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3화. 아슬아슬
“방법이 있다고?”
깜짝 놀랐다. 우유도가 벌써 그런 방법까지 준비했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우유도는 손사래를 치며, 일단 그 일에 관해서 설명해주지는 않았다. 오히려 빠르게 동굴을 나가 주위를 신속하게 살펴보았다.
지금 당장 어떤 일을 진행할지 말지 망설여지는 부분이 있었다. 무량원 쪽이 불길을 잡으면, 급박한 일을 처리한 무량원이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그냥 돌아갈 리 없었다. 당연히 주변을 대대적으로 수색할 것이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이곳을 벗어나는 것이 가장 안전한 방법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지금 급히 떠나버리면, 오풍을 만날 기회가 다시 언제 생길지 몰랐다. 그러니 지금 조금이라도 더 한 걸음을 내디디면, 나중에 생기는 번거로움을 그만큼 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는 어쩔 수 없이, 무량원의 사람들에게 잡힐 수 있는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했다.
우유도는 뜻하지 않게 방금 오풍을 진정시키기 위해 오풍과 말싸움을 하며 시간을 너무 많이 허비한 상황이었다.
한편, 오풍은 우유도가 무엇을 하는지 몰라, 우유도를 따라 동굴에서 따라 나왔다. 우유도가 주위를 살피는 것을 보고, 그도 같이 주변을 살폈다.
눈앞의 풍경을 본 오풍은 감개무량했다. 무량원에서 엄격한 통제를 받고 살다 보니, 이런 식으로 나올 기회가 거의 없다시피 했다. 우유도가 불을 질러서 이렇게 나오게 될 줄 생각도 못 했다.
지금 상황을 보니, 불길은 여전히 거셌고, 사람들은 여전히 사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러니, 그것을 보고 모험을 감행하기로 결심을 내렸다. 우유도는 뒤돌아 오풍에게 손짓하고는 그를 데리고 다시 동굴 안으로 들어갔다.
우유도를 따라 들어온 오풍이 물었다.
“뭐 하는 거지?”
우유도는 품 안에서 접혀있는 흰 종이와 탄필을 꺼냈다.
우유도는 여기 오기 전에 이미 충분한 준비를 한 상태였다. 먼저 조웅가에게 연락을 했고, 무비를 만나 상황을 파악했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면 절대 쉽게 무량원에 다가오지 않았을 것이고, 불을 지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이곳에 오기 전에 만약을 대비해서 종이도 준비했다. 과연 지금 그 종이를 쓸 때가 되었다.
우유도는 흰 종이에 법력을 주입해 마치 단단한 판자처럼 만들고 한 손으로 들었다.
오풍이 뭐 하는 짓이냐며 바라보고 있을 때, 우유도는 이미 탄필로 종이에 기준선을 그으며 말했다.
“그 까마귀 장군들이 인간으로 변했을 때 어떻게 생겼는지, 하나하나 설명해봐. 내가 그림으로 그리지.”
“…….”
오풍은 입을 쩍 벌렸다. 눈앞에 우유도가 들고 있는 그림 도구를 보고, 너무 대충이라는 생각이 떠올랐다. 어떻게 표현하고, 어떻게 그린단 말인가?
“시간이 없어! 뜸 들이지 말고 빨리 말해. 일단 얼굴형부터.”
우유도가 구술의 방향을 정해 주었다. 오풍은 다소 머뭇거리다가 기억을 떠올리며 우유도에게 머리를 들이밀고 침음하며 말했다.
“첫 번째 까마귀 장군의 얼굴은 각이 졌지….”
쓱쓱 거리는 소리가 들리며, 우유도가 들고 있는 탄필이 빠르게 종이 위에 선을 그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각지지는 않았어, 여기 광대가 너무 튀어나왔군.”
우유도는 빠르게 손가락으로 종이를 비벼 선을 지우고는 광대뼈를 수정했다.
그렇게 오풍의 설명과 우유도의 숙련된 솜씨가 결합하여 천천히 한 사람의 얼굴 윤곽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오풍은 자신도 모르게 우유도를 힐끗 바라보았다. 퍽 의외였다. 오풍은 이런 방식의 그림을 처음 보았다. 우유도가 무량과를 훔치기 위해 사전에 그림을 그리는 방법까지 연습한 것은 아닌지 의심했다.
만약 정말 그렇다면, 우유도가 이렇게 완벽하게 준비한 것이라면, 오풍은 우유도의 계획을 더욱 믿을 수 있다고 생각했다.
“눈 끝부분은 좀 더 내려야 한다.”
“이마는 좀 더 좁다.”
“콧대가 좀 더 높고, 턱은 좀 더 뾰족해야 한다.”
두 사람의 모습이 아주 정다워 보였다. 오풍은 자신의 기억과 다른 부분을 수정하라 했고, 우유도는 별말 없이 바로 수정했다. 잘못된 부분이 있으면 조금의 머뭇거림도 없이 즉시 수정했다. 시간이 없었다.
