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47화.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된다!
황궁의 문이 열렸다. 서문청공과 백관들이 황궁으로 들어왔다.
조당(朝堂),
현승천이 황위에 앉아 있지 않았고, 오히려 온몸에 피칠을 한 현미가 대전 중앙에 서 있었다. 그녀는 자신과 마주 본 백관들에게 각종 긴급 명령을 하달하기 시작했다.
명령을 들은 백관들은 거의 뛰다시피 받은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삼대 문파의 장로들은 그 모습을 보고 남몰래 감탄을 내뱉었다. 저 여자가 없었다면, 문제를 이처럼 질서정연하게 해결해 나가기 어려웠을 것이다. 현미가 없었다면 대체 누가 이런 상황에서 이토록 침착하게 명령을 내렸을 것인가? 아마 아주 난장판이 되었을 것이다!
후궁을 포함한 황궁에서 대대적인 수색이 진행되었다. 하지만 그 안에서 상귀비와 창귀비는 찾을 수 없었다.
보고를 받은 현미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
“크고 작은 궁문을 모두 확인하고, 누군가 그곳을 지나간 흔적이 있다면, 당시 당직을 서던 시위들을 하나도 빠짐없이 심문해라!”
“알겠습니다!”
금군 통령이 신속하게 명령을 집행하기 위해 움직였다.
얼마 지나지 않아, 상귀비와 창귀비의 행방을 찾을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이미 진작에 황궁을 떠난 상태였다. 다만, 두 사람이 어디로 향했는지는 찾을 수 없었다.
두 사람은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었기 때문에, 황궁에 자신의 심복을 만들어두는 것이 어렵지 않았다. 두 사람이 순조롭게 황궁을 벗어날 수 있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
작은 궁문의 수위와 그 일에 얽힌 내시들은, 이번 소란에 참여했든 안 했든, 모두 잡아들였고, 하나도 빠짐없이 대전 밖에 있는 계단 밑에 무릎 꿇렸다.
이미 도망쳤다니! 현미의 안색이 어두워졌다. 이것으로 지금 위국 내부에서 일어난 위기가 외부에서 왔다는 것이 명확해졌다. 그들이 고의로 현승천을 이용해 이런 소란을 일으켰다는 사실이 더욱 확실해졌다.
아래 무릎 꿇고 있는 사람들을 내려다본 현미가, 싸늘한 말을 내뱉었다.
“어명을 받지 않고, 독단적으로 후궁이 궁을 빠져나가는 것을 방임한 죄는 죽어 마땅하다. 모두 사형에 처하라!”
“상공, 살려주십시오…….”
아래 사람들이 다들 울먹이며 애원했다. 하지만 현미는 조금도 흔들리지 않고, 금군을 시켜 사람들을 모두 끌고 가서 형을 집행하게 했다.
“외적이 후궁을 혼란스럽게 하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 후환을 남겨 놓을 수 없다. 잘못 죽이더라도, 한 명도 놓쳐서는 안 된다! 후궁들이 어떤 배경을 가지고 있든지 간에, 어떤 신분이든지 간에, 후궁의 시녀들, 내시들 하나도 남기지 말고 모두 목매달아 죽여라!”
얼굴에 여전히 핏물을 묻힌 채, 높은 곳에 선 현미가 차가운 명령을 내렸다. 바람에 치마가 펄럭였지만, 그 바람도 그녀 두 눈에 가득한 삼엄함과 싸늘함을 날려 보내지는 못했다. 마치 뼈에 새겨질 정도의 차가움이었다.
서문청공은 묵묵히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고 있었다. 놀라웠다. 자신이 알고 있는 현미와 다른 사람 같았다.
삼대 문파의 장로들도 다들 동요하며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하지만 나서서 이견을 표하거나 저지하는 사람은 없었다.
잔인해 보일 수 있었다. 하지만 다들 알다시피, 지금 시기에 위국의 중추에 더는 문제가 생겨서는 안 됐다. 상귀비와 창귀비에게 얼마나 많은 일당이 있는지 지금 당장 조사하기 어려웠다. 하나하나 조사하면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할지도 알 수 없었다.
지금은 그런 것에 신경을 쓸 때가 아니었다. 그러니 이대로 한 방에 쓸어버리는 것이 어쩌면 가장 좋은 방법일 수도 있었다.
그 때문에 삼대 문파는 현미의 명령을 저지하지 않았다. 오히려 제자들을 시켜 적극적으로 협조하게 했다.
곧, 수많은 금군이 각 궁문을 통해 후궁으로 가득 밀려 들어갔다. 그 후 비명과 고함이 끊이지 않았고, 피비린내가 황궁에 가득 차기 시작했다.
