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6화. 홀로 들어간 황궁
현미는 상황이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마음속에 극도의 불안함이 생기기 시작했고, 그 자리에서 단호하게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만약 내가 폐하를 해칠까 봐, 그게 걱정된다면, 아무도 데려가지 않겠어요. 저 혼자 궁에 들어가서 폐하를 뵐 것이니. 그렇게 한다면 마음이 놓이겠어요?”
말을 마친 그녀는 손에 들고 있던 검을 당희에게 돌려주었다. 서문청공이 큰소리로 외쳤다.
“안 되오!”
지금 상황에서 현미 혼자 황궁에 들어가게 놓아둘 수 없었다. 일단 상황이 어려워지면, 현미 곁에 그녀를 보호해줄 사람도 없이 어찌 살아남을 수 있겠는가!
하지만 현미가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키고는 조용히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 상황에서 저들은 감히 저를 죽이지 못할 거에요. 폐하가 권력을 장악했든 아니든 간에, 저들은 제 도움이 필요하지요. 제가 죽으면 조정은 아주 혼란스러워질 것이고. 온 위국에 재앙이 닥칠 거예요. 그건 삼대 문파가 원하는 것이 아니지요.”
“그래도 안 되오!”
서문청공이 거절했다. 그러자 현미가 그를 바라보고는 갑자기 큰소리로 소리쳤다.
“정세가 급변하고 있어요. 언제든지 위국이 위험해질 수 있단 말이에요. 난 지금 당장 상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어요!”
서문청공이 멍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이건 현미가 처음으로 그에게 큰 소리로 이야기한 것이다.
온몸에 피를 뒤집어쓴 현미가 돌연 뒤돌아 혼자서 맞은 편에 있는 삼대 문파의 사람들에게 향했다. 상대방이 승낙하든 말든, 그녀는 그렇게 혼자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그녀는 대담하게, 자신의 생사를 맞은편에 있는 적인지 아군인지도 모르는 사람에게 쥐여주었다.
뒤에 운집해 있는 백관들은 다들 멍청한 얼굴로 이 여인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적지 않은 사람의 얼굴에 비통함이 떠올라 있었다.
서문청공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고, 그의 손이 검병을 강하게 움켜쥐었다. 당희는 이를 악물고, 어찌해야 할지 몰랐다. 하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상청종은 현미의 세력이라는 점이었다. 그러니 만약 현미에게 문제가 생긴다면, 위국에서 상청종이 설 곳은 더는 없어질 게 분명했다.
현미의 당당한 움직임에, 삼대 문파의 사람들은 당황하여 서로를 돌아보았다. 그들 앞까지 걸어온 현미가 우렁찬 목소리로 말했다.
“황궁에 들어가야겠어요. 폐하를 뵈어야겠어요!”
하지만 현미의 태도가 너무 당당했고, 그녀가 내세운 이유 또한 매우 합리적이었다. 게다가 자신들의 손에 목숨을 맡겼으니, 현미가 문제를 일으키지 않도록 조정할 수도 있었다. 삼대 문파의 장로는 거절할 이유를 찾을 수 없었다.
결국, 삼대 문파의 사람들은 모두 성벽 위로 날아올랐고, 현미는 그들의 손에 들려 황궁으로 함께 날아들었다.
사람들은 성벽 아래서 두 눈 뜨고 현미가 황궁 벽 뒤로 사라지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폐하. 상공이 오셨습니다.”
한 내시가 안으로 들어와 급보를 전했다.
“아!”
마음을 졸이며 배회하던 현승천의 안색이 창백해졌다. 그 반응이 마치 하늘에서 천벌이라도 떨어진 것 같은 모습이었다.
상귀비는 그에게 경성의 병권을 장악하기만 하면, 누이가 자신을 어쩌지 못할 것이라고 했다. 경성의 병권을 장악하기만 하면, 누이가 황궁에 들어오지 못할 것이라 했다. 병권을 장악하기만 하면, 삼대 문파도 철저하게 그의 편으로 돌아설 것이라고 했다.
틀린 말이 아니라 생각했다. 현미가 손에 쥐고 있던 병권의 힘이 대단하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 말을 믿었고, 결단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런데 누이가 어찌 황궁에 들어왔단 말인가?
다만 그는 상귀비가 문제를 만들고 이미 도망쳤다는 것을 모르고 있었다. 사실, 이처럼 쉽게 현미를 통제할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상귀비조차도 믿지 않았던 것이다.
현승천이 어디라도 숨으려고 두리번거리고 있을 때, 문밖에서 일단의 사람들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있는 사람은 바로 현미였다.
현미의 뒤에는 일단의 수행자들이 따르고 있었다. 바로 황궁을 지키는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이었다.
