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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51화 (448/1,000)

1351화. 악독한 방식

두 사람은 두려워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나조를 난처하게 하고 원한을 샀으니, 만약 나조가 자신들보다 출세하게 된다면, 두 사람의 나날이 썩 평탄하지는 않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물론, 진국의 맹장들과 싸울 것을 생각하면 두 사람은 자신이 없었다. 지금까지의 명성이 하루아침에 무너질 수도 있었다.

“두 사람의 뜻은 위국의 위기를 무시하고, 위국이 멸망하는 것을 지켜만 보자는 말이오?”

옥창이 싸늘한 눈빛으로 두 사람을 보며 물었다.

그 말투, 그 태도에 두 사람은 크게 긴장하고는 자신도 모르게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전정앙이 다소 굳은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선생님, 저희는 그런 뜻이 아닙니다. 당연히 구해야 하지요. 하지만 그렇게 급하게 움직일 것 없이, 일단 상황을 보고 움직여도 늦지 않을 것이라는 말입니다.”

마장안이 맞장구를 치며 말했다.

“맞습니다. 선생님, 위국이 멸망하면, 제국이 진국을 맡아야 합니다. 그러니 제국은 아마 목숨 걸고 위국을 도울 것입니다. 당연히 위국은 그리 쉽게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먼저 위국과 제국이 서로 힘을 합쳐 진국과 싸우게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하여 저들의 힘을 소비하게 해야 합니다. 동시에 저희도 군대를 보낼 준비를 한다면….”

나조가 그의 말을 듣고 다급한 마음에 말을 끊으며 말했다.

“위국의 상황이 과거와 다릅….”

옥창이 손을 들어 나조의 말을 막았다. 일단 상대방의 말을 다 듣자는 말이었다. 전정앙이 말했다.

“너무 조급하게 움직이면, 저희에게 불리합니다. 선생님, 한 가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은, 저희가 군대를 보내면, 후진 내부가 텅 비게 된다는 것입니다. 연국과 한국이 그 기회를 틈타 공격하지 않는다는 보장이 어디 있겠습니까?”

그 말을 들은 옥창이 눈살을 찌푸렸다. 고민이 많아졌다.

옥창이 고민하는 것을 보고 나조가 다급히 말했다.

“각주님….”

옥창이 손을 들어 말을 막으며 말했다.

“결정을 내렸으니, 그만 말씀하시오. 위국과의 관계가 경직되지 않게 일단 위국의 요구에 승낙하는 게 좋겠소. 하지만 언제 군사를 보낼지는 일단 우리 쪽 준비가 언제 끝나는지 봐야겠지.”

사람들은 깨달았다. 승낙은 승낙이지만, 옥창은 급할 것 없이 후진의 속도에 맞추겠다는 의미였다.

나조의 얼굴이 침울해지더니, 입을 다물었다.

전정앙과 마장안은 나조의 실망한 반응을 보고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두 사람의 얼굴에는 언뜻 미소가 보이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동시에 포권을 하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옥창이 손을 휘둘렀다.

“다들 물러가시오.”

“알겠습니다!”

세 사람이 포권을 하고 물러갔다. 그들은 물러가기 전에 자고 있는 하영패에게도 예를 올렸다. 대충 법도에 따라 예를 올렸을 뿐, 자는 황제를 깨우지 않고 조용히 떠나갔다.

지도를 한참 동안 바라보던 옥창이 갑자기 탄식하며 말했다.

“연산명, 제무한이라. 만약 둘 중의 하나만이라도 얻을 수 있다면, 우리 후진에게 무슨 걱정이 있을까?”

후진을 세우고 지금까지 일을 처리하면서, 옥창은 나라를 운용하는 것이 수행계의 일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을 깊게 깨달을 수 있었다. 수없이 복잡한 일이 여기저기 얽혀 있기 때문에, 심력이 크게 허비되었다. 옥창은 오랫동안 조용히 수련한 적이 없었다. 머릿속에는 온갖 잡스러운 일이 가득 차 있었다.

사실 옥창이 직접 신경 쓸 일들이 아니었다. 다만 황제가 무능했기에, 모든 일을 조국의 옛 신하들에게 맡기자니 마음을 놓을 수 없었다. 조국 황제 해무극이 지금 어디 있는지 알 수도 없었다.

그렇게 탄식을 내뱉은 후, 옥창은 한쪽에 있는 하영패에게 다가가 공손히 그를 불렀다.

“폐하, 폐하….”

연달아 몇 번 불러도 반응이 없었다. 옥창은 어쩔 수 없이 다소 무례하지만, 하영패를 몇 번 흔들었다.

“음….”

하영패가 깜짝 놀라 일어나더니 주위를 둘러보았다. 주위에 다른 사람들이 없는 것을 보고, 무의식적으로 입가의 흘린 침 자국을 닦으며 자리에서 일어나 물었다.

“의논은 어찌 되었습니까?”

