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1화. 무량원을 태우다
이제 우유도는 오상이 최소한 까마귀 장군을 제련하기 위해 추출한, 영령의 대략적인 범위를 지정할 수 있었다. 확실하다고 할 수는 없지만, 우유도의 추측이 맞을 가능성이 아주 컸다.
우유도는 그 전에 까마귀 장군의 영령을 특정하기 어려웠다. 범위가 너무 넓었기 때문이었다. 특히 성경 밖에서 공수한 것은 아닌지 걱정했다. 만약 그렇다면 그 범위가 더욱 넓어진다.
하지만 지금 보니, 외부에서 가지고 들어왔을 가능성은 적었다. 우유도가 이렇게 추측하는 이유가 있었다.
영령을 빼내는 법술을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또 성경 밖에서 외부인을 데리고 들어오는 것은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이었고, 출입구라는 관문을 넘어야 했다.
성존들은 거의 성경을 떠나지 않았으니, 출입구를 통해 성존들이 드나드는 것은 너무 눈에 띄고 큰 소란이 이는 일이었다.
또 조웅가의 설명에 따르면, 오상은 대규모 까마귀 장군을 통제할 방법을 알지 못했다. 어쩔 수 없이 소량만 제어할 수 있었으니, 많은 영령을 수집하기 위해 외부에서 공수할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까마귀 장군의 영령은 성경 안에서 만들어 냈을 가능성이 아주 컸다.
하지만 성경 내부의 범위도 작지 않았다. 아홉 성지의 인원만 해도 적지 않은 수였으니 말이다. 다만 조웅가의 말에 따르면, 까마귀 장군이 사람으로 변하면 그 얼굴이 생전의 얼굴을 닮는다고 했다.
그렇다면, 천마성지를 제외한 나머지 성지는 제외할 수 있었다. 어쩌면 오상이 보유하고 있는 다른 까마귀 장군이 다른 성지의 사람을 이용해 만들었을 수도 있지만, 최소한 무량원 안에 있는 까마귀 장군은 나머지 여덟 성지의 사람으로 만들 수 없었다.
무량원은 아홉 성지의 사람들이 같이 지키는 곳으로, 만약 다른 여덟 성지의 사람으로 까마귀 장군을 만들면, 그들이 못 알아볼 수가 없었다. 그들이 인간의 모습을 보였을 때 분명 얼굴을 알아볼 것이고, 그건 오상이 다른 성지의 사람을 죽였다고 대놓고 시인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일이었다. 문제가 생길 것이 분명했다.
어쩌면 판단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지만, 무량원 안에 있는 까마귀 장군의 영령은 천마성지의 사람일 가능성이 아주 컸다.
어떤 문제에 대해서 보통 사람들은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방법을 찾지 못한다. 하지만 일부 사람들은 작은 단서만 있으면 충분했다.
우유도는 이번에 무비를 만남으로, 알고자 하는 정보를 모두 얻을 수 있었고, 이제 다음 단계는 확인하는 것뿐이었다.
* * *
불!
아주 큰불이 났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불길이었다. 울창한 숲의 바닷속에서 거대한 불길이 만들어졌고,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쉽게 타는 물건과 바람의 힘을 빌려, 불은 아주 빠르게 번지기 시작했다. 불길이 하늘을 뚫을 기세로 타올랐다.
엄청난 고온 아래 불길이 숲을 덮었고, 그 불길 속 한 곳의 공간이 비틀리는 것 같더니, 곧 푸른 빛을 뿜어내면서 갈라지기 시작했다. 곧이어 빛이 붕괴하면서 푸른 빛을 머금은 투명한 반구형의 공간이 나타났다. 갑자기 공간이 폭발하듯이 나타났다. 전혀 새로운 하나의 공간이 생겨난 것이다. 그곳을 중심으로 둥글게 타오르고 있던 불길이 큰 폭발에 불규칙한 모습으로 흔들렸다.
