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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26화 (423/1,000)

1326화. 성존의 압박 (1)

태숙산해의 말을 들은 우유도가 콧방귀를 뀌고는 말했다.

“한가하게 돌아다닌다고요? 감찰이 돌아다니지 않으면 어떻게 감찰을 합니까? 혼례의 경우는 제가 빙설각 각주님과 친구 사이다 보니, 혼인을 축하하기 위해서 혼례에 참석했습니다. 문제 있습니까?”

“틀린 말은 아니지, 하긴, 언제 자네가 틀린 말을 한 적이 있던가? 어쨌든지 간에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어째 자네의 태도가 처음과는 좀 달라진 것 같다는 말이네. 지금 되돌아보면, 우리가 소란을 일으키고 나서부터, 자네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것 같군.”

“소란을 일으키다니요? 우리는 지금 성존의 명에 따라 표묘각을 감찰하고 있는 겁니다. 문제가 있으면 상부에 보고하고 말입니다. 대체 누가 소란을 일으킨다는 겁니까. 전 한 번도 그런 적이 없습니다. 또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말도 받아들이기 어렵군요. 지금 문천성에서 저를 경계하고 있으니, 문제를 찾기 어려웠습니다. 그러니 이곳을 나가서 감찰하는 것도 안 된단 말입니까?”

두 사람의 대화가 열띤 방향으로 진행되자, 마천종의 장로 뇌승이 경직된 분위기를 원만하게 만들고자 입을 열었다.

“우 장로, 태숙 장로는 그런 뜻으로 말한 게 아니네. 우리가 하고 싶은 말은, 이렇게 다 같이 연합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만약 우 장로에게 다른 계획이 있다면 우리에게도 알려줘야 한다는 것일세.”

“그건 당연하지요.”

우유도가 인정하지 않으니, 뭐라 할 수 있을까. 비록 마음속에 의심이 있어도, 그냥 그렇게 흐지부지되었다. 어쨌든 그렇다 해도 이들은 소정의 목적을 이뤘다고 다들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이들이 이번에 우유도를 찾아온 것은 우유도에게 경고하기 위해서였다.

사실 여덟 문파가 협력하기로 한 이후에, 그중 일곱 문파만 수시로 만날 뿐, 나머지 한 문파는 제대로 협력한 적이 없었다. 그 문파는 당연히 우유도가 속한 자금동이었다. 자금동은 제대로 협력한 적이 없을뿐더러, 대체 무슨 일을 하고 다니는지 다른 일곱 문파에게 알려준 적이 없었다. 그렇게 여덟 문파 중에 한 문파가 모자라게 되었다.

일곱 문파는 최대한 우유도와 얽히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일곱 문파를 신경도 쓰지 않는 우유도의 태도를 보면 걱정이 됐다. 어째 우유도가 자신들보다 앞서 움직인다는 느낌을 받은 것이다. 실제로 우유도의 말을 듣고 나서 어느 정도 일곱 문파가 깨달음을 얻은 적이 있었기에, 그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다.

그러니, 그런 느낌 때문에 이들은 우유도를 싫어하면서도, 또 완전히 우유도를 멀리할 수 없었다.

그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이 만들어졌다. 우유도는 다른 문파들이 만든 모임에 거의 참석하지 않았건만, 나머지 다른 문파들이 알아서 우유도를 찾아오게 된 것이다.

물론, 우유도는 거처에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기 때문에 찾아와도 집이 비어있기가 부지기수였다.

사실 이제 우유도는 더는 이들과 따로 연락을 주고받아야 할 이유가 없었다. 사여래가 제공해 주는 정보가, 여덟 문파가 서로 공유하는 정보보다 월등히 뛰어났다.

며칠 후,

표묘각은 다시금 성경 내에 있는 여덟 문파에게 한 가지 일을 통보했다. 성경 밖에서 감찰하던 대부분의 문파 사람들이 처벌을 받아 목숨을 잃었다는 말이었다. 그 안에는 연국의 소요궁과 영검산이 포함되어 있었다. 이유는 감찰의 의무를 다하지 않고, 성존의 법지를 무시했다는 것이었다!

이유는 이게 끝이었다. 다른 그럴싸한 이유가 없었다. 아무 잘못이 없다고 말할 수도 있었다. 그런데 그냥 그렇게 사람들을 죽여버렸다.

물론, 이 경고의 의미를 다른 문파들이 모를 수 없었다. 지금 죽은 사람들은 다들 문제를 일으키고 싶지 않아 표묘각의 문제를 본척만척한 사람들이었다. 그들을 모두 죽인 성경에서는 다시 각 문파에 보충 인원을 파견하라 통보했다.

