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4화. 점령 계획
마침내 진군의 대군이 위국 국경에 완전히 집결하였다. 진군의 대군은 잠깐 휴식을 취한 후, 곧바로 다시 진격을 시작했다. 그들은 그렇게 이미 고립되어 있던 위국의 큰 주를 공격했다. 진군의 대군이 밀고 나가니, 고립되어 있던 데다가, 식량까지 떨어져 잘 먹지도 못하고 굶주리던 병사들이 진군을 당해낼 수 있을 리 없었다.
위국 경내로 진격하기 위한 가장 핵심 요충지 중 하나가 그렇게 쉽게 뚫려버리고 말았다. 하나의 큰 주가 뚫려버리자, 진국 대군은 위국의 중심으로 들어와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그렇게 진국의 대군은 맹렬히 위국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그전에는 대군이 완전히 집결되지 않았기에 그 기세가 매섭지 않았지만, 이제 대군이 모두 모였으니 그 기세가 너무나 매서웠다.
그 기세가 가히 파죽지세였다. 진국이 드디어 날카로운 송곳니를 드러냈고, 위국의 큰 주들이 차근차근 진국의 대군에 의해 먹히기 시작했다. 위국의 심장인 경내까지 진국의 대군이 들어올 것이라는 불안한 예감이 점점 현실로 변해가고 있었다.
천하가 술렁거렸고, 각국들은 수시로 정보를 주고받았고, 남주도 마찬가지였다.
* * *
영무당 밖.
륜의에 앉은 몽산명이 도착했다. 상조종 일행은 서로 인사를 나눴고, 뒷짐을 지고 지도 앞에 있던 궁임책도 미소를 지그며 몽산명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몽산명은 예를 과하게 차리지 않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왕야, 후진 쪽에 소식이 있습니까? 출병했습니까?”
상조종이 고개를 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출병하지 않았습니다.”
몽산명이 의아해하며 말했다.
“전 나조와 손속을 겨루어 본 적이 있습니다. 나조는 능력이 매우 뛰어난 자입니다. 이 정도 이해관계도 알아보지 못할 정도의 사람이 아닙니다. 설마 우리 연국의 약속을 받고도 후진이 안심하지 못한 것입니까? 설마 아직도 우리가 이번 기회에 저들을 공격할 것이라 걱정하는 것입니까?”
“그건 아닐 겁니다. 후진과 위국 쪽에 있는 밀정이 보내온 소식에 따르면, 후진은 이미 위국에 출병하기로 약속을 했다고 합니다. 다만 준비를 한다고 시간을 끌고 있을 뿐입니다.”
“전쟁입니다. 병사를 운용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속도에 있습니다. 나조가 그 간단한 이치조차 모를 것 같지는 않습니다. 이는 심상치 않은 일입니다. 제가 이 일에 대해 깊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이번 일, 열에 아홉은 후진의 조정에서 누군가가 나조에게 트집을 잡고 출병하는 것을 질질 끌어 시간을 늦춘 게 분명합니다.”
몽산명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뒤에서 륜의를 밀고 있는 자에게 지도 앞으로 가자고 손짓하고는 지도를 한참 동안 빤히 바라본 후 말했다.
“왕야, 지금 당장 후진에 연락을 취해 후진에게 우선 서병관을 장악하라고 하십시오. 또 제 이름으로 나조에게도 전서를 보내주십시오. 바라는 것은 이것들이 저들의 경각심을 불러일으켜, 후진이 서병관을 장악하기 위해 움직인다면 좋겠습니다.”
상조종의 시선이 지도에서 서병관이 있는 곳을 빤히 바라보았다. 고민에 잠긴 그는 서서히 뭔가 깨달은 것 같았다.
다만 한쪽에 있는 궁임책은 오리무중이었다. 둘의 대화가 무슨 의미인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궁임책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몽 사령관이 하는 말이 무슨 뜻이오? 서병관은 위국의 동쪽에 있소. 교전이 벌어진 곳과 아주 먼 곳이지.”
몽산명이 지휘봉을 달라고 하더니 지도의 한 곳을 짚으며 말했다.
“서병관 위쪽으로는 거대한 사막이 있고, 사막에는 재앙이 종횡하니 대군이 지나기 어렵습니다. 아래쪽으로는 산맥이 가로막고 있어, 일반인은 이 산을 오르면 호흡이 곤란할 지경입니다. 산을 넘어가는 것은 더욱 말할 것도 없지요. 대군은 산을 넘어가지 못할 겁니다.
