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6화. 수수께끼
잠시 생각을 정리한 우유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만약 까마귀 장군을 제련할 수 있는 사람이 오상뿐이라면, 또 그곳에 까마귀 장군이 나타났다는 것은, 동곽호연의 죽음이 오상과 관련 있다는 말입니까?”
사여래의 표정은 여전히 진중했다. 우유도는 확신했다. 바로 그것 때문에 사여래의 안색이 굳어진 게 분명했다. 동곽호연의 죽음에 구대지존 중 일인인 오상이 연관되어 있다니?
“너무 말이 안 되는 일이군. 동곽호연은 말할 것도 없고, 상청종이라 할지라도, 만약 오상이 없애고 싶다면 한 마디면 끝나는 일이네.”
사여래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그리고 또 상경이 왜 동곽호연의 손에 있었는지. 당목은 어쩌다가 참변을 당했는지도 중요합니다. 선생님은 모르시겠지만, 당목이 죽기 전에 자기 죽음을 알리지 말라고 명령했습니다. 마치 자신이 죽은 시기를 다른 세력이 모르게 하려고 했던 것 같습니다. 또 당목은 아마도 동곽호연의 죽음을 몰랐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의 자리를 동곽호연에게 물려주지도 않았겠지요.”
사여래가 다시 확인하며 물었다.
“정말 자네가 상경을 옥창에게 주었는가?”
“아무리 다시 물어도 의미 없….”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마치 상대방이 무슨 의도로 다시 묻는지 깨달았다는 듯이 말했다.
“우리가 뭔가를 착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옥창은 맨 처음 나라를 세우기 위해 표묘각을 찾아갔을 때, 아마 사실대로 말했을 수 있습니다. 제게서 상경을 받았다고요. 하지만, 표묘각의 비밀문서에는 그 기록이 바뀌어 기록되었습니다.
즉, 누군가가 옥창에게 제게서 상경을 받았다는 사실을, 알리지 말라 명한 것이지요. 이후, 옥창은 사 선생님을 만났을 때, 제게서 받은 것이 아니라 동백에게서 받았다고 거짓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사실대로 말했다간, 나라가 멸망할 수도 있었으니까요.”
“설마…. 그것은!”
사여래의 두 눈을 번뜩이며 말했다.
“누군가가 옥창의 입을 막고, 비밀문서의 기록을 수정했다는 것인가?”
우유도가 한껏 동요하는 얼굴로 한 이름을 내뱉었다.
“그자는 분명 오상일 테지요.”
사여래도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당연히 보통 사람은 감히 비밀문서가 보관된 곳에 들어갈 수 없네. 오상을 제외하고는 다른 사람이 없을 것 같군. 또 그래야, 방금 자네가 한 말과도 앞뒤가 맞고 말이야.”
두 사람의 사이의 분위기가 아주 무거워졌다. 눈앞에 사환려가 납치된 일은 오히려 부차적인 문제가 되었다.
“그런데 왜 오상이 그렇게 했단 말인가?”
사여래가 갑자기 중얼거렸고, 이해할 수 없다는 말투였다. 우유도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사실 많은 일은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잡다한 수수께끼는 신경 쓸 필요도 없이 그 근본을 보면 됩니다. 오상, 지금 그가 가진 지위와 권력, 힘을 볼 때, 그에게 부족한 것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불로장생의 몸이기도 한 그가 만약 뭔가 수작을 부린다면, 그 이유는 아마 한 가지뿐일 겁니다.”
우유도의 조언을 들은 사여래는 흠칫했다. 그는 뭔가 떠오른 듯, 천천히 한 글자씩 뱉어냈다.
“나머지 구대지존을 압도하려는 것이군!”
“후!”
우유도가 갑자기 한숨을 내쉬었다.
“지금 보니 동곽호연의 죽음에는 다른 숨겨진 이야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당목은 동곽호연이 죽은 줄 모르고 그에게 희망을 걸었습니다. 그 때문에 진실이 그대로 묻혔습니다. 도대체 진실이 무엇일까요….”
“선생님, 선생님께서 좀 더 그 일에 신경을 써주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무슨 문제가 발견된다면, 늦지 않게 제게 연락해주십시오. 하지만 당연히 조심하셔야 하고, 최대한 타초경사 하지 말아야 합니다. 만약 정말 오상이 연관된 일이라면, 일단 그가 뭔가 알게 된다면…. 선생님과 저 모두 도대체 어찌 된 일인지 알지 못하니, 나중에 어떤 일을 당할지 추측하기 어렵습니다.”