오풍은 아직 우유도를 돕겠다고 정식으로 승낙하지 않았다. 우유도 또한 확실한 대답을 달라고 재촉하지 않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행동은 이미 누가 봐도 한통속이 되어있었다. 오풍은 지금 상황에 아주 몰입하고 있었다.
물론, 두 사람은 그림 그리는 것에 몰입함과 동시에 긴장의 끈을 놓지 않았다. 어느 정도 신경을 분산시켜 바깥 상황을 주시했다.
쓱쓱 거리는 소리가 연신 들렸다. 우유도의 손이 빠르게 움직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의 생전 용모가 종이 위에 나타났다.
하지만 종이가 꽤 더러웠다. 그렸다가 다시 지운 부분이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중요하지 않았다. 우유도에게 이건 초고에 불과했다. 초고를 가지고 돌아가서 다시 그리면 그만이었다.
그림을 완성한 우유도는 세 장의 그림을 오풍에게 펼쳐 보이며 물었다.
“다시 확인해봐. 더 수정해야 할 부분이 있나?”
오풍의 시선이 세 장의 그림 위를 왔다 갔다 했다. 잠깐 침음하며 그림을 살펴보던 오풍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원래 생김새와 좀 달라 보이는군. 하지만 기억이 잘 나지 않고, 뭐라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대략 이렇게 생겼을 것이다.”
“구술을 듣고 그림을 그린 것이니 차이가 있는 것은 어쩔 수 없지. 다만 한 가지만 물어보겠어. 차이가 너무 크지는 않나? 생전에 이들을 알았던 사람이 이 그림을 보고 누군지 알아볼 수 있을까?”
“까마귀 장군의 용모가 생전의 용모와 너무 다르지 않다면, 아마 별 차이 없을 것이다. 그들 까마귀 장군의 생전 용모는 잘 기억이 나지 않는군…. 아마 비슷하리라 생각한다. 그렇지 않았다면 까마귀 장군을 보고 낯이 익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겠지. 그들을 아는 사람이 그림을 본다면, 알아볼 수 있을 것이다. 최소한 지금 까마귀 장군의 얼굴과는 비슷하게 생겼군. 문제없을 것이야.”
오풍은 확신이 있다는 듯이 끄덕였다.
“좋아!”
우유도가 빠르게 그림을 접어 품에 넣고는 종이와 탄필을 오풍에게 건네며 말했다.
“지금 무량원 내부의 방어 인원과 인원 배치 상황을 대략 그림으로 그려줘.”
오풍은 두말하지 않고, 종이를 받아 그림을 그리며 설명하기 시작했다.
“무량과수는 무량원의 정 중앙에 있다. 세 마리 까마귀 장군이 나뭇가지 위에 자리 잡고 있고….”
우유도는 설명을 자세히 들으며 그림 위에 하나둘 나타나는 표시를 빤히 바라보았다.
하지만 계속 설명을 들을 수는 없었다. 밖에서 어렴풋이 사람의 목소리가 들려온 것이다.
“저쪽, 너는 저쪽을 살펴보아라….”
두 사람이 깜짝 놀라 서로를 바라보았다. 큰일 났다.
무량원의 반응 속도가 우유도의 예상을 벗어났다. 불길이 아직 완전히 잡히기 전에 사람을 보내 주변을 수색하게 하다니.
오풍은 빠르게 종이를 우유도에게 건네고는 동굴 입구로 조용히 다가가 동굴 바깥을 염탐했다.
우유도가 동굴 입구에 다가왔을 때, 오풍이 뒤돌아 우유도를 향해 손을 들어 저지했다. 이후, 다시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키고 다시 동굴 밖을 가리켰다. 자신이 나가서 대응하겠다는 뜻이다.
우유도는 고개를 끄덕이며 허락했다.
오풍은 동굴 밖을 잠시 관찰하더니 적당한 기회가 왔다는 생각에 동굴 밖으로 뛰쳐나갔다.
곧 주변을 수색하던 사람 중에 누군가가 소리쳤다.
“누구냐?”
갑자기 나타난 오풍이 말했다.
“나네,”
소리친 사람이 말했다.
“오풍? 자네가 왜 여기 있는 건가?”
오풍이 주위를 둘러보며 마치 주변을 수색하는 모습으로 말했다.
“바로 전에 불을 끄다가 이쪽에서 누군가 재빨리 움직이는 모습을 보았네. 매우 의심스러운 움직임이었기에 급히 그 뒤를 쫓고 있었지.”
남자가 즉시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 사람은 어디 갔는가?”
“분명히 이 일대로 뛰어가는 것을 보았지만, 지금 흔적을 찾을 수가 없군. 다들 흩어져서 찾아보는 것은 어떤가.”
남자는 이 일대가 의심스럽다는 소리를 듣고 즉시 손을 흔들며 소리쳤다.
“흩어져서 주변을 수색해라!”
그 명령을 듣고 사람들이 흩어졌다. 오풍은 조용히 한 방위를 차지했다. 바로 우유도가 숨어 있는 방향이었다.