다행히도, 위국 경성의 문관은 별다른 손실이 없었다. 목숨을 잃은 사람들은 대부분이 무장이었다. 적들이 문관을 죽이고 싶지 않은 것이 아니었다. 단지 가장 효과적으로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무관을 죽이는 것이라 생각한 것이었다.
위국 경성 내에 잠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았다. 문관들까지 죽이기 위해선 규모가 너무 커져야 했다. 적들이 운용해야 하는 인원이 적었으니, 어쩔 수 없이 선택과 집중을 한 것이다.
현미 또한 이미 이런 것을 파악하고 있었다. 현미는 지금 이 작전이 위국 군대를 향한 타격이라는 것을 깊게 깨닫고 있었다.
이때, 현미가 가장 걱정하던 일이 발생했다. 이쪽의 소식이 각지에 도착했을 때, 이미 늦어버렸던 것이다.
각지의 장수들이 이미 대부분 목숨을 잃은 상황이었다. 그나마 자신을 지키는 수행자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던 자들만이 가까스로 수행자의 도움으로 죽음을 감수하고 대항해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하지만 살아남은 자들도 도망을 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중앙의 권력으로부터 분립하여, 독자적으로 병권을 장악하는 상황이 나타나게 되었다.
더 치명적인 것은 소문이었다. 현미와 현승천이 권력투쟁을 했고, 둘 다 상대방의 사람들을 숙청하고자 한다는 이야기가 사방에 나돌고 있었다.
덕분에 현승천의 어명을 집행한 사람들은 모두 극도의 공황에 빠져든 상태였다.
이 모든 것이 소평파가 계획한 것이었다. 게다가 소평파는 이뿐만 아니라, 추후에 일어날 상황에 대해서도 이미 어느 정도 준비하고 있었다.
위국 각지에서 독자적인 병권을 장악하게 된 사람들에게, 갑자기 누군가 다가와 한 가지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그 제안은 바로 진국에 항복하라는 것이었다.
독립적인 병권을 가지게 된 이들에게 접근한 밀정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현미가 장악한 군대가 당신들을 찾아와 당신들을 모두 죽여버릴 것이라 말했다. 당연히 당신들이 보유한 병력으로는 조정의 대군에 대항할 수 없을 테니, 이대로는 개죽음을 당하게 될 것이라고 그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진국은 당신들을 모두 받아줄 준비가 되어있다며, 진국에 투항한다면 당신들뿐만 아니라 당신들 휘하에 있는 병사들의 목숨까지 모두 지켜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앞으로 당신들을 진국의 장수와 진국의 병사로 대해줄 거라는 제안을 했다.
그들의 말이 논리정연했으니, 장수들이 이에 혹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렇게 일부 장수들이 공개적으로 진국에 항복한다는 문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오랫동안 계략을 꾸미던 진국의 병력이 드디어 의도를 숨기지 않고 신속하게 집결해 위국 방향을 향해 진군하기 시작했다!
위국 남매의 권력투쟁 때문에 위국이 크게 혼란스러워졌고, 천하가 놀랐다.
외부인의 눈으로 봤을 때 최소한 시작은 남매의 권력투쟁으로 인한 일이었다.
반면에 현미가 위국의 후궁을 도륙한 것은, 위국 황제가 더는 그녀를 막아서지 못하게 됐다는 것을 의미했다. 이는 그녀가 정식으로 위국 삼대 문파의 인정을 받아 위국을 장악했다는 것이고, 위국 안팎에 보내는 강렬한 신호가 되었다.
곧이어 밝혀진 여러 상황들을 통해, 또 진국 군대의 빠른 집결과 신속한 진군을 통해서, 각국은 위국 내부의 혼란이 진국의 짓임을 깨달을 수 있었다. 줄곧 다른 나라들이 꺼려 하던 진국이 드디어 그 흉악한 송곳니를 드러낸 것이다.
다만 이번에 진국은 과거의 막무가내 수법과는 행동방식이 달라졌다. 우선 교활한 수법으로 위국 내부를 혼란스럽게 하고, 그 후 대군이 공격을 시작한 것이다!
한편, 우부의 밀정이 하루에도 몇 번이나 진국 대군의 동향을 보고했다. 덕분에 위국은 아주 긴장하고 있었다.
현미는 가장 먼저 군대를 진정시키고, 그 전의 모든 것이 진국의 음모임을 밝혔다. 또 다들 뭉쳐 한마음으로 적에 대항한다면, 그 전에 모든 잘못에 대해 죄를 묻지 않을 것이니, 지금 당장 전쟁에 대비하라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남인옥의 죽음과 일부 위국의 유능한 장수들의 죽음이, 위국 군대의 전투력에 돌이킬 수 없는 큰 손실을 준 것은 분명했다. 임시로 장수를 임명해 통솔하게 했지만, 수많은 문제가 생겼다. 또 상황들이 아주 복잡하게 얽혀 있어, 문제들이 아주 심각했다.
