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18화. 나추 출수
지금 상황을 볼 때, 사건이 이미 우유도의 통제를 받고 있는 것 같았다. 우유도는 이미 호족과 한편을 먹었고, 성경 내부에서 판을 만들기 시작했다.
한 문파의 장로가, 그것도 성경에 처음으로 들어온 자가, 이 안의 정세를 뒤흔들고 있었다. 이건 사여래조차도 하기 힘든 일이었다. 이건 이미 사여래의 예측을 벗어나는 것이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번에 우유도와 만난 후, 그는 우유도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우유도가 사여래를 배후에서 끄집어낸 후, 사여래에게 곧바로 자신의 자신감을 보여주었다. 성경의 호족과 같은 편을 먹은 것을 보여주었고, 심지어 그 아래에는 원영기의 고수까지 있었다. 호족과 같은 편이 된 것을 직접 사여래의 눈으로 보았으니, 원영기 고수가 그의 아래 있다는 말 또한 허튼 말이 아닐 게 분명했다.
사여래는 배후에 있다가, 이제 와서는 우유도와 협조하지 않을 수 없는 위치가 되었다. 지금 상황에서 사여래는 할 수 있는 것이 많지 않았다. 밖으로 끌려 나온 그는 지금 우유도의 계획에 협력할 수밖에 없었다. 두 사람의 주도권이 우유도의 손에 쥐어진 것 같았다.
우유도는 이미 성경에 있다가는 결국 죽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힌 바 있었다. 당연히 그냥 앉아서 죽어줄 리 없었다. 앞으로 분명히 뭔가 행동이 있을 것인데, 사여래는 우유도가 무슨 짓을 벌일지 아직 알 수 없었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유도의 모든 행동이 계획된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모르는 다음 계획, 아마 나방비가 호족을 찾아간 이후의 일 또한 이미 우유도의 마음속에 진작부터 완성되어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사여래는 우유도의 수완과 심계에 매우 놀랐다. 또 자신이 사람을 제대로 찾았다는 것에 기뻐했다. 동시에 다음에 일어날 일들에 대해 기대가 가득했다.
사여래는 자신이 보고 싶은 결과를 이루기 위해, 반드시 우유도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은 우유도와 같은 능력이 없었다. 이건 경지가 높고 낮은 것과는 상관이 없었다.
그렇게 고민에 빠져있는 사이, 황택사지에 도달했다.
십여 마리의 날짐승이 땅에 내려섰다. 사여래와 나방비는 이곳에서 헤어지기로 했다.
“이제 혼자 가야 해.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잊지 않았지?”
사여래가 물었다. 나방비가 끄덕이며 대답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잘 기억하고 있어요. 찾을 수 있을 거예요.”
“조심해.”
“네, 최선을 다해서 환려를 안전하게 데려올게요. 설사 제게 문제가 생긴다 해도, 환려를 다치게 하진 않을 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그 한마디에 사여래의 가슴이 철렁했다. 사여래는 이것이 두려웠다. 바로 이런 느낌. 과연, 그는 자신을 통제하지 못하고 갑자기 팔을 펼쳐 나방비를 꽉 끌어안았다.
그는 나방비가 이번에 아무 일 없을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나방비는 그것을 모른다.
나방비는 깜짝 놀라 어찌할 줄 몰랐다. 처음이었다. 사형이 처음으로 이렇게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었다. 나방비는 이런 상황이 익숙하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곧 나방비의 얼굴은 순간적으로 환하게 밝아지며, 붉게 달아올랐다. 그녀 또한 사여래를 껴안고, 얼굴을 맞대며 말했다.
“사형, 아무 일 없을 거예요.”
“그래, 아무 일 없을 거야.”
사여래가 확신하며, 천천히 손을 풀고는 진지하게 말했다.
“기다릴게.”
“알겠어요!”
나방비가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나방비는 용기와 믿음이 순간 가득 차오른 것 같았다. 더는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뒤돌아 날짐승의 지령을 하나 달라고 하더니 그대로 날짐승 위에 몸을 실었다. 곧 하늘로 날아오른 그녀는 끝없이 펼쳐진 황택사지 안쪽으로 날아갔다.
나방비가 사라지는 모습을 확인한 사여래가 뒤돌아 좌우에 있는 사람들에게 명령했다.
“주변을 경계하고, 언제든지 지원을 할 수 있도록 준비해라!”
“알겠습니다!”
사람들이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 * *
목적지의 하늘에 도착한 나방비는 허공을 맴돌며 지도를 꺼내 이곳이 맞는지 비교해 봤다.