천녀교의 공을 치하한 후에, 바로 다른 문파의 사람들을 죽여버렸다. 이 두 가지를 비교해 보면, 성경이 하고자 하는 말이 너무나 명확했다.

성경 안에 있던 일곱 문파는 자신들이 우유도에게 속은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가, 이 소식을 전해 듣고는 깜짝 놀라 식은땀을 줄줄 흘렸다. 틀리지 않았다. 우유도의 말을 들었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억울하다는 말도 못 해보고 죽을 뻔했다.

이번에는 문제를 본체만체하던 사람들을 죽였지만, 다음에는 일을 못 하는 사람을 죽일 수도 있었다.

감찰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 사람은 그 목이 땅에 떨어질 가능성이 있었다. 우유도의 말이 현실이 되었다. 그러니 다들, 순식간에 두려움에 휩싸이게 되었다.

이제 일곱 문파는 표묘각의 꼬투리를 잡기 위해 소란을 피울 뿐만 아니라, 더는 예전처럼 사소한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이들은 이제 정말로 진지해졌다.

지금까지는 표묘각의 상황을 잘 모른다는 변명이라도 가능했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났으니, 슬슬 무언가를 보여줘야 할 때였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성존들이 기다려 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나름 문파 사람들을 배려해준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지금 성경 안에 있는 일곱 문파 사람들은 매우 머리는 아픈 상태였다. 이는 외부에 있는 사람들처럼 문파의 힘을 빌릴 수도 없기에, 인력이 부족했다. 그들은 성경 내부에 갇혀있어 힘을 빌릴 곳이 없었다.

* * *

자금동, 정궁대전 내부.

지금 이곳엔 자금동의 핵심 장로들이 대부분 모여있었다. 한 제자가 앞으로 나와 밖에서 알아 온 소식을 쭉 낭독한 후에 물러갔다.

대전이 조용해졌다. 곧 궁임책이 사람들을 둘러보더니 입을 열었다.

“지금 상황에 대해서 다들 사전에 들었을 것이오. 지금 적지 않은 문파가 봉변을 당했소. 소요궁과 영검산도 피하지 못했지. 연국 삼대 문파 중에 우리 자금동만 무사하오. 여러분이 우 장로에 대해 어떤 불만을 품고 있든, 그에게 공로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 할 수 있소.”

엄입이 즉시 나서서 장문인의 말에 동의했다.

“당시 우유도를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많은 사람이 반대했지만, 지금 보니, 장문인의 선견지명이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건 엄입의 진짜 마음이 아니었다. 엄입은 마음속으로 우유도에게 많은 불만을 품고 있었다. 다만 그는 장문인의 사람으로, 이런 상황에서 당연히 장문인 편에 서야 했다.

부군양이 하하 웃었다.

“그 전에 우유도가 성경 안에서 표묘각의 사람을 죽였다는 소식을 듣고, 우유도에게 쓸데없는 소란을 피운다고 욕을 하지 않았소? 이제 우유도의 행동이 옳았다는 것이 증명되니 말을 바꾸는군. 낯짝도 두껍지.”

이는 당연히 엄입을 두고 한 말이었다. 엄입의 안색이 순간 굳어졌다. 그러나 장로들은 이때가 기회다 싶었는지, 엄입을 더욱 몰아붙였다. 윤이덕이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엄 장로, 참으로 이상하오. 지금까지 줄곧 우유도가 그대 제자 관청애를 죽였다고 하지 않았소? 엄중히 조사해 봐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지. 또 초려산장의 사람들을 심문해 단서를 찾아야 한다고 하지 않았소? 인제 와서 장문인의 선견지명을 찬양하고 나서다니, 그래서 심문을 하고 싶은 것이오, 하기 싫은 것이오?”

엄입의 안색이 갈수록 굳어졌다. 그의 제자 관청애가 죽었다. 그것도 아주 참담한 죽음이었다.

엄입이 관청애를 무변각으로 다급히 보낸 것은, 우유도의 세력이 만만치 않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엄입은 혹시라도 자신의 제자가 무변각으로 가는 길에 우유도에게 목숨을 잃을까 봐 걱정했고, 일단 무변각에 숨어 들어가기만 하면 무사하리라 생각했다. 다만 자신의 제자가 갑자기 독에 중독되어 죽을 줄 상상도 못 했다.

무슨 독인지도 알 수 없었다. 관청애뿐만 아니라, 관청애와 같이 무변각으로 간 다른 두 제자가 죽는 모습도 관청애와 비슷했다. 온종일 고통에 울부짖으며, 얼굴을 스스로 짓이기기까지 했다. 만약 상점에 있던 다른 자금동 제자들이 사전에 발견하고 제지하지 않았다면, 세 사람은 자신의 배를 찢어 창자를 끄집어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당시 현장에 있던 제자의 설명에 따르면, 그 죽음이 극도로 공포스러웠으며, 소름이 끼쳤다고 한다. 관청애는 자신의 눈알을 그대로 뽑아버리기까지 했다고 한다. 아무튼, 무슨 방법을 써도 그 세 사람을 구할 수 없었다.

