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339화 (436/1,000)

1339화. 완곡한 거절

갑충을 손에 넣은 오풍은 감히 여기서 살펴보지 못했다. 그렇게 그곳에서 무료하게 시간을 보냈고, 마침내 당직이 끝나는 시기가 되었다. 다음 날 이른 아침, 다른 성지와 당직을 교대하고 난 후, 자신의 거처로 돌아간 후에야 품 안에 있는 갑충을 꺼내 놓을 수 있었다.

갑충을 꺼내 머리부터 꼬리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 아무리 보아도 배 속에 있는 물건을 어떻게 넣었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아마도 꼬리 쪽으로 밀어 넣었을 가능성이 커 보였다.

오풍은 법력을 이용해 조심스럽게 갑충 몸 안에 있는 물건을 뽑아냈다. 최대한 갑충을 죽이지 않고 물건을 빼내려고 했다. 혹시라도 답장을 보낼 때 갑충이 필요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갑충 안에서 물건을 빼내자, 다리를 쭉 뻗고 있던 갑충은 곧 어떠한 움직임도 없어졌다. 죽은 것이다. 오풍은 어쩔 수 없이 갑충을 살리는 것을 포기했다.

갑충의 뱃속에서 나온 것은 돌돌 말린 종이였다. 갑충의 체액을 닦아 내고 펼쳐 보니 그 위에 아주 작은 글씨가 빼곡하게 적혀 있었다.

내용은 오풍에게 호족과 연락 통로를 만들라는 지시였다. 호족에게 오풍이 당직을 서는 정확한 시간을 전하라는 따위의 글이 적혀 있었다.

또 글에는 오풍이 어떻게 호족에게 답신을 보낼지에 대한 것도 적혀 있었다. 호족은 말하길, 오풍이 소식을 사람 눈에 잘 띄지 않는 물건 안에 넣고 밖으로 던져놓으면, 호족이 입구에 일족을 보내 가져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호족이 쉬이 알아볼 수 있도록 약속한 표식을 물건에 새겨놓으라 적혀 있었다.

호족은 최대한 들키지 않기 위해 오풍이 던져놓은 물건을 밤에 회수해 갈 것이라 했다.

물론, 오풍의 협조도 필요했다. 호족은 오풍이 지정한 정확한 시간에 와서 물건을 가져갈 것이다. 그러니 오풍은 자신이 지정한 시간 동안, 같이 대문을 지키는 문지기의 주의를 딴 곳으로 돌려야 했다.

서신의 내용을 확인한 후, 오풍은 밀서와 갑충을 모두 가루로 만들어 버렸다. 그렇게 방 안에서 장탄식을 내뱉은 그가 혼자 중얼거렸다.

“팔 일 후….”

* * *

요호사, 서재 내부.

방금 거처로 돌아온 우유도는 서탁에 앉아 다시금 소매에서 한 장의 서신을 꺼내 내용을 살펴보고 있었다.

지금 우유도는 서신을 두 번째로 살펴보고 있는 것이었는데, 밖에서 서신을 전달받았을 때 이미 한번 살펴본 바 있었다. 다시 한번 내용을 살펴본 우유도는 의자에 기대앉아 천장을 바라보며 가벼운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서신은 사여래를 통해 전달받은 원강의 친필 서한이었다. 전과 같이 외부의 소식을 수집해 보내온 보고서의 일종이었다.

이 서신을 보고 우유도가 한숨을 내쉰 것은, 그 안에 상숙청의 혼인에 관련된 일이 적혀 있었기 때문이었다. 상숙청과 혼인하기로 한 사람의 이름은 부군란(傅君蘭)이었다.

이 부군란은 상 가와 깊은 인연이 있었다. 그들 집안은 원래 연경의 명문 귀족이었다. 일찍이 영왕 상건백과도 교류가 있었다. 다만 나중에 영왕부가 몰락하면서 그들 부씨 가문도 연루되었고, 패가망신을 당하게 되었다. 나중에 상조종이 남주에서 세력을 일으켰을 때, 그들 부씨 가문도 남주에 찾아왔고, 과거의 인연을 고려한 상조종이 그들의 뒤를 봐주었고, 다시금 가세를 일으킬 수 있었다.

부군란은 어렸을 때 영왕부에서 상숙청과 만난 적이 있었다. 당시 꼬마였던 그들은 같이 소꿉장난을 하며 놀기도 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상숙청이 어떻게 생겼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부군란 같은 경우는 가문이 몰락한 덕분에 지금까지 혼인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름 상숙청과 동병상련이라 할 수 있었다. 그런 두 사람이 긴 시간이 흘러 이렇게 다시 만날 수 있을 줄은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다. 또 상숙청이 부군란을 나름 마음에 들어 한 것을 보면, 두 사람 사이에도 나름의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상조종은 이번 일에 아주 신중했다. 그쪽 가문을 지원하는 것과, 누이가 시집가는 것은 전혀 별개의 일이었다. 당연히 사람을 시켜 부군란에 대해서 아주 샅샅이 파헤쳤다. 그리고 아무 문제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 그들이 만나는 것을 동의했다. 이제 상숙청과 부군란은 조심스럽게 교류를 이어가고 있었다. 그렇게 두 사람이 어느 정도 서로에 대해 확신을 가지게 되면, 양쪽 집안은 혼인을 거행하기로 했다.

