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4화. 위국의 변고
우유도가 다시 말을 이었다.
“또 누군가 가짜인지 알아차릴 가능성에 대해서는 이미 사전에 조사한 바 있소. 무량과수가 있는 현장을 살펴보았으니, 아마 큰 문제는 없을 것이오. 까마귀 장군이 지키고 있기 때문에 누군가 가까이 다가가기만 하면, 그 즉시 까마귀 장군이 나타날 것이오.
그리고 까마귀 장군이 인간의 모습을 드러내는 그 순간, 주위에 미약한 파동을 일으키니, 어느 정도 다가가 확인하는 사람들 정도는 충분히 속일 수 있을 것이오. 아마 직접 무량과를 만져보며 꼼꼼히 살펴보지 않는 이상, 빛의 움직임은 아무 상관 없을 것이오.”
“이처럼 현장의 상황을 살펴보고 이런 판단을 내렸기 때문에, 무량원에서 나오자마자 확신하고 당신을 찾아, 재료를 준비해 달라 부탁한 것이오.”
“현장의 상황을 보면, 오상이 직접 나서서 까마귀 장군을 통제하지 않는 이상, 무량원 안에 있는 사람들은 그저 멀리서 눈으로 확인할 수밖에 없을 것이오. 까마귀 장군은 인성이 없으니, 다른 사람들은 감히 다가가지 못할 것이오. 그걸 무시하고 다가간다면, 까마귀 장군은 곧바로 무량과를 파괴해 버릴 것이오.”
“혹시나 나중에라도 누군가 무량과에 접근해 직접 무량과를 살펴보게 된다면, 어쩔 수 없지. 그런 상황이 온다면 아무리 비슷하게 만들어도 소용이 없을 것이오. 그러니 그대의 걱정은 괜한 걱정이오.”
흑운은 손에 든 물건을 이리저리 살펴보며 말했다.
“그런 확신이 있다니, 그건 좋은 일이지. 어쨌든 이건 성공적으로 잘 만든 것 같군. 그러면 이걸 몇 개 더 만들 것이오?”
“열두 개 더 만들 것이오. 그건 본보기에 불과하지. 진짜로 사용할 것은 좀 더 섬세한 조각이 필요하오. 또 안에 사용한 실도 너무 오랫동안 물속에 담겨 있으면 끊어질 위험이 있소. 그러니 좀 더 단단한 실을 찾아야 하지.”
우유도는 좀 더 정교한 모조품을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들을 나열했고, 흑운이 아랫사람들에게 명하여 우유도가 필요하다고 하는 것을 찾으러 가라고 했다.
우유도가 다시 석탁으로 돌아가 자리에 앉더니 정신을 바짝 차리고 무량과를 만들기 시작했다.
우유도는 계속 이곳에 머물 수 없었다. 너무 시간을 끈다면 표묘각의 의심을 불러올 수 있었으니, 빨리 모든 일을 마쳐야 했다.
다른 사람들도 이미 우유도가 한번 만드는 과정을 보았기 때문에, 분분히 다가와 옆에서 거들기 시작했다. 석벽에서 석분을 채취하고, 물을 담아오고, 수지를 미리 준비하기도 했다. 다들 최대한 우유도의 번거로움을 줄이기 위해 노력했다.
* * *
위국 황궁,
태위 남인옥이 어서방 안으로 들어섰다. 그는 서탁에 앉아 있는 현승천에게 공손하게 예를 올렸다.
현승천도 딱히 사양하지 않고 남인옥의 인사를 받고는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짐이 태위를 부른 것은, 태위와 의논하고 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오. 태위가 요직에서 오랫동안 너무 수고가 많았소. 이만 노후를 즐겨야 할 때가 되지 않았소? 짐의 뜻을 태위는 알아들으시겠소?”
갑자기? 남인옥의 가슴이 순간 철렁했다. 이건 자신에게 병권을 내놓으라는 의미였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남인옥은 갑자기 이 같은 제안을 승낙할 수도, 그렇다고 승낙하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남인옥은 당황한 나머지 이 자리를 어물쩍 넘어가려고 했다.
“잘 알겠습니다. 노신이 지금 바로 돌아가서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그의 말에 현승천이 화가 잔뜩 나서 말했다.
“뭘 준비할 것이 있단 말이오? 짐은 지금 당장 그대의 대답을 듣고 싶소!”
남인옥의 얼굴이 굳어졌다. 그는 천천히 포권을 하며 말했다.
“노신의 나이가 이미 너무 많아. 국사를 감당하기 어려우니, 폐하께서는 다른 인재를 들어 쓰소서!”
