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2화. 군주의 혼사
현요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홍운법은 수련자원도 모자라지 않고, 녹봉도 충분합니다. 그 많은 돈을 착복해 뭐하단 말입니까?”
“욕망은 끝이 없지. 표묘각은 그에게 녹봉을 주지만 여자까지 주지는 않았다. 처음에는 여자에서 단서를 찾았다. 자세히 살피자, 그 뒤로 수많은 미녀를 키우고 있다고 하는구나.”
“그래도 금 수억 냥입니다. 아무리 색을 탐한다 해도 돈이 그렇게나 필요하겠습니까?”
“내가 지금 두려워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아마 그 돈이 여자들에게만 사용된 것은 아닐 것이다. 어디까지 얽혀있는 일인지 알 수가 없다.”
황반이 머뭇거리며 말했다.
“홍운법이 가짜 장부를 만들었다면, 분명 조심했을 것입니다. 이 짧은 시간에 감찰 인원이 그걸 어찌 찾아냈단 말입니까?”
정위가 이를 갈며 말했다.
“평소에는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사람이었기에 다들 큰 의심을 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놈은 사실은 대단한 호색한이었다. 이 개자식은 일찍이 천녀교의 한 제자의 미모를 보고, 자신의 신분을 이용해 그녀를 강제로 범한 후, 나중에 여자를 죽여버렸다. 천의무봉하다고 생각했지만, 줄곧 그 제자의 사부가 그놈을 몰래 주목하고 있었던 듯하다. 상대방은 수년 동안 묵묵히 기다렸다. 천녀교 쪽에서 파악한 홍운법의 여자만 해도 스물이 넘었다. 그 여자들이 사용하는 돈만 해도 홍운법의 녹봉을 아득히 넘어서는 액수였다.”
“마침 천녀교의 사람이 천하전장에 파견되었고, 이 단서를 따라 수색을 하자 문제를 발견할 수 있었다. 천녀교의 감찰은 천녀교의 세력을 동원해, 홍운법이 키우고 있는 스무 명의 여자들을 잡아들여 증인으로 삼은 후, 성존께 보고를 올렸다! 성존은 진노하셨고, 내게 직접 수사를 지시하셨다. 또 이번 사건과 연관된 사람을 한 명도 용서하지 말라고 하셨다!”
현요가 이를 악물었다.
“빌어먹을 자식!”
“홍운법은 아직 이 사실을 모른다. 지금은 일단 비밀리에 일을 진행해야 한다. 내가 성경을 떠난 시간 동안, 너희를 여기로 부른 것은, 너희에게 이쪽에 있는 몇몇 문파를 관리하게 하기 위해서다. 더는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포권을 하고 명령을 받았다. 곧이어 황반이 물었다.
“선생님께서 방금 표묘각을 넘겨받으셨습니다. 앞으로 몇 년은 표묘각을 관리해야 하는데, 이대로 계속 소란이 커지면, 선생님도 얽혀 들어갈 수 있습니다.”
“표묘각 안에는 각 세력이 잡다하게 섞여 있다. 기다려봐라. 일단 문제가 생기면, 많은 사람이 안절부절못할 것이다. 우리가 뭘 할 필요도 없이, 분명 반격하는 사람이 나올 것이다. 다만…. 그것이 위에서 원하는 그림이겠지. 튀어나오지 않으면 어찌 쓸어버리겠느냐?”
* * *
“청아야, 나야, 문 좀, 문 좀 열어봐.”
작은 남자아이를 안고 있는 봉약남이 문을 두드리고 있었다.
상숙청은 마당에 있다가 새언니가 오는 것을 보고 다급히 방 안으로 들어가 문을 걸어 잠갔다. 그리고 문에 등을 기대고 서서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새언니, 강요하지 마세요. 시집 안 갈 거예요. 제발 부탁이니까 저를 내버려 두세요.”
지금 상숙청은 큰 고민에 빠져있었다. 오라버니 부부가 자신의 혼사를 위해서 마음에 드는 사람은 없냐며, 끊임없이 남자를 들이대고 있었다.
상숙청은 정말 그 남자들을 만나기 싫었다. 하지만 집안사람들이 계속해서 그녀를 세뇌하며, 마치 혼인을 하지 않으면 천하의 대죄인이 될 것처럼 만들고 있었다. 때문에 상숙청도 하마터면 자신을 포기할 뻔했다.
어떨 때는 정말로 이것이 자신의 운명이라고 스스로 위로하기도 했고, 아무 남자나 찾아서 그냥 대충 살자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집안사람들이 계속해서 설득하니, 그 성의를 거절하기도 쉽지 않았다. 한번은 가족이 물색한 상대와 만나본 적도 있었다. 하지만 상대방이 상숙청의 얼굴을 본 그 순간, 남자의 눈빛이 빠르게 실망한 표정을 지었다가, 곧바로 평범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그 순간의 변화를 알아차렸던 상숙청은, 큰 상처를 받았다. 그 얼굴은 마치, 못생겼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이렇게까지 못생겼을 줄은 몰랐다는 얼굴이었다.
