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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17화 (414/1,000)

1317화.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해라

나추가 반문했다.

“호오, 어디가 의심스럽더냐?”

“나방비가 사부님의 딸인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사부님의 딸로 제 딸을 바꾸자는 말을 제가 승낙할 리 없지 않습니까? 또, 서신에는 나방비가 호족의 오랜 친구라면서, 한번 만나고 싶다고 적혀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알기로 나방비는 호족과 만난 적이 없습니다. 또 요호사와 같이 요호 사냥에 참여한 적도 없습니다. 그런 그녀가 요호 일족과 안면이 있을 리 있겠습니까?”

“또 한 가지, 환려는 성경에 자주 오지 않습니다. 호족이 어떻게 환려의 동선을 알 수 있었겠습니까? 정말 호족이라면, 방비를 만나기 위해, 도대체 얼마나 큰 노력을 기울인 것입니까? 겨우 방비를 만나기 위해 이런 노력을 기울일 이유가 있겠습니까?”

“그러니 그 서신은 아주 의심스럽습니다. 또 너무 공교롭습니다. 사부님께서 현명한 판단을 내려주십시오. 사부님께서 이번 일의 진상을 조사하라고 명령을 내려주십시오. 그러면 환려도 빠르게 구해낼 수 있을 것입니다.”

“호족을 제외하고, 다른 단서가 있느냐?”

“아직은 없습니다.”

“그럼 서신을 전달한 사람은 찾았느냐?”

“찾지 못했습니다. 하인들은 누가 서신을 보냈는지도 알지 못합니다.”

“눈앞에 단서는 이것뿐이구나. 딸 아이를 구하고 싶다면, 일단은 이 단서를 따라서 타고 올라가는 수밖에 없구나. 그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그것이….”

사여래가 망설이며 말했다.

“사부님, 그렇다고 방비를 위험한 곳에 보낼 수는 없습니다.”

“이 서신을 방비에게 보여주었느냐?”

“아직 보여주지 않았습니다. 만약 보여주면 충동적으로 움직일까 봐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나추가 등 뒤에 있던 서신을 다시 꺼내 확인하고는 사여래에게 건네며 말했다.

“이걸 가져가서 방비에게 보여주고, 직접 결정하라고 해라. 만약 방비가 가겠다고 하면, 내게 보내거라.”

“사부님, 그것이….”

사여래가 난처한 얼굴을 했다. 일단 이 서신을 방비에게 보여주면, 나방비는 분명 가겠다고 할 것이다. 사여래는 그걸 나추가 모를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음?”

나추의 코에서 위압적인 의문성이 흘러나왔다. 마치 감히 자신의 명령을 따르지 않느냐고 묻는 듯했다.

“알겠습니다!”

사여래는 서신을 받아 포권하고는 빠르게 물러났다.

사여래가 대전에서 떠나간 후, 나추는 적막한 대전 내부에 선 채,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그가 바라본 대전의 한쪽 벽에는 아름다운 여인이 조각되어 있었다. 나추가 그 조각을 보며 중얼거렸다.

“당신이오? 설마 아직 살아 있는….”

나추는 말을 하다 멈춘 채, 조용히 조각상을 한참이나 바라보았다. 잠시 후, 갑자기 소리쳤다.

“여봐라!”

* * *

방비각, 누각 처마 밑,

바람에 나부끼는 비단 장막이 있었다. 그곳에서 멍하니 서신을 살펴보던 나방비가 깜짝 놀라 고개를 들며 말했다.

“환려가 호족에게 잡혀갔단 말인가요? 어찌 그럴 수 있단 말인가요?”

사여래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도 모르겠군. 원래 사매에게 말할 생각이 없었어. 하지만 사부님이 사매에게 보여주라고 한 거야.”

나방비가 적극적으로 물었다.

“정말 호족의 짓인가요? 만약 제가 간다면, 정말 사환려를 데려올 수 있는 건가요?”

“모르겠군. 사부님이 네 의견을 물어보라고 하셨어. 만약 사매가 가겠다고 결심한다면, 사부님께서 사매에게 자신을 다시 찾아오라고 말씀하셨어. 사부님께서 사매에게 전하실 말이 있으신 것 같더군.”

나방비가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환려는 사형의 딸이에요. 그리고 제 딸이기도 하지요. 딸이 위험에 처했고, 저만 구할 수 있다면, 당연히 나서야지요. 지금 바로 아버지를 보러 가겠어요.”

