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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12화 (409/1,000)

1312화. 당신은 짐승이야!

손가락 위의 핏물이 모두 사라지고 나서야 사여래는 손을 내렸다. 그리고 아래 땅바닥에서 여전히 경련을 일으키고 있는 향명을 내려다보며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자네가 줄곧 진심으로든, 거짓으로든, 아니면 눈속임으로든, 딸 아이를 잘 돌봐주어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군. 고맙네.”

“우…. 우….”

향명은 고개를 들어 꺽꺽거리며 신음을 내뱉었다. 입에서 계속 피가 흐르고 있어 말을 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사여래의 말은 명확하게 들린 것 같았다. 향명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고, 두 눈이 천천히 굳어져 갔다. 결국, 머리가 툭 떨어지며 더는 어떠한 움직임도 찾을 수 없었다.

“향명! 향 총관! 향백….”

서서히 정신을 차린 사환려가 갑자기 비통하고 절망적인 비명을 지르며 달려나갔다. 다급히 바닥에 무릎을 꿇고 향명의 목을 껴안고, 연신 그를 불렀다. 그 모습이 마치 향명을 깨우려는 것 같기도 했고, 마치 향명이 살아나기를 바라는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녀가 아무리 불러도, 향명은 대답이 없었다. 굳어진 두 눈에서는 더는 생기를 엿볼 수 없었다.

사여래가 깊은숨을 들이쉬고 무거운 목소리로 말했다.

“환려야, 보내주어라. 다 지나간 일이다.”

사환려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마치 미친 사람처럼 사여래에게 달려갔다. 사환려는 그의 옷을 붙잡고는 흔들며 비통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왜 죽였어요? 아버지의 심복이잖아요! 왜 죽였어요! 말해봐요. 왜 죽였어요!”

사환려는 눈물을 펑펑 흘리고 있었다. 사여래는 아버지를 업신여기는 사환려의 행동에 분노해 호통쳤다.

“네 행동에 주의하거라. 난 네 아비다!”

하지만 사환려는 사여래의 옷을 잡아당기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당신 같은 아버진 필요 없어요. 살려내요. 향백을 살려내요. 향백까지 죽이다니. 사여래, 당신은 정말 무정한 사람이에요. 사람이 맞기는 한가요?”

사여래는 두 팔로 사환려의 어깨를 붙잡고 강하게 흔들며 말했다.

“정신 차려라!”

사환려는 더욱 크게 울부짖으며 소리쳤다.

“다 필요 없어요! 알고 있잖아요…. 지금까지, 어렸을 때부터 향백이 절 돌봐줬어요. 줄곧 향백이 제 곁에 있었어요. 곁에 가족은 아무도 없었어요. 향백이 제 가족이에요. 향백이 제 아버지고, 향백이 제 할아버지였어요. 왜 죽였어요? 왜 죽였어요! 사여래, 죽여버릴 거야!”

말을 마친 사환려는 갑자기 손을 뻗더니 사여래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흑운을 포함한 호족의 세 사람은 서로 어리둥절한 얼굴로 서로를 돌아보았다. 딸이 아버지를 죽이려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이 눈앞에 펼쳐졌다.

우유도는 더 이상 두고 볼 수가 없어 손을 들었으나, 그저 그 상태로 멈춘 채, 차마 아무 행동도 하지 못했다. 사환려를 막고 싶었지만, 이건 저들의 집안일이었다. 거기에 사환려가 사여래를 죽일 수 있을 리 없었다. 다시 손을 내린 우유도는 곁에서 계속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저들의 집안일이다. 당연히 집안사람끼리 해결을 보아야 했다.

사여래는 그곳에 서서 움직이지 않고, 사환려가 목을 조르는 것을 그냥 내버려 두었다. 하지만 딸을 바라보는 두 눈에, 그리고 그의 얼굴에 거대한 슬픔이 떠올라 있었다.

사여래는 자신의 딸이 자신을 이렇게 대할 줄 상상도 못 했다. 자신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지킨 딸아이가 자신을 죽이려 하다니?

그 뼛속에서부터 올라온, 그런데도 어떻게든 통제하려고 하는 그 슬픔은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사여래는 지금, 마치 천지가 개벽하는 공격을 받은 것만 같았다. 지금 사여래의 목을 조르고 있는 그 연약한 두 손이 지금 사여래에게는 이 세상에서 그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을 만큼 잔혹하고, 가장 치명적인 공격이었다.

다만, 조금 시간이 지나자, 평소의 냉정함을 되찾은 사여래는 두 손을 들어 자신의 목을 조르고 있는 사환려의 손을 붙잡고 가볍게 풀어냈다. 그리고 그 두 손을 내리고 마음속의 비통함을 삼키며 간곡한 어조로 말했다.

