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5화. 가로막다
그렇게 군대를 뚫고 나온 현미는 검을 들어 근처에 있는 기병을 가리켰다. 그 기병은 깜짝 놀라 잡고 있던 말고삐를 놓고는 뒷걸음질 쳤다.
말을 빼앗은 현미는 치마를 펄럭이며 말에 올라타고는 고삐를 잡아당겼다. 전마를 타고 제자리에서 두 바퀴 정도 돌더니, 다시 검을 들어 그녀와 같이 천미부에서 밖으로 나온 시위들에게 소리쳤다.
“너희는 지금 당장 각부로 가서 백관에게 지금 당장 황궁으로 와 나를 보라 전해라!”
“존명!”
시위들은 명을 받고 곧 흩어졌다. 그들은 분분히 천미부를 포위했던 병사들의 말을 빼앗아 타고 달려나갔고, 말발굽 소리가 사방으로 흩어졌다.
주위를 포위하고 있던 군대의 지휘관이 현미에게 목숨을 잃었다. 지휘관이 없는 군대에는 더 이상 명령을 내릴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군대는 두 눈 뜨고 가만히, 현미의 사람들이 말을 빼앗아 타고 떠나는 것을 바라만 보았다. 감히 현미 앞에서 입하나 뻥끗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 장면을 지켜본 서문청공은 남다른 감정을 느꼈다. 천미부가 포위되었다는 소식을 들은 그는 현미를 호위하며 포위망을 돌파할 준비를 하고 있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현미는 심지어 그에게 물러서라고 하고는, 당희의 보검을 빌려 맨몸으로 군대를 압박해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만들었다.
시위들이 흩어진 후, 온몸에 피칠을 한 현미가 고삐를 잡아당기며 말머리를 돌렸다. 그녀는 검면으로 말의 엉덩이를 후려쳤고, 전마가 그 즉시 빠른 속도로 질주하기 시작했다.
한 사람, 검 한 자루, 말 한 필이 마치 한 몸이 된 듯 빠르게 내달렸고, 맞바람을 맞은 의복이 등 뒤로 휘날렸다. 그녀가 달리는 거리는 갑작스러운 기마에 난장판이 되었지만, 그녀는 신경 쓰지 않고 검을 들고 곧장 황궁으로 향했다.
서문청공이 날아올라 그런 그녀의 뒤를 따랐다.
당희도 상청종의 제자들을 이끌고 그 거리 양쪽에 있는 지붕 위로 날아 현미를 보호하기 위해 쫓았다.
* * *
천미부가 보이는 길모퉁이에 있는 객잔의 한 객실.
양쪽 귀밑머리가 하얗게 센 소평파가 뒷짐을 지고 창문을 통해 천미부의 소란을 직관하고 있었다.
모든 안배를 마친 그는 직접 위국 경성에 와서 작전을 지휘하고 있었다. 모든 것이 소평파의 세심한 계획에 따른 것이었다.
또 그렇기 때문에, 현승천의 사람들이 빠르고 정확하게 남인옥 휘하에 있던 그 많은 장수들을 모두 처리할 수 있었던 것이다.
현미가 군대를 압박하고 떠나는 장면을 본 소평파가 중얼거렸다.
“과연 위국의 기둥이라 할 수 있군. 아마 황궁의 수비군도 그녀를 막지 못할 것이다.”
소삼성이 대답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진작에 사람을 시켜 암살할 걸 그랬습니다.”
“서문청공이 있으니, 대량의 수행자를 동원한다 해도 암살에 성공할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다. 게다가 현미를 치는 건, 다른 이들을 치는 것과는 또 다른 문제다. 현미는 지금까지 위국을 지켜온, 위국의 심장이나 다름없는 존재다. 그녀를 건드린다는 것은 위국 삼대 문파의 심기를 건드린다는 것과 똑같은 이야기가 된다.
지금 그녀 아래 있는 장수들과 심복들을 죽인 것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삼대 문파의 움직임이 더욱 극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그러니 그리되면,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이 보호하고 있는 장수들을 쉽게 처리하지 못할 것이다. 또 위국 삼대 문파가 각 지역에 방어를 단단히 하라는 명령을 전달할 수도 있다.
시간을 벌어야 하는 우리의 계획과 틀어지게 되는 것이다. 지금 위국 삼대 문파는 아직 무슨 일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을 것이다. 아마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그저 남매의 권력투쟁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수도 있지.”
“그렇게 소식을 주고받다가, 나중에 어찌 된 일인지 깨달았을 때는 모든 것이 늦어있을 것이다!”
