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3화. 일이 성사되면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을 것이다
다음 날, 원유회가 열렸고, 상숙청이 청년들 사이에 나타났을 때, 그녀는 어제 봉약남이 골라준 옷을 입고 있었다. 단지 머리는 흰 비단천으로 가린 사립(絲笠)을 쓰고 있었다.
이것도 봉약남이 의도한 것이다. 최대한 상숙청의 추한 부분을 가리고, 그녀의 아름다운 부분을 강조한 것이다.
이런 등장에 청년들의 시선이 순간적으로 상숙청의 아름다운 모습에 이끌렸다. 이처럼 아름다운 몸매를 가진 여인이 정말 소문처럼 그렇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믿을 수 없다는 모습이었다.
그 후에 서로 교류를 나누며 상숙청이 보여준 자태, 또 그 아름다운 목소리 때문에, 강요 때문에 참석한 청년들조차도 상숙청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
봉약남은 상숙청의 장점을 보여주기 위해 금기서화를 다루는 시간을 준비하기도 했다.
시사서화(詩詞書畫), 금예가후(琴藝歌喉) 할 것 없이, 상숙청은 못 하는 것이 없었다. 그녀의 솜씨를 본 청년들은 탄복해 마지않았고, 다들 이 못생긴 것으로 소문이 자자한 여인의 재능에 경악했다.
이번에 원유회에 온 젊은이들은 당연히 상숙청과 혼인할 생각을 하는 사람들이었다. 상숙청이 얼마나 못생겼든지, 어쨌든 그 마음은 변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상숙청도 자신의 생각이 있었다. 금기서화를 통해서 남자들을 관찰했다. 마지막에 상숙청은 그나마 마음에 드는 한 남자를 골랐다. 오직 한 사람만 고를 수 있었다. 당연히 한 무리를 고를 수는 없었다.
원유회가 끝나고 결과가 나왔다. 그 소식이 빠르게 상조종의 귀에 들어갔다.
상조종은 상숙청이 고른 남자의 신분을 확인하고는 즉시 사람을 불러 명령했다.
“조사해라! 이 사람의 조상 삼 대까지 그 신분과 배경을 샅샅이 조사해라. 인품이 어떠한지도 확실하게 조사해야 한다. 절대 대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상조종은 다소 긴장하고 있었다. 누이가 어렵게 고른 사람이었다. 혹시 무슨 문제라도 있다면 정말 큰 일이었다.
그러니 조사를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상조종 정도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을 경계해야 했다. 이건 매우 중요한 일이었다.
* * *
귀면각 밖,
천천히 계단을 오르는 사람을 보며 거안이 웃었다. 빠르게 처마 밑을 나서 그녀를 마중 나갔고, 같이 천천히 올라왔다.
“여긴 어찌 오셨소?”
귀면각에 온 사람은 문묵아였다. 문묵아도 미소지으며 손에 든 바구니를 건넸다.
“당신을 보러 오지도 못하는 건가요?”
“물론, 되지.”
거안이 바구니의 천을 들쳐 내부를 살펴보니 안에 과일이 들어 있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즐겁게 웃으며 말했다.
“과거, 내가 처음에 당신에게 선물로 주었던 것이 바로 이 과일인 것을 기억하시오? 그 답례를 오늘에서야 받는군.”
문묵아가 눈을 치켜뜨며 말했다.
“무슨 소리예요. 다른 사람이 들으면 비웃겠어요.”
그리고는 주위 드문드문 서 있는 수위들을 자신도 모르게 바라보았다.
“멀리 있어서 들리지 않을 것이오.”
문묵아는 거안에게서 떨어져 굳게 닫힌 귀면각의 대문 밖 계단 아래로 가더니 대문을 향해 허리를 숙여 인사하고는, 그제야 다시 거안 곁으로 돌아왔다. 두 사람은 서로를 보며 미소짓더니 같이 몸을 돌려 눈 앞에 펼쳐진 산맥의 풍경을 바라보았다.
처음에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는 이미 운명을 받아들이고, 순리에 따르게 되었다. 시간이 지나니, 부부 사이의 감정도 생겨났다.
두 사람의 시선에 초려별원의 내부가 흐릿하게 보였다. 관방의는 높은 누각 위에 서서 바람을 맞으며 서 있었고, 그녀는 여전히 자신을 아름답게 꾸미고 있었다.
관방의는 항상 그랬다. 할 수만 있다면, 어디 있든지 자신을 최대한 아름답게 꾸몄고, 마치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 같았다. 기다리는 것은 당연히 우유도가 아니었다. 우유도를 만나기 전부터 관방의는 이러했다.