다만 원강은 무슨 의미인지, 이 간단한 보고서 안에 상숙청에 관련된 일을 절반이나 적어놓고 있었다.

우유도는 원강이 무슨 생각인지 알고 있었다. 원강이 보기에 상숙청은 정말로 참한 아가씨였다. 원강은 예전부터 단 한 번도 여자의 외모로 그 사람을 판단한 적이 없었다. 이에 대해 우유도 또한 잘 알고 있었다.

초려산장의 사람이 다들 장님도 아니고, 상숙청이 우유도를 좋아한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원강이 이처럼 자세한 내용을 보내는 것 또한 우유도에게 마지막으로 고민해 보라는 의미가 없지 않아 들어있었다.

우유도와 원강의 관계는 서로 하지 못할 말이 없는 사이였다. 그런 원강이 이처럼 완곡하게 설득하려 한 것은, 우유도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이 같은 보고서를 보낸 것은, 우유도에게 말하는 바가 명확했다. 이제 그만 과거를 놓아주고 다시 시작하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만 과거를 놓아줄지 말지, 그건 우유도 자신이 결정할 일이었다. 그 자신이 알아서 할 일이니 다른 사람이 신경 쓸 것 없었다.

우유도라고 모를까. 그도 상숙청이 자신을 좋아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또 상숙청이 그 외모를 제외하고는 정말로 괜찮은 아가씨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그럼 외모 때문일까? 만약 조금도 상관없다고 한다면 그건 거짓말일 것이다.

하지만 우유도가 상숙청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은 외모와 전혀 상관이 없었다. 원강과 상숙청이 이 진흙탕에 우유도를 끌어들인 후, 우유도는 이미 자신이 원하는 길을 갈 수 없게 되었다.

자신 때문에 상숙청이 해를 입을까 봐 두렵다는 말은 어쩌면 일종의 억지라고 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사실이 그러했다. 지금 우유도는 줄곧 생사의 경계에 처해 있었다.

상대가 누구든지 간에, 사랑을 하게 된다면 그건 상대방을 해하는 것이 될 수 있었다. 그 대상이 누구든 두 사람이 확실한 관계가 된다면, 우유도를 어쩌지 못하는 사람들은 우유도의 여자를 어떻게 하려 할 것이 분명했다.

다른 사람은 말할 것도 없고, 정위와 현요가 우유도를 통제할 기회를 그냥 놔두겠는가? 그때가 되면 그 여자뿐만이 아니라, 그 여자를 보호하고 있는 수많은 사람이 해를 입을 것이 분명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상숙청을 멀리하고 거리를 유지하는 것은, 어느 정도 상숙청을 보호하기 위해서였다. 어쩔 수 없었다. 지금 우유도의 처지가 그러했다.

물론, 그 이유를 빼고도 상숙청을 받아들일 수 없는 이유가 있었다. 다른 것이 아니라, 상숙청에게 남녀 사이의 애정을 느끼지 못했다. 상대방이 괜찮은 사람이라고 그 여자와 혼인하거나, 상대방이 한 행동에 감동했다고 혼인을 할 수는 없지 않은가. 우유도가 애정을 느끼지 못하면 어쩔 수 없었다. 또 우유도는 매우 이성적인 사람이었다.

이런 일은 다른 사람의 태도 때문에 자신을 강요하면 안 되는 일이다. 더욱이 우유도에게 강요하는 사람조차 없었다.

우유도에게 강요하지 않는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눈에도 두 사람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과 같았다.

우유도가 이 소식을 듣고 한숨을 내쉰 것은, 어쨌든 수년간 상숙청의 시중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또 상숙청의 일생이 그 얼굴 때문에 완전히 나락에 떨어졌다고 느꼈기 때문이기도 했다. 우유도는 영왕 상건백이 어째서 자신의 딸을 그런 ‘귀안’으로 만들었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조웅가도 모르겠다고 했다. 하지만 우유도가 보기에 뭔가를 숨기고 있는 것이 분명했다.

다만, 그런 것들은 지금 고민해봤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우유도는 더는 그 문제에 대해서 고민하는 것을 멈췄다.