그런데 하필이면 상대방은 또 자신에게 열정적이었다. 마치 진심으로 그녀와 잘되기를 바라는 모습이었다. 그렇지만 당연하게도, 상숙청은 그걸 받아들일 수 없었다.
그 후에 그녀는 더는 집안에서 물색한 남자들을 만나러 가지 않았다.
이제 용친왕에게는 자금동이라는 뒷배가 생겼다. 남주의 영역을 안정시켰고, 연국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왕부에서 군주를 위한 배필을 찾는다고 한마디 하자, 이 난세에 얼마나 많은 남자들이 소식을 듣고 찾아왔는지 모른다. 남주 경내의 권세 있는 세가들은 온갖 방법을 동원해서 자신의 아들을 상숙청의 남편으로 만들고 싶어 했다.
일부 남자들은 그 유명한 못난이를 아내로 맞이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집안의 명령 때문에 원하지 않아도 어쩔 수 없었다.
누구나 알고 있었다. 일단 상 군주와 결혼하면, 그 집안은 그야말로 저 하늘 높이 날아오를 수 있었다!
이번에, 상숙청도 소문을 들었다. 새언니가 원유회를 열었고, 그곳에 참석하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젊고 뛰어난 남자들이라고 했다.
그게 무슨 뜻인지 상숙청이 어찌 모르겠는가. 이건 지금 그녀에게 마음대로 고르라는 뜻이었다.
그렇게 새언니가 찾아왔다. 자신을 그 원유회에 참석시키려는 것이 분명했다. 그래서 상숙청은 지금 방 안으로 숨어 들은 것이었다.
“청아야, 새언니도 네 마음을 모르는 것이 아니야. 하지만 사실 이 수많은 일은 네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렵지 않아. 당시, 나도 네 오라버니가 나를 좋아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어. 단지 우리 봉 가를 이용하고 있다고 생각했지. 하지만 지금 봐봐, 우리 둘이 잘 지내고 있잖아?”
봉약남은 문밖에서 열심히 상숙청을 설득했다. 그러나 문을 등지고 있는 상숙청은 고개를 저었다.
“새언니, 설마 과거에 힘들었던 순간들을 잊어버린 건가요? 만약 도야가 중간에서 중재하지 않았다면, 정말 오라버니와 잘 지낼 수 있었을까요? 두 분은 도야의 중재가 있었지만, 제가 만약 그 상황이 되면, 도야가 나서서 중재해줄까요?”
“지금 네 신분과 지위라면, 도야가 나설 것도 없이, 네 오라버니만 나서도 충분하지. 네가 어느 집을 고르더라도, 저들이 너를 감히 어쩌겠어?”
“새언니, 저는 정말 혼인하고 싶지 않아요. 절 제발 내버려 두세요.”
“청아야. 네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야. 하지만 도야가 돌아올 수 있을지 없을지 모른다는 것을 알아야 해. 또 돌아온다고 뭔가 달라질까? 청아야, 더는 어리석은 짓 하지 마. 도야가 어떤 사람이야? 권모술수에 뛰어나고, 칠규영롱심(*七竅玲瓏心: 외모와 마음이 모두 영롱하고 훌륭하다는 말)을 가진 사람이야.
그런 사람이 네 마음을 정말 모를까? 네가 오랫동안 그를 따르며, 매일 비천한 시녀처럼 그를 위해 머리를 빗겨 주었지만, 도야가 네게 마음이 흔들린 적이 있었어?”
“청아야, 도야 같은 사람은 그 포부가 너무 높은 사람이야. 우리에게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야!”
“청아야, 이성적으로 가슴에 손을 얹고 생각해봐. 정말 도야가 너를 받아들일까? 넌 정말로 아주 작은 가능성이라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야?”
냉혹한 현실이었다. 봉약남의 말은 상숙청의 아픈 곳을 찔렀다. 그녀의 몸이 휘청였다. 그녀는 문에 기대고 서서 묵묵히 눈물을 흘렸다.
“청아야. 우린 네가 잘못되라고 하는 것이 아니야. 정말 다 너를 위해서야. 그리고 우리가 그냥 강요하는 게 아니야. 네 오라버니의 마음이 다급해서 그래. 겨우 하나 있는 누이동생인데 어찌 다급하지 않겠어. 이미 네 나이가 적지 않아. 이대로 간다면, 네 오라버니는 돌아가신 부모님과 형님들에게 뭐라고 변명하겠어!”
“고모…. 고모….”
봉약남 품에 안겨 있는 아이는 이제 막, 말을 배우고 있는 단계였다. 아이는 어눌한 목소리로 상숙청을 부르며 문을 두드렸다.
