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28화. 표묘각 사람은 하나같이 쓸모없다
도략만 긴장하고 바쁜 것은 아니었다. 도략을 배웅한 소평파도 마찬가지로 정신을 바짝 차리고는, 손발이 바빠지기 시작했다. 수많은 문서를 끄집어내서 다시 상황을 정리해야 했다.
곧 있으면 전쟁이었다. 사전에 많은 일을 준비해야 했다. 병력이 밀고 들어가 싸우는 것은 오히려 승부를 결정짓는 마지막 단계일 뿐이었다.
그렇게 온종일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흑수대 쪽에서 제국과 위국에 관련된 최신 정보를 보내왔다.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문서를 내려놓고 몸을 돌렸을 때, 문서에 집중하고 있던 소평파가 담담히 입을 열었다.
“잠깐!”
흑수대의 사람이 멈칫하더니 천천히 뒤돌아 포권을 하더니 말했다.
“무슨 분부가 있으십니까, 소 대인?”
소평파는 고개도 들지 않고, 붓을 들어 문서에 붓질하며 담담히 말했다.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 한마디 전해주십시오. 나는 성경 내부에 있는 우유도의 상세한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그자는 주위를 관찰하더니 말투를 바꾸어 말했다.
“걱정하지 마시오. 그 말 잘 전달하겠소.”
소평파는 계속 붓질을 하며 여유 있게 말했다.
“말을 전달할 뿐만 아니라, 그 일을 반드시 처리해 주어야겠습니다. 당신들에게는 사소한 일이니 어렵지 않을 것입니다.”
남자는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소 대인, 지금 내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오? 만약 흑수대의 나에게 명령을 내리는 것이라면 상관없지만, 다른 신분의 내게 그런 불손한 말을 내뱉는다면, 그 최후가 어떻게 될지 잘 생각해야 할 것이오.”
“최후?”
소평파가 붓을 든 손을 멈추더니 그대로 붓을 내려놓고 고개를 들어 남자를 싸늘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만약 방금 제가 한 말이 기분 나쁘셨다면, 바꿔 말씀드리지요. 당신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 제가 표묘각 사람은 하나같이 쓸모없는 사람들뿐이라 말했다고 전해주십시오!”
소평파가 그 말을 할 때 옆에서 듣고 있던 소삼성조차 간담이 서늘해졌다. 다만 소삼성이 알고 있는 대공자는 절대도 경거망동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그러니 저런 말을 내뱉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 생각했다.
남자의 얼굴이 싸늘해졌다.
“소 대인,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 같소?”
소평파가 자리에서 일어나 남자의 얼굴 앞에 다가가더니, 그를 마주 보며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홍운법이 참으로 수상하게 죽었습니다. 생각이 있는 사람은 그 배후에 분명 누군가 있다는 것을 알겠지요. 하지만 표묘각이 뭔가 알아낸 것이 있습니까? 성존께서는 혹시 홍운법의 진정한 사인을 알고 싶지 않으시겠습니까? 당신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 전하십시오.
표묘각의 사람이 알아내지 못했으니, 그건 표묘각이 무능하다고밖에 말할 수 없다고 말입니다. 하지만 그 말이 천하의 모든 사람이 무능하다는 것은 아닙니다. 예를 들어 저만 해도 성존의 근심을 풀어드릴 수 있으니…. 만약 제가 표묘각에 간다면, 단 삼 일 안에, 홍운법을 죽음으로 몰아간 사람을 찾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
“하하하!”
남자는 냉소 지으며 말했다.
“소 대인, 농담도 잘하는군.”
“농담이 아닙니다. 제가 삼 일이라고 했으니, 그 안에 확실히 찾아낼 수 있습니다. 목숨을 걸고 장담하지요! 만약 그게 불가능하다면, 제 머리를 내놓겠습니다!”
남자가 소평파를 비웃으며 말했다.
“소 대인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한 줄 내가 몰라봤소이다.”
“다른 사람은 어렵겠지만, 지금 제게는 아주 쉬운 일이지요. 저보고 위국과 전쟁을 일으키라고 지시한 것이 표묘각의 뜻입니까? 아닐 겁니다! 누군가 홍운법의 일과 얽히고 싶지 않아, 천하의 판세를 혼란스럽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그는 성경에서 계속 홍운법의 일에 매달리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더 큰 일을 만들어 성경의 신경을 분산하려고 하는 것이겠지요.”
“제가 만약 표묘각에 간다면, 가장 먼저 홍운법이 어떤 사람과 얽혀있는지 조사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배후에 어떤 사람이 있는지 조사하겠지요. 그렇게 두 가지 사건의 배후에 있는 사람들을 조사한 후, 교차 검증하기만 하면, 배후의 흑막을 자연스럽게 알아낼 수 있습니다.”