그 반투명한 반구형 물건 안에 산과 물이 있었고, 누각과 정자가 자리하고 있었다. 또 적지 않은 사람들이 그 안에서 날아다니고 있었다.
불길 가운데 갑작스럽게 나타난 것이 마치 신기루 같아 보이기도 했다.
그 투명한 반구형 물건 옆에 기다란 틈이 생기더니 벌어져 입구가 만들어졌고, 곧 수많은 수행자가 안에서 뛰쳐나와 사방으로 퍼져나가, 불길을 향해 뛰어가 법력을 이용해 불을 끄기 시작했다.
수행자들이 불을 끄는 속도는 매우 빨랐다.
그곳과 멀리 떨어진 산의 정상,
나무 꼭대기에 숨어 있던 우유도는 멀리서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옆에 있는 흑운이 갑자기 한 방향을 가리키더니 말했다.
“정말 나왔소. 저쪽이오!”
우유도가 고개를 돌려보니, 흑운이 가리킨 방향의 외각에서 눈에 잘 띄지 않는 연기 기둥이 보였다. 우유도가 곧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 것이니, 요호 일족은 빨리 후퇴하시오!”
흑운은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우유도는 그대로 나무에서 뛰어내려 연기 기둥이 올라오고 있는 곳을 향해 빠르게 날아갔다.
불바다 사이에서 오풍은 법력을 이용해 장력을 뿜어내고 있었다. 오풍의 장력이 닿는 곳의 불길은 그대로 법력에 내리눌려 사그라들었다. 또 그는 부근에 있는 시냇물을 법력으로 끌어들여 불길 위에 끼얹었다.
이때, 한 표묘각 복장을 한 사람이 오풍 곁에 내려서더니 같은 방법으로 불을 끄기 시작했다.
처음에 오풍은 그가 자신과 같이 무량원에서 나와 불을 끄는 사람인 줄 알았다. 불 끄느라 바빴기에 크게 신경도 쓰지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상대방이 자신에게 다가오고, 상대방의 얼굴이 매우 낯설다는 것을 확인하고는 곧바로 경계했다. 상대방은 가면을 쓰고 있는 것 같았다.
“누구냐!”
“오풍, 납니다.”
“너는….”
오풍이 망설였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좀 익숙한 것이 어디서 들어본 것 같았다.
“우유도입니다.”
우유도가 자신을 밝혔다.
“우유도?”
오풍이 깜짝 놀라더니, 곧 깨달았다. 상대방의 목소리가, 그가 기억하고 있는 우유도의 목소리와 똑같았다. 대경실색한 오풍이 물었다.
“여기서 뭐 하는 거야?”
오풍은 여기서 우유도를 만날 줄 꿈에서 생각 못 했다.
그는 말을 하며 빠르게 주위를 살폈다. 우유도가 우연히 이곳을 지나고 있든 말든, 아무튼 그 자신이 우유도와 같이 있는 것을 다른 사람이 보길 원치 않은 것이다.
“따라오십시오. 빨리!”
우유도가 오풍을 향해 소리쳤다. 하지만 오풍은 우유도와 같이 움직일 생각이 없어 보였다.
“불을 꺼야 한다.”
그리고는 다시 열심히 불을 끄기 시작했다. 우유도가 재촉했다.
“다들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불을 끄고 있고, 아주 혼란스러운 상황이니, 당신이 없는 것을 아무도 발견하지 못할 것입니다.”
“너와 할 이야기 없다.”
권주를 마다하고 벌주를 마시려 하다니. 우유도가 흐흐 냉소 지으며 말했다.
“맡은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니, 감탄이 절로 나오는군. 좋습니다. 우리가 같이 있는 것을 다른 사람에게 들키는 것이 두렵지 않다면, 나도 여기서 당신을 돕겠습니다.”
