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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19화 (416/1,000)

1319화. 호선과

그렇게 촉수가 공간을 점유하며 거의 나추의 곁에 다다랐을 때, 허공에 떠 있는 나추가 갑자기 양팔을 활짝 펼쳤다.

쾅!

요동치는 법력이 나추의 그 작은 육신에서 폭발하듯이 뿜어져 나와 파죽지세로 촉수의 벽을 터트리며 순간적으로 어둠을 찢어발겼다.

그들을 향해 쏘아져 오던 무수한 촉수는 나추의 법력에 의해 갈기갈기 찢어져, 사방으로 터져나갔고, 그 굉음이 주변을 떨쳐 울렸다.

수많은 파편이 후드득 하며 여기저기 떨어져 내렸고, 늪지 안에 남아있는 무수한 촉수는 이상할 정도로 고통을 호소하더니, 꿈틀거리며 빠르게 늪 깊은 곳으로 수축해 들어갔다. 촉수는 감히 다시 덤벼들지 못했다.

허공에 떠 있는 나추는 청삼을 펄럭이며, 주위에 가득한 법력을 천천히 몸 안으로 회수하기 시작했다.

주위가 조용해진 후, 나추는 허공에서 사라져 다시 땅에 나타났다. 여전히 나방비의 곁이었다.

그 뒤에 있는 적엽조는 드디어 정상적으로 움직일 수 있게 되자, 소리를 지르며 하늘로 날아올랐다. 방금 전의 위압감에 적엽조는 큰 공포를 느끼고 있었다.

이윽고 주변이 고요해졌다. 모든 것이 안전해졌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정신을 차린 나방비가 갑자기 소리쳤다.

“아버지, 그렇게 습격하면 환려의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었어요!”

“네가 말하지 않아도, 내게 다 계획이 있다!”

나추가 싸늘한 눈으로 나방비를 흘겨보았다. 비록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나추는 사환려의 생사에 조금도 관심이 없었다. 그는 나방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너를 보고자 한 사람을 만났느냐?”

그것이야말로 나추가 직접 나선 이유였다. 나추는 지금 자신의 딸을 보고자 한, 그 사람과 대면하기 위해 여기 온 것이었다.

“만났어요. 하지만 인간이 아니고, 한 마리 은색 여우였어요.”

나추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 요호가 네게 뭐라고 말했느냐?”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말을 마친 나방비는 법력을 이용해 사환려의 몸을 살피기 시작했다. 잠시 후, 나추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계집애야, 너도 이 아비를 속이려고 하는 것이냐?”

나방비가 깜짝 놀라 나추를 바라보았다. 착각일 수도 있겠지만, 아버지의 몸에서 은은한 살기가 나타나는 것 같았다.

“아버지, 거짓말이 아니에요. 정말 아무 말도 안 했어요.”

나추는 여전히 믿지 못하고 말했다.

“그가 이런 일을 벌여서 너를 만나려고 했다. 그리고 이렇게 만났는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는 것이냐?”

“만나긴 했어요. 나도 그 요호가 왜 나를 만나고 싶어 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지요. 그런데 그 요호는 말을 할 수가 없었어요.”

“말을 하지 못해?”

나추가 멈칫하더니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무슨 뜻이더냐?”

나방비는 뭔가 생각하는 얼굴로 말했다.

“그 요호는 줄곧 눈을 감고 있었어요.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요. 그 여우를 안고 있는 사람의 말에 따르면, 그 요호는 자신의 딸을 보호하기 위해 스스로 자신의 수안을 파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생명의 근본이 손상을 입었다느니 어쩌니 하면서, 일 년에 아주 짧은 시간, 아주 잠시만 깨어날 수 있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아직은 깨어날 때가 안 됐다고 말했어요. 나도 뭐가 뭔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그 요호의 미간을 보니, 확실히흉터가 있었어요.”

나추가 동요했다. 나방비의 말을 듣고 자신의 추측이 사실이었음이 증명되었기 때문이다.

아버지의 안색이 이상하다는 것을 깨달은 나방비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버지, 왜 그러세요? 날 보고자 한 그 사람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것 같으시네요.”

나추가 정신을 차리고 말했다.

“너는 내 딸이다. 다른 사람이 네게 피해를 줄까 봐 걱정되는구나…. 그 여우를 안고 있는 사람이 또 네게 무슨 말을 했느냐? 자세히 말해 보아라.”

나방비가 잠시 고민하더니 침음을 삼키며 말했다.

“그들이 또 이상하고 기괴한 말을 했어요. 어릴 때 제 모습을 봤다고도 했어요. 그리고 그 은색 여우도 저와 만난 적이 있다고….”

나방비는 대화 내용을 구체적으로 반복해 주었다.

나추는 나방비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딸의 안색과 반응을 살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후 물었다.