“이게 어렵습니까? 제게는 아주 간단한 일이지요! 물론, 제가 조사하는 것을 배후에 있는 사람이 원하지 않는다면, 저도 쓸데없이 문제를 만들고 싶지는 않습니다. 당연히 아무것도 모르는 척하겠지요.”
소평파의 대담한 말에, 남자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킬 수 없었다. 다만 겉으로는 여전히 태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당신이 무슨 말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군.”
“정말로 못 알아듣는 것일 수도 있고, 못 알아듣는 척하는 것일 수도 있겠지요. 사실 그건 중요하지 않습니다. 당신은 그저 심부름꾼에 불과하니, 너무 많이 알 필요 없습니다. 어쨌든 지금 당신에게 저를 죽일 수 있는 권한은 없지 않습니까?”
그가 입술을 조금 깨물었다. 소평파는 이미 그것을 알고 있었기에, 남자를 도발한 것이 분명했다.
“그저 제 말을 상부에 전달하기만 하면, 분명 알아듣는 사람이 있을 겁니다. 그럼, 전 멀리 나가지 않겠습니다!”
그리고 손을 뻗었다. 인제 그만 가도 된다는 뜻이었다.
남자의 안색이 한참 동안 이래저래 변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이고 뒤돌아 떠나가려 했다. 그때 소평파가 갑자기 다시 입을 열었다.
“제가 부탁한 일을 잊지 마십시오. 성경에 있는 우유도의 상세한 상황을 알고 싶습니다. 그 외에, 배후에 있는 사람에게 딴마음을 품지 말라고 전하십시오. 저는 토사구팽하는 사람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쪽에서 시키는 일을 잘 처리했으니, 신용을 지켜야 할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누군가가 홍운법의 사인을 알아낼 방법을 성경에 전할 것입니다. 그 사람에게 전하십시오. 저는 협력하기 좋은 상대이니,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입니다!”
남자는 가타부타 말이 없다가, 더는 머무르지 않고, 침묵하며 그곳을 빠르게 벗어났다.
남자가 사라진 후, 소삼성은 두려운 마음에 어렵게 발을 옮겨 소평파에게 다가가더니 말했다.
“대공자님, 이것이….”
소평파는 소삼성이 무엇을 두려워하는지 알고는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지금 내게 다른 선택지가 없다. 만약 내가 이처럼 강하게 반발하지 않으면, 저들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나를 살인멸구 하려고 하겠지! 저들의 사람이 어디까지 침투했는지 우리는 아무것도 모른다. 당연히 방비하지 못하겠지.”
“공자님은 이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있으시면서, 어찌 방금처럼 심한 말씀을 하신 겁니까. 만약 상대방이 화를 냈다면….”
소삼성은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아까 말했듯이, 저자에게는 그럴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게다가 지금 전쟁이 코앞인데, 나를 죽이면 얼마나 골치 아파지겠느냐? 내가 전쟁에서 핵심 전략을 짤 수 있다는 것을 저들이 모를 리 없다. 당연히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를 이용하려 한 것이고! 어쨌든 전쟁이 끝나기 전까지, 저들은 날 함부로 대할 수 없다.”
“하지만 전쟁이 끝난 이후에는 다르다. 당연히 토사구팽하려 들겠지. 하지만 내가 쉽게 당해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이런 부분에서 나를 얼마나 얕잡아 보았는지 알 수 있다. 내가 강하게 나가지 않으면 상대방은 나를 주목하지 않을 것이다.
저쪽은 표묘각 내부의 이단자다. 내가 표묘각을 안중에 두지 않는 불손한 말을 해야 상대방이 나를 다르게 볼 것이다. 내가 표묘각을 두려워하지 않아야, 상대방이 내게 흥미를 보일 것이야.”
방금까지 걱정이 가득했던 소삼성은 그제야 소평파의 큰 뜻을 깨달을 수 있었다.
소평파는 홍운법 배후에 있는 사람을 찾아내는 방법으로 상대방을 협박했다. 또 대공자의 능력을 보였고, 이용가치가 있음을 증명했다. 표묘각에게 불손한 말을 한 것은 상대방의 주목을 끌기 위해서였다. 자기 자신을 추천하고, 나아가서 상대방이 소평파와 협력하게 하려 한 것이다.
깨달았다. 소삼성은 크게 탄복한 얼굴로 말했다.
“대단하십니다! 단지…. 표묘각의 이단자라는 말은 성존들에 대항한다는 말과 같습니다. 정말 성존들에 대항할 수 있을까요? 정말 협력할 대상으로 적당할까요? 노신은 불똥이 저희에게 튈까 두렵습니다!”
