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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29화 (426/1,000)

1329화. 불태우다

빨래를 끝낸 안보여는 장원에서 따로 의당(醫堂)으로 활용하고 있는 곳으로 향했다.

문을 가리고 있는 천을 들치고 안으로 들어갔을 때, 귀의의 제자 무심이 또다시 피 묻은 칼을 움직이고 있었다. 옆에서 돕고 있던 곽만은 안에 들어온 안보여를 보고 고개를 살짝 숙여 인사했다.

무심이 바쁜 것을 보고, 안보여는 한쪽으로 가서 조용히 무심이 하는 것을 지켜보았다. 무심은 조용히 누워있는 남자의 가슴 피부를 칼로 가르고 있었다. 그렇게 깨끗하던 피부에 수많은 피 묻은 상처들이 만들어졌다. 그 모습은 어떻게 보아도 병을 치료하는 모습이 아니었고, 오히려 상처를 만드는 것 같았다.

반면 누워있는 남자의 얼굴은 흰 천으로 둘둘 감겨있었고, 눈과 콧구멍, 입 부분에만 구멍이 뚫려 있었다.

한참이 지나, 무심이 칼을 거두고, 환자의 가슴, 피를 흘리고 있는 상처에 약분을 뿌리고는 그 위를 흰 천으로 감쌌다.

모든 일을 마친 후, 무심은 환자의 증상을 살펴보았다.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그는 이마의 땀을 소매로 닦아 내고는 그곳을 나섰다.

나머지 일은 곽만과 안보여가 알아서 할 것이다. 두 사람은 잡다한 용기와 피 묻은 천들을 정리하고 그것들을 씻기 위해 움직였다.

무심이 치료에 사용하는 물건을 씻는 방법은 일반적인 방법과 좀 달랐다. 특제 분말을 사용해 일률적으로 한번 헹궈주어야 했다.

두 여자는 그 일련의 과정을 거쳐서 물건들을 씻었다. 그때 안보여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저 사람 얼굴에 칼을 댄다고, 정말로 다른 사람과 똑같이 바뀔 수 있다는 거야?”

“저도 모르겠어요. 저도 처음 들어보는 일이라서요. 다만 예전에 선생님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말을 하신 적이 있어요.”

“설사 정말 우유도와 똑같아질 수 있다고 한들, 그 본인은 성경에 있잖아. 이제 가짜 우유도가 나타나면 아무리 닮아도 한눈에 들키지 않을까?”

“무슨 상관이에요. 저 사람 자신이 해달라고 한 일이에요. 문제가 생겨도 저희와 아무 상관이 없지요.”

“다만 의아해서 말이야. 선생님이 어째서 이런 일을 승낙하셨을까?”

“저도 모르겠어요. 처음 만났을 때, 저 사람은 우유도의 세력에게 쫓기고 있다고 했어요. 그리고 온 가족이 모두 우유도의 사람들에게 죽었다고 했지요. 어쩌면, 선생님은 한순간의 측은지심으로 저 사람을 구하신 것 같아요.”

“저 사람의 신분은 확인한 거지? 별문제 없는 거지?”

“무슨 문제가 있겠어요. 이곳 대문을 나서면, 우유도에게 복수하러 갈 거예요. 그리고 그건 저자의 일이지 우리와 전혀 상관없는 일이에요. 문제는 선생님이 하시겠다는데, 언니가 설득한다고 소용없다는 거지요”

안보여가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 참으로 난감했다. 그녀는 확실히 무심을 설득하고자 했었다. 하지만 아무 소용이 없었다. 가볍게 한숨을 내쉰 그녀가 말했다.

“나는 그저 선생님이 이런 시시비비에 얽히는 것을 원치 않을 뿐이야. 내가 우유도와 싸운 적이 있어서 잘 알아. 그는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만약 그자와 원한을 맺게 된다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 없어. 그나마 우유도가 성경에 있는 것이 다행이군. 다만 문제가 없길 바랄 뿐이야.”

장비를 씻고 있던 곽만의 손이 멈칫하더니 두 눈을 반짝이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보여 언니, 우유도를 두려워하시는 것 같네요?”

안보여의 머릿속에 한 장면이 스쳐 지나갔다. 머리끄덩이가 잡혀 개미집에 얼굴이 들어가던 순간, 개미들이 자신의 얼굴에 있는 구멍이란 구멍으로 다 들이닥치던 그 느낌, 그녀가 평생 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입술을 삐죽한 안보여가 말했다.