그리고는 얼굴을 가린 가면을 뜯어 버리고, 다시 팔을 휘두르며 불을 끄기 시작했다.
가면을 벗자 나타난 얼굴은 과연 우유도였다. 우유도가 정말 떠나지 않고 그 자리에 남아 버리자, 이제 반대로 오풍의 움직임이 멈췄다. 그리고 그는 크게 분노한 얼굴로 말했다.
“뭘 하려는 것이냐?”
그러자 우유도가 얼굴로 한쪽을 가리키며 말했다.
“따라오십시오. 얼마 걸리지 않을 것입니다. 아무 일 없을 것이니 걱정하지 마십시오.”
오풍과 우유도가 서로 마주 보았다. 곧 오풍은 빠르게 주위를 살펴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가자!”
두 사람이 빠르게 현장을 벗어났다. 그리고 산세와 나무 사이로 몸을 숨기며 빠르게 멀어져갔다.
불길과 어느 정도 떨어진 후, 우유도는 오풍을 사전에 미리 봐두었던 숨기 좋은 곳으로 데려갔다.
두 사람이 그렇게 동굴에 숨어들었을 때, 오풍이 갑자기 우유도의 멱살을 잡더니 분노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우유도가 오풍의 손목을 붙잡고 힘을 주어 비틀면서 말했다.
“혹시 지금 날 죽이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황택사지에서 날 죽이려고 했지만 죽일 수 없었지요. 설마 지금 여기서 소란을 일으켜 사람을 불러오려고 그러는 것입니까?”
두 사람은 그렇게 대치하며 법력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곧 오풍은 자신의 법력이 우유도의 법력과 충돌했을 때, 조금도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고는 깜짝 놀랐다.
오풍이 바로 팔을 털어내고는 우유도에게 떨어지더니 흉악한 얼굴로 물었다.
“무슨 짓이냐고 물었다.”
“당연히 선생님을 보러 온 것이지요.”
“만날 필요가 뭐가….”
여기까지 말한 오풍이 멈칫했다. 세상에 이런 공교로운 일이 어디 있단 말인가. 오풍이 불안에 떨며 물었다.
“설마 무량원 밖에 일어난 불길과, 네가 나타난 것에 연관이 있는 것이냐?”
우유도가 끄덕였다.
“내가 불을 붙였습니다. 숲을 불태우지 않으면 어찌 선생님을 불러낼 수 있었겠습니까?”
무량원을 태웠다고? 무량원을 태운 이유가 나 때문이라고? 오풍은 소름이 끼친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유도, 미쳤느냐? 여기가 뭐 하는 곳인 줄 모른단 말이냐?”
“쉿!”
우유도가 조용히 하라며 검지를 자신의 입에 댔다.
“진정하시지요. 내가 온 것은 모두 선생님을 위해서입니다.”
“나를 위해서?”
오풍이 콧방귀를 끼며 말했다.
“우유도, 네놈 덕분에 내가 어떤 처지가 되었는지 아느냐? 네놈의 호의는 내가 감당하기 어려우니, 넣어 둬라!”
정말 그냥 하는 말이 아니었다. 우유도를 위해 증인으로 나선 후에, 무량원을 떠나고자 했던 그의 의도가 물거품이 된 건 고사하고, 사부에게 그야말로 귀에 피가 나도록 욕을 들어먹었다.
어쩌면 이대로 무량원에서 늙어 죽어야 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더 중요한 것은 표묘각이 성존들의 규칙을 따르지 않았다는 것을 오풍이 증명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표묘각의 노여움을 제대로 샀다. 지금 오풍이 표묘각 안에서 지내는 나날이 편할 리 없었다.
설사 무량원을 떠난다 해도, 좋을 것이 없었다.
하지만 당시는 정말 다른 방법이 없었다. 오풍도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그리 행했을 뿐이었다.
우유도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선생님의 심정을 이해합니다. 다만 지금은 시간이 많이 없으니, 쓸데없는 소리를 할 때가 아닙니다. 우리 말을 좀 간단히 합시다.”