“계집애야, 네가 그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러는 것은 정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저자가 네게 한 모든 행동은 다른 목적이 있는 것이었다. 네가 본 모든 것은 허상이란 말이다.”

사환려는 발버둥 쳤다. 하지만 사여래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눈물을 펑펑 쏟고 있는 사환려가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말했다.

“또 자신을 위해서 변명하고 있군요. 어째서 당신 눈에는 한 명도 좋은 사람이 없는 건가요? 어째서 당신 눈에는 내게 접근한 사람들이 다들 다른 목적을 갖고 접근한 건가요? 나를 사랑하고, 내가 사랑했던 남자들이 하나둘 사라졌어요.

당신이 한 짓이 아니라고 할 수 있나요? 말해봐요. 당신이 죽인 건가요? 이제는 향백까지 죽이는군요. 왜 죽였나요? 이렇게까지 날 괴롭혀야 했나요? 이 세상에 당신 같은 아버지가 어디 있나요? 당신은 아버지가 아니야. 당신은 사람도 아니야. 당신은 짐승이야!”

사여래가 분노했다.

“지금 무슨 소리를 하고 있는지 아느냐? 미쳤느냐? 그렇게 알고 싶다니 알려주마. 향명은 한 번도 내 심복이었던 적이 없다. 그는 내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내 사부 나추의 사람으로, 나추가 내 곁에 심어놓은 사람이다!”

“…….”

사환려가 멈칫했다. 찰나의 순간, 울음을 멈추고 멍해졌다. 사여래가 계속해서 말했다.

“네가 그에게 어떤 감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 있다. 나도 네가 그를 믿고 의지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건 어렸을 때부터 조금씩 쌓아온 것이지. 원래는 네가 받아들이지 못할까 봐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엇이 옳고 그른지 모르고 날뛰니, 그럴 거면 차라리 네게 진실을 말해주겠다.”

사환려가 마치 뱀에게 물린 것처럼 비명을 지르며 소리쳤다.

“거짓말! 거짓말! 내가 멍청해 보이나요. 향백은 줄곧 제게 진심이었어요. 그건 거짓이 아니었어요. 느낄 수 있어요. 만약 향백이 나추의 사람이었다면, 당신은 어째서 그가 내 곁에 있는 것을 허락한 거죠? 정말로 향백이 나추의 사람이라면, 당신이 왜 지금까지 그가 내 곁에 있는 걸 그냥 두고 본 건가요? 내 곁에 접근해온 사람이 조금만 의심스러워도, 닥치는 대로 죽여버렸던 당신이, 왜 향명은 그대로 내버려 뒀단 말인가요?”

“향백은 당신과 어머니의 은혜를 입은 사람이에요. 줄곧 그 은혜를 잊지 않고 보답하고자 했어요. 당신에게 그토록 충성스러운 사람이었어요! 사여래, 향백은 당신 손에 죽기 전까지 당신을 변호했어요. 그런데 당신은 죽은 사람까지 모욕하는군요. 정말 당신에게 양심이 있나요?”

“네가 모르는 일이 너무나 많다. 과거, 나와 네 어미가 향명을 구한 것은 사실 나추가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계획한 일이었다. 목적은 바로 내 신임을 얻게 하기 위한 것이었지. 그를 내 옆에 심어두고, 내 심복이 되어 나를 감시하기 위해서 말이다. 내가 그를 네 옆에 둔 것은, 너를 보호하기 위해서다. 내 말을 알아듣겠느냐?”

사환려가 크게 소리쳤다.

“못 알아듣겠어요! 아직도 자신을 위해 변명하는군요. 영원히 변명만 하죠. 당신, 당신이 무슨 말을 하든지 절대 믿지 않을 거예요.”

“그…. 큼! 크흠!”

이때, 한쪽에 있던 우유도가 헛기침하고 끼어들었다.

“사 성주님, 잠시 한 말씀 올리겠습니다. 사 선생님의 고충을 제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향명이 나추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았기 때문에 선생님께서는 오히려 지금까지 모른 척하고, 성주님을 향명의 손에 둔 것이지요. 그렇게 해두면, 나추는 성주님이 자신의 손에 완벽히 통제받고 있다고 생각할 테니, 오히려 성주님을 안전하게 해줄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할 수 있습니다.”

“어쨌든 성주님께서는 나추의 소중한 인질이라 할 수 있으니까요. 인질이 다른 사람 손에 죽어버리면 가치가 없어지니, 나추에게 있어서 성주님은 보호해야 할 사람이었던 것입니다. 인질로서의 가치가 있는 한, 말이지요….”

