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34화.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일이다
우유도가 무량원의 사람에게 붙잡힌다면, 최소한 이 일을 우유도 혼자 한 것이라고 누가 믿겠는가? 당연히 우유도 배후에 다른 사람이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우유도의 입을 열려고 할 것이다.
한차례 위기를 넘겼지만, 우유도는 아직 확실하게 위험을 벗어난 것은 아니었다. 오풍의 마음속 경계심이 여전히 팽팽하게 당겨져 있었다. 오풍은 일행을 이끄는 동료에게 다가가 말했다.
“저쪽에서는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네.”
얼마 지나지 않아, 주위에 흩어진 사람들이 하나둘 돌아와 보고했다. 다들 아무것도 발견하지 못했다.
일행을 이끄는 남자가 손짓하자, 사람들은 다시 다음 구역으로 넘어가 수색을 계속했다.
동굴 안에 숨어 있던 우유도는 바깥이 확실하게 조용해진 후에 그 안에서 나왔고, 우유도는 주변을 아주 신중하게 살핀 후, 신속하게 숲속으로 숨어들었다.
그렇게 몰래 여기저기 몸을 숨기며 무량원의 인원으로 수색하기 어려운 범위까지 움직이고 나서야, 전력으로 날아 멀어지기 시작했다.
* * *
빙설성지, 눈보라가 몰아치는 얼음 절벽 위,
한 손에 지팡이를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보고서를 든 설파파가 구부정한 허리를 하고 서 있었다. 설파파가 껄껄거리며 늙은 까마귀 같은 목소리로 웃었다.
“재밌군. 천하전장의 집행자가 이유 없이 죽은 지 얼마 되지 않아, 갑자기 무량원에 불을 지르는 사람이 나타나기까지 했어. 성경의 평화가 너무 오래 지속되었어. 정말 갈수록 재미있어지는군. 괴상한 일이, 하나둘 일어나기 시작했어.”
말을 마친 설파파는 싸늘한 눈빛으로 뒤에 있는 사람을 힐끗 바라보았다. 한쪽에 있던 백무애는 굳은 얼굴로 침묵하고 있었다.
휙 소리가 들리자 백무애가 고개를 들었다. 눈앞에 있던 설파파는 이미 사라져 있었다.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공중에서 들려왔다. 백무애가 다시 고개를 돌려 하늘을 보자, 설파파의 인영이 빠르게 하늘 너머로 사라지고 있었다. 그 방향을 보니 무량원이 있는 쪽이었다.
“하아!”
백무애가 한숨을 내쉬었다. 무량원을 태운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간덩이가 부은 것은 확실해 보였다.
태워서 뭘 어쩌겠다는 말인가? 얻을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그러니 고의로 신경을 분산시키기 위해 했다는 의심을 피하기 어려웠다.
* * *
무량원이 불타올랐고, 온 성경이 술렁였다. 이건 성경의 금지에 손을 뻗은 것이다. 성존들의 역린을 건드린 것이다. 그러니 어찌 술렁이지 않겠는가.
문천성 내부,
주전자에 찻물이 끓고 있었고, 두 사람이 마주 앉아 있었다. 두 사람은 황반과 현요로 안색이 매우 굳어 있었다.
“천재(天災)일 가능성은 없소?”
현요가 중얼거리자 황반이 한숨을 내쉬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불길이오. 그것도 무량원을 중심으로 사방에서 동시에 일어난 불길이지. 이게 어떻게 자연적인 현상이겠소. 분명 누군가가 불을 지른 것이오. 그 넓은 범위에서 동시에 불길이 일었소. 한두 사람의 힘으로는 할 수 없소. 분명 많은 사람이 동원되었을 것이오.”
현요가 잠시 침묵하더니 마찬가지로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간덩이가 부었군. 이런 식으로 불을 지르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겠소?”
“그렇게 해서는 무량과를 얻을 수 없소. 헛수고가 분명한 일이지. 아래 사람들 사이에 말이 많소. 사람들은 이미 무량원에 불이 난 것과 홍운법의 죽음을 연관 지어 생각하고 있소. 표묘각 내부 정돈을 견제하려 하는 누군가가 일으킨 일이라고 말이오. 하지만 대체 누구란 말이오. 정말 그렇게 할수록, 성존이 더욱 포기하지 않을 것을 모른단 말이오?”