현미가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것이, 대군을 통솔하고 싸우는 것에도 뛰어나다는 것을 뜻하지는 않았다.
반면 소평파는 오랫동안 숨어서 이번 일을 준비했다. 손을 쓰지 않았다면 모를까. 일단 손을 쓰기 시작하니, 진국의 힘과 지지를 통해 위국에 치명적인 일격을 가할 수 있었다.
소평파가 지휘하는 진국의 군대는 이미 위국 주변으로 몰려들고 있었고, 심지어 위국 국경지대에 있던 몇몇 작은 주에서 대승을 거두었다는 소식조차 이미 들려오기 시작했다. 위국이 이대로 가만있다간, 소평파는 위국의 심장을 향해 매섭게 진격할 게 분명했다.
곳곳에서 연달아 대패했다는 소식이 들려오니, 현미가 군대를 다독이기가 쉽지 않았다. 그나마 매우 작은 주 몇 개가 패배한 것에 불과했기에 아직 큰 혼란에 빠지지 않은 것이 다행이었다.
위국 각지 병력의 지휘관들이 다들 목숨을 잃었고, 이 때문에 군심이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니 패배는 예정된 상황이었다. 게다가 소평파는 참으로 악독했다.
현승천의 어명을 집행한 사람들에 대해, 현미가 지금은 몰라도 전쟁이 끝나고 나면, 반드시 보복할 거라는 소문이 퍼져나갔다. 물론, 소평파가 숨겨놓은 사람들에 의해 퍼진 소문이었다. 그러니 위국 병사들과 장군들의 인심이 흉흉해졌다.
어쨌든 이런 소문이 퍼져나가니, 아직 진국에 항복하지 않은 장수들 또한 흔들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전쟁이 시작된 지 얼마 지났지 않았음에도 벌써 몇몇 주가 패배하였으니, 흔들리지 않을 수 없었다.
이들은 자신들이 왜 위국에 계속 붙어있어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진국 쪽 밀정들은 자신들에게 적지 않은 대가를 주겠다고 유혹하고 있었다. 게다가 만약 이 유혹을 거절한다면, 패배하게 됐을 때, 따라올 것은 처참한 죽음이었다.
그들에게 위국을 따른다는 것은, 위국을 위해 개죽음을 당하라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니, 현미가 내린 성지가 부담스럽기만 했다.
사실, 황제의 어명을 따르지 않은 것만 해도 쉽지 가볍지 않은 죄였다. 그러니 일부 사람들은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 주변에 있는 삼대 문파의 사람들을 죽이기까지 했다. 자신의 목숨을 구하기 위해, 자신의 가족을 구하기 위해, 못할 일이 무엇일까?
이 사람들은 아직 상황을 다 파악하지 못한 상황에서, 조정이 자신들을 죽이려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렇게 소평파가 사전에 안배한 사람들의 개입으로 인해, 몇몇 이들이 점점 공개적으로 진국으로 돌아섰다. 그런 사람들은 이제 더는 결정을 번복할 수 없었다.
사실 그들도 다른 방법이 없었다. 진국에 붙으면 살지만, 붙지 않으면 패배하여 죽을 것 같았다. 그러니 자신들의 목숨이 풍전등화같이 흔들리는 상황에서, 그들이 뭘 어쩐단 말인가?
그들만의 힘으로는 진국의 군대를 당해낼 수 없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가만 있자니, 또 현미가 내린 성지를 거절하기도 힘들었다. 그리고 진국이 이러할 때에 달콤한 지원의 손길을 뻗었다.
몇몇 세력이 큰 자들에게는 심지어 한 지역의 제후로 인정해 주겠다고까지 했다. 그러니 그들이 어떤 결정을 내리겠는가?
현미는 나중에 이게 어찌 된 상황인지 깨닫고, 이 모든 것이 진국의 음모임을 깨달았지만, 이미 모든 것은 너무 늦은 후였다.
그들은 이미 조정을 마치 개새끼처럼 비하하는 문서를 공개했고, 그 소식이 이미 널리 퍼지기 시작했다. 조정에서 파견 보낸 지방 관원들도 적지 않은 사람이 그들에게 목숨을 잃었다. 그곳에 머물던 삼대 문파의 사람들까지 죽임을 당했으니, 나중에 조정이 이번 일을 가지고 벌하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겠는가?
비록 조정이 과거의 죄를 묻지 않겠다며, 휘하의 병력을 모아 참전하라고 독려했지만, 복종한 후에 조정의 보복을 받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비슷한 예시가 과거부터 무수히 존재했다.
위국의 군심이 크게 혼란스러워졌고, 남인옥같이 위국 군대에 큰 명망이 있는 사람이 가운데서 균형을 맞춰주지 못하니 현미는 이미 골머리를 싸매고 있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가장 먼저 제국에 지원과 지지를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