사여래가 조용히 끄덕였다. 침음을 삼킨 사여래가 한숨을 내쉬었다. 곧 그는 다시 우유도를 돌아보며 말했다.
“자네가 내게 약속해 주어야 할 일이 있네.”
매우 진지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웃으며 말했다.
“일단 내용부터 먼저 얘기해주시지요. 무슨 일인지도 모르는데 어떻게 약속을 하겠습니까?”
사여래는 다소 서글픈 얼굴로 말했다.
“나는 지금 수시로 변하는 폭풍 한가운데 있네, 나중에 어찌 될지 그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지. 어쩌면 당장 내일 죽을 수도 있네. 만약…. 만약에 말이네. 만약에 내가 죽는다면, 나를 대신해 저 아이를 돌보아 주겠다고 약속해 주게. 크게 신경 쓸 필요 없고 그냥 평범한 집에 시집보내주게.
저 아이에게 파란만장한 인생은 어울리지 않으니, 평범한 집에 시집가서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으면 좋겠네. 너무 잘살고, 너무 고귀한 신분이면 안 되네. 결국 유명해지거나 이름이 퍼지면 성경에서 그 아이를 죽이려 할 테니 말일세. 그러니 설사 생활이 조금 힘들더라도, 죽는 것보다는 낫겠지. 이 피바람으로부터 최대한 멀리 떨어질 수 있으면 좋겠네. 약속해 주게!”
우유도는 쓴웃음을 지었다.
“선생님. 그건 제가 쉽게 약속드리기 어려운 부분인 것 같습니다. 선생님과 저, 둘 중에 누가 먼저 죽을지도 모르지 않습니까. 선생님의 따님은 선생님이 돌보십시오.”
“과거, 천도비경에 있을 때, 저 아이를 네게 시집보내는 것도 생각해 봤었네. 자네에게 저 아이를 지킬 수 있는 능력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지. 다만 자네는 이미 발을 너무 깊게 담갔어. 나도 어쩔 수 없이 포기할 수밖에 없었지. 만약 자네가 나보다 먼저 죽는다면, 방금 내가 한 말은 없었던 일로 하면 그만이네, 이러면 만족하는가?”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제가 뭐라고 하겠습니까. 저도 그때 상황이 되기 전까지는 뭐라 확답을 드리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만약 정말 그런 상황이 닥친다면,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사여래는 뒤에 여전히 쭈그리고 앉아 있는 딸 아이를 보고 말했다.
“자네 말대로, 서신을 나추에게 전하러 가야겠네. 자네와 나 둘 중에 누가 먼저 가는 게 좋겠나?”
두 사람이 동시에 떠나는 것은 좋지 않았다. 우유도 또한 뒤돌아 한번 보더니 말했다.
“선생님이 먼저 떠나십시오. 사 성주는 당분간 여기에 머물러야 하니, 협조가 필요한 부분이 있을 겁니다. 제가 선생님 대신에 잘 다독여 보겠습니다.”
사여래는 고개를 끄덕이고는 그대로 손을 흔들었다. 정상에 머물고 있던 적엽조가 즉시 날개를 펼치고 날아올라 사여래 머리 위를 날아 지나갔다. 사여래가 순간 뛰어올라 적엽조 위에 올라타고는 바람을 타고 멀리 날아갔다.
사여래의 뒷모습을 잠시 바라보던 우유도는 다시 향명의 시신을 한번 바라보았다. 또 흑운에게 현장을 수습해 달라고 눈짓했다.
이를 지켜보던 우유도는 사환려 곁에 다가가 바닥에 털썩 주저앉고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 성주님, 당신 아버지의 목숨이 성주님의 행동에 달려있습니다!”
* * *
대나성지, 대나성전,
텅 비어있는 대전 내부에 사여래가 서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니, 청삼(靑衫)을 입은 나추가 대전 뒤에서 느긋하게 걸어 나왔다. 사여래는 즉시 포권을 하며 예를 올렸다.
“사부님을 뵙습니다.”
나추는 한번 끄덕이고는 사여래를 위아래로 잠시 훑어보더니 물었다.
“나갔다 왔느냐?”
사여래가 공손하게 말했다.
“그렇습니다!”
“딸아이가 실종되었다고 하던데, 찾았더냐?”
“그게, 찾긴 찾았습니다만…….”
“음?”
“사환려는 납치되었습니다.”
“납치?”
나추는 의외라는 듯이 냉소 지었다.