“정 선생님께서 외부에 한동안 있을 것이라 하셨소. 다만 이제는 그것도 힘들 것 같군. 무량원도 결국은 표묘각 아래 이름을 올린 곳이 아니오. 이런 일이 생겼으니, 아마 다급히 돌아오셔야 할 것이오.”
“듣기로 성존들께서 한 분 두 분, 불탄 무량원의 상황을 보고 돌아가셨다고 하셨소. 성존께서도 뭔가 알아내기 어려운 상황이니, 선생님이 돌아온다고 해서 다르겠소?”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것 아니겠소. 알아보려고 하지도 않으면 오히려 의심을 받을 수 있소. 최소한 하는 척은 해야 할 것이오.”
“하아! 다사다난하군, 하필이면 이번 각주가 선생님이라니, 마지막에 상황이 어느 지경이 될지 전혀 모르겠군.”
황반이 탄식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현요는 어쩔 수 없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 * *
성경 내부가 수많은 의견으로 술렁이고 있을 때, 우유도는 운무에 휩싸인 한 깊은 산중에 나타났다.
그곳은 천마성지에서 별로 멀지 않은 곳이었는데, 우유도는 남몰래 나무 꼭대기에 몸을 숨기고, 가면과 검은 피풍을 뒤집어쓰고 주변을 살피고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기다리자, 한 인영이 협곡에 나타나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바로 무비였다.
우유도가 나무에서 뛰어내리자 무비가 즉시 경계했다. 우유도가 손을 들어 손바닥을 무비에게 보여주었다. 그 손바닥에는 매화꽃 한 송이가 그려져 있었다.
이 매화꽃이 바로 만남의 암호였다. 무비가 자신과 접선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 이 방법을 쓰자 했었다. 이번에는 사여래가 우유도와 같이 오지 않았다. 사여래의 신분으로는 여기저기 쓸데없이 돌아다니는 것도 좋지 않았다. 사여래의 말에 따르면 그와 같은 사람들은 성존들이 가장 엄중하게 감시하는 대상이었다.
이번 만남에서 사여래는 오지 않았고, 우유도 혼자 왔다. 또 우유도는 무비에게 자신의 신분을 알려주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무비가 만나는 사람의 신분을 확인하기 위해서 사여래는 사전에 두 사람을 위한 암호를 약속할 필요가 있었다.
천마성지에서 별로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만난 것은 무비를 배려한 것이다. 무비의 신분으로는 적당한 변명거리가 없는 이상 날짐승을 마음대로 사용할 수 없었다. 혹시라도 주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이 서로 신분을 확인한 후, 우유도는 쓸데없는 말을 늘어놓지 않았다. 곧바로 품에서 몇 번이나 접은 종이를 꺼내 건네주었다.
“천마성지의 사람이 맞는지, 아는 사람인지 확인해 보아라.”
무비가 종이를 받아 펼쳐 보았다. 첫 번째 그림을 본 그가 아연실색하며 소리쳤다.
“저위성(褚衛城)!”
우유도가 물었다.
“아는 사람인가?”
무비는 초상화를 빤히 살펴보았다. 초상화는 탄필로 그린 것이 아니었다. 우유도가 무비에게 자신의 신분을 숨기기 위해서 붓으로 다시 정교하게 그린 초상화였다.
어쩔 수 없었다. 이번 일은 반드시 신중하게 진행해야 했다. 우유도는 탄필로 다른 사람에게 그림을 그려준 적이 있었다. 이런 특수한 기술은 반드시 숨길 필요가 있었다. 그렇지 않으면 손쉽게 신분이 들통날 수 있었다.
자세히 확인한 무비가 끄덕이며 말했다.
“비록 그림이 본인과 조금 차이가 나지만, 특징을 보면 그자가 틀림없어 보입니다. 만약 이 자가 천마성지의 사람이라면, 분명 그자가 맞을 겁니다. 아마도 십몇 년 전에 무슨 잘못을 저질러 죽임을 당했을 겁니다. 그때 그자와 같이 죽임을 당한 사람이 몇 명 있었던 거로 압니다….”
그리고 다음 장에 그려진 초상화를 확인하더니 다시 자신도 모르게 이름을 불렀다.
“서자영(徐子靈).”
또 한 장을 넘기더니 이름을 불렀다.
“광학(廣鶴).”
고개를 들어 우유도를 보며 말했다.