위치를 확인한 그녀는 날짐승을 조종해 아래 늪지대 중앙에 솟아있는 작은 ‘섬’으로 향했다.
적엽조가 땅에 내려섰다. 나방비도 그 위에서 뛰어내려 주위를 살폈다. 적막했다. 단지 가끔 늪지대 안에서 거품이 부풀어 올라 터지는 소리 외에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상대는 구대지존과 오랫동안 대적한 요호였다. 그녀 혼자 이곳에 있으니 긴장되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히 두려운 마음이 있었고 주위를 경계하고 있었다.
그녀는 아름다운 얼굴을 천천히 돌리며 주위를 살펴보다가, 갑자기 적막을 깨트리며 입을 열었다.
“도착했다. 어디 있는 거지? 빨리 안 나오고 뭐 하는 거냐.”
보글…. 보글….
그녀의 말이 끝나자마자, 후방에서 갑자기 거품이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울렸다. 나방비가 고개를 휙 돌려 소리가 나는 곳을 노려보았다.
곧 네 사람의 인영이 늪지대 안에서 솟아올랐다. 그중에 한 사람은 다른 사람을 안고 있었다.
안겨 있는 사람은 바로 기절해 있는 사환려였다. 나방비가 다급히 소리쳤다.
“환려야, 환려야….”
몇 번을 불렀지만, 사환려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나방비가 크게 분노하며, 중앙에서 은색 여우를 품에 안고 있는 검은 산발 머리의 흑의 남자에게 소리쳤다.
“괴물놈아, 사환려를 어찌한 것이냐?”
인질이 저들 손에 있기 때문에 나방비는 경거망동하지 못했다.
은색 여우를 품고 있는 흑의 남자는 흑운이었고, 두 장로가 그를 수행하고 있었다. 상대방이 자신들을 괴물이라고 부르자, 세 사람은 안색이 복잡해졌지만, 화나 보이지는 않았다.
나방비 앞에 선 흑운이 나방비를 잠시 훑어보더니, 콧구멍을 벌렁거리며 공기 중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는 끄덕이며 말했다.
“당신이군! 예전에 당신을 보았을 때, 강보에 싸인 아이였었지. 벌써 시간이 이렇게 지났군. 이렇게 어른이 되었어. 어머니를 많이 닮아서 이쁘게 자랐군!”
나방비가 깜짝 놀라며 물었다.
“날 본 적이 있나? 우리 어머니도 본 적이 있는 것이냐?”
“다 과거의 일이지.”
“왜 나를 보자고 한 거지?”
흑운은 고개를 숙여 품에서 자고 있는 은색 여우를 바라보며 말했다.
“내가 아니네. 이분이 너를 보자고 한 것이야.”
요호? 나방비는 의아해하며, 매우 아름다운 은색 여우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큰 관심은 없었다. 지금 그녀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환려였다. 그녀가 아름다운 목소리로 소리쳤다.
“내가 여기 왔으니, 빨리 그 아이를 풀어줘. 설마 약속을 어기는 것은 아니겠지?”
“걱정하지 말아라. 나쁜 뜻이 있는 건 아니니. 약속을 지켜 이렇게 찾아왔으니, 우리는 당연히 약속을 지킬 것이다. 다만 급할 필요 없겠지. 여기…. 여기를 좀 더 봐주지 않겠어?”
흑호는 품에 안겨 있는 은색 여우를 가리키며 말했다.
“이분은 우리의 노족장이다. 네가 어렸을 때 너와 만난 적이 있지.”
나방비는 깊은 잠에 빠진 것 같은 은색 여우를 노려보더니 소리쳤다.
“답답하군.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만약 그 여우가 나를 보고자 했다면, 깨우면 될 것 아닌가.”
흑운이 고개를 저었다.
“이분은 자신의 딸을 지키기 위해 자신의 수안을 파냈다. 이미 생명의 근본에 심각한 손상을 입은 상태라, 오랫동안 깊은 잠을 자야 하고, 아주 잠시만 깨어날 수 있는 상태지. 일 년 중에 아주 짧은 시간만 깨어날 수 있네. 그리고 지금은 아직 깨어나지 못하는 상태지.”
나방비는 은색 여우의 미간에 나 있는 상처를 빤히 보더니 더욱더 경계하며 말했다.
“깨어나지 못한다면, 날 어떻게 보겠다는 거지? 네놈 괴물들은 도대체 뭘 하고 싶은 거지? 무슨 의도로 날 부른 거지?”