“나는 너와 할 말이 없다.”
오풍이 손을 내저으며 거절했다. 그리고 우유도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여기서 그만해야 할 것이다. 또 뭔가로 날 협박할 생각하지 말아라. 경고하는데, 만약 일이 커지면, 그냥 다 같이 죽는 것이다! 그러니 내 눈앞에서 꺼져라!”
그리고는 그대로 그곳을 떠나려고 했다. 그때, 담담한 우유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오풍, 난 곧 죽을 거야. 정말 나와 같이 죽고 싶은 거야?”
막 발걸음을 떼던 오풍이 멈칫했다. 그리고 고개를 휙 돌려 우유도의 침착하고 여유로운 얼굴을 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곧 죽을 사람의 얼굴로는 보이지 않았다. 오풍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허튼수작 부리지 말아라!”
오풍의 말에, 우유도의 말투가 갑자기 차갑게 바뀌었다.
“이봐, 오 선생, 장난하는 거 아니야. 표묘각의 감찰은 개뿔, 우리는 성존들에게 이용당하고 있을 뿐이지. 내가 아무리 성존들에게 충성하고 최선을 다해도, 결국에는 갈증을 풀고자 독이 든 술을 마시는 것일 뿐이지. 일단 표묘각의 정돈이 끝나면, 이용가치가 더는 없어지게 되지.
표묘각은 다시 성존들을 대신해 천하에 위용을 보일 것이고. 그때가 되면 우리처럼 표묘각의 머리 위에서 호가호위했던 사람들이 살 수 있을 것 같아? 성존들은 우리의 생사를 신경도 쓰지 않을 거야. 그때가 되면 우리는 분명 아주 참담하게 목숨을 잃겠지.”
“난 내 최후가 어떨지 아주 잘 알고 있어. 심지어 어떻게 죽을지 상상할 수 있을 정도라니까. 아마 표묘각의 정돈이 대충 끝나갈 때도, 우리 같은 사람들은 여전히 멍청한 얼굴로 아무것도 모르고 있겠지. 그리고 계속해서 감찰이라는 명목으로 표묘각을 곤란하게 할 것이고 말이야.
성존들이 언제 멈출지 우리가 어떻게 알겠어. 성존들이 갑자기 손을 거둬도 우리는 사전에 아무런 통보도 받지 못할 거야. 그리고 어느 날 표묘각이 갑자기 아무 이유나 들어 우리를 잡아들이겠지.”
“아마도 눈 깜짝할 사이에 우리 감찰을 하나도 남김없이 아주 깔끔하게 쓸어 버릴 거야. 순식간에 천하를 공포에 몰아넣을 것이고, 표묘각은 순식간에 위엄을 되찾겠지. 그리고 계속해서 성존들을 위해 최선을 다할 거야. 하지만 우리는? 누가 우리의 생사를 신경이나 쓰겠어?”
“조진궁장(*鳥殄弓藏: 새를 다 잡으면 활은 창고에 넣는다는 뜻으로,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버림을 받게 됨, 토사구팽과 같은 뜻), 토사구팽이지. 오풍, 네가 보기에 내 최후가 그럴 것 같지 않아?”
오풍의 안색이 심각해졌다. 그런 상황을 생각해 본 적은 없었다. 하지만 우유도의 말을 가만히 듣고 생각해보니, 그럴 가능성이 열에 아홉이었다.
간단했다. 성존들은 지금 표묘각을 없애려는 것이 아니었다. 그저 정돈하려는 것뿐이었다. 성존들이 자신의 양팔을 잘라버릴 리 없었다. 천하에 딴마음을 품은 사람이 한둘인가. 천하에 시시비비가 한둘인가. 성존들이 그런 일들을 직접 처리할 리 없었다. 표묘각은 마지막에도 여전히 표묘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