“나는 단지 선생님이 괜히 우유도를 건들 필요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야.”

곽만이 호기심에 물었다.

“언니, 우유도에게 복수하고 싶지 않으세요?”

안보여가 쓴웃음을 지었다.

“우유도의 세력이 너무 거대하고, 인맥은 말할 것도 없지. 지금은 또 자금동의 장로이고, 그 곁에 고수가 구름처럼 많아. 나는 우유도에게 다가가기조차 쉽지 않은 반면에, 우유도는 말 한마디로 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어. 그런데 복수를 어떻게 한단 말이야? 또 뭘 가지고 복수를 한단 말이야?

만약 선생님이 나를 받아 주시지 않으셨다면, 귀의의 영향을 우유도가 꺼려 하지 않았다면, 분명 날 그냥 내버려 두지 않았을 거야. 우유도가 나를 잊어 줄 수만 있다면, 난 예전 일은 다 잊어버릴 수 있어. 다 지나간 일이야. 지금 우유도는 내가 건들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언니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꼭 나쁜 일은 아니네요. 문제는 하나라도 적은 것이 좋으니까요.”

곽만이 끄덕이며 동의했다. 그런데도 혀를 차며 말했다.

“이 우유도란 사람 말이에요. 제가 예전에 그 명성을 들었을 때는 어디 변두리의 작은 인물에 불과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그렇게 큰 세력을 거느린 사람이 될 줄이야. 정말 대단한 사람 같아요!”

곽만의 두 눈이 유독 반짝반짝 빛났다.

* * *

황택사지,

한 마리 회우조가 숲에 숨어들었다. 그 위에서 내려온 우유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풀숲에서 바스락 소리가 들리더니, 그 안에서 검은 여우 한 마리가 걸어 나와 곧 사람으로 변신했다. 호족의 족장 흑운이었다.

둘은 너무 익숙했기 때문에 따로 인사말을 하지도 않고 다가와 바로 물었다.

“무엇 때문에 다시 부른 것이오?”

“오풍을 만나러 가야겠소. 슬슬 만나서 대화를 해야 할 때가 되었지.”

흑운이 깜짝 놀랐다.

“그를 만나러 가는데 나를 왜 찾아온 것이오? 설마 지금 나를 데리고 그를 만나러 가기라도 하겠다는 것이오?”

“아니오. 그가 무량원에 숨어 있고, 나는 아직 무량원에 들어갈 때가 되지 않았소. 설사 지금 들어간다 해도, 무량원에서 그와 만나면 다른 사람의 의심을 불러일으킬 것이오. 무량원은 만나서 대화를 나눌 만한 곳이 아니오. 그러니 호족의 도움이 필요하오. 그를 밖에서 데려와 주시오.”

“이보시오. 농담하시는 거요? 그자가 무량원 안에 있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소. 연락할 수가 없소. 만나기도 어렵겠군. 아무 방법이 없단 말이오. 그러니 그를 어떻게 데리고 나온단 말이오. 설마 무량원 밖에서 그를 부르기라도 하란 말이오?”

“사람은 살아 있지, 고민하면 항상 방법은 있기 마련이오.”

“방법? 무슨 방법? 난 정말로 방법이 없소.”

“직접 밖으로 불러낼 수 없으면, 간접적으로 불러내면 그만이오.”

“그럼 당신이 그 간접적인 방법이라는 것을 어디 한번 말해보시오!”

“불을 지르시오! 그 일대의 지형을 유심히 살펴보았소. 숲이 울창하더군. 일단 일족을 무량원 사주에 잠복시키시고, 동시에 불을 준비해 주시오. 불이 맹렬하게 타오르기만 하면, 아마 숨어 있는 무량원을 나타나게 할 수 있을 것이오. 설사 무량원이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도, 밖에 큰불이 났으니, 무량원의 사람들이 나와서 불을 끄지 않고 배기겠소? 오풍도 나와서 불을 끄는 일을 도울 가능성이 아주 크지.”

“무량원을 태우라고?”

흑운이 아연실색했다.

“우유도, 당신은 정말 간덩이가 부은 사람이오!”

“그럼 뭐, 다른 방법이라도 있으시오?”

“무량원은 저 아홉 개자식들도 가능하다면 자신이 직접 차지하고 싶어 하는 곳이지. 그 주변을 태워 버리라니, 분명 큰 소란이 일 것이오. 혹시 문제가 생길까 봐 두렵지 않소?”

