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2화. 내 동료는 황택사지에서 왔다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오풍, 난 살날이 얼마 남지 않았어.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는 것이지. 네가 갑자기 다 같이 죽겠다고 말하니, 참으로 의외로군! 날 고발하지 않아도 난 결국 죽을 것이니, 그걸로 나를 위협한다고 무슨 의미가 있겠어?”
오풍이 천천히 우유도에게 걸어가며 말했다.
“그래서 뭘 하려는 거지?”
“오상의 까마귀 장군이 무량과수를 지키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어. 까마귀 장군을 본 적이 있나?”
오풍이 이를 악물고 말했다.
“뭘 하려는 거냐고 물었다.”
“간단해, 자신을 위해 살길을 강구하는 것이지. 누가 그냥 자리에 앉아 죽기를 기다릴까. 이래도 죽고, 저래도 죽으면, 자신을 위해 살길을 쟁취하지 않을 이유가 있을까? 이봐, 넌 설마 무량과를 얻고 싶지 않나? 무량과만 얻으면 어디 은밀한 장소를 찾아 숨어들어, 경지를 원영기까지 올리기만 하면, 목숨 걸고 싸울 기회를 얻을 수 있으니 말이야!”
정말로 무량과를 훔칠 생각을 하고 있다니! 오풍이 깜짝 놀라며 말했다.
“미쳤군!”
“미치지 않았어! 선택의 여지가 없었을 뿐이지!”
우유도가 갑자기 소리쳤다. 마치 감정이 격양된 것 같은 모습이었다. 우유도는 오풍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너도 선택의 여지가 없지. 만약 죽고 싶다면, 언제든지 그 소원 이루어 주지!”
오풍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우유도는 다시 딱딱한 안색을 풀고, 조금 부드러워진 말투로 말했다.
“요즘 사는 것이 쉽지 않지? 모를 수가 없지. 표묘각을 배신했으니, 지금 생활이 편할 리 없지. 그래서 어떡할 거야? 설마 평생 그렇게 구차하게 살 거야? 정말 한번 도전을 해볼 생각은 없는 건가?
생각해봐. 주위의 차가운 눈빛, 너를 미워하는 사람들, 정말 평생 그런 것들을 참을 수 있나? 반항할 생각을 해본 적이 없나? 생각은 해봤겠지. 다만 그럴 담력이 없을 뿐, 반항해봤자 소용이 없고, 그럴 기회도 없었으니 말이야.”
“하지만 이제는 달라. 이 우유도는 죽음이 두렵지 않아, 아주 필사적이지. 내가 먼저 목숨을 걸고 나설 거야. 그렇게 너와 안팎에서 협력하는 거지. 나와 같이 한 줄기 희망을 위해 싸워보지 않겠어? 설사 죽는다고 해도, 화끈하게 죽는 거지. 만약 우리 둘이 손을 잡는다면, 기회가 없는 것도 아니야!”
오풍의 두 눈이 번뜩였다. 가만히 고개를 끄덕인 그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이제야 알겠군. 너의 목표는 처음부터 무량과였던 거야. 그리고, 이를 위해 나를 표적으로 삼은 것이지, 넌 애초에 나를 무량원에서 벗어나지 못하게끔 만들려 했던 거야. 내 약점을 잡아, 이를 통해 무량원에 접근하려고 했던 거겠지.
결국 넌 나로 하여금 하루가 마치 일 년 같은 고통을 느끼게 하려고 했던 거나 다름없어. 이 일은 처음부터, 나를 목적으로 아주 세심하게 계획한 함정이었던 거야. 바로 오늘을 위해서 말이야. 내 말이 맞나?”
“함정이라고 말할 정도는 아니지. 그렇게까지 심모원려 하지는 않아. 다만 비슷한 일들을 많이 하다 보니, 어느 정도 경험이 쌓였어. 그러니 이렇게 하면 결과가 대충 이렇게 될 것이다, 어느 정도 이런 것을 알 수 있게 되었지. 난 그저 뒤에서 살짝 등 떠밀었을 뿐이야. 이런 일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자기 자신이야.
무욕즉강(*無欲則剛: 욕심이 없는 것이 강한 것이다)이라 했다. 만약 네게 욕심이 없었다면 유혹에 빠지지 않았을 것이고, 나도 너를 어떻게 하지 못했겠지. 너도 이렇게 깊게 빠져들지 않았을 것이고 말이야. 그러니 지금 상황이 이렇게 된 것은 그 누구의 잘못도 아니야. 아프다고 소리칠 필요도 없어. 그저 네가 스스로 자초한 것이지.”
“…….”