그때, 점원의 복장을 한 사람이 빠르게 방으로 들어와 밀서를 소삼성에게 건넸다. 소삼성은 서신의 내용을 확인한 후 즉시 소평파에게 보고했다.
“대공자님, 현승천의 성지가 이미 모두 발송되었습니다.”
“음!”
소평파가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즉시 우리 쪽 사람에게 연락해라. 각지에서 소란이 일면, 신속하게 위국 각지의 주둔지에 전하라. 전할 내용은, 현승천이 병권을 쥐기 위해 남인옥을 죽였고, 그 휘하 장수들 또한 모두 구족을 멸했으며, 현승천이 현미와 남인옥 쪽 장수들을 모두 숙청하려 한다는 소문을 퍼트려라.”
“동시에 진국에 소식을 전해 폐하께 모든 것이 준비되었으니, 대군을 움직여도 된다고 보고해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명령을 받고 방을 나섰다.
소삼성이 나간 후, 창문에 서서 천미부를 보고 있던 소평파의 머릿속에 방금 스쳐 지나간 당희가 떠올랐다. 당희와의 과거가 어떻든, 그녀를 보니 우유도가 떠올랐다.
지금 우유도가 성경에서 어떤 상황에 부닥쳐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배후에서 그에게 전쟁을 부추긴 사람은 아직 소평파에게 어떠한 대답도 주지 않고 있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소삼성이 들어와 창가로 다가오더니 조용히 말했다.
“궁에서 두 사람이 찾아왔습니다.”
소평파가 담담히 말했다.
“들여보내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대답하고는 뒤돌아 문을 열고는 손짓했다.
피풍을 뒤집어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는 두 사람이 같이 들어왔다. 곧 방안에 여인의 지분 향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소평파에게 다가가 쓰고 있던 피풍을 벗었다. 곧 아름다운 얼굴이 나타났다. 바로 위국 황제의 총애를 받는 상귀비와 창귀비였다.
얼굴을 드러낸 두 사람은 다소 긴장하고 두려운 얼굴로 무릎을 꿇고 이구동성으로 말했다.
“대인을 뵙습니다.”
소평파가 창문을 닫고 뒤돌아 바닥에 납작 엎드린 두 사람을 내려다보며 부드러운 목소리로 말했다.
“일어나거라.”
두 여자는 그제야 자리에서 일어났다. 하지만 소평파를 힐끗 바라보았을 뿐, 다시 고개를 숙이고 감히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다.
“아주 완벽히 잘했다. 수고했어.”
두 사람이 다급히 대답했다.
“대인의 과찬에 몸 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종이는 불을 감싸지 못한다는 말이 있다. 문제가 생겼으니, 현미가 발견하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때가 되면 현미는 절대 너희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난 약속은 지킨다. 이번 일이 끝난 후, 절대 토사구팽하지 않을 것이다.”
두 사람이 다시 동시에 대답했다.
“감사합니다. 대인.”
소평파는 두 사람이 입고 있는 의복을 가리키며 말했다.
“벗어라!”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결국 천천히 허리띠를 풀고는 하나하나 옷을 벗기 시작했다. 그렇게 소평파의 지시 아래 두 사람은 결국 발가벗게 되었다.
비록 남녀 사이의 일에 무지하지 않다고는 하지만, 남자 앞에서 이런 모습을 하고 있자니, 두 여자는 부끄럽지 않을 수 없었다.
두 여자의 벗은 몸은 매우 아름다웠고, 사람을 유혹하는 모습이었다. 두 사람의 아름다운 얼굴과 잘 어울리는 모습이었고, 한쪽에 있는 소삼성조차 그 모습을 보고 얼굴이 붉어지고 마른침을 삼킬 정도였다.
발가벗고 있는 두 여자는 다소 싸늘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녀들은 소평파 앞에서 처음으로 이렇게 벗은 것이 아니었다. 소평파에게 선택되어 그를 처음 만났을 때, 소평파는 그녀들에게 옷을 벗게 시켰었다.
다만 그녀들에게 비도덕적인 일을 시키지는 않았다. 그저 지금처럼, 그녀들을 벗겨놓고 주위를 돌며 몸매를 감상했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검사를 하고 있었다.
소평파는 그녀들을 구경하며 말했다.
