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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24화 (421/1,000)

1324화. 자진

“대공자님의 뜻은, 그 사람이 표묘각을 사칭했단 말입니까? 아니….”

방금 소평파가 표묘각에 내분이 있다고 했던 말을 기억하고는 말을 바꿨다.

소평파가 손을 뻗어 소삼성이 들고 있는 종이를 다시 돌려받더니 종이 위에 있는 내용을 다시 살펴보며 말했다.

“이 안에 적혀 있는 상황을 보면, 분명 성경 내부에서 흘러나온 소식이 분명하다. 표묘각의 사람이 아니라 해도, 표묘각과 연관이 있는 사람이겠지. 상대방의 신분에 문제는 없을 것이다. 단지 이 표묘각은 아홉 개 세력이 공존하는 곳으로, 누군가가 표묘각 몰래 일을 벌이려는 것 같다. 표묘각에 알리고 싶지 않으니, 당연히 궁중에 있는 다른 표묘각의 인원 모르게 일을 처리하려는 것이다.”

“그렇게 거꾸로 추리해 보면, 그 사람이 왜 나를 찾아왔는지 설명할 수 있지. 위국에 대한 전쟁을 준비하고 있는 사람은 나다. 지금까지 나도 위국을 공격하기 위해 바쁘게 움직였지. 내가 나서서 이번 일을 추진하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로, 표묘각의 의심을 불러일으키지 않을 것이다.”

“상대방이 그 모든 것을 알고 있다면, 당연히 공자님의 어려움도 알고 있을 것입니다. 공자님이 하기 싫은 것이 아니라, 조정이 지금까지 승낙하지 않았기 때문이 아닙니까. 그걸 알면서도 이렇게 압박을 가하는 것은, 대공자님을 곤란하게 하는 것이 아닙니까?”

손에 든 종이를 뒤집어 서탁에 내리누른 소평파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당연히 내 어려움도 알고 있겠지. 그런데도 나보고 나서라는 것은, 저들에게 확신이 있기 때문이다. 또 그것은 황궁과 기운종에도 저들의 사람이 있어 일을 진행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내가 나서기만 하면 아주 자연스럽게 일이 진행될 것이다.

내가 나서는 것은 눈속임에 불과하다. 배후에서 이번 일을 계획한 사람을 숨겨 표묘각의 눈을 피하기 위한 눈속임 말이다. 그러니 이번에는 아마 다를 것이다. 내가 합당한 이유를 꺼내기만 한다면, 위국에 대한 전쟁은 반드시 일어날 것이다. 시기가 되었다!”

일리가 있는 말이었다! 소삼성이 살짝 끄덕이더니 잠시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저들이 어째서 위국과 전쟁을 일으키려는 것일까요?”

소평파가 담담히 말했다.

“지금까지 표묘각의 행동방식을 보면, 각국의 분쟁을 그저 싸늘한 눈빛으로 방관했었지. 정말 어쩔 수 없는 상황이 아니면 개입하지 않았다. 그리고 다시 비밀리에 나를 찾아온 행동을 보면, 한 가지 문제를 설명할 수 있다. 표묘각 내부에 있는 일부 사람들이 비밀리에 규정을 어기고 있는 것이다. 무엇 때문인지, 표묘각 내부 상황을 알지 못하는 이상 판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기 때문이다.”

“그래도 한 가지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누군가 암중에 각국의 전쟁을 일으키고자 하는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이번 일은 정말로 이상한 일이다…. 표묘각이 이상행동을 일으킬 정도라면, 내가 아는 한, 구대지존이 표묘각을 정돈하는 일 때문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 비록 누가, 왜 국가 간 전쟁을 일으키려고 하는지 알 수 없지만, 아마도 구대지존 때문에 많이 다급해진 것 같구나.”

소삼성은 진실에 대한 판단을 내릴 수 없었지만, 눈앞에 일어난 상황에는 큰 관심을 보였다.

“대공자님, 그럼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소평파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이 어디 있는지, 세력이 얼마나 큰지, 나는 아는 게 하나도 없다. 이제 저들이 나를 찾아왔으니, 내게 선택의 여지가 있다고 보느냐? 만약 내가 하지 않겠다고 하면, 나를 가만 내버려 두지 않겠지. 만약 내가 한다면, 저들은 또 나중에 나를 죽여 입을 막으려 할 것이다.”

“어….”

소삼성은 순간 매우 조급해졌다. 재앙이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져 내린 것 같았다.

소평파가 자리에서 일어나 누각 내부를 배회했다.