덜컥!
방문이 아이의 통통한 손에 의해 덜컹 열렸다.
봉약남이 멈칫하더니, 곧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와 뒤돌아서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상숙청을 바라보았다.
“청아야.”
봉약남이 상숙청을 빙 돌아 앞에 서서 그녀를 바라보았다. 봉약남도 가슴이 아팠다.
“고모….”
꼬맹이가 손발을 흔드는 모습을 보고, 상숙청은 손을 뻗어 아이를 품에 안았다. 아이의 천진난만함을 이용해 자신을 설득하려 하다니.
아이를 상숙청에게 넘긴 봉약남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나도 네 마음이 괴롭다는 것을 알고 있어. 정말이야. 우리가 처음 만난 그때부터 이 새언니는 너를 이해하고 있었어.”
울었다. 상숙청은 봉약남의 말에 아이의 몸에 고개를 숙이고 눈물을 흘리며 흐느꼈다.
“강요하지 마세요! 하면 되잖아요. 혼인할게요. 이제 만족하세요? 어디든 보내고 싶은 곳으로 보내세요. 마음대로 하세요.”
평생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설득에 상숙청은 포기했다. 더는 버틸 수 없었다.
상숙청이 수락한 것을 보고 봉약남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 봉약남은 이렇게 상숙청에게 강요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상조종이 이렇게 하라고 하니 다른 방법이 없었다.
물론, 그녀는 상조종이 오라버니로서 어떤 마음을 가졌는지도 알고 있었다.
사적으로, 상조종은 줄곧 자신의 하나뿐인 누이동생을 잘 돌보지 못했다고 자책했다.
연경에 있을 때, 자신이 스스로를 통제하지 못해, 뇌옥에 갇히게 되었고, 그 바람에 상숙청의 혼인 적령기를 놓쳐버렸다.
영왕부가 봄날 눈 녹듯이 사라져 버리고, 그 자신은 뇌옥에 갇혀있으니, 그 누이는 왕부의 신하들과 같이 산야를 떠돌며 살아남아 지금에 이르게 되었다.
쉽지 않았다. 습격을 받기도 했다. 모두 자신이 무능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게다가 상숙청 또한 고집이 셌다. 그녀는 병사들의 사기를 고취하기 위해 직접 깃발을 들고 병사들과 같이 돌격하기도 했다. 그렇게 눈먼 칼에 맞아 목숨을 잃을 뻔하기도 했다.
만약 누이가 굳이 상청종에 올라가 도야를 모셔오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도 없을 것임이 분명했다.
상숙청에 대해서 상조종은 무한한 죄책감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니 그녀가 줄곧 행복한 삶을 살길 바랐다.
그리고 이 모든 것에 대해 봉약남 또한 어느 정도 이해하고 있었다. 상조종의 아내였으니, 그리고 이제 두 사람의 사이가 몹시 친밀해졌으니, 상조종의 근심을 그녀가 모를 리 없었다.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가 고르는 것이 아니라, 네가 고르는 거야. 청아야, 걱정하지 마. 네가 누굴 고르든, 네 오라버니가 분명 그 사람의 인품을 확실하게 검증할 거야. 절대 널 믿을 수 없는 사람에게 보내지 않을 거야. 그건 걱정할 필요 없어.”
“…….”
문제를 해결한 봉약남은 즉시 아이를 하인들에게 넘기고, 모든 심력을 상숙청의 원유회에 집중했다.
봉약남은 방 안에서 상숙청에게 여러 장신구를 패용하게 했다. 또 여러 옷을 입어보게 하며 그녀를 치장시켰다. 하나를 입어 볼 때마다 봉약남이 직접 나서서 이것저것을 살폈다.
평소 돈을 절약하던 상조종도 이번에는 주머니를 활짝 열고 상숙청이 쓰는 것이라면 돈을 신경 쓰지 말라고 할 정도였다.
상숙청은 평소 너무 몸에 붙는 옷을 입지 않았다. 못생긴 것이 어쩌고저쩌고한다며 구설에 오르내릴까 봐 걱정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비교적 몸에 맞는 옷을 입고나니, 봉약남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는 예전에 상숙청과 같이 목욕한 적이 있기 때문에 상숙청의 몸매가 아름답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상숙청이 이렇게 몸매를 드러내는 옷을 입은 것은 처음 보았다.
만약 얼굴을 보지 않고, 뒷모습, 옆모습만 본다면 그야말로 너무 아름다웠다. 여자가 봐도 가슴이 두근거릴 정도였다.
또 그렇기 때문에 봉약남은 더욱더 안타까웠다. 만약 그 얼굴만 아니라면, 이 아가씨의 몸매로 시집이 뭐가 문제겠는가.
그리고 이렇게 상숙청의 아름다운 일면을 보여주는 것이 바로 봉약남이 원하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