옥창이 쓴웃음을 지으며 포권을 했다.

“밤이 깊었습니다. 몸이 상할 수 있으니 어서 돌아가서 주무시지요.”

말을 마친 그가 손짓하자, 즉시 두 내시가 안으로 들어왔다.

황제는 잠이 덜 깬 모습으로 그곳을 떠나갔다. 옥창도 천천히 그곳을 빠져나와 높은 계단 위에서 하늘의 별을 바라보았다.

그때 계단 아래서 누군가가 다가왔다. 나조였다. 그는 그대로 떠나지 않았다. 계단을 오른 그가 예를 올렸다.

옥창이 물었다.

“상장군께서는 할 말이 있으시오?”

나조가 다소 탐탁지 않다는 듯이 말했다.

“각주님, 두 장군의 생각은 쓸데없는 걱정입니다. 연국과 한국도 진국이 세력을 키우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 이런 시기에 저들과 소통을 하기만 하면, 연국과 한국은 절대 지금 저희를 공격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후진을 점령하고 지역을 안정시키기도 전에 진국의 정병을 맞이하게 되겠지요. 그건 그들이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위국의 상황은 과거와 전혀 달라졌습니다.

일단 위국이 무너진 후에 후진이 다시 군대를 일으킨다면, 더 큰 대가를 치러야 합니다. 후진이 군대를 빨리 보낼수록, 삼국의 연합이 빨리 이루어질수록, 더욱더 유리해집니다. 각주님께서는 빠른 결단을 내려주십시오! 소장이 직접 병력을 이끌고 서병관(西屛關)을 돌파해 일전을 치르겠습니다!”

“장군의 마음을 모르는 것은 아니오. 다만 장군께서는 내 마음을 아시오?”

“귀 기울여 듣겠습니다.”

“직접 병력을 이끌고 싸우겠다는 장군의 용기에 찬사를 보내오. 하지만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시오? 일단 전, 마 두 장군이 암중에 수작을 부린다면 어찌 되겠소? 내가 저 두 사람이 당신에 대한 적대감을 갖고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 생각하는 것이오? 휘하 장수들은 저들의 수하들이고, 병사들은 저들의 병사요.

그대가 직접 병력을 이끌고 간다고 해도 저들을 어찌하겠소? 군대를 오랫동안 통솔해 본 입장에서 알 것이오. 아랫사람들이 비록 대놓고 군령을 위반하진 않겠지만, 일단 저들이 면종복배(*面從腹背: 겉으로는 복종하는 척하나, 속으로는 배반함)한다면, 전쟁을 어찌 치를 것이오?”

나조가 침묵했다. 그는 어리석지 않았다. 두 상장군이 자신을 곤란하게 한 지 오랜 시간이 흘렀다. 두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옥창의 말이 틀림없었다. 두 사람은 나조가 공을 세우는 것을 두고 볼 리 없었다. 오히려 나조가 패전하기를 바라며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었다.

내막을 깨달은 나조는 옥창이 무엇을 걱정하는지 알고 물었다.

“각주님께서는 그걸 아시면서 어째서 저들 두 사람이 사심으로 나라를 망치는 것을 지켜만 보고 계시는 겁니까?”

“안다고 무엇이 달라지는 것이오? 저들을 직접 죽이기라도 하란 말이오? 아니면 저들의 병권이라도 박탈하라는 것이오? 죽이는 것은 어렵지 않지만, 아무 이유 없이 죽이면 사람들이 어찌 승복하겠소? 내가 말했듯이, 장수들은 저들의 수하들이고, 병사들은 저들의 병사요. 경거망동했다가는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오. 위국의 상황을 보았을 것이오. 나쁜 마음을 품은 사람이 이런 절호의 기회를 그냥 놔두겠소?”

“그러니 장군은 일단 진정하시오. 급하게 일을 처리하는 것이 좋지 않을 수도 있소. 조금 느긋하게 움직이는 것이 꼭 나쁜 일은 아니지. 나중에 상황이 일정 수준으로 악화되면, 저들 두 사람도 바보는 아니니, 분명 전력으로 출병을 지지할 것이오. 지금은, 일단 우리에게 시간이 좀 더 있는 것이 나쁜 일이 아닐 것이오. 그렇지 않소?”

“각주님께서 그런 계획을 세우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전사(戰事)는 정사(政事)와 다릅니다. 전쟁은 기회가 왔을 때 단호하게 결정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기회를 놓칠 수 있습니다. 전장은 정세는 천변만화합니다. 일단 기회를 놓친다면, 돌이킬 수 없는 손실을 입을 수 있습니다. 소장은 그것이 걱정되는 것입니다.”

“장군, 후진 대사마의 자리가 왜 아직도 공석으로 있는지 모르시겠소? 지금 와서 나도 더는 숨기지 않겠소. 대사마의 자리는 내 마음속에 장군으로 내정되어 있소. 장군을 위해 자리를 비워두고 있는 것이오. 하지만 기회가 필요하오!”

