여기저기 흉터가 많았다. 아마 성경에 사는 동물들이 와서 살을 뜯어 먹은 것 같았다.

지금 세상에 해골은 특이할 것도 없이 널려있는 것에 불과했다. 외부세계는 난세였고, 관도 곁에는 죽어있는 시신들이 수시로 눈에 띄었다. 이제는 봐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심지어 우유도 같은 산수 출신은 이걸 보고도 더욱 아무런 느낌이 없었다.

잠시 후, 누군가 수상쩍은 모습으로 산에 올랐다. 바로 요호 일족의 족장 흑운이었다.

흑운이 주위를 둘러보며 다가와 물었다.

“어찌 되었소?”

“문제없을 것이오. 사람은 데려왔소?”

“데려왔소. 다만 지금 여기에는 없고, 저기 늪지대 근처에 숨겨 놓았소. 혹시라도 일이 잘못되면 빠르게 도망갈 수 있게 말이오.”

“안전은 확실한 것이오?”

“걱정하지 마시오. 방원 수십 리 안에 수많은 척후가 배치되어 있으니, 그 누구도 우리의 이목을 벗어나 여기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오. 일단 누군가 오면 그 즉시 경보가 울릴 것이오.”

“좋소.”

우유도는 드디어 안심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만 기다리시오. 아마 곧 도착할 것이오.”

과연 대략 반 시진이 지난 후, 한 마리 적엽조가 산 정상에 내려왔고, 그 위에서 검은 피풍을 뒤집어쓴 사여래가 뛰어내렸다.

사여래는 우유도 옆에 머리를 산발한 남자가 있는 것을 보고, 즉시 경계하며 물었다.

“저자는 누구냐?”

우유도가 흑운에게 말했다.

“말로 해서 믿을 수 없겠지. 족장은 지금 변신술을 한번 보여주시오.”

“지금 말이오?”

흑운이 깜짝 놀라 말했다. 우유도가 끄덕였다.

“지금, 부탁하겠소.”

사여래는 두 사람이 무슨 이야기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아무튼, 자신 앞에 있는 이 흑운이라 불린 남자는 우유도가 말한 행동을 별로 하고 싶어 하지 않는 것 같았다.

하지만 결국 어쩔 수 없다는 듯, 갑자기 몸을 한번 비틀더니 허리를 숙이며 천천히 작아지기 시작했다. 그러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네 발 달린 검은 여우로 변하는 것이 아닌가!

사여래가 대경실색하며 소리쳤다.

“호족?”

검은 여우는 그런 사여래를 올려다보며 뭘 그리 호들갑을 떠냐는 듯이 바라보았다. 이후, 다시 천천히 일어나기 시작했다. 그렇게 몸이 커지더니 눈 깜짝할 사이에 다시 사람으로 변했다.

우유도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사 선생님, 정식으로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이분이 바로 지금 호족의 족장 흑운 선생님이십니다.”

“요호 일족의 족장?”

사여래는 더욱더 깜짝 놀랐다. 그야말로 경악스러운 일이었다. 우유도가 호족의 믿음을 얻다니, 호족과 붙어먹다니?

사여래는 호족이 얼마나 의심이 많은지 잘 알았다. 지존들이 오랫동안 그 노력을 기울여도 하지 못한 일을, 우유도는 이루어낸 것이다. 믿기 어려웠다.

“이분이 바로 나추의 제자 사여래, 사 선생님이오.”

우유도가 흑운을 위해 소개해 주었다.

흑운은 코웃음을 쳤다. 다소 모호한 태도였다. 다만 흑운의 얼굴에는 다소 복잡한 심경이 떠올라 있었다.

우유도는 흑운의 안색을 살펴보았다. 이해할 수 있었다. 사여래와 호족은 어느 정도 관련이 있는 사이였다. 지금 사여래의 부인이 바로 호족 노족장의 딸이었다. 그러니까 사여래는 호족의 사위이기도 한 것이다.

“만나서 반갑소!”

사여래가 흑운에게 포권을 하며 인사했다. 단순 예의상 하는 것이 아니었다. 사여래는 정말 만나서 반가웠다. 다만 상대방은 자신을 무시해버렸다. 사여래는 어쩔 수 없이 우유도에게 말을 걸었다.

“딸아이는 어디 있는가. 혹시 약속을 어기려는 것인가?”

“잠시만 기다려 주십시오.”

우유도가 사여래를 다독이고는 옆에 있는 흑운에게 말했다.

“족장, 가서 사람을 데려와 주시오.”

흑운이 그대로 뒤돌아 절벽이 있는 곳을 가더니, 팔을 휙휙 강하게 몇 번 흔들고는 돌아와 대답했다.

“곧 올라올 것이오.”

세 사람은 그렇게 정상에서 기다렸다. 산 정상은 휙휙 바람이 불고 있었고, 그 사이에 우유도는 두 손을 검 위에 올리고는 웃는 듯 마는 듯한 얼굴로 그 자리에 서 있었다. 흑운은 고개를 한쪽으로 돌리고 있었고, 사여래는 이쪽을 봤다가 저쪽을 봤다가 하고 있었다.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곧 두 사람이 각자 허리춤에 사람을 한 명씩 끼고는 산 정상으로 날아왔다.

두 호족 족장이 데려온 사람은 바로 사환려와 향명이었다. 두 인질은 기절한 상태였다. 사여래는 걱정 가득한 두 눈으로 자신의 딸에게 시선을 고정하고 있었다.