“그게 끝이냐?”

“이게 끝이에요. 아직 이야기가 다 끝나기 전에 아버지가 나타나서, 저들이 모두 도망쳤어요.”

나추는 자신의 딸에 대해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어려서부터 아무 걱정 없이 호사를 누리며 자랐다. 게다가 그녀는 매우 직선적이고, 솔직한 사람이었다. 당연히 심계라는 것이 없는 사람이었고, 만약 거짓이라면 파악하지 못할 리 없었다.

나방비가 진실을 이야기한 것을 확인한 나추는 딸이 안고 있는 사환려를 힐끗 보고는 관심을 가지며 물었다.

“아이는 괜찮으냐?”

“괜찮아요. 기절해 있을 뿐이에요.”

“너는 일단 아이를 데리고 돌아가거라.”

그리고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나방비가 깜짝 놀라 물었다.

“아버지는 저희와 같이 안 돌아가실 건가요?”

“너는 아마 오늘 일을 여래에게 숨기지 않겠지. 가서 여래에게 절대 다른 사람에게 오늘 일을 알리지 말라고 전해라. 내 명령이라 말하거라. 너 먼저 가거라.”

나추가 단호한 태도로 말했다.

나방비는 어쩔 수 없이 하늘의 날짐승을 불러 사환려를 데리고 올라타 그 자리를 빠르게 벗어났다.

딸아이가 멀어지는 것을 본 나추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홀로 외롭게 선 나추의 눈에 돌연, 쓸쓸함이 감돌았다.

나추가 허공을 보고는 혼자 중얼거렸다.

“과연 당신이었군. 아직 살아 있다니. 만약 정말 딸을 위한다면, 다시는 우릴 건드리지 말아야 할 것이야….”

나추의 시선이 한쪽으로 힐끗 돌아갔다. 먼 곳에서 수 명의 사람이 나추가 있는 곳을 향해 날아오고 있었다.

잠시 후, 가까이 다가온 그들의 모습을 보니, 그들은 모두 표묘각의 옷을 입고 있는, 표묘각 사람들이었다.

보통 표묘각 인원은 나추를 만날 기회가 없었다. 나추는 당연히 이들을 몰랐다. 설사 나추가 이들을 만난 적이 있었다 한들 기억하지도 못할 것이다. 그 많은 표묘각 사람들을 나추가 일일이 다 기억할 리 없었다. 하지만 나추는 보자마자 저들이 요호사의 사람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지금 이 시기에 황택사지에 있는 사람들은 요호사의 사람들뿐이었다.

아마도 방금 전의 소란 때문에 조사를 하기 위해 다가온 것 같았다.

그렇게 양측이 서로 만나 대화를 나누기도 전에 나추가 갑자기 한쪽 손을 휘둘렀다. 법력이 요동치며 천지를 휩쓸 듯한 기세로 분출되었고, 곧이어 늪지대에서 거대한 진흙의 용이 튀어 오르더니 표묘각 인원을 덮쳤다.

그들은 자신을 덮쳐오는 거대한 용의 파도를 보고 대경실색하며 목숨 걸고 저항했다.

쾅!

공중에서 용과 부딪힌 사람들이 피를 뿜으며 사방으로 날아가더니, 다들 중상을 입고 늪지대로 튕겨 나가 천천히 빠져들었고, 그 속에서 발버둥 쳤다.

하지만 나추가 다시 한번 손을 휘두르자, 수많은 진흙 용들이 늪에서 솟아오르더니 사람들을 덮쳐 철저하게 매몰시켜버렸다.

나추는 자신이 이곳에 나타났었다는 사실을 표묘각에서 알길 원치 않았다.

난리가 났던 늪지대는 거품을 뿜고 있었고, 그곳을 제외하고는 사방이 온통 적막했다.

나추가 다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여전히 한 마리 요호도 나타나지 않았다. 그는 사실 자신의 딸이 보았다는 여우를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지금 같은 상황에서 만날 수 없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요호가 지하 깊은 곳으로 숨어든 이상, 그의 법력이 아무리 높아도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호족이 황택사지에서 지금까지 살아남지도 못했을 것이다.

휙!

나추가 몸을 날려 높은 하늘로 날아오르더니, 순식간에 검은 점으로 변해 사라졌다. 그가 지나간 곳은 공기가 갈라지는 소리만이 남아 그가 지나간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나추는 자신이 오간 것에 아무런 흔적을 남기지 않았다.

* * *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후,

‘섬’에서 멀리 떨어진 수면 위에 있는 수풀 뒤편이 부스럭거렸다. 그곳에 숨어 있던 머리가 드디어 움직이더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우유도였다.