현승천이 웃었다.
“태위가 그렇게까지 적극적으로 나서니, 짐이 잘 한번 생각해 보도록 하겠소. 그대는 이만 물러가시오!”
“알겠습니다! 노신은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남인옥이 포권을 하고 뒤로 몇 걸음 물러나더니, 뒤돌아 어서방을 벗어났다. 남인옥의 안색이 매우 복잡해 보였다.
현승천이 미소지으며 남인옥을 배웅하고 있을 때, 몇 걸음 가지 못한 남인옥의 좌우에서 시위들이 갑자기 뛰쳐나오더니 그 자리에서 남인옥을 붙잡고 제압했다.
현승천이 아직 어찌 된 일인지 미처 반응하기도 전에 제압당한 남인옥은 깜짝 놀라 뒤돌아 소리쳤다.
“폐하…!”
남인옥이 미처 말을 하기 전에 누군가 그의 입을 틀어막았고, 곧이어 다른 시위가 검을 뽑아 들어 그대로 남인옥의 가슴을 찔러 버렸다.
남인옥은 두 눈을 부릅뜨고는 믿을 수 없다는 얼굴을 했다. 가슴에서는 이미 피가 콸콸 쏟아지고 있었다.
현승천이 깜짝 놀라 벌떡 일어나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지금 뭐 하는 것이냐?”
그때 한쪽에서 매혹적인 여성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다. 상귀비였다. 그녀는 향기를 풍기며 현승천에게 다가와 말했다.
“이처럼 큰일에 폐하께서는 어찌 그런 유약한 모습을 보이십니까?”
현승천이 매우 놀라며 말했다.
“네가 한 짓이더냐? 그는 이미 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승낙했다. 그런데 어째서 그를 죽인 것이냐?”
그는 확실히 남인옥에 대해서 불만이 있었다. 과거 남인옥의 병권을 빼앗았다가 현미에 의해 저지당한 적이 있었다. 현승천은 그때의 일을 잊지 않고 지금까지 마음에 담아 두고 있었다. 그런데도 그는 남인옥을 쉽게 살해하지 못하고, 그저 그에게 복종을 강요했을 뿐이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남인옥을 죽일 정도로 원한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게다가 그는 위국의 병권을 책임지고 있던 자였다. 아무리 자신이 황제라 할지라도, 이렇게 함부로 죽일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제 남인옥이 따르겠다고 말했는데, 이렇듯 갑자기 그를 죽여버리다니, 그는 나중에 현미에게 뭐라고 말해야 할지 난감했다.
이때, 상귀비가 털썩 황제 앞에 무릎을 꿇고 애통한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 남인옥은 그저 둘러댔을 뿐입니다. 설마 예전에 있었던 일을 잊으셨습니까? 그가 일단 궁을 나서면, 그 즉시 폐하의 누이를 찾아갈 것입니다. 그분이 지금 폐하의 결정을 허락하겠습니까? 만약 허락하지 않으면, 위국 군대를 장악하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이 현미와 남인옥이 키운 심복들입니다. 현미가 팔을 휘두르며 한마디만 하면 대군이 대답할 것이니, 누가 감히 남인옥을 그 자리에서 끌어내릴 수 있단 말입니까?”
“폐하, 각지의 모든 일이 이미 준비를 맞쳤습니다. 명령만 내리십시오! 남인옥을 이미 죽였습니다. 폐하께서 결심하지 않으시면, 남인옥의 부장들이 이 소식을 듣고 반란을 일으키면, 대군이 이 황궁으로 쳐들어오고 말 것입니다!”
현승천이 다급한 숨을 내쉬며 말했다.
“누님에게는 뭐라 변명한단 말인가?”
“폐하!”
상귀비가 크게 소리쳤다.
“폐하께서 병권을 장악하시기만 하면, 현미는 황궁에 들어오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무슨 변명이 필요하겠습니까? 폐하께서 병권을 장악하시기만 하면, 위국 삼대 문파도 폐하의 편에 설 것입니다. 폐하. 남인옥의 죽음은 오래 숨길 수 없습니다.
이미 시위를 당겼으니, 쏘아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소첩의 충성스러운 마음은 죽을죄가 됩니다. 일단 현미가 현 상황을 파악하고 장악하게 된다면, 소첩이 죽을 뿐 아니라, 분노한 현미에 의해 폐하마저 폐위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 폐하야말로 진정한 황제이신 것을 잊지 마옵소서!”
수많은 금시가 황궁에서 날아올라, 위국 각지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 * *
우부의 중추,
새로운 장령(*掌令: 감찰을 담당하는 관직)이 갑자기 문을 박차고 사람들을 이끌고 한 곳으로 들이닥쳤고, 수많은 사람이 뛰어 들어왔다.
