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2화. 위험한 행동
오풍이 아무렇지도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사실 내심은 극도로 긴장된 상태였으며, 말할 수 없이 안절부절못했다. 줄곧 무량원 내부에 있는 경계루(警戒樓)의 반응을 유심히 살피고 있었다.
오풍은 외부인원이 올 때마다, 무량원 내부의 경계 인원들이 외부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오풍 또한 이를 모를 리 없었다. 그러니 오풍은 당연히 경계루를 등지고 돌멩이를 회수했고, 이 때문에 그의 움직임은 가려졌을 게 분명했다. 다만, 그렇다 해도 경계 인원들이 그의 움직임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확신할 수는 없었다.
그가 돌연 지금 손을 쓴 것은, 지금이 절호의 기회라는 것을 순간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었다. 안팎의 인원이 만나는 이 순간, 지금이야말로 경계 인원의 모든 신경이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쏠리는 순간이었다. 그러니 무량원 안에 있는 자신을 바라보는 사람이 없으리라 생각했다.
오풍은 극도로 긴장하고 있었다. 갑작스럽고 과감한 행동으로 인해서 어쩌면 목숨을 잃을 수도 있었다.
오풍은 한편으로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고, 두려워하기 시작했다. 어째서 신중하게 행동하지 않고 돌발적으로 결정을 내렸을까?
다만, 긴장한 오풍의 마음과 달리, 그의 수상한 움직임을 눈치챈 사람은 아무도 없는 듯했다. 진법 밖에서 사람이 들어오고, 진법의 문이 다시 닫혔다. 그때까지도 경계루의 사람들은 별다른 움직임이 없었다. 긴장하고 있던 마음이 드디어 천천히 안심되기 시작했다.
뭔가 발견했다면, 직접 자신을 찾아오지, 아직 아무런 움직임이 없을 리 없었다. 그러니 아마 괜찮을 것 같았다.
그때, 위야가 다가와 물었다.
“방금 뭘 보라고 하신 겁니까?”
오풍은 내심 속으로 철렁했지만, 의아한 표정으로 말했다.
“뭘 말인가? 자네에게 뭘 보라고 한 적이 없는데?”
위야가 깜짝 놀라고 말했다.
“방금 선생님이 입구에서 저쪽을 보라고 가리키지 않으셨습니까?”
“아, 주위를 경계하지 않고 나를 빤히 바라보고 있길래, 경계하라고 한 것이네.”
위야가 즉시 사죄했다.
“그렇군요. 죄송합니다. 제가 경솔했습니다.”
“괜찮네. 곧 있으면 당직을 교대하겠어. 오늘도 무사히 버텼군.”
오풍이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위야는 그 말을 듣고 웃었다. 확실히 무사히 버텼다. 이곳을 지키는 사람은 수련도 할 수 없고, 앉을 수도 없이 계속 서서 버텨야 했다. 하루종일 그러고 있으면 확실히 힘들었다.
그 후, 위야는 자신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어째 오풍이 한 자리에서 거의 움직이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다.
다만 오풍은 참으로 난감한 상황이었다. 장포 아래 감춘 물건이 너무 컸다. 자리에 서 있는 것조차 불편할 지경이었으니, 혹시라도 들킬까 봐 쉽게 움직일 수도 없었다.
곧 있으면 교대를 할 시간이 가까워졌다. 교대하는 사람이 오는지 위야가 고개를 돌려 확인하고 있을 때, 갑자기 옆에서 딸그락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소리가 나는 곳으로 고개를 휙 돌려 확인해 보니, 오풍이 발로 패방 근처에 있는 돌멩이를 이리저리 들춰보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아마도 무료한 나머지 그러는 것 같아 위야는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교대하는 사람이 도착했다.
당직을 교대한 후, 오풍은 사람들 앞에서 돌멩이를 이리저리 들춰보더니, 그들 앞에서 두 개의 돌멩이를 집어 들었다.
교대하는 사람이 오풍에게 뭐 하는 거냐고 물으니, 시간이 있을 때 돌멩이를 조각하며 시간을 보내려 한다고 대답했다. 오풍은 그렇게 당당하게 돌멩이를 들고 거처로 돌아갔다.
자신의 거처로 돌아간 오풍은 돌멩이를 내려놓고 문을 닫았다. 그리고는 길쭉한 돌멩이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과연, 이 돌멩이는 보통 돌멩이가 아니었다.
돌멩이를 갈라 안을 살펴보니, 그 안에 사람의 두개골이 다섯 개나 들어있었다.
“이게 뭐 하는 짓이지?”