그리고 그대로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방비각을 나서려 했다.

다만 사여래가 갑자기 손을 뻗어 나방비의 팔을 붙잡았다. 나방비가 뒤돌아보자,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사여래가 말했다.

“잘 생각해야 해. 위험할 수도 있어. 그래도 가겠다는 거야?”

나방비가 문득 달콤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제 안위를 걱정해 주는 건가요?”

사여래의 안색이 복잡해졌다. 그는 이 여자가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잘 알았다. 하지만 또 그걸 잘 알기 때문에 두려웠다. 어느 날, 자신이 감정을 주체하지 못할까 봐 두려웠다. 그 때문에 항상 거리를 두었다. 그는 한참 망설이다가 갑자기 말했다.

“방비, 네가 알았으면 하는 일이 있어. 내가 하는 일은 사실 모두 너를 위한 것이야. 언젠가 그걸 알게 될 날이 올 거야.”

나방비는 활짝 핀 꽃처럼 웃으며 말했다.

“사형이 제게 무슨 짓을 하든, 평생 사형과 같이 있을 수 있다면, 원망하지 않을 거예요.”

사여래는 그녀를 놓아주었다. 그리고 나방비의 시선을 피하며 말했다.

“같이 가자.”

두 사람은 그렇게 누각을 벗어나 대나성지로 향했다.

두 사람이 도착했을 때, 나추가 홀로 대전 안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두 사람이 빠르게 다가가 예를 올렸다.

나추가 물었다.

“계집애야, 서신을 보았느냐?”

나방비가 끄덕였다.

“봤어요. 아버지, 가겠어요.”

사여래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사부님, 너무 위험합니다. 방법을 바꿔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너는 나의 친전제자이다. 환려는 너의 딸이고, 방비는 네 아내다. 그 말은 환려가 바로 내 외손녀라는 말이다. 어찌 구하지 않을 수 있겠느냐? 걱정하지 말아라. 이번 일은 내게 다 생각이 있으니, 아무 일 없을 것이다. 너는 먼저 물러가거라.”

사여래는 잠시 망설이더니 결국 포권을 하고 물러갔다. 그가 떠난 후, 나추가 자신의 딸을 지긋이 바라보더니 천천히 말했다.

“방금은 여래를 안심시키기 위해 한 말이다. 이번 일은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 두렵지 않으냐?”

나방비가 쓴웃음을 지었다.

“아버지, 전 호족을 한 번도 본 적이 없어요. 사실 이 서신은 좀 이상해요. 그러니 정말 조금도 두렵지 않다면 그건 거짓이겠지요. 저도 조금은 두려워요. 하지만 아버지, 전 일가족이 화합하지 못하는 것이 더 두려워요.”

“어리석기는…. 남자를 마치 보물처럼 대하는구나. 아주 푹 빠졌구나, 그럴 가치가 있느냐? 이 아비의 심정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아버지!”

다른 사람들이 없으니, 나방비는 나추에게 다가가 그의 팔에 매달려 어리광을 피웠다.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이에요.”

“다 큰 여자가 어찌 이리 체통 없이 달라붙는 것이냐. 아직도 아이같이 구는구나!”

나추가 나방비의 품에서 팔을 빼냈지만, 그의 시선에는 보기 드물게 온정이 가득했다.

세월은 무정하며, 사람의 마음은 알 길이 없고, 천지가 불인하니, 나추는 수많은 일에 무감각해졌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만큼은 그도 행복을 누리고 있었다.

다만 팔을 빼낸 나추가 다시 한 말은 또다시 매우 현실적인 말이었다.

“계집애야, 사환려는 그 여자가 낳은 아이다. 만약 구하지 않는다면, 여래와 그 여자 사이의 관계가 철저하게 끊어지는 것이다. 여래는 그제야 확실한 네 사람이 되겠지. 정말 조금도 마음이 동하지 않는 것이냐?”

나방비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아버지,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저는 정말 환려를 제 딸처럼 생각하고 있어요.”

나추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다시 말을 이었다.

“반드시 가야겠다면, 가거라. 걱정하지 말아라. 호족은 절대 너를 해치지 않을 것이다….”

나추는 딸의 두 눈에 비치는 의문을 바라보았다. 나추가 어째서 그렇게 확신하는지 모르겠다는 얼굴이었다. 다만, 나추는 즉시 표정을 굳히고는 다급히 말을 바꿨다.