그 안에 앉아서 각지에서 올라온 정보를 확인하던 강석희는 깜짝 놀라 등 뒤에 있는 칼 걸이 쪽으로 몸을 날렸다. 그는 즉시 칼 걸이에서 검을 뽑아 들고, 쳐들어온 사람을 가리키며 소리쳤다.
“주고(周告).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주고는 현재 우부의 새로운 장군이었다.
현미가 하나둘 권한을 넘긴 후, 우부의 통제권조차 현승천에게 넘겨준 것이다. 예상대로, 현승천은 자신의 사람을 우부의 장령으로 앉혔다.
강석희는 비록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현미가 그를 우부의 공봉(供奉)에 봉했다. 현재 그는 어느 정도 현미를 도와 정보를 수집하는 역할을 하고 있었다.
주고는 손에 든 성지를 보이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폐하의 어명이다. 강석희, 설마 어명을 어길 참이냐?”
성지를 확인한 강석희는 놀란 얼굴로 손에 든 검을 천천히 내려놓았다.
얼마 지나지 않아 방안에 뛰어들어온 다른 사람들이 좌우에서 그 즉시 뛰어들어 현장에서 강석희를 잡아들였다.
강석희는 아직 일이 어찌 돌아가는지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때 주고는 그녀 앞으로 다가가 검을 뽑아 들더니, 그 자리에서 강석희의 목을 베어버렸다. 그녀는 그렇게 핏물 속에 몸을 뉘었다.
곧이어, 안으로 성큼성큼 들어온 주고는 사람들을 지휘하며 성지를 근거로 강석희의 사람을 숙청했다. 어찌 보면 우부에서 현미의 사람을 숙청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심지어 이런 일이 발생한 곳은 우부뿐만이 아니었다. 위국 경성이 마치 전쟁이라도 난 것 같았다.
남인옥의 심복이었던 장수들은 거의 동시에 함정에 빠져 목숨을 잃었다. 반역에 가담했다는 이유였다!
그들을 보호해야 했던 수호 법사들은 현승천이 내린 성지로 인해 잠시 동안 상황을 파악할 수 없었다. 수호 법사들이 어찌 된 일인지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은 후였다.
경성뿐만이 아니었다. 궁에서 남인옥을 죽였다는 소식이 빠르게 각지로 퍼져나갔다. 일부 사람들이 반응을 보였을 때, 이미 각지를 수비하는 장수들의 목숨이 변고로 인해 수없이 죽어 나간 후였다.
상귀비가 말한 대로, 모든 일은 이미 다 사전에 준비되어 있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이미 누군가가 오래전부터 계획을 세워놓았던 것이다. 이미 모든 절차가 준비되어 있었고, 단지 현승천의 어명만이 부족한 상황이었다.
천미부,
이곳 또한 이미 대군에 포위당한 상태였다.
화가 머리끝까지 오른 현미가 성큼성큼 걸어 나왔고, 문밖에서 병사가 그녀를 가로막자 서문청공이 직접 앞으로 나서서 진노한 얼굴을 보여주었다. 그러자 그 병사는 움찔 뒤로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다만 그 모습을 본 현미는 그를 진정시키고, 당희에게 검을 빌려달라고 했다. 검을 손에 쥔 그녀는 자신을 향해 겨눈 검과 창을 향해 걸어가며 소리쳤다.
“누가 감히 나를 막느냐!”
확실히, 현미의 위엄은 하루아침에 쌓인 것이 아니었다. 군대는 감히 그녀에게 무례를 범하지 못했다. 현미가 성큼성큼 다가오는 것을 보고, 병사들은 자신도 모르게 뒷걸음질 쳤다.
방금 군대의 통솔권을 건네받은 장수가 좌우를 둘러보았다. 그는 자신만 남고 다들 뒷걸음질 치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고, 즉시 화가 난 목소리로 병사들을 돌아보며 소리쳤다.
“후퇴하지 말아라!”
그때 현미가 검을 휘둘렀다. 그 장수의 목에서 피가 뿜어져 나와 현미의 얼굴과 몸을 적셨다.
장수는 고통스러운 얼굴로 목을 부여잡고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얼굴에 핏물을 잔뜩 묻힌 현미는 마치 붉은 도화처럼 아름다웠다. 다만 그 얼굴에는 살기가 가득했고, 검을 들고 걷는 그녀를 그 누구도 감히 가로막지 못했다. 그렇게 군대 사이로 길이 만들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