물론, 지금은 우유도가 평안하게 돌아오기를 바라는 마음도 있었다.
일단 지금 관방의는 조금 마음을 놓고 있었다. 가끔 우유도의 서신을 받을 수 있으니, 최소한 우유도가 아직 살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우유도의 서신만 있다면, 그녀와 원강의 관계는 너무 소원해지지 않았다.
댕!
이때, 종이 울렸다. 관방의는 불당이 있는 방향을 바라봤다. 그곳, 도야가 떠난 후, 원방은 더욱 부지런해졌다.
한번은 관방의가 가까이 다가가 들어보니, 원방은 불경을 외우며 도야가 무사히 돌아올 수 있도록 부처에게 빌고 있었다.
별원의 밭에는 몇몇 승려들이 밭을 돌보고 있었고, 겉으로 보기에는 모든 것이 평화로웠다.
* * *
누각 내부.
흑수대에서 문서를 옮기는 사람이 안으로 들어와, 돌돌 말려 수북이 쌓인 비밀문서를 단정히 앉아 있는 소평파 앞에 내려놓았다.
소평파는 그대로 손을 뻗어 하나를 들더니 봉인을 뜯어 내용을 살피려다가, 시선을 살짝 틀어 문서를 내려놓은 사람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상대방이 미소지으며 서 있는 것이 그냥 떠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비정상이었다. 최소한 평소와는 다른 모습이었다.
소평파가 자신을 빤히 바라보자, 그 사람은 뒤돌아 한쪽에 있는 소삼성을 바라보았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그 안에 수많은 대화가 오갔다.
소평파는 끄덕이며 소삼성에게 잠시 나가 있으라 시선을 보냈다.
소삼성이 누각을 벗어났다. 천천히 손에 든 문서를 펼치며 소평파가 물었다.
“혹시 폐하나, 도 총관께서 내게 다른 분부가 있으신 것인가?”
그 사람이 주위를 살피더니 품에서 한 가지 물건을 꺼내 소평파의 눈앞에 놓아두었다. 영패였다.
소평파가 그 영패에 각인되어있는 도안을 보더니 안색이 딱딱하게 굳으며 돌연 고개를 들어 말했다.
“표묘각의 사람입니까?”
“쉿!”
그 사람은 소평파에게 조용히 하라고 하고는 영패를 다시 품에 넣었다.
소평파의 두 눈에 경악이 가득했다. 표묘각이 천하를 통제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흑수대에서 문서를 배달하는 사람까지 표묘각의 손에 들어가 있을 줄은 몰랐다. 이 말은 이미 이쪽의 수많은 정보가 표묘각에 넘어가고 있었다는 것이 아닌가?
동시에, 소평파는 내심 흥분하기 시작했다. 표묘각의 사람이 자신을 찾아와 신분을 밝혔으니, 분명 자신을 찾아온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었다.
이건 표묘각과 관계를 맺을 기회이기도 했다. 소평파가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당신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제가 어찌 압니까?”
“가짜인지 아닌지는 중요하지 않소. 사실 여부는 당신이 판단하도록 하시오. 나는 명령에 따를 뿐이오. 지금 당신에게 시킬 일이 있소.”
소평파는 상대방을 살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전 여기 갇혀 있어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당신을 찾았다는 것은, 당신에게 그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오. 잘 들으시오. 당신이 진행하고 있는 위국에 대한 전쟁을 시작하시오.”
소평파가 눈살을 찌푸렸다.
“조정이 허락하지 않으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습니다.”
“그것이 바로 당신을 찾아온 이유요. 반드시 태숙웅을 설득해 최대한 빨리 위국에 대한 정쟁을 일으켜야 할 것이오.”
소평파가 눈살을 찌푸렸다.
“표묘각의 뜻이라면, 기운종에 한마디만 하면 그만입니다. 어째서 저를 통해 그 일을 진행하려 하는 겁니까?”
“표묘각의 행사는 은밀해야 하오. 당신에게 이 일을 시키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오. 너무 많이 알려고 하지 마시오. 당신은 한 가지만 기억하면 되오. 일이 성사되면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는다는 것이오. 그 누구도 당신을 살리지 못할 것이오.”
“당신의 신분을 확인할 수 없으니, 승낙할 수 없습니다.”
그 사람은 문서 더미를 향해 턱짓하고는 말했다.