“다만 저들이 나를 얕잡아 보았구나. 내가 아무것도 모른다고 무시했어. 표묘각을 방패 삼으면 이 내가 고분고분 순종하기라도 할 줄 알았던가? 나를 이용하고 싶다니, 나도 마침 여기 갇혀서 일의 진전이 없어 고민하던 참이었다. 지금처럼 떠먹여 주려고 하니, 나도 저들을 이용해야겠다. 나를 죽이려 한다고? 흥, 그럴 배짱이 있는지 어디 한번 두고 보도록 하지!”

그는 뒤돌아 서탁 위에 있는 문서를 가리키며 말했다.

“여기를 정리해라. 난 황궁에 들어가 봐야겠다.”

그리고는 성큼성큼 걸어 그곳을 빠져나갔다.

호위를 대동한 마차가 황궁에 도착했다. 마침 태숙웅이 국사를 처리하고 있었기 때문에 밖에서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태숙웅이 시간을 내서 소평파를 소환했고, 소평파는 어서방에 들어가 예를 올리고 단도직입적으로 보고했다.

“폐하, 위국에 대한 전쟁을 더는 늦출 수 없습니다.”

소평파가 무엇 때문에 왔는지 어느 정도 예상하고 있던 태숙웅은 서탁에 앉아 한숨을 내쉬었다.

“이보게, 소 대인, 상황을 모르는 것도 아니지 않은가. 기운종이 허락하지 않으면, 과인도 어찌할 방법이 없네. 그러니 더는 그 이야기는 하지 말게. 나중에 시기가 온다면 따로 연락할 것이니, 그만 물러가게!”

하지만 소평파는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그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폐하, 허락해 주십시오. 위국의 상황이 더는 시간을 끌 수 없을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위국 황제 현승천은 단지 철이 없을 뿐, 멍청이가 아닙니다. 이제 그도 서서히 정무를 접하며, 서서히 그 안의 이해관계를 깨닫기 시작할 것입니다. 그렇게 이해가 깊어지면 진국의 선기를 잃을 것이고, 전쟁을 일으킬 가장 좋은 기회를 놓게 될 수도 있습니다!”

태숙웅이 침묵했다. 그도 마음이 아주 무거웠다. 소평파가 계속 이야기했다.

“폐하. 기운종의 우려를 저도 알고 있습니다. 성경 단련에서 태숙산성 장로가 죽임을 당한 이후, 이제 태숙산해 장로가 어떤 처지에 있는지 알지 못합니다. 두 분 장로님이 성경에서 하는 일거수일투족이 모두 기운종을 대표합니다.

그러니 상황이 명확해지기 전에 기운종은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것이겠지요. 하지만 그건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진국이 병력을 움직이지 않으면 성경 내부에 있는 태숙산해 장로님의 상황을 좌우할 수 있단 말입니까?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태숙 장로님이 정말 성경에서 잘못을 저질러 기운종이 얽혀 들어간다면, 기운종이 전쟁을 일으키지 않아도 살아남을 수 없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두려울 것이 무엇입니까? 너무 신중한 나머지 눈앞의 일을 처리하지 못하면, 어찌 미래가 있겠습니까?

만약 지금 눈앞의 기회를 놓친다면, 진국은 더는 세력을 확장하기 어려울 것이고, 분명 장기간 가난에 허덕일 것입니다. 웅지를 가지신 폐하께서 어찌 그 상황에 만족하시겠습니까….”

* * *

천도봉, 표묘각 내부의 공터 위,

일단의 사람들이 빙 둘러 서 있었고, 다들 좋지 않은 얼굴로 소곤소곤 귓속말하고 있었다.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는 중앙에 한사람이 핏물 속에 쓰러져 있었다. 한 사람과 검 한 자루가 있었다. 그리고 쓰러진 한 사람의 목에는 검상이 짙게 그어져 있었다. 그는 마치 죽어서도 억울하다는 듯이 눈을 감지 못하고 있었다.

시신을 둘러싼 사람 중에 천녀교의 장로 제벽상의 안색이 제일 안 좋았다. 그는 죽은 자를 빤히 바라보며 얼굴을 한껏 굳히고 있었다. 죽은 자는 바로 천하전장의 삼대 집행자 중 한 명인 홍운법이었다.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을 들은 홍개천이 빠르게 달려왔다.

사람들을 헤치고 안으로 들어와 죽은 사람을 확인한 그는 다시 빠르게 걸음을 옮겨 제벽상에게 다가가 조용히 물었다.

“어찌 된 일이오? 누가 죽였소?”

제벽상은 대답이 없이 멍한 얼굴로 넋을 잃고 있었다. 마치 홍개천의 말을 듣지 못한 것 같았다.