“풀어주시오.”

우유도가 이야기하자, 흑운이 고개를 끄덕였다. 두 장로가 즉시 자신들 손에 있는 각자의 인질을 깨웠다.

두 사람은 흐리멍덩하게 깨어나더니, 옆에 있는 호족 장로를 확인했다. 사환려가 조건반사적으로 다급히 발버둥 치며 두려움에 연신 뒷걸음질 쳤다.

“환려야, 이제 괜찮다.”

사여래가 사환려를 다독이기 위해 입을 열었다.

사환려는 고개를 돌려 목소리가 들리는 곳을 돌아보았다. 그리고 피풍 속에 있는 사여래의 얼굴을 확인하고는 빠르게 뛰어 곧바로 사여래 몸 뒤로 숨어들었다.

부녀관계가 어떠하든, 그녀는 여전히 가장 먼저 자신의 부친이 자신을 지켜줄 수 있다고 믿었다.

곧이어 깨어난 향명도 그 광경을 보았다. 그리고 대략 무슨 일이 있었는지 추측했다. 아마도 사여래가 자신들을 구하기 위해 온 것 같았다. 아마도 상대방과 뭔가 협상을 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자신을 풀어주었겠지. 아마 이제는 안전할 것이다.

향명은 곧 빠르게 사여래 앞에 다가가 예를 올리며 말했다.

“선생님, 소인이 무능했습니다. 죽음으로 갚게 해주시옵소서.”

향명의 얼굴에는 죄책감이 가득했다.

“괜찮네, 다 지나간 일이네.”

사여래가 담담히 말했다. 그와 동시에 사환려의 손목을 붙잡고 법력을 이용해 혹시 다친 곳은 없는지 확인해 보았다.

향명은 미소짓고 있는 우유도를 보고 조용히 당부했다.

“선생님, 우유도가 호족과 결탁했습니다. 저희가 우유도의 함정에 빠져….”

향명은 무슨 일이 있었는지 빠르게 과정을 설명해 주었다.

우유도는 어깨를 으쓱하며, 매우 미안하다는 모습을 했다. 사여래는 다 들은 후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네.”

그는 천천히 사환려의 팔을 놓아주며 그녀에게 말했다.

“아무 일 없으니 되었다.”

그리고 우유도 일행을 마주 보았다. 우유도가 웃으며 말했다.

“사 선생님, 어떻습니까. 약속은 지켰지요? 이제 언제든지 저들을 데려가도 됩니다. 다만 눈앞의 일은, 알아서 처리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우유도는 흑운 일행을 가리켰다.

사여래는 우유도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었다. 호족과 결탁한 일은 들켜선 안 되는 일이었다. 사여래는 당연히 딸아이와 향명의 입을 막을 방법을 찾아야 했다.

사여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뒤돌아 향명에게 물었다.

“몸은 어떤가?”

“별일 없습니다. 다만 법력이 금제를 받은 상태입니다.”

“이리 오게, 내가 풀어주겠네.”

사여래가 마치 금제를 풀어줄 것처럼 손을 뻗었다. 다만 이때, 그의 두 손가락이 마치 검처럼 향명의 심장을 찔러 들어갔다.

푹.

그리고 그와 동시에 파괴적인 법력이 향명의 체내에 쏟아져 들어갔다.

가슴에 피를 흘리는 향명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곧이어 그의 입에서도 피가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두 사람의 시선이 서로 마주쳤다. 향명이 경악하며 흐느끼는 목소리로 물었다.

“왜….”

사여래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의 말대로 해준 것뿐이네.”

향명의 얼굴에 참담한 미소가 걸렸다.

“그런 겁니까….”

하지만 이때, 사여래가 한 마디를 추가했다.

“내가 지금까지 자네를 건드리지 않았다고 해서, 그게 내가 자네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는 것을 뜻하는 것은 아닐세.”

곧, 향명의 두 눈이 부릅떠졌다. 사여래가 모든 것을 알고 있었구나!

이제야 향명은 자신의 죽음을 진정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그리고, 두 눈을 부릅뜨고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사환려에게 말했다.

“아가씨, 잘 지내십시오. 앞으로는 곁에서 모시지 못할 것 같습니다. 선생님의 말씀을 잘 들으십시오. 선생님이 하시는 모든 것은 모두 아가씨를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그대로 다리에 힘이 풀려 바닥에 쓰러졌다.

향명이 쓰러지자 그의 가슴에 꽂혀있던 사여래의 두 손가락이 자연스럽게 빠져나왔다. 사여래는 손가락에 법력을 집중했고, 그의 손가락에 묻어 있던 핏물이 붉은 안개가 되어 흩어졌다.

그 모든 장면을 목도한 사환려는 넋을 잃었다.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돌려 부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이었다. 향명은 아버지가 가장 신임하는 심복이 아니었던가? 왜 갑자기 향명을 죽이는 거지?

게다가 사여래의 표정은, 이전과 하나도 변함이 없었다. 여전히 냉막하고, 차가운 얼굴이었다.

우유도는 눈을 가늘게 뜨고, 두 눈을 반짝이며 눈앞의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흑운 등 세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자신들이 힘들게 사로잡은 인질을 돌려주자마자 죽여버리다니, 이게 무슨 짓이란 말인가. 이럴 줄 알았으면 그렇게 힘 뺄 필요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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