“이봐, 오 선생. 우리끼리 이렇게 서로 원망해 봤자 아무 의미 없어. 너는 똑똑한 사람이니, 이제 와 과거의 그런 것들을 고민해봤자 아무 의미가 없다는 것을 잘 알 거야. 우리 같이 앞으로 나아가자고! 무량과를 손에 넣기만 하면, 너와 나 모두 원영기에 도달할 기회를 얻게 되는 거야!”
“원영의 경지가 기대되지 않아? 생각해봐. 그게 도대체 어떤 느낌일지 말이야. 너는 지금 무량원을 지키는 개가 되었지, 일 년 같은 하루하루를 앞으로 대체 언제까지 보내야 할지 알 수 없어. 정말로 계속 이렇게 지낼 필요가 있을까? 얼마나 좋을지 생각해보라고. 불로불사, 수행계의 얼마나 많은 사람이 꿈에도 그리는 경지인지!”
오풍이 깊은숨을 들이쉬고 말했다.
“꿈도 야무지군. 너는 지금 꿈을 꾸고 있는 거야. 무량과를 얻어서 뭘 어쩌겠다는 거지? 어차피 성경을 빠져나갈 수 없어. 설사 훔친다 해도, 바로 들통이 날 것이고, 너를 향한 끝없는 추격이 시작되겠지. 성존들은 개미 한 마리 놓치지 않고 성지를 샅샅이 뒤져서 너를 찾아낼 거야.
수행계에서 동원할 수 있는 모든 추적 수단을 써서 너를 찾으려 할 것이야. 감히 장담하는데, 무량과를 이용해서 원영기를 돌파하기 전에 넌 붙잡히겠지. 그리고 후회가 무엇인지 깨닫게 될 거야!”
“너무 무서워하는 거 아니야? 성존들이 정말 그런 능력이 있었다면, 황택사지의 요호는 어째서 아직 살아 있을까?”
“황택사지는 황택사지이지, 그곳은 원래부터 요호가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배경이지, 설마 요호들이 너를 받아 주길 바라기라도 하는 건가?”
순간 우유도의 얼굴에 괴이한 미소가 떠올랐다.
“이봐, 오 선생. 무량원 주위에 엄청난 불길이 순간적으로 솟아올랐어. 설마 그걸 나 혼자 했다고 생각하는 거야?”
오풍이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설마 동료가 있단 말인가? 성경 내부에서 감히 네놈과 같이 이런 일을 꾸미는 사람이 있다고?”
“그렇지! 내 동료는 황택사지에 온 사람들이야. 바로 네 입에서 나온 그 요호들이 바로 내 동료이지!”
오풍이 깜짝 놀라며 소리쳤다.
“말도 안 돼! 성존들이 온갖 방법을 썼음에도 요호 내부에 사람을 집어넣지 못했어. 요호는 인간을 믿지 않아!”
우유도가 미소지었다.
“모든 일에는 예외가 있기 마련이지. 성존들이 안 된다고, 나도 안 되는 것은 아니지. 잘 생각해봐. 황택사지라는 그 큰 땅에서, 너를 만난 일이 정말 우연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또 내가 조경의 최후를 어떻게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거지? 그리고 네게 말해준 그 여러 가지 단서들을 어떻게 알았을까? 오 선생은 똑똑한 사람이니, 아마 깨달을 수 있을 거야.”
오풍의 눈이 번뜩였다. 잠시 후, 그가 서늘한 숨을 깊게 들이쉬고는 말했다.
“요호가 너를 도와 정보를 모아준 것인가?”
“그곳은 요호의 영역이지. 호족에게 그건 별로 어려운 일도 아니야.”
오풍이 다급히 물었다.
“요호가 어째서 너를 돕는 거지? 성경에 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다.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빨리 요호의 신임을 얻을 수 있었단 말이냐?”
“그건 내 일이니, 네게 자세히 설명할 필요 없겠지. 너는 하나만 알면 돼. 일단 이번 일이 성공한다면, 언제든지 황택사지에 숨어들어, 원영기를 돌파할 날만 기다리면 된다는 거지! 잘 알겠지만, 내가 선두에 서겠다는 말은, 죽을 길에 선두를 서겠다는 말이 아니야!”
오풍이 침묵했고, 우유도가 재촉했다.
“이봐, 좀 있으면 불이 꺼질 거야. 불길이 잡히기 시작하면, 무량원의 사람들이 즉시 주위를 수색하기 시작하겠지. 의논할 시간이 많지 않아. 빨리 결정해!”
오풍이 눈을 번뜩였다.
“지금 말한 내용을 내가 고발할까 봐 두렵지 않은 것인가? 요호와 관련된 큰 비밀이니, 그 정도 공로라면, 나 혼자는 충분히 죽음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우유도의 두 눈이 형형하게 빛났다. 우유도는 손을 들어 코를 살짝 만지고는, 기백 있고 단호한 어투로 말했다.