동굴 안에 숨어 있는 우유도는 좁은 입구 한쪽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오풍이 건네준 종이는 이미 품에 들어가 있었고, 얼굴에는 다시 가면을 뒤집어쓰고 있었다. 또 외투를 벗어 안에 겹쳐 입었던 외투로 바꿔입고 있었다.
그때 한 인영이 동굴로 들어왔다. 우유도가 빠르게 허리춤의 검을 붙잡았다. 언제든지 출수할 수 있도록 준비했다.
다만, 다행히 안으로 들어온 사람은 오풍이었다. 그 모습을 보고 우유도는 검에서 손을 떼고는 얼굴에 감탄이 떠올랐다. 오풍이 방금 수색자들에게 한 말의 의도를 대략 깨달은 것이다.
황택사지에서 규칙을 어기고 수안을 빼앗으려고 한 행동이나, 황택사지에서 시합이 끝난 후에 여유롭게 증인을 선 상황을 보았을 때, 확실히 오풍은 매우 냉정하고 침착한 태도를 보여주었다.
절대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는 겁쟁이가 아님을 알 수 있었다. 방금 오풍의 행동을 보면, 그가 담력과 지모가 있는 사람임을 더욱 확인할 수 있었다.
가장 두려운 것은 멍청한 협력자라는 말이 있다. 오풍의 능력을 확인한 우유도는 앞으로의 계획이 성공하리라 더욱 확신했다.
오풍이 도착하자 두 사람은 빠르게 동굴 깊숙이 들어갔다. 바깥 상황에 주의를 기울이며 우유도가 조용히 말했다.
“저들이 만약 나를 발견하면, 나는 신경 쓰지 말고 당신이 먼저 나서서 나를 공격해야 할 거야. 내 사정을 봐줄 필요 없어. 당신이 의심을 벗는 것이 먼저야.”
오풍의 입꼬리가 씰룩거렸다. 우유도의 말이 오풍을 안심시켰다.
“밖에 당신을 도와줄 사람이 있나?”
“난 신경 쓰지 않아도 돼. 내가 알아서 하지. 포위망을 벗어나는 것은 어렵지 않아. 계획에서 네 안전이 가장 중요해. 절대 당신에게 문제가 생기면 안 돼.”
“안쪽 경비 상황은 더는 자세히 알려주기 어렵겠군.”
오풍은 더 이상 자세한 상황을 설명할 시간이 없다는 것을 알았다. 만약 이 자리에서 좀 더 상세한 설명을 하려 했다간, 두 사람 모두 다른 사람에게 발각될 확률이 너무나 높았다.
“나중에 내가 따로 기회를 만들지. 며칠 지나지 않아서, 현장을 조사한다는 명분으로 내가 직접 무량원을 방문할 거야. 그때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지.”
오풍이 깜짝 놀라 말했다.
“미쳤나? 성존들의 제자들도 감히 쉽게 들어가지 못하는 곳이다. 들어가면 곧바로 의심을 받을 것이야.”
“걱정하지 마. 처음부터 오늘 만나서 모든 일을 한 번에 처리할 생각은 없었어. 나중에 어떻게 할지 다 계획이 되어있지.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거야. 자 이제 시간이 없으니 돌아가. 난 알아서 여길 빠져나가야겠어.”
“조심해야….”
오풍이 막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을 때, 동굴 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
우유도는 즉시 몸을 동굴 벽에 딱 붙였고, 조용히 동굴 벽의 푹 들어간 곳으로 숨어 들어가 경계하기 시작했다. 이 동굴은 사실 별로 깊지 않았다.
오풍은 빠르게 그대로 밖으로 나가다가 경계하며 천천히 들어오고 있는 사람과 맞닥뜨렸다. 오풍이 그 사람에게 가볍게 말했다.
“별로 깊은 동굴은 아니더군. 안에 아무도 없다.”
말을 마친 그는 여유롭게 그 사람의 어깨를 스쳐 지나가 밖으로 나갔다.
나중에 들어온 남자는 앞으로 두세 걸음 정도 나아가서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동굴 안쪽을 확인했다. 다만 오풍의 말을 믿었는지, 자세히 살피지 않고 그대로 밖으로 나갔다.
벽에 파인 곳에 몸을 숨기고 있던 우유도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만약 상대방이 계속 수색을 했다면, 분명 들켰을 것이다. 그러면 우유도는 어쩔 수 없이 먼저 이 남자를 죽이고, 오풍과 싸우는 척하며 기회를 봐서 포위망을 돌파할 수밖에 없었다.
동굴을 나선 오풍은 동료가 나오는 것을 보고, 안심할 수 있었다. 십 년 감수했다.
만약 우유도가 들켰다면, 우유도가 포위망을 돌파할 수 있을지 확신이 없었다. 분명 무량원에서 수많은 고수가 튀어나와 끝까지 추적할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일단 우유도가 무량원의 손에 떨어지면, 어찌 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우유도가 입을 열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