“설사 출병을 시킨다 해도, 나는 장군이 직접 군대를 이끌게 하지 않을 것이오. 누군가가 장군의 발목을 잡을 것이 뻔하기 때문이지. 장군이 공을 세우지 못하도록 저들이 방해할 것이오. 출정해도 저들이 군대를 이끌 것이고, 내가 그렇게 시킬 것이오. 저들이 만약 나가서 이기면 당연히 좋은 일이지, 하지만 만약 진다면…. 내가 말했듯이 아무 이유 없이 저들을 죽일 수는 없소. 변명거리가 반드시 필요하지. 사람들이 반박할 수 없는 확실한이유가 필요하오!”

“전쟁에서 패배한다면, 군법에 따라 나라를 망치는 사람이 될 것이니, 누가 애원해도 소용없이 그 자리에서 목을 잘라버릴 것이오! 그 후, 장군에게 병력을 맡기게 된다면, 지휘관을 잃어버린 군대를 장군이 장악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오. 장군은 오랫동안 군대를 통솔해 왔으니, 장군에게 기회를 주기만 하면, 또 나의 적극적인 협력이 있다면, 아마 순조롭게 군대를 장악할 수 있다고 믿소!”

나조의 어깨를 두드린 그가 말했다.

“장군의 말을 듣지 않으려는 것이 아니오. 단지 조금, 아주 조금 시간을 늦추는 것이 우리 모두에게 좋을 뿐이오. 그렇지 않소?”

나조는 매우 유감스러운 얼굴로, 더는 뭐라 하지 않았다. 여기서 더 뭐라 한단 말인가? 나조는 어쩔 수 없이 그렇게 옥창에게 인사를 하고 물러갔다.

쓸쓸하게 돌아가는 나조는 무기력했고, 서글펐다. 옥창이 자신을 지지한다는 말을 들었지만, 그 말에도 조금도 기쁘지 않았다. 오히려 위국의 상황 때문에 걱정만이 가득했다.

그는 과거 송국의 대도독이었고, 송국의 군대를 통솔할 당시 송국에서 군무를 보는 일을 제외하고는 각국의 군대에 관한 연구에도 많은 정력을 기울였었다. 혹시라도 변고가 생기면 대응을 하기 위해서였는데, 당시 그가 있는 위치에서는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었다.

진국이 위국과 제국을 공격한 것은 처음이 아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진국의 방식이 과거와 달라져 있었다.

강맹하기만 하던 진국의 군대가 음험하고 악독한 방법을 사용한 것이다. 지금까지 진국이 줄곧 유지하던 강맹한 행동방식과 아주 달랐다!

전쟁을 벌이기 전에 은밀히 일을 꾸몄고, 그 전략이 아주 악독했다. 모든 일이 미리 준비되어 있었고, 적시 적소에 정확하게 위국의 급소를 순간적으로 찔러 들어갔다. 이건 모든 사람의 예상을 벗어나는 행동이었다.

그 누구도 진국이 현미 남매의 사이를 이간질하는 방식으로 손을 쓸 것이라 상상하지 못했다. 비록 이런 이간질은 자주 보이는 수법이었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위국이 죽은 사람도 아니고, 하나의 국가가 그처럼 쉽게 다른 사람에게 허점을 노출할 리 없었다. 적들이 자국에 들어와 이처럼 큰 소란을 만들 때까지 눈치채지 못할 리가 없었다. 정말 그렇게 쉬웠다면, 진국이 지금까지 기다릴 이유가 있었겠는가?

하지만 이번에는 진국이 성공했다. 현미 남매 사이의 갈등을 빌미로 한 번에 위국의 적지 않은 유능한 장수들을 숙청해버린 것이다.

이토록 악독하고 정확한 방식은 절대 임시방편으로 생각해낸 방법이 아니었다. 분명 오랫동안 준비한 것이고, 사전에 세심하게 준비된 계획이 분명했다.

그렇기 때문에 나조는 걱정스러웠다. 오랫동안 준비했다면, 분명 성공할 확신이 있었기 때문에 진행했을 것이다.

옥창이 조금 천천히 가자고 했다. 하지만 나조는 진국이 이쪽에게 천천히 움직일 기회를 주지 않을 것 같아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이제 와, 이걸 어쩐단 말인가? 해야 할 말은 이미 했고, 옥창 등 사람들은 각자의 계획이 있었다. 나조가 무슨 말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다행히 나조는 이런 처지가 처음이 아니었다. 송국의 조정에서 오랫동안 단련했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즉, 각국 조정에서 이런 일이 있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는 말이었다. 파벌 사이에 서로 견제하는 일은 일상이다. 나조는 이미 어느 정도 익숙해져 있었다.

“하아!”

천천히 걷는 와중에 나조는 별이 가득한 밤하늘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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