누가 죽인 것이 아니었다. 홍운법은 자결했다. 갑자기 이 공터에 나타나더니 돌연 광소를 내뱉어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다. 이후, 갑자기 검을 뽑아 그대로 목을 그어버렸다. 선혈이 사방으로 뿜어졌고, 그렇게 이 자리에 쓰러졌다.

표묘각 사람들은 당연히 대경실색했다. 그들은 홍운법이 왜 이러는지 알지 못했다.

제벽상은 줄곧 암중에 홍운법을 조사하고 있었다. 뭔가 단서를 찾은 그는 성존에게 보고를 올렸으니, 이번 일은 아직 비밀리에 진행되고 있을 것이 분명했다. 표묘각 내부에서 알고 있는 사람이 몇 명 없어야 맞았다. 그런데 아직 홍운법에 대해서 조사를 시작하기도 전에 이렇게 자진을 해버리다니.

그녀는 줄곧 암중에 홍운법을 주목하고 있었다. 홍운법에게 사고가 났다는 소식을 들은 후, 그녀는 현장에 가장 먼저 도착한 사람이었다.

제벽상이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는 것을 보고 홍개천은 다시 곁에 있는 표묘각 사람에게 물었다. 그제야 홍운법이 자진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니, 대체 갑자기 왜 자살을 했지?

홍개천은 천천히 고개를 돌려 제벽상을 바라보았다. 그 안색을 살피던 홍개천의 얼굴에 기이함이 살짝 드러났다.

두 사람은 모두 천하전장의 감찰이었다.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연합할 수밖에 없었고, 제벽상이 홍운법을 조사하고 있는 일을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그런 홍개천이 지금 제벽상의 반응을 보더니 뭔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홍운법의 죽음이 천녀교와 연관이 있는 것 같았다.

바닥의 시신을 빤히 바라보던 여장생(黎長生)의 안색도 별로 좋지 않았다. 그는 표묘각 각주인 정위의 우사(右使)로 정위의 오른손을 뜻하는 자리였다. 좌사는 대원성지에 머물고 있었고, 그는 성지밖에 머물고 있었다. 신분과 지위가 황반과 현요보다도 높았고, 정위가 없을 때는 정위를 대신해 성경 밖의 일을 처리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생겼으니, 뭐라 변명한단 말인가?

“우사님, 이건 홍운법의 방에서 찾은 것입니다.”

한 표묘각 인원이 다가와 서신을 건넸다.

홍운법이 죽고 나서 여장생은 즉시 표묘각을 봉쇄하고, 그 누구도 드나들지 못하게 했다. 또 사람을 보내 홍운법의 사인을 조사하게 했다. 잘 지내던 사람이 아무 이유 없이 자진할 리 없기 때문이다.

여장생은 서신을 받아 들고 내용을 살펴보았다. 이건 유서였다. 홍운법이 친필로 작성한 유서로, 자신이 가짜 장부를 만들어 천하전장의 자금을 착복했으니, 두렵고 불안할 뿐만 아니라, 성존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마음에 죄를 시인하고 자진한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다들 여기서 뭐 하는 것이냐?”

서신을 확인한 여장생이 갑자기 소리쳤다. 사람들은 깜짝 놀라 흩어졌다.

다만 제벽상은 여장생에게 다가가 포권을 하더니 말했다.

“우사님, 혹시 그것이 홍운법과 연관이 있는 것인지요? 만약 그렇다면, 제게 보여주실 수 있으십니까?”

홍운법은 천하전장의 사람이었다. 그리고 눈앞의 제벽상은 천하전장의 감찰이었다. 홍운법에게 문제가 생겼고, 제벽상이 자신의 신분으로 정당한 요구를 하고 있으니 여장생은 거절하지 못하고 유서를 그녀에게 건넸다.

제벽상은 유서를 확인한 후 안색이 더욱 나빠졌다. 자진했다. 정말로 자진이었다. 잘 지내다가 갑자기 왜 자진을 한단 말인가?

문제의 핵심은 갑자기 지금 자진을 했다는 것이다. 갑자기 그녀가 성존에게 보고를 한 후에 자진했다. 무엇을 위해서? 자세히 생각해보면 아주 두려웠다!

그녀는 자신이 조사한 일이 그리 간단하지 않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홍운법이 착복한 대량의 금액은, 홍운법 혼자만의 일이 아닌 것 같았다. 정황을 보면, 분명 다른 사람이 연관되어 있는 것 같았다. 거기다 그 사람의 능력이 보통이 아닌 것 같았다. 늦지 않게 상황을 알고, 홍운법을 죽음으로 몰아가다니!

소리소문없이 홍운법을 자진하게 하여 죽인 것만 보아도 그 사람의 능력을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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