“내게 선택의 여지가 있느냐?”
소삼성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대공자께서 홍운법 배후에 있는 사람을 찾아낼 방법을 알고 계신다면, 그냥 성경 쪽에 연락하는 것이 좋지 않습니까? 그 방책을 성경에 바친다면 더 안전하지 않겠습니까?”
“그런 후에는? 방책을 성경에 바친 후에는?”
소삼성이 우물쭈물하더니 안절부절못하며 말했다.
“대공자님의 능력이라면 어쩌면 성경에서 중책을 맡을 수도 있습니다.”
“떡 줄 사람은 생각도 않고, 김칫국부터 마시는군. 성존들의 눈에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다. 성존들은 표묘각을 정돈하고 있을 뿐이다. 정돈이 끝난 후에, 표묘각이 어찌 될 것 같으냐? 아무 변화도 없을 것이다. 표묘각은 여전히 표묘각일 것이다. 설사 네 말대로 되었다고 한다 한들, 눈앞의 상황은 어찌하느냐?
우리가 성경에 연락하는 것을 저들이 그냥 두고 보겠느냐? 우리는 표묘각 안에서 저들이 얼마만큼의 힘을 가졌는지 아는 것이 없다. 또 어디의 세력인지도 모르지. 우리가 성경에 연락했을 때, 저쪽 사람들의 손아귀에 떨어지지 않는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
“위국을 치기 전, 비밀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조정의 엄중한 통제하에 있었다. 그리고 우리 눈앞에 나타난 사람은 일개 서신을 전하는 사람일 뿐이지. 다른 사람들이 없다고 누가 보장할 수 있느냐? 만약 도략이 저들의 사람이라면? 그게 꼭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하필 이쪽에 배치해서 내게 소식을 전하는 사람이 표묘각의 사람이라고?”
“이런 시기에 경솔하게 움직인다면, 상대방은 어떤 대가를 치러서라도 나를 죽이려 할 것이다. 심지어 폐하를 죽일 가능성도 있지.”
“나는 이미 저들에게 찍힌 상태다. 지금은 저들을 조금 놀라게만 할 수 있을 뿐, 만약 상대방이 모든 것을 도외시하고 나를 죽이려 한다면, 난 대응할 방법이 없다. 우리는 지금 벼랑 끝에 서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우리는 더욱 냉정해야 한다. 그래야 상대방이 우리를 파악하지 못하고 경거망동하지 못하는 것이다.
우리가 담담할수록, 상대방은 더욱 도박을 하지 못한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 상대방은 이번 전쟁이 필요하다. 내가 만약 지금 죽는다면, 위국 쪽의 판이 혼란스러워질 수 있다. 지금까지의 모든 노고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지!”
소삼성이 우려하며 말했다.
“하지만 만약 정말 저들과 협력한다면, 미래에는 어쩐단 말입니까?”
“목숨이 없어질 판인데, 미래를 이야기해서 뭐한단 말이냐. 일단 목숨을 지키고, 상황을 안정시켜야 한다. 그다음 일은 그때 가서 이야기하자. 전쟁이 성공적으로 끝나고, 내가 움직일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한 후에 다시 신중히 계획을 세우자.”
* * *
제국 경성.
마당에 있는 안보여는 마치 한 사람의 평범한 범인처럼 변해 있었다. 마치 가정주부처럼 우물 근처에서 옷을 수북이 쌓아 놓고 빨래를 하고 있었다.
금단방 이 위의 고수가 평범하게 빨래를 하고 있다니, 만약 수행계의 다른 사람이 보았다면 깜짝 놀라 턱이 빠졌을 것이다.
하지만 능숙한 솜씨로 빨래를 하는 안보여의 얼굴은 평온했다. 이곳에 숨어서 무심의 비호를 받으며, 수많은 은원에서 멀어지니,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평온했다.
안보여는 자신이 어려운 기회를 잡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곳 장원의 대문도 넘지 못한다. 당연히 무심의 수행원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녀는 지금까지 수없이 많은 삶과 죽음의 여정을 계속해서 거쳐왔다. 안보여는 가능하다면 이대로 평생을 살고 싶었다.
빨래를 다 마친 그녀는 옷이 가득 든 통을 들고 후원으로 가서 빨래를 하나씩 꺼내 탈탈 털어 줄에 널기 시작했다.
그렇게 젖은 옷을 널고, 그 전에 널어놓았던 마른 옷을 걷었다. 그녀는 그렇게 옷을 한 아름 품에 안고 지금 장원에 사는 세 사람의 방을 각각 돌아다녔다. 그렇게 옷을 하나하나 잘 접어서 놓아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