현미가 성큼성큼 건물 안으로 들어왔다. 특히 현미의 모습이 피를 뒤집어쓴 모습이었기에, 그 모습에 깜짝 놀란 현승천은 뒷걸음질 치며 물러났다. 현미는 마치 현승천을 집어삼킬 것 같은 기세를 뿜어내고 있었다.
이미 사람을 보내 천미부를 포위하지 않았던가? 누이가 어찌 나왔단 말인가?
그리고 이미 명령을 내려 황궁을 엄중히 방어하라고 하지 않았던가? 누이가 어찌 들어왔단 말인가?
병권을 장악하기만 하면 삼대 문파가 자신 편에 설 것이라고 하지 않았던가? 어째서 누이 뒤를 따르고 있단 말인가?
생각은 좋았다. 너무 당연하다고 여겨진 일이다. 하지만 나타난 현실은 이토록 잔혹했다. 그 때문에 현승천은 극도로 공포에 떨었다.
등에 벽이 닿은 그는 더는 물러날 곳이 없었다. 그렇게 벽에 딱 붙어서 공포에 질린 동생을 보고 현미는 매우 원망하는 얼굴로 말했다.
“어째서, 어째서 그러셨습니까?”
“왜냐고 물었습니까?”
현승천이 중얼거리다가 갑자기 참담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다 누이가 내게 강요한 것이 아닙니까!”
“제가 강요했다고요? 뭘 강요했습니까? 어느 부분을 강요했습니까?”
현승천이 갑자기 허리를 꼿꼿이 세우고 양팔을 휘적거리며 말했다.
“제가 무슨 황제입니까? 온 위국의 군정대권이 모두 누이의 손에 있다는 것을 누가 모릅니까. 전 그냥 장식일 뿐이지요. 전 그냥 누이의 야심을 가리는 가림막에 불과할 뿐입니다!”
현미가 가슴 아파하며 말했다.
“그런 생각한 적이 없습니다. 지금 폐하에게 권력을 이양하고 있지 않았습니까. 모르시겠습니까?”
“이양이요? 무슨 권력을요? 제가 임명한 관리 중에 누이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가 있다면, 언제든지 임명을 취소하곤 했지요. 그것이 바로 누이가 말하는 권력 이양입니까? 만약 정말 그럴 작정이었다면, 철저하게 물러났어야지요!”
고함을 지르는 것에 가까운 목소리였다. 현미가 고통스러워하며 고개를 저었다.
“당신은 어려서부터 놀길 좋아했지요. 갑작스럽게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선 배워야 할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러니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이 많았을 것입니다. 국가의 대사가 어찌 장난이겠습니까? 제멋대로 해서는 안 됩니다. 저는 정말로 그 지위에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하는 자들만 고려하여 제외했을 뿐입니다. 그 외에는, 순차적으로 천천히 손을 빼고 있었습니다.”
“변명입니다! 그건 다 누이의 변명이에요!”
현승천은 마치 분노한 야수처럼 소리쳤다. 감정이 통제를 잃었고, 난리를 피웠다.
대화가 더 이상 진행되지 않자, 두 수행자가 앞으로 나와 그런 현승천을 제압했다.
현미가 뒤돌아 한 내시에게 소리쳤다.
“지금 즉시 강석희를 불러와라.”
그녀는 우부를 통해서 상황을 파악하고자 했다. 하지만 곧 강석희의 목이 잘렸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강석희뿐만이 아니라, 그녀는 일부 장수들을 불러 모아 경성의 상황을 진정시키고자 했다. 하지만 돌아온 소식은 그들이 모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이다.
거의 동시에 목숨을 잃었다. 이건 아주 정교한 계획에 의한 것임이 분명했다. 손을 쓸 때 단번에 손을 썼고, 동시에 각지에서 참변이 벌어졌다.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준비해두지 않았다면, 모든 이들이 철저히 훈련되지 않았다면 할 수 없는 일이었다. 쉽게 말해, 이건 현승천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현미의 측근이 동시에 목숨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제야 삼대 문파의 사람들도 뭔가 잘못되어 간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 즉시 이 일을 누가 추진했는지 조사했다.
현승천은 만약 자신이 입을 열면, 상귀비가 말했던 것처럼 누이가 절대 그녀들을 용서하지 않을 것을 알았다.
현승천은 비록 정무에 관해서는 잘 몰랐지만, 여인에 관해서는 남자의 기개를 보여줄 줄 아는 사람이었다. 그러니 자신의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죽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과연, 여인의 한 마디에 넘어가 국가의 일을 처리했던 사람다운 모습이었다.