머리에는 진흙을 발라 은폐를 하고 있었다. 그는 멀리서 모든 과정을 숨어서 지켜보고 있었다. 나추가 갑작스럽게 나타났을 때, 우유도는 감히 조금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 산을 무너뜨리고, 바다를 뒤집는 위력을, 가볍게 표묘각의 사람들을 쓸어버리는 공포스러운 힘을 보며 오금이 저렸다. 우유도는 구대지존의 실력을 그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이다.

이때, 우유도 곁의 진흙이 잠시 흔들리더니 그 안에서 흑운의 머리가 나타났다. 그가 한숨을 쉬며 말했다.

“갔소.”

우유도는 흑운의 입과 코에 혈흔이 있는 것을 보고 물었다.

“부상을 입었소?”

“나추의 실력이 두려울 정도요. 그나마 빨리 알아차리고 도망쳤는데도, 늪지 안에서 그 여력을 맞이한 것만으로도 부상을 입었소. 다만 심각한 부상은 아니니, 큰 문제는 없소.”

우유도가 관심을 보이며 물었다.

“노족장은 괜찮으시오?”

이 일은 우유도가 계획한 것이다. 만약 노족장이 부상을 입었다면, 우유도 또한 책임을 피하기 어려웠다.

“걱정하지 마시오. 어찌 노족장께서 부상을 입도록 놔둘 수 있겠소. 내가 다치더라도 그럴 수는 없지, 내가 온 힘을 다해 지켜내, 별일 없이 무사하시오.”

주위 하늘을 둘러본 흑운은 여전히 두렵다는 듯이 말했다.

“놀랍군, 정말로 나추가 올 줄 몰랐소. 만약 당신 말을 듣고 경계하고 있지 않았다면, 나추의 공격속도에 반응하지 못했을 것이오. 도망치지 못했을 것이오.”

무사하다니 다행이었다. 우유도가 안도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직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우유도는 나추가 반드시 올 것이라고 확신한 것은 아니었다. 단지 그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미리 준비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서신을 보고 무슨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나추는 아마 바로 알아들을 게 분명했다. 은희가 얽힌 일이다. 나추가 직접 찾아올 가능성도 있었기 때문에 사전에 흑운 일행에게 당부한 것이다.

또 나추가 올 가능성이 있었기 때문에, 우유도는 이곳에 숨어서 현장을 지켜보았다. 덕분에 우유도는 나추가 직접 손을 쓰는 것을 두 눈으로 살펴볼 수 있었다.

한편, 그 모습을 본 우유도의 마음이 무거웠다. 지금 보니, 접몽환계의 은아도 나추를 이기는 것이 쉽지 않아 보였기 때문이다.

그런 생각을 하던 우유도가 문득 흑운에게 물었다.

“만약 노족장이 호선과를 복용하고 몸을 회복한다면, 나추를 막을 수 있는 것이오?”

흑운이 고개를 저었다.

“과거, 노족장은 자신이 나추의 상대가 되지 못한다고 말씀하신 적이 있소. 저 아홉 개자식이 천하를 장악하고, 천하의 수행자원을 오랫동안 끌어모았소. 아마 지금 저놈은 노족장을 만났던 과거보다 더 경지가 높아졌을 것이오. 그러니 지금 노족장이 몸을 회복한다 해도 나추를 이기기는 힘들 것이오.”

“그렇다면, 설사 호선과를 얻는다 해도, 원영기의 경지에 도달해, 불로불사할뿐, 실력은 여전히 오랫동안 수행한 늙은이들을 이길 수 없다는 것이군.”

“불로불사?”

흑운이 깜짝 놀라 말했다.

“누가 호선과를 얻으면 불로불사한다고 했소?”

우유도 또한 마찬가지로 깜짝 놀라 말했다.

“수행계에 그런 소문이 있소. 설마 아니란 말이오?”

“호선과로 축체(築體)해서 몸을 다시 만들면, 당신들 인간은 육체를 개선해 장생(長生)할 수 있소. 하지만 천지자연의 법칙에 따른 죽음은 피할 수 없소. 이건 당신의 사부 상찬이 과거에 했던 말이오. 호선과를 먹는 것으로는 영생할 수 없다고 했소. 당신 사부는 박학다식한 데다가, 법력이 허공을 가르고 새로운 세상으로 향하는 길을 열 정도였으니, 당연히 혜안이 있었을 것이오. 그런 그가 안 된다고 했으니, 아마 안 될 것이오.”

“그럼 얼마나 살 수 있는 것이오?”

“모르겠소. 그걸 아는 사람이 있소? 호선경이 당신들 인간계와 소통한 지 이제 겨우 수백 년이오. 아마 아홉 개자식도 호선과의 한계가 어디인지 모를 것이오. 물론, 우리 호족은 당신들 인간과 다르지. 당신들이 복용하면 수명을 늘릴 수 있지만, 호족에게 호선과는 그런 효과가 없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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