“그래 봤자 무슨 일이 생기겠소. 지금 아홉 개자식은 표묘각에 대한 정돈에 박차를 가하고 있소. 나조차도 표묘각 내부의 일부 사람들이 준동하며 대항하려는 분위기를 느끼고 있소. 지금 이런 시기가 불 지르기 딱 좋은 시기지. 성존들은 분명 표묘각 내부의 사람이 했다고 생각할 것이오.

아무튼, 지금 이 시기에는 그 누굴 의심해도 날 의심하지 않을 것이오. 그러니 지금 난리를 피우고, 대대적으로 불을 지를 좋은 시기라 할 수 있지. 설사 호족이 했다는 것이 밝혀진다고 해도, 누가 나를 의심하겠소?”

“불을 지른 후에, 우리 일족이 도망칠 수 있다고 확신할 수 있으시오?”

“그러니 사전에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오. 잘 타는 물건을 준비하고, 불길이 치솟아 오른 순간, 아주 맹렬하게 타올라야 하오. 불길은 클수록 좋소. 불길이 충분히 커야만 무량원 안에 있는 사람들이 밖으로 나올 것이오. 또 그래야 오풍을 밖으로 끄집어낼 가능성이 커지지.

또 불길이 충분히 커야지만, 무량원 내부의 수위들이 무량원의 안전을 우려하지 않겠소. 일단 무량원에 뭔가 문제가 생기면 그 누구도 감당하지 못할 것이니, 저들은 당연히 다급하게 불을 끄려고 정신이 없을 것이오. 저들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무량원의 안전이오.”

“그렇게 되면 다른 것들은 부차적인 문제가 될 것이고, 호족들이 순조롭게 도망칠 시간을 벌 수 있을 것이오.”

“불길은 반드시 충분히 커야 하오. 만약 너무 작다면 불길이 쉽게 잡힐 것이고, 수위들이 빠르게 주변을 수색하기 시작할 것이오. 그러니 불길이 작으면 불을 지른 호족은 위험해지오. 불길이 커야지 당신들이 안전해질 수 있소. 또 그래야만 벗어날 시간을 확보할 수 있소. 알겠소?”

흑운은 침묵하고 한참 동안 고민하더니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이번에 무량원에 가는 길은 거리가 꽤 머니 준비가 필요하오. 최소한 며칠의 시간을 주시오.”

“연락을 유지해 주시오. 일단 준비가 완료되면, 내가 직접 움직이겠소.”

“당연한 소리. 당신이 오풍과 만나려고 꾸미는 일인데, 당신이 직접 가지 않으면, 우리가 그를 만나기라도 한단 말이오?”

* * *

문천성에 거의 도착했을 때, 우유도는 산 위에 있는 거대한 바위 위에 돌 하나가 올려져 있는 것을 확인했다. 우유도는 즉시 회우조를 움직여 그곳에 내려섰다.

이건 우유도와 사여래의 새로운 연락 방식이었다. 암석 위에 돌이 없다면, 아무 일 없다는 의미이고, 일단 그 위에 돌멩이가 올려져 있으면 전할 소식이 있다는 말이었다.

인제 와서, 양쪽의 소식을 전달하던 곡령곤을 더 이용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다. 곡령곤은 항상 우유도 곁에 있기 때문에, 시간이 오래되면 누군가 이상하다는 것을 눈치챌 수도 있었다. 그러니 정말로 급박하고 최대한 빠르게 전달해야 하는 소식이 아니면 더는 곡령곤을 통해 연락하지 않기로 했다.

주변을 잠시 둘러본 우유도는 암석 위에 있는 돌멩이를 암석 위에서 내리고는 다시 암석 아래쪽에 있는 갈라진 틈 사이에 손을 넣어 그 안에서 다른 돌멩이를 하나 꺼내 들었다. 그 돌멩이에 나 있는 작은 구멍에 밀서가 들어있었다. 종이를 펼쳐 확인해 보니 사여래가 우유도와 만나고 싶다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이틀 후,

우유도는 또다시 밤을 틈타 사여래와 처음 만났던 협곡에 도착했다. 우유도가 도착하자, 한발 먼저 와서 어두운 곳에 기다리고 있던 사여래가 나타났다.

두 사람은 서로 마주쳤을 때 매우 경계하면서 주위를 살펴보고 있었다. 우유도가 먼저 입을 열었다.

“무슨 일 때문에 저를 부르셨습니까?”

“저번에 자네가 내게 부탁한 일이네. 서신을 주고받는 것보다는 그냥 한번 만나는 것이 좋을 것 같아서 불렀네.”

그 일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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