하지만 삼대 문파의 협조가 있었기 때문에 남인옥을 죽인 시위들을 곧 찾아낼 수 있었다. 수행자들은 그들을 심문해서 이 일이 상귀비와 창귀비의 지시라는 것을 알아낼 수 있었다.
“안 돼!”
시위의 진술을 들은 현승천은 허둥지둥했다. 갑자기 현미 앞에 무릎을 꿇고 현미의 발치까지 기어가더니 그녀의 발을 붙잡고 애원했다.
“누님, 그녀들을 용서해주세요. 그녀들은 아무 죄가 없어요. 다 제가 지시한 거예요. 그녀들은 그저 제 말에 따랐을 뿐이에요. 그녀들은 제 여인이에요. 누님의 올케라고요. 누님, 아니 누나, 제발 부탁해. 제발 그녀들을 죽이지 말아줘.”
눈앞 황제의 모습을 본 삼대 문파의 장로들은 얼굴이 크게 어두워졌다. 만약 자신들이 결정을 내릴 수 있었다면, 눈앞에서 황제를 그냥 죽여버리고 싶을 정도였다.
눈앞의 줏대 없는 모습 때문이 아니었다. 단지 시위들을 심문하는 과정에서 이놈의 개 같은 황제가 경성뿐만이 아니라, 전국 각지에 비슷한 성지를 하달했다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이런 일은 성지만 내려선 아무 소용이 없었다. 분명 암중에 있는 세력이 진작에 경성에서와 같이, 비슷한 사전 준비를 해 놓았던 게 분명했다.
온 위국 군대에 영향을 미치는 숙청은 작은 일이 아니었다. 분명 큰 사달이 날 것이 분명했다. 삼대 문파의 장로들은 사건의 심각성을 드디어 깨달았다.
꿈에도 생각지 못했다. 외환이 있는 상황에서, 어느 황제가 이처럼 자신의 무덤을 판단 말인가? 권력 투쟁 때문에 자신의 밥그릇까지 깨트린 것이 아닌가!
정말로 생각지도 못했다. 또 그렇기 때문에 적에게 허점을 보인 것이기도 했다.
현미는 하마터면 기절할 뻔했다. 당장이라도 쓰러질 것처럼 비틀거렸다. 그때 현승천이 다시 한번 현미의 발을 붙들었다.
다소 정신을 차린 현미가 현승천을 그대로 걷어차며 비통한 목소리로 목이 찢어질 듯 크게 소리쳤다.
“꺼져!”
현승천이 벌러덩 넘어졌다. 하지만 굴하지 않고 당장 일어나 다시 현미에게 애원하기 위해 달려들려 했다. 하지만 삼대 문파 장로들에 의해 저지당했다.
수정각의 장로가 현미에게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상공, 그대가 빨리 나서서 이 상황을 진정시켜야 할 것 같소. 그렇지 않으면 아주 끔찍한 일이 생길 것이오!”
“이건 누군가가 아주 정교하게 짜 놓은 판이에요. 이미 진작부터 만반의 준비가 되어있었던 것이겠지요. 이제 와 성지를 회수하는 것은 늦었다고 봐야 해요. 적이 이용하고자 하는 것이 바로 이 시간 차이지요.”
현미가 비통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그렇다고 손 놓고 있을 수는 없었다. 그녀가 큰 소리로 말했다.
“삼대 문파는 지금 즉시 각지에 있는 종군 수행자들에게 성지를 가진 사람이 있어도 따르지 말고, 그를 반역자로 대하고 즉시 잡아들이라고 전서를 보내세요!”
“빨리 움직여라!”
삼대 문파의 장로가 즉시 수하들을 지휘하며 다급히 소리쳤다. 현미가 계속 말했다.
“내 이름으로 각지 주둔군에게 누군가 성지를 위조했다고 전하고, 절대 따르지 말라고 전해라! 또 변경 주둔군에게 적국의 동향을 엄중히 감시하고, 이상이 발견되면 즉시 보고하라 일러라. 또 각지 지방 관원들에게 각지의 통제를 강화하고, 누군가 틈을 타서 소란을 일으키지 못하도록 해라!”
수없이 많은 명령을 하달한 후, 현미는 돌연 질질 짜고 있는 동생을 보고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삼대 문파는 지금 당장 금군과 협력해서 황궁을 수색하고 지금 즉시 그 두 죄인을 찾아내 주세요!”
“안 돼요. 누님!”
현승천이 참담한 목소리로 애원했다. 하지만 현미는 소매를 한번 떨쳐내고는 그대로 그곳을 벗어났다.
건물을 나서기 전, 대악산의 장로가 현승천을 가리키며 굳은 목소리로 문하 제자에게 명령했다.
“저놈이 이곳에서 단 한 걸음도 나오지 못하도록 감시해라. 알겠느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