세 사람은 동시에 독이 발작하지 않았고, 시간 차가 있었다.

가장 마지막에 독이 발작한 사람은, 앞에 두 사람이 죽는 그 참상을 직접 목격하고는 두려움을 이기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들의 죽음을 접한 상점의 제자들은 그야말로 대경실색했다. 다들 두려움에 떨며, 감히 더는 무변각에 머물지도 못했다.

다행히, 마지막까지 관청애 등 세 명만 목숨을 잃었고, 그 화가 다른 사람에게까지 미치지는 않았다.

이번 일이 무변각에서 발생했기 때문에, 무변각이 직접 움직였다. 무변각에서 나온 사람이 시신을 조사한 후, 그들이 고신단에 중독되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무변각은 이번 일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세 사람의 상황을 보면, 그들은 무변각에 오기 전에 중독된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이들은 외부의 은원에 참견하지 않겠다고 했다. 만약 이런 일까지 간섭을 한다면, 무변각의 여력이 남아나겠는가?

자금동은 이 일 때문에 바로 효월각을 찾아갔다. 하지만 효월각은 자신들과 관련이 없다면서, 이 일을 단호하게 부정했다. 자금동도 이렇다 할 증거를 내놓지 못했다.

세상에 이렇게 공교로운 일이 어디 있을까. 죽은 사람들이 바로 초려별원과 원한을 맺은 관청애 등 세 사람이었다. 초려별원을 의심하지 않기도 어려웠다.

당연히 엄입은 그대로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 조사를 해야겠다면서 소란을 피웠고, 지금 우유도는 성경에 있어 조사할 수 없으니, 그의 목표는 자연스럽게 초려별원이 되었다.

다른 장로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엄입은 다짜고짜 사람들을 데리고 초려별원으로 쳐들어갔다.

하지만 초려별원에 쳐들어온 사람들을 보고, 관방의는 아랫사람들에게 두려워하지 말라고 다독이고는 앞으로 나섰다. 이후, 관방의는 엄입에게 도야와 싸우기에는 자격이 부족하다며, 다시 태어나기 전까지는 꿈도 꾸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전과 달리, 관방의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았다. 아주 당당했다.

한번 문제가 생기고 나서, 도야가 초려별원의 안전을 위해 여러 장치를 마련해 놓은 상황이었다. 관방의는 이제 와 궁임책이, 자신이 세 사람의 죽음을 일부 도왔다는 비밀이 폭로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러니 당연히 나서서 엄입을 제지하리라 생각했다.

과연, 궁임책은 늦지 않게 나서서 엄입을 데려갔다. 우유도가 지금 성경에서 자금동을 위해 목숨을 걸고 있으니, 증거 없이 건드릴 수 없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당연히 변명이었다. 관청애 등 삼 인에게 하독한 일에 궁임책은 한 손 거들었으니, 그 일을 조사하게 놓아둘 리 없었다.

궁임책의 압박에 엄입은 분노를 삼킬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었으니, 지금 엄입이 장문인의 결정을 지지하며 나서자, 다른 장로들이 엄입을 조롱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얼굴이 붉어진 엄입이 뭐라 변명하려 했다. 하지만, 궁임책의 매서운 눈빛이 자신에게 쏟아지는 것을 보고는,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입을 다물었다.

궁임책이 다시 입을 열었다.

“내가 지금 이 말을 하는 것은 다른 장로들도 이에 대해 모두 깨닫기를 바랐기 때문이오. 지금 상황을 모두 보았을 것이오. 성존들이 표묘각을 정돈하고자 하는 결심은 이미 확고하다 할 수 있소. 각 문파의 사람들이 죽임을 당했을 뿐만 아니라, 문파의 힘을 동원해 표묘각과 싸워야 할 상황에 부닥쳤소.

하지만 우리 자금동은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지. 그건 모두 우 장로가 성경 안에서 최선을 다하고 있기 때문이오. 그러니 나는 이런 시기에 누군가 초려별원을 건드는 것을 보고 싶지 않소.”

“다들, 우 장로가 성경 안에서 무사하길 빌어야 할 것이오. 만약 우 장로가 잘못된다면, 다음에 그곳에 보충 인원으로 들어가야 하는 사람은 여러분이니 말이오. 표묘각 깊이 들어가는 것은, 호랑이 굴에 들어가 호랑이에게 가죽을 달라고 하는 것과 다름없지. 아마 여러분도 들어가고 싶지 않을 것이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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