“나추의 입장에서는, 성주님 곁에 향명이 있는 한, 언제든지 성주님을 죽일 수 있고, 언제든지 성주님을 붙잡을 수 있습니다. 그러니 당연히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닌 이상, 오히려 성주님을 건드리지 않을 것입니다. 하지만 향명이 갑자기 죽어버리면, 오히려 나추 입장에서는 사 선생님을 의심하게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게다가 향명을 죽인다 해도, 또 다른 사람을 붙이려 할 것이니, 어쨌든 사 선생님 입장에서는 향명을 죽여봤자 소용이 없었던 것이지요. 그러니 이런 방식으로 성주님을 보호하려 하신 겁니다.”

“다만 지금은, 이 향명이란 자가 호족 족장이 누군지 알아 버렸습니다. 그러니 이제는 더 이상 향명을 죽이지 않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된 것입니다.”

“닥치세요!”

사환려가 갑자기 우유도를 향해 고함을 질렀다.

“우유도, 당신도 똑같은 사람이에요. 비겁하고 후안무치한 작자 같으니. 우리를 함정으로 유혹할 때는 언제고 이제 와 무슨 좋은 사람인 척하는 거죠? 아주 끼리끼리 논다더니, 당신들은 다 똑같은 사람이에요! 향백의 죽음은 당신과도 연관이 있으니, 오늘 내가 여기서 죽지 않는 한 언젠가는 당신에게 복수할 거야!”

“…….”

우유도는 할 말이 없었다. 다소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자신의 코를 만지작거릴 뿐이었다.

우유도는 참지 못하고 나선 것을 후회했다. 저들의 집안일이니, 끼어들지 말았어야 했다. 괜히 나섰다가 욕만 처먹었다.

그런데 사실 욕먹어도 할 말이 없었다. 상대방 입장에서 보면, 또 지금 사환려의 심리 상태로 생각해보면, 자신은 확실히 별로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그건 변명할 수 없는 사실이었다. 특히 지금은 뭐라 설명하기도 어려웠다. 더군다나 여자와 이치를 따지다니, 그것도 감정적으로 격해져 있는 여자와 이치를 따지는 건 자기 무덤을 파는 행위가 아니면 뭐겠는가?

물론, 우유도는 상관없었다. 그는 한 번도 자신이 좋은 사람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우유도의 말을 빌리자면, 그는 이미 자신이 흑인지 백인지 분간이 어렵다고 했다.

사여래가 갑자기 입을 열었다.

“계집애야, 누가 네 어미를 죽였는지 줄곧 궁금해하지 않았느냐? 가르쳐줄 생각이 없었다. 네가 충동적으로 움직이다가 화를 입을까 두려웠기 때문이지. 그런데 지금 네 모습을 보니 말하지 않을 수 없구나. 나추다. 비록 나추가 직접 죽인 것은 아니지만, 나추가 네 어미를 죽이라고 직접 명령을 내렸다!”

눈물을 펑펑 쏟고 있던 사환려가 멍청한 얼굴로 사여래를 바라보았다.

“사실 네 어미가 죽었을 때, 나는 무슨 일이 생겼는지 바로 알 수 있었다…….”

사여래는 당시 있었던 일을 하나하나 일러주기 시작했다.

* * *

모든 이야기의 시작은 사여래의 사저였던 공영농(孔玲瓏)으로부터 시작된다. 공영농은 나이가 든 후, 경지가 일정 경지에 다다랐고,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가고 싶은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이에 그녀는 무량원의 무량과에 눈독을 들이기 시작했다. 마침 공영농의 제자가 바로 무량원에서 일하고 있었다. 공영농은 처음에 조금씩 그 제자를 통해 무량원 내부 상황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몇 번 사담을 주고받았다. 하루는 그 제자가 갑자기 누군가 자신을 감시하기 시작했다고 털어놓았다. 공영농은 대경실색하며 그 즉시 제자와 몰래 접촉하는 것을 중지했다.

그 후, 나추가 갑자기 그녀를 부르더니, 자신의 딸 나방비가 소란을 피워 견딜 수 없으니, 자신 딸의 소원을 들어주려고 한다며, 그녀에게 가서 사여래의 부인을 죽이라고 명령했다.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키는 것을 보고, 또 제자의 일과 연관 지어 생각한 공영농은 나추가 살심이 동했음을 알았다. 이미 나추는 공영농을 용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그녀는 자신이 사여래의 부인을 죽이면 그날이 바로 자신의 제삿날임을 깨달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하지 않을 수 없었다.

다만 사여래의 부인을 죽이러 가기 전에 그녀는 사여래에게 남몰래 서신을 한 장 남겼다. 나추가 잘되는 꼴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다. 서신에는 이번 일이 어찌 된 일인지 모든 것이 적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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