“성경 안에서 누가 그리 간덩이가 부어서 감히 그런 짓을 한단 말이냐?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확인한 것을 보면, 분명 누가 했는지 알겠구나. 누구냐? 도대체 누가 그리 간덩이가 부었는지 궁금하구나!”
사여래가 허리를 숙이고 말했다.
“요호 일족입니다.”
“요호?”
나추가 눈살을 찌푸렸다.
“집안일이니 사부님의 청정을 방해하지 말아야 했습니다. 사환려를 되찾아 왔다면 그냥 지나가려 했습니다. 다만 이번 일은 감히 제가 결정을 내릴 수도, 그렇다고 사부님께 숨길 수도 없어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그리고는 소매에서 서신을 한 장 꺼내 두 손으로 나추에게 건넸다.
“이건 요호 일족이 제자에게 보낸 서신입니다.”
“요호 일족이 네게 서신을 보내?”
나추의 눈에 형용할 수 없는 의문이 서렸고, 천천히 사여래에게 다가오더니 서신을 받아 내용을 살폈다.
사여래가 공손하게 대답했다.
“제가 돌아왔을 때, 하인들이 누군가 제게 보내온 서신이라면서, 이 서신을 제게 전해 주었습니다. 내용을 확인하고 나서야 요호 일족이 보낸 서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나추는 사여래가 하는 말을 듣고는 있는 건지, 그것조차 잘 모를 정도였다. 서신을 본 나추의 동공은 돌연 수축했고, 한 손에 서신을 들고, 한참 동안 그 서신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사여래는 조용히 서서 기다렸다. 그렇게 한참이 지나도 나추는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마치 그대로 돌처럼 굳어버린 것 같았다. 나추의 두 눈에는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복잡함이 가득 어려있었다.
사여래는 내심 괴이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서신은 그도 확인해 보았다. 내용은 아주 간단했다. 호족은 사환려가 자신들의 손에 있으며, 그녀를 풀어주는 대가로 나방비와 한번 만나고 싶다고, 그런 내용이 서신에 적혀 있었다. 호족은 자신들이 나방비와 오랜 친구라며 나방비와 그저 한번 만나보고 싶을 뿐, 나방비에게 해를 끼치지 않을 것이라고 장담했다.
물론, 서신에서는 오직 나방비 혼자 자신들을 찾아와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었다. 나방비가 오기만 하면, 호족은 사환려를 무사히 풀어주겠다고 했다.
만약 승낙하지 않으면, 호족은 사환려의 안전을 보장해 주지 않겠다고 했다.
나머지 내용에는 만날 장소가 상세하게 적혀 있었다.
서신의 내용은 다소 모호하긴 했지만, 어쨌든 요구사항은 아주 간단했고, 또 명확했다. 하지만 그렇기에 사여래는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겨우 이런 서신 하나로 나추가 자신의 딸을 위험한 곳으로 보낸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다만 우유도의 말에는 자신감이 가득했고, 또 우유도가 자신을 속일 리 없다는 생각이 있었다. 어쨌든 두 사람은 이미 한배를 탄 상황이었다. 그러니 어쨌든지 간에 시도해 보자는 마음으로 찾아온 것이었다.
지금 눈앞에 줄곧 감정의 기복이 없던 나추의 반응을 보면, 이 간단해 보이는 서신이, 그렇게 간단하지만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추가 이런 추태를 보일 리 없었다.
한참이 지나, 사여래가 조심스럽게 나추를 불렀다.
“사부님?”
사여래의 말에, 그제야 정신을 차린 나추가 서신을 든 손을 그대로 등 뒤로 돌려 뒷짐을 지고는 걸어갔다. 그는 마치 서신을 사여래에게 돌려주지 않겠다는 듯한 모습으로 물었다.
“서신의 내용을 보았을 것이다. 요호는 네 아내와 네 딸을 바꾸고자 한다고 말하고 있다. 너는 어찌하고 싶은 것이냐?”
“제자가 어찌 딸을 위해 부인을 위험한 곳에 보내겠습니까. 다만 저는 그 서신의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고, 심지어 정말 호족이 보낸 것인지조차 의심스러웠습니다. 대체 무엇을 위해 호족이 그런 서신을 보낸 것인지 이해가 되지 않으니 말입니다.”
“저는 어쩌면 사부님을 통해 무슨 이득을 취하려는 자들이 거짓으로 호족의 이름을 빌려, 이런 서신을 보낸 게 아닐까 하고도 생각했습니다. 그러니 사부님께 이걸 보여드려야만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부님은 그렇지 않으십니까?”
나추가 반문했다.
“호오, 어디가 의심스럽더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