우유도는 종이를 꺼내 두 장의 서신을 작성했다. 하나는 사여래에 주는 것으로, 사여래에게 부군란의 배경을 조사해 달라는 것이었다. 우유도는 상조종이 혹시 뭔가를 놓친 것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유도는 상숙청이 좋은 집안에 시집가서 행복하게 살기를 바랐다. 좋은 아가씨가 불행하길 바라지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숙청이 시집을 간다는 것은 상조종 세력에게는 절대 사소한 일이 아니었다. 만약 상대방이 나쁜 마음을 품고 이용하려 한다면, 그 악영향이 절대 적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반드시 신중해야 했다.

나머지 한 장은 원강에게 보내는 답장으로, 만약 상숙청이 순조롭게 시집을 가게 된다면, 자신을 대신하여 큰 선물을 준비하라는 것이었다.

우유도가 두 장의 서신을 모두 작성했을 때, 밖에서 진관이 문을 두드렸다.

“장로님, 귀빈이 찾아오셨습니다.”

우유도가 가볍게 물었다.

“누구더냐?”

“빙설각 각주 부부께서 오셨습니다.”

천영과 설락아? 우유도가 멈칫했다. 그들이 여길 왜 찾아온단 말인가? 우유도는 서신을 접어 소매에 넣고는 빠르게 자리에서 일어나 방을 나섰다.

우유도가 밖에 나왔을 때, 설락아와 천영은 이미 마당에서 우유도를 기다리고 있었다. 잘 어울리는 한 쌍이었다. 남자는 품위 있고 멋있었으며, 여자는 아름다웠다. 다만 회임을 했기 때문에 그 배가 적지 않게 부풀어 있었다.

“각주님과 천 형을 뵙습니다.”

우유도가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 인사를 올렸다.

천영의 태도는 아주 열정적이었다. 곧바로 우유도에게 다가와 팔을 잡고는 유쾌하게 웃었다.

“우 형, 갑작스럽게 방문해서 참으로 미안하오.”

설락아의 얼굴에도 친근한 미소가 떠올랐다. 다만 그 미소가 다소 어색한 것이, 우유도의 신분과 지위는 설락아와 어울릴 정도는 아니었기 때문이다. 만약 남편의 말이 아니었다면, 그녀가 직접 일개 수행계 문파의 장로를 방문할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닙니다, 아닙니다. 두 분은 제가 모시고 싶어도 모실 수 없는 귀빈이십니다. 어서 안으로 드시지요.”

우유도가 연신 자신을 낮추며 두 사람을 안쪽으로 안내했다. 그렇게 객청에 들어간 우유도는 둘에게 주석의 자리를 양보하고 자신은 객석에 앉았다.

진관과 가정걸이 신속하게 손님들에게 차를 올렸다. 그들에게 빙설각 각주 부부는 그야말로 큰 인물이었다. 우유도가 저런 큰 인물과 친구 사이라고 하니, 두 사람은 매우 뿌듯했다.

객청 안에서 서로 인사말을 주고받았고, 설락아는 가끔 대화에 참여했다. 천영은 우유도에게 여기서 지내는 것이 어떻냐며, 혹시 도움이 필요한 부분이 있는지 물어왔다.

우유도는 연신 아주 좋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만약 어려운 문제가 있다면, 그때 도움을 청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어려움이 있는지는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

지금은 과거와 달랐다. 천영과 설락아가 한마디 한다고 해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시기가 아니었다. 지금의 상황을 보면, 어떨 때는 정위조차 어쩌지 못할 지경이었다. 당연히 설락아는 아무 도움이 되지 않았다. 만약 정말로 성경 내부의 투쟁에 끼어들게 된다면, 사람들이 설락아의 말을 거들떠나 보겠는가?

그렇게 대화를 나누다가 부부가 잠시 성경을 떠나 빙설각으로 돌아가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했고, 천영이 적극적으로 나서며 물었다.

“우 형, 마침 우리가 성경을 나가려고 하니, 혹시 밖에 있는 친구들에게 전할 서신 같은 것이 있다면 전해주겠소.”

우유도가 잠시 고민하더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없습니다.”

“정말 하나도 없는 것이오? 영호추 쪽에 답장을 보내야 하지 않겠소?”

우유도가 하하 웃었다.

“괜찮습니다. 제가 진국 쪽과 별로 좋은 사이가 아니니, 오히려 영호 형에게 폐가 될 것입니다. 겨우 예의나 차리고자 보내는 서신은 아무 의미도 없습니다.”

아무리 천영이 열정적으로, 화끈하게 여러 가지 일을 도와주겠다고 했지만, 우유도는 하나하나 다 완곡히 거절했다.

그렇게 부부는 그곳에 잠시 머물고는 떠나갔다.

손님을 따라 대문까지 배웅한 우유도는 저 멀리 사라질 때까지 포권을 하며 인사를 했다. 한참이 지나 손을 내렸을 때, 우유도는 눈살을 찌푸리며 뭔가 깊은 생각에 잠긴 것 같았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