“가서 고발해도 상관없어! 일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상황을 보고 결정해도 상관없어. 하고 싶으면 일을 계속 진행하고, 고발하고 싶으면 언제든지 가서 고발해. 진심이야. 가슴에서 우러나오는 진심이야. 고발한다 해도 널 원망하지 않겠어! 네게 한 말처럼, 이 모든 것은 내가 자초한 것이니, 다른 사람을 원망할 필요 없겠지!”
“간단한 이치지, 너는 무량원에 있으니, 네 결정을 내가 좌우할 수 없어. 하지만 네가 황택사지에서 규칙을 어기고 수안을 빼앗으려고 했던 것을 보고, 추구하는 바가 있는 사람이라고 판단을 내렸지. 아마 너도 이대로 계속 무량원에서 구차하게 살아가고 싶지 않을 거야. 기회만 있다면, 옳은 선택을 할 것이라 믿어!”
오풍의 눈빛이 흔들렸다. 확실히, 자신 앞에 있는 이 우유도라는 자가 정말 범상치 않아 보였다. 자신 또한 이렇게 지옥 같은 삶을 계속 살고 싶지 않았다. 결국, 고민하다가 입을 열었다.
“하지만 무량과는 아주 엄격하게 보호되고 있다. 또 무량원에는 고수들이 구름처럼 많고, 까마귀 장군까지 나무를 지키고 있다. 나무 근처에는 구대성지의 사람들이 빙 둘러서서 나무를 지키고 있지. 그야말로 나무 앞에 있는 풀잎이 바람에 흔들리는 것조차, 수많은 눈이 지켜본다고 할 수 있다. 손을 쓸 기회를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난 이 세상에 실수 없는 것이 있다고 믿지 않아. 문제가 있으면 문제를 하나하나 해결해 가면 되는 거야. 많은 부분이 이미 계획이 세워져 있어. 나는 확신이 없는 일을 시도하는 사람이 아니야. 기회는 있어. 하지만 우리가 직접 만들어야 하는 기회지.”
“일단 계획을 말해봐라. 가능한지 아닌지 내가 판단해주마.”
“그걸 어찌 한두 마디로 다 설명할까. 일단 지금은 시간이 없으니, 당신은 우선 우리 눈앞의 있는 가장 큰 문제를 해결하는 데 집중하자고.”
“그게 뭐지? 말해봐.”
“처음부터 말했잖아. 까마귀 장군!”
“까마귀 장군은 확실히 큰 문제지. 나무 앞에 앉아 움직이지 않고 있다가, 누군가 가까이 다가오면 갑자기 소란을 피워 순식간에 모든 사람의 주의를 끌어오지. 난 그 까마귀 장군을 어떻게 할 수 없어. 그런데 나보고 뭘 해결하라는 거야?”
“그 방법은 내가 알아서 할 거야. 우선 까마귀 장군이 몇 명 있는지부터 말해봐.”
“많지 않아. 세 마리. 각자 나무의 세 방위를 지키고 있지.”
“까마귀 장군이 인간으로 변한 후의 모습을 본 적이 있나?”
“본 적이 있어,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지. 사람이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까마귀 장군은 그 즉시 인간으로 변해 경계하니까 말이야. 매일 누군가 나무에 가까이 다가가, 나무에 달린 과일의 수량을 세지. 그리고 매일 누군가 가까이 다가갈 때마다, 까마귀 장군은 즉시 인간으로 변신하지. 나도 직접 무량과의 수량을 세기 위해서 가까이 다가간 적이 있으니 몇 번이나 본 적이 있다.”
“까마귀 장군이 인간으로 변한 후, 그 얼굴이 생전의 얼굴을 따라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게 사실인가?”
오풍이 머뭇거리다가 말했다.
“그럴 것이다.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이 인간으로 변했을 때 그 용모가 익숙한 것이 생전에 본 적이 있는 사람인 것 같았어. 천마성지의 사람 같더군. 하지만 이야기를 나눠 본 적은 없었다. 천마성지의 어떤 사람인지는 더욱더 알지 못하지. 이름은 말할 것도 없고 말이야.”
우유도는 그 순간 다소 흥분하며 말했다.
“까마귀가 변한 사람의 용모를 기억해?”
오풍은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기억이 남아있긴 하지. 그래서 뭘 어쩌라고. 설마 나보고 가서 그들이 누군지 알아보기라도 하라는 것이야? 아니면, 그걸 뭐하러 물어보는 것이냐?”
우유도는 오풍의 믿음을 얻기 위해, 혹은 상대방이 어쩔 수 없이 일을 진행할 때의 담력을 키워주기 위해 단도직입적으로 알려주었다.
“까마귀 장군을 무력화시킬 방법이 있다.”
오풍이 크게 놀라며 말했다.
“방법이 있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