오풍은 욕설을 퍼부었다. 도대체 우유도가 무슨 꿍꿍이속인지 알 수 없었다. 자신에게 이런 위험을 감수하게 하면서 가지고 들어오게 한 것이 겨우 두개골이란 말인가.
다만 좀 더 자세히 살피자, 돌멩이 안에 두개골 말고도 납환이 들어있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납환을 쪼개 살펴보니 안에는 서신이 들어있었다.
서신에 따르면, 이 두개골은 아주 중요하니 반드시 잘 숨겨 놓으라 적혀 있었다. 나중에 우유도가 다시 무량원에 들어왔을 때 이 두개골을 사용할거라는 말도 같이 적혀 있었다.
도대체 뭐 하는 짓인지 알지 못했지만, 오풍은 우유도가 시키는 대로 했다. 사실 이런 물건을 대놓고 놓아둘 수도 없었다. 오풍은 방 모서리에 있는 서랍을 옮기고 그 아래 마룻바닥을 들어냈다. 그리고 그 아래 땅을 파고 물건을 넣었다.
흔적을 깔끔하게 지운 오풍은, 다시 그럴듯한 모습으로 같이 가지고 들어온 돌멩이를 조각하기 시작했다.
* * *
황택사지, 늪지대 깊은 곳에 있는 동굴 내부.
우유도는 호족이 자신을 위해 준비한 재료들을 확인해 보고 있었다. 흑운은 우유도 옆에서 같이 살펴보며 물었다.
“이 물건을 가지고 뭐 하려고 그러는 것이오?”
“칠색보주를 손에 넣었고, 오늘 중으로 돌아온다는 소식을 받았다고 하지 않았소? 물건이 도착하면 자연스럽게 알게 될 것이오.”
바로 그때, 밖에 있는 장로가 빠르게 들어와 보고했다.
“저쪽에서 소식을 보내왔소이다. 오풍에게 전하는 물건을, 오풍이 순조롭게 안으로 가지고 들어갔다고 하오.”
우유도가 멈칫하더니 눈살을 찌푸렸다.
“이렇게 빨리 말이오? 시간을 계산해 보면, 다음 당직은 팔 일 후이지 않소?”
“그런 게 아니오. 이번 당직을 설 때 물건까지 가지고 들어갔소….”
장로는 밀정이 관찰한 당시의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우유도가 안면을 씰룩거리며 욕설을 퍼부었다.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그토록 경솔하게 일을 벌이다니, 그놈이 미쳤단 말인가?”
우유도는 혀를 내둘렀다. 그는 오풍을 어느 정도 신뢰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런 오풍이 이렇게 과감하게 일을 처리할 줄은 몰랐다.
황택사지의 시합이 끝났을 때, 오풍은 증인으로 나서 매우 그럴듯하게 대답했다. 또 무량원을 태웠을 때도 둘이 만났다가 하마터면 들킬 뻔했지만, 오풍의 재치 있는 대답 덕분에 위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었다. 이런 두 가지 일을 생각하면, 우유도는 오풍의 대담하고 섬세한 일 처리에 어느 정도 믿음이 있었다.
다만 이번에는 너무나 대담했기에, 우유도조차 조금 걱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우유도는 조금 의아했다. 사실 다른 좋은 방법이 많았을 거라고 생각했다. 우유도는 내심 자신이 그 돌을 안으로 가져갈 방법을 오풍에게 일러줄 걸 그랬다고 조금 후회하기까지 했다.
예를 들어 소란을 만들고, 무량원의 사람들이 밖으로 나와 조사하게 하는 방법도 있었다. 그리하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왔을 때, 그 혼란스러운 틈을 타서 돌멩이를 무량원 안으로 차서 넣을 수도 있었다.
우유도는 각종 가능성을 고려해 봤었다. 단지 오풍에게 방법을 제시하지 않은 것은, 오풍이 무량원 내부의 상황에 좀 더 익숙하기 때문에 그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선택하게 하기 위해서였다. 우유도는 내부 상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 쓸데없이 참견하지 않으려 했다. 자신들이 지금처럼 바탕을 깔아주면, 오풍이 나머지를 처리할 수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오풍이 이처럼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이런 경솔한 방법으로 가지고 들어갈 줄은 몰랐다.
무량원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지켜보고 있는가. 사전에 아무런 준비가 되어있지 않은 상황에서, 그런 식으로 물건을 가지고 들어가는 것은 너무 위험했다.
다만 아무튼, 이미 벌어진 일을 다시 없었던 일로 할 수는 없었다. 그렇게 실컷 욕을 한 우유도가 다시 다급히 물었다.