“틀림없습니다. 그들입니다. 십몇 년 전에 잘못을 저질러 같이 죽임을 당한 사람 중에 이들 셋이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당시 오상이 크게 분노했었기 때문에 기억이 납니다.”
우유도가 정신이 번쩍 들었다.
“저번에 죽은 자의 해골을 찾을 수 있다고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지금, 저들 세 사람의 해골을 찾아서 내게 가져와라.”
무비는 다소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이미 긴 시간이 흘렀습니다. 해골이 어떻게 보관되었는지 알 수 없습니다. 완전한 전신 해골을 찾을 수 있다고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음기가 강한 곳이니, 해골이 쉽게 삭지 않았을 것이다. 또 전신의 뼈가 다 필요한 것은 아니다. 그 세 사람의 두개골만 가져와도 충분하다. 다만 반드시 기억해야 하는 것은, 반드시 그 세 명의 해골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절대 틀려서는 안 된다. 알겠느냐?”
무비가 걱정하는 부분은 사실 우유도가 계획을 세우면서 고민한 문제였다. 우유도 또한 그 부분이 우려스러웠고, 다시 한번 원강에게 말하여, 조웅가와 연락을 하라고 전했다. 비밀을 위해 원강은 에둘러, 시신 전체가 필요하냐고만 물었다.
원강이 그렇게만 물어도 조웅가는 무슨 뜻인지 알 것이라 믿었다.
과연 조웅가는 알아들었다. 그가 보낸 답장에서는 신체 일부분만으로 충분하며, 그중에 두개골이 가장 효과가 좋다고 적혀 있었다!
그 대답을 얻은 우유도는 당연히 효과가 가장 좋은 두개골을 원했다. 두개골만 원한다니, 무비는 적지 않게 안심하고는 끄덕였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우유도가 즉시 엄중히 경고했다.
“최선을 다하는 것이 아니다.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일이다. 다시 한번 경고하겠다. 반드시 그 세 사람의 두개골이어야 한다. 절대 실수하면 안 된다. 나는 그 물건의 진위를 확인할 방법이 있다. 만약 가짜를 가져온다면, 어떻게 될지 알 것이라 믿는다.”
무비가 묵묵히 끄덕였다. 우유도는 무비가 들고 있는 그림을 가리키며 물었다.
“그 세 사람의 이름을 모두 기억했느냐?”
무비가 그 즉시 초상화를 한 번씩 다시 확인하며 말했다.
“저위성, 서자영, 광학, 모두 기억했습니다.”
우유도가 즉시 손을 뻗어 상대방의 손에서 초상화를 돌려받아 품에 넣더니 동시에 무비를 다독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말아라. 우리는 절대 토사구팽하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앞으로도 계속 협력 관계를 유지하길 바라고 있다. 만약 너를 귀찮게 하는 여자 때문에 불안하다면, 또 네가 직접 손을 쓰는 것이 어렵다면, 적당한 기회를 봐서 우리가 대신 처리해 주겠다. 물론, 언제 손을 쓸지는 네 협력이 필요하겠지만 말이다.”
무비가 고개를 번쩍 들더니 연신 끄덕이며 말했다.
“그렇게만 된다면 아주 좋겠습니다! 그 여자가 수시로 저를 찾아옵니다. 천마성지에 있으면서 도대체 어떻게 피해 다녀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는 그 여자가 두렵습니다. 제가 지금까지 천마성지에서 출세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은, 혹시라도 다른 사람이 질투 때문에 저를 감시하지 않을까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그러다가 혹시라도 뭔가를 발견할까 봐 말입니다. 만약 제 도움이 더 필요하시다면, 가장 좋은 방법은 그 여자를 없애는 것입니다. 저 혼자서는 기회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청할 수도 없습니다.”
우유도가 손을 들어 무비를 진정시키며 말했다.
“흥분하지 말아라. 일단은 눈앞의 일을 처리한 후에 다시 이야기하도록 하자.”
무비가 즉시 장담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해야 할 말을 모두 전했다. 두 사람은 그렇게 헤어졌고, 연락 방식은 여전히 중개인인 사여래가 정해 준 방식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렇게 헤어진 후, 우유도는 심혈을 기울여, 심지어 거대한 위험을 무릅쓰고 얻어낸 그림을 그대로 없애버렸다. 그리고는 수결산장이 있는 방향으로 뛰어갔다. 중간에 버려두었던 진관과 가정걸을 데리고 같이 움직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