“너희에게 현승천의 핏줄을 가지지 못하게 한 것은, 다 너희를 위해서다. 너희에게 걸림돌이 없게 하려는 것이지. 그건 너희에게 해가 될 뿐이다. 몸매를 아주 잘 관리했구나. 예전보다 더 좋아 보인다. 지금 보니 황궁의 조건이 확실히 좋은가 보구나. 좋다. 다시 옷을 입어라. 잠시 후에 너희를 데리고 위국을 떠나겠다.”
“알겠습니다!”
그녀들은 대답하고는 다소 부끄럽고, 위축된 모습으로 옷을 주섬주섬 입었다.
그 와중에서 두 사람은 소평파를 몰래 훔쳐보고 있었다. 사실 그녀들은 소평파가 오히려 그녀들에게 나쁜 마음을 먹고 뭔가를 하길 바라고 있었다. 그랬다면 그녀들은 오히려 안전감을 느꼈을 것이다. 하지만 소평파의 얼굴은 어떠한 이상함도 없었고, 그 때문에 더욱 두려웠다.
옷을 다 입은 후, 소평파는 두 사람을 내보내라고 소삼성에게 고갯짓했다. 두 사람을 내보내고 난 후, 다시 돌아온 소삼성이 물었다.
“대공자님은 정말 그녀들을 데리고 가실 겁니까?”
“살인멸구 하고 싶으냐?”
“설마 저들을 정말 살려두란 말입니까?”
“종이로 불을 감쌀 수 없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현미가 저들에게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은 시간문제다. 그러니 저들의 입을 막는 것은 별로 중요한 일이 아니다. 흑수대에 연락해서, 우리가 이곳을 빠져나갈 수 있도록 준비하라 일러라. 제경으로 가야겠다.”
* * *
황궁 문이 굳게 닫혀 있었다. 성벽 위에 있는 수비군은 검과 활을 들고 아래 있는 사람을 겨냥하고 있었다.
현미는 계속해서 외쳤다. 하지만 그녀가 아무리 소리를 질러도 궁문은 열리지 않았다. 이에 서문청공이 황궁의 문을 강제로 열려고 했지만, 황궁을 지키고 있는 수행자들이 즉시 나서 그를 저지했다.
한편, 황궁을 지키는 삼대 문파의 세 장로도 사람들을 이끌고 황궁의 궁문 앞에서 현미를 가로막고 있었다. 그중에 한사람이 등에 있는 활검(闊劍)을 뽑아 든 서문청공을 가리키며 경고했다.
“서문청공, 감히 손을 쓰려 한다면 우리도 가만있지 않겠다!”
현미가 서문청공을 저지하며 나섰다.
“세 분 장로님, 전 단지 폐하를 뵙고 싶을 뿐이에요. 저는 단지 그분이 왜 그랬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영허부의 장로가 말했다.
“폐하께서 그대를 보고 싶지 않다고 했소. 상공. 지금 손에 검을 들고 살기등등한 모습으로 피를 뒤집어쓴 것이 정말 그냥 질문만 할 것 같은 모습이오?”
현미가 분노로 소리쳤다.
“경성이 혼란스러워졌어요. 설마 당신들 삼대 문파는 이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 건가요?”
수정각의 장로가 말했다.
“상공, 당신들 남매의 일이 이렇게 된 것에 대해서, 누가 옳은지 그른지 나는 판단을 내리기 어렵소. 이미 종문에 전서를 보냈으니, 종문의 결단을 기다립시다!”
극도로 분노한 현미가 오히려 헛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종문의 결단? 경성이 혼란스러워지면, 그 영향은 분명 온 위국에 미칠 겁니다. 지금 상황을 통제하지 않고, 종문의 대답을 기다린단 말입니까?”
대악산의 장로가 말했다.
“상공. 지금 누가 상황을 통제할지 그건 그대가 결정할 것이 아니오. 우리는 당신들 남매가 골육상쟁하는 걸 더는 지켜볼 수 없소. 그것이야말로 정말로 위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것이오. 현미, 우리는 그대를 곤란하게 하고 싶지 않소.
그러니 이대로 천미부로 돌아가 소식을 기다리시오. 걱정하지 마시오. 폐하 이쪽은 이미 우리가 통제하고 있으니, 더는 쓸데없는 짓 하지 못할 것이오. 이후에 일어날 모든 것은 삼대 문파가 알아서 처리할 것이오.”
그때, 뒤에서 수많은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현미가 뒤돌아보니, 그녀의 명령에 따라 조정의 백관이 하나둘 다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다들 매우 놀란 얼굴이었다.
하지만 지금 도착한 대부분 관리는 문관이었다. 익숙한 무관의 얼굴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