“다섯 번째 장, 우유도와 관련된 성경 내부의 상황이 적혀 있소. 당신은 그의 맞수이니, 우리의 도움이 필요할 것이오. 기억하시오. 일이 성사되면 살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죽을 것이오. 만약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내일 떠오르는 태양을 보지 못할 것이오! 쓸데없는 생각하지 말길 바라겠소. 당신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소.”
그리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갔다.
떠나가는 상대방을 보며, 두 눈을 번뜩이던 소평파가 자리에 앉아 문서의 다섯 번째 장을 꺼내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의 말대로, 거기에는 성경 내, 우유도의 일부 상황에 대해서 적혀 있었다. 상세하다고 할 수 없는 정보였지만, 대략적인 상황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이걸로 충분히 일부 문제를 설명할 수 있었다.
내용을 확인한 소평파는 깊은 사색에 잠겼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린 소평파는 곁에 소삼성이 있는 것을 그제야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참을 옆에서 기다렸던 소삼성이 물었다.
“폐하의 새로운 명령입니까?”
소평파가 고개를 저었다.
“폐하와 상관없다. 방금 그 사람은 표묘각의 사람이었다.”
“아!”
소삼성이 대경실색했다.
“어…. 표묘각의 사람이 대공자님을 왜 찾아왔단 말입니까?”
소평파는 소삼성에게 아무것도 숨기지 않았다. 그는 그가 보던 문서를 소삼성에게 건네주었다.
생각해보면 처량한 신세였다. 과거 소평파는 나름 한 지역의 제후라 할 수 있었고, 그 세력이 상당했었다. 그런 사람이 지금은 영락해 곁에 단 한 사람의 심복만이 남아있었다.
문서의 내용을 확인한 소삼성이 매우 놀라며 물었다.
“공자님, 설마 공자님의 손을 빌려 우유도를 상대하려는 생각일까요?”
소평파가 자조하며 말했다.
“나는 우유도에게 패배한 사람이다. 지금 우유도는 표묘각의 손에 있고, 나는 이곳에 갇혀있을 뿐 아니라, 손에 아무런 권력과 세력이 없다. 정말 우유도를 상대하려 했다면 나를 찾아오지도 않았겠지.”
그러자 소삼성이 종이의 내용을 가리키며 말했다.
“그럼 이것은?”
“우유도를 상대하는 것에 내 도움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나를 도와 우유도를 상대하겠다는 의미다.”
소삼성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표묘각의 사람이 갑자기 나타나서 이런 식으로 도와줄 이유가 있습니까?”
“도와줄 리가 없지. 당연히 다른 의도가 있다. 조건이 있었다. 나보고 위국에 대한 전쟁을….”
소평파는 방금 있었던 상황을 모두 알려주었다. 소삼성은 더욱 이해할 수 없었다.
“위국을 공격하는 결정권이 공자님에게 없지 않습니까?”
소평파가 천천히 말했다.
“사람이 많은 곳에는 시시비비가 끊이지 않지. 아마도 표묘각에 내분이 일어난 것 같구나.”
“내분 말입니까?”
소삼성이 놀라며 말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십니까? 그가 공자님께 알려준 겁니까?”
소평파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생각하기에 진국 황궁 내부에 다른 표묘각의 사람이 있을 것 같더냐?”
소삼성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표묘각은 천하를 장악하고 있습니다. 일국 중추에 밀정이 없을 리 없습니다. 많든 적든 아마도 어느 정도는 있지 않겠습니까.”
“표묘각의 눈이 없는 곳이 없다는 소문을 들었다. 아마 진국 황궁뿐만이 아니라, 기운종에도 그 검은 손을 뻗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를 찾아올 이유가 있다고 보느냐? 황궁에 있는 표묘각 인원이 그대로 폐하를 찾아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자신의 신분을 밝힌다면, 폐하든 기운종이든 바라마지 않는 일이고, 표묘각의 명령이 있으니, 그 즉시 진국에 대한 전쟁을 일으킬 것이다.”
“분명 더 간단한 방법이 있는데, 그것을 사용하지 않는 것을 보면, 보안을 위해서라고 말하지만 말도 안 되는 일이다. 정말 보안을 위해서라면, 표묘각은 그저 당부 한마디만 하면 그만이다. 폐하도 감히 표묘각이 배후에서 자신에게 명령했다고 밝히지 않을 것이다. 그런데 표묘각 사람은 수상쩍은 모습으로 나를 찾아왔다. 이게 무슨 뜻일 것 같으냐? 이건 표묘각의 뜻이 아니라는 말과 같다.”
소삼성이 경계하며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