“이분은 매년 한 번씩 깨어날 때마다, 너를 보고 싶다고 말씀하셨지. 하지만 지금까지 기회가 없었네. 하지만 이번에 황택사지에 있는 표묘각의 사람을 잡았을 때, 설요괴의 손녀가 시집을 간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네 남편의 딸이 설요괴의 손녀와 친구 사이라, 혼례에 참석하기 위해 올 것이라는 예상을 했지. 아니나 다를까. 이번에 너를 이쪽에 불러올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다만 너를 불렀어도, 시간이 맞지 않아 노족장이 직접 그 눈으로 널 볼 수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야. 그래도 이렇게라도 만났으니, 우리도 노족장의 숙원을 이루어드린 것이라 할 수 있지. 너도 이왕 왔으니, 이분을 한번 잘 보게.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한다면 더 좋겠군. 그럼 혹시 나중에 우연히 만나더라도 알아볼 수 있을 것 아닌가.”
이 호족이라는 놈들이 자꾸만 이상하고 기이한 이야기를 내뱉자, 나방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물었다.
“너희 노족장이 왜 나를 만나려고 하는 거지?”
흑운이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기회가 된다면 알게 되겠지. 지금은 알아봤자 네게 좋을 것이….”
말이 끝나기 전에, 곁에서 경계를 책임지던 장로가 소리쳤다.
“조심!”
그때 허공에 갑자기 검은 점이 나타나더니 허공을 가르는 소리를 내며 빠른 속도로 일행을 향해 쏘아져 왔다.
“후퇴!”
살짝 고개를 들어 그 광경을 확인한 흑운이 다급하게 소리쳤다. 저 높은 하늘에 사람이 숨어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한 모습이었다.
이들의 법안으로 발견하지 못했다는 것은, 상대방이 날짐승을 타고 올라갈 수 없는 높이까지 날아올라 있었다는 것을 의미했다. 그것만 봐도 상대방의 경지가 어떠한지 알 수 있었다. 여기서 철수하지 않는 건 죽여달라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사환려를 안고 있던 호족의 족장은 그대로 사환려를 팽개쳤다. 덕분에 나방비는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사환려를 받아내야 했다.
흑운을 포함한 3인은 이미 빠르게 늪지로 파고들어 신속하게 도망치기 시작했다.
공중에서 직선으로 쏘아져 내려오고 있는 사람은 지면에 가까워졌을 때, 커다란 소매 안에 있는 두 손을 꺼내 허공을 격하고 지면을 향해 장력을 쏘아냈다.
강대한 법력이 요동치며 아래로 쏘아져 내려와 지면을 압박했다.
쿠쿠쿵!!
마친 천신이 강림한 것 같았다. 늪지대에 있는 작은 ‘섬’ 주위에 거칠고 사나운 파도가 일어난 것처럼, 진흙이 흔들리며 거대한 물결을 일으켰다. 곧 ‘섬’을 중심으로 거대한 진흙의 파도 벽이 일어나, 주변 사방팔방으로 휘몰아치며 퍼져나갔다.
‘섬’에 있던 나방비는 그 거대한 압력에 숨도 쉴 수 없었고, 몸을 움직이는 것도 힘들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서 최대한 법력으로 품에 안고 있는 사환려를 보호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적엽조도 깜짝 놀라 날개를 펴고 날아오르려고 했지만, 거대한 압력에 의해 바닥에 납작 엎드린 채, 조금도 날아오르지 못했다.
한 사람이 순식간에 땅으로 내려와 나방비 곁에 섰다. 그는 나추였다. 큰 소매가 있는 양팔을 한 번 휘두르고 뒷짐 지고는 싸늘한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 기세가 아주 엄숙했다.
압력이 사라졌다. 나방비는 주위에 물결치는 늪지대를 한번 보고, 다시 나추를 돌아보더니 물었다.
“여긴 어찌 오신 거예요?”
그 말이 끝난 순간, 땅이 뒤흔들리며, 사방에서 셀 수도 없이 많은 촉수가 솟아올라 ‘섬’과 그 ‘섬’ 안에 있는 사람들을 포위해오기 시작했다.
눈앞에 거대한 촉수가 나타나더니, 세상을 삼킬 기세로 두 사람을 덮쳐온 것이다. 주위 공간이 어두워졌고, 나방비는 깜짝 놀라 사방을 돌아보며, 양팔로 품에 있는 사환려를 꼭 안으며 보호하기 시작했다.
그때 꼿꼿하게 서 있던 나추는 흔들리지 않는 모습으로, 그대로 둥실 떠오르듯이 날아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