“물건을 가지고 들어간 후, 현장에 무슨 소란이 일지는 않았소?”
오풍이 붙잡히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되어 물어본 것이었다.
“밀정이 보내온 소식에는 물건을 가지고 들어갔을 때, 모든 것이 정상이었다고 했소. 만약 뭔가 소란이 있었다면, 보내온 소식에 언급했을 것이오. 물론, 무량원의 방호대진이 닫힌 후의 상황은 보이지 않으니 알 수 없지. 나중에 어떤 소란이 있었는지는 우리도 알지 못하오.”
“나중에 무량원 내부에서 누군가 나와 주변을 수색하지는 않았소?”
“그런 이야기는 듣지 못했소.”
“방금, 진법이 열리고 안에 있는 사람이 밖에 도착한 손님과 만났을 때 오풍이 손을 썼다고 했소?”
“밀정이 보내온 보고에는 그렇다고 되어있소. 그러니 틀림없을 것이오. 우리 쪽 사람은 함부로 보고하지 않소.”
우유도는 곧 눈을 감고 사색에 잠겼다. 한참이 지나 눈을 뜬 우유도는 한숨을 내쉬었다.
한쪽에서 조용히 우유도를 주목하고 있던 흑운이 곧 물었다.
“무슨 일이오. 설마 문제가 생긴 것이오?”
“아마 별문제 없을 것 같소. 나도 무량원에 들어가 봤지. 그 안에 들어가는 사람은 성존을 제외한 누구라도 꼼꼼히 검사를 받아야 하오. 그 말은 검사에 시간이 많이 든다는 말이지. 무량원의 사람들이 만약 문제를 발견했다면, 검사가 끝날 때까지 아무 반응이 없을 수 없소. 그러니 진법이 닫힌 후에 다른 반응이 있을 가능성은 크지 않소. 아마도 들키지 않은 것 같소.”
“오풍 그 자식, 참으로 대담한 놈이군!”
“황택사지에서 규칙을 어기고 강도질을 하려 한 사람이오. 간덩이가 작을 리 없지. 만약 소심했다면, 이런 일에 그자를 끌어들이지도 않았을 것이오.”
말을 그렇게 했지만, 우유도는 여전히 조금 걱정이 되었다. 다만 어쨌든지 간에, 걱정하고 있다고 해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이때, 우유도는 뭔가 생각이 난 건지, 준비된 목재 앞으로 가더니 적당한 나무를 찾아 대략적인 크기를 가늠해 보았다. 그리고 적당한 크기로 나무를 자른 후, 나무토막을 들고 검으로 적당히 모양을 잡아주었다.
오풍이 무량원에 가지고 들어간 돌멩이는 우유도가 만든 것이었다. 크기와 생김새를 아주 잘 알고 있었다.
우유도는 나무토막을 그 돌멩이와 비슷하게 만든 후에 땅에 내려놓았다.
이후, 우유도는 바닥에 있는 나무토막 주위를 몇 바퀴 돌더니 그 나무토막의 한편에 서서 앞으로 걸어가면서 동시에 발끝으로 톡 올려 찼다. 나무토막은 우유도의 발걸음에 따라 그대로 그의 장포 아래로 쏙 들어갔다.
흑운 일행은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우유도가 지금 오풍의 행동을 모방해보고 있음이 분명해 보였다. 아마도 이 같은 행동을 할 때 얼마나 큰 허점이 보이는지 확인하기 위해서인 것 같았다.
물건이 우유도의 두 다리 사이에 고정되었다. 우유도는 고개를 숙여 자신의 하반신을 둘러보았다. 다리 사이에 있는 물건은 떨어지지 않았다. 사실 그렇게 크게 무거운 물건도 아니었고, 법력을 이용하면 다리 사이에 딱 달라붙게 만들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크기가 크다 보니, 어떻게 움직여도 부자연스러워 보였다.
물건이 다소 길었다. 대충 허벅지보다 작은 크기였으니,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오풍은 키가 크니 어쩌면 조금은 더 자유로울 수도 있었다.
우유도가 몇 걸음 걸어 보았다. 정상적으로 걷기가 힘들었다. 아주 천천히 걸어야 했다.
우유도가 흑운을 돌아보며 물었다.
“어떻소. 이상해 보이시오?”
흑운이 껄껄 웃으며 말했다.
“장님이 아닌 이상 이상한 걸 모를 수가 없겠는걸. 오풍이 일단 걸으면 분명 다른 사람에게 들켰을 것이오. 또, 물건을 숨기는 움직임도 작지 않았소. 누군가 오풍을 주시하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면, 분명 물건을 숨기는 움직임을 보았을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