“이 아비가 있으니, 호족이 감히 너를 어찌하겠느냐? 그러니 걱정할 필요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품에서 작은 자기병을 품에서 꺼내 건네며 말했다.

“이 약병 안에 있는 약을 몸에 바르거라. 그러면 일단 문제가 생겼을 때 이 아비가 너를 언제든지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나방비는 자기병을 열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하지만 아무 냄새도 없었다. 나추가 계속 말했다.

“꼭 기억해라. 호족이 있는 곳에 가서, 호족의 사람들과 만나면, 너를 만나고자 했던 사람이 어떻게 생겼는지 반드시 기억하고 돌아와서 내게 말해주어라. 그리고, 호족의 사람과 만난 사실에 대해선 다른 사람에게 무조건 비밀로 해야 한다. 물론, 내 딸이 이미 커서, 팔이 밖으로 굽기 시작했다는 건 알고 있다. 아마 너는 여래에게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다. 그래도 최대한 비밀로 하는 것이 좋다. 다 너를 위해서다. 알겠느냐?”

나방비가 입을 삐죽 내밀고는 말했다.

“네, 알겠어요.”

“나머지는 이 아비가 다 알아서 하겠다. 가보아라. 걱정하지 말고.”

나추가 대전 밖을 향해 턱짓하며 말했다.

* * *

십여 마리 날짐승이 날아서 대나성지를 벗어났다. 비록 호족이 나방비만 오라고 했지만, 대나성지에서는 여전히 대량의 고수를 파견해 나방비를 호위했다. 목적지 근처에 도착하고 나서야 나방비 혼자서 움직일 것이다.

사여래도 나방비와 동행했다. 하늘에 날아오른 그는 뒤돌아 산의 가장 높은 정상에 있는 성전을 바라보았다. 그의 마음속에는 의문이 가득했다.

정말로 우유도의 말대로 되었다. 나추가 정말로 나방비를 보내 사환려를 구하는 것을 허락한 것이다. 심지어 이 서신에 대해서 특별히 다른 조사도 하지 않았다. 너무 불가사의했다.

사여래는 이 일 배후에 분명 뭔가 숨겨져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유도가 알려주지 않으니 알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 호족은 자신을 무시하거나 믿지 않으니, 소통할 수조차 없었다.

다만 한 가지 사실은, 우유도의 계획에 따르기만 하면 사환려만 살아 돌아온다 해도 나추가 의심하지 않으리라는 점이었다. 우유도는 확신이 있는 것 같았다.

또 그렇기 때문에, 그는 천도비경에서 자신이 우유도를 죽음으로 몰아넣은 일을 회상하게 되었다. 당시 우유도가 죽지 않고 일등까지 한 것이, 그럴만했다는 생각이 든 것이다. 눈앞에 그 답이 있었다. 자신의 딸을 납치하는 것부터, 모든 과정을 이미 다 계획해 놓은 것이다.

심지어 이놈은 모든 일을 처리한 후에 후환이 없도록 할 해결 방안도 계획해 놓았다. 극단적인 수단으로 그를 밖으로 끄집어냈을 뿐만 아니라, 그 극단적인 상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깔끔하게 없애기까지 했다.

향명이 사여래에게 우유도가 자신과 사환려를 납치한 과정을 모두 설명해 주었다. 그 말을 듣고 나서야 사여래 또한 깨달을 수 있었다. 우유도가 문천성에 도착해서 올린 세 번의 보고, 이미 그 보고 자체가, 우유도가 자신의 납치 행위를 위해 예비해뒀던, 사전 준비였었다. 그렇지 않으면 나중에 움직일 공간을 확보하지 못했을 것이다.

“사형, 걱정하지 마세요. 환려는 무사할 거예요.”

한편, 같은 날짐승을 타고 있던 나방비는 남편의 안색이 계속 변하는 것을 보고, 걱정 때문에 그런다고 생각하고는 위로했다.

사여래가 살짝 고개를 저었다. 사실, 그는 걱정하고 있지 않았다.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지 알고 있기 때문에 조금도 걱정하지 않았다. 다만 이 모든 일이 모두 우유도의 정교한 계획하에 진행된다는 사실이 놀라웠을 뿐이었다.

게다가 심지어 나추까지 소리소문없이 그 계획의 일부분이 된 것을 보았다. 사여래는 자신이 선택한 사람이 이미 자신의 예상을 아득히 넘어섰다는 것을 발견했을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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