위, 아래도 매우 험난한 지형으로 인해 서삼국과 동사국의 왕래가 단절되어 있다시피 합니다. 유일하게 서병관을 통해서 대군이 오갈 수 있지요. 그러니 누군가 서병관을 장악한다면, 서삼국의 동진과 동사국의 서진을 막을 수 있습니다. 사실 이곳은 매우 중요한 요충지입니다. 그러니 당연히 쟁취해야 하는 곳이지요!”
“진국이 이번에 손을 쓴 방식을 보면, 과거와 매우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분명 어떤 준비가 되어있을 겁니다. 지금 위국의 상황을 보면, 진국의 공세를 막을 수 없어,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로운 상황입니다.”
“아직 서병관이 위국의 손에 있다고는 하지만, 지금 위국의 장수들 태반이 죽은 상황인 데다가, 아직 정세도 제대로 수습되지 않은 상황이니, 군심과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위국의 동쪽 한 곳을 지키는 서병관의 수비군들이 그곳을 계속 지켜나갈 용기를 가질 수 있겠습니까? 당연히 목숨을 걸고 그곳을 지킬 결심이 제대로 서지 않은 상태일 테니, 진군은 아주 쉽게 그곳을 점령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후진이 진국의 탐욕스러운 눈빛을 보지 못했다고는 믿지 못하겠습니다. 이대로 간다면 어찌 될지 뻔한데, 도대체 왜 아직도 이처럼 시간을 끄는지 모르겠습니다. 분명, 무언가 방해하는 세력이 있는 것이겠지요.
어쨌든지 간에 위국이 망하면, 진국은 제국과 생사를 건 결전을 벌일 것이고, 진국은 분명 그에 대한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누가 승리할지 더욱 알 수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서병관을 차지하는 문제는 진국에게 매우 중요한 것입니다.”
“아무튼, 서병관이 절대 진국의 손에 들어가게 놔둘 수 없습니다. 일단 진국이 서병관을 장악하게 된다면, 동 사국의 병력은 서쪽으로 지원병력을 보낼 수 없는 상황에 부닥치게 됩니다.”
“이제 와 저희가 후진이 뭉그적거리는 것에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일단 유리한 지형을 먼저 점령하는 것은 필요합니다. 서병관을 장악하기만 하면, 진군의 공세에 큰 위협을 줄 수 있습니다. 서병관은 방어하기 쉽고 공격하기 어려운 곳입니다.
그곳에 병력을 충원하고, 믿음직한 장수를 보내어, 지키고자 하는 결심만 제대로 세워준다면, 진군이 서병관을 점령해 전장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몹시 많은 대량의 병력을 동원해야 할 것입니다. 반면 진군은 제국과 위국 연합군과도 전투를 벌여야 하니, 병력을 분산시킨다면 그 영향이 적지 않을 것입니다.”
“어쨌든 명확한 한 가지 사실은, 진국은 분명 후진이 참전하는 것을 원치 않을 것이라는 점입니다. 만약 후진이 병력을 보내 서병관을 지키기만 한다면, 진군은 쉽게 후진을 공격하지 못할 것입니다.”
“그러니 후진군이 서병관을 장악하는 것이, 위국과 제국의 손에 있는 것보다 안전합니다. 후진은 최대한 서병관을 잃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후진이 한발 먼저 서병관을 장악하기만 하면, 각국을 위한 큰 전략적 여지를 쟁취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은 각국이 한발 먼저 전략적 주도권을 쥐게 된다는 말과 같지요. 그러니 서병관을 장악하기만 하면, 후진이 뭉그적거리며 시간을 끌어도 크게 상관이 없습니다.”
궁임책은 몽산명의 깊은 뜻을 깨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몽 사령관의 말을 들으니,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소. 과연 그 식견이 남다르시오. 다만 서병관이 아직 위국의 손에 있으니, 후진이 강제로 빼앗으면 안 되지 않겠소.”
“강제로 빼앗을 필요 없습니다. 이제 와 위국은 무슨 조건을 내걸어도 승낙할 것입니다. 후진이 출병하겠다고만 하면, 진국에 큰 압박이 될 것이고, 진군의 모든 작전 계획과 공세에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위국은 당연히 서병관을 후진에 가져다 바칠 것입니다.”
“왕야!”
궁임책이 상조종을 돌아보았다. 몽산명의 의견에 동의한다는 뜻이었다.
상조종이 고개를 끄덕이며 서탁으로 가서 붓을 들었다. 그는 빠르게 붓을 휘갈겨 후진에게 보내는 서신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 * *
이쪽에서 군국대사(軍國大事)에 한창 바쁠 때,
밖에 있는 정원에서는 일남일녀가 서로 만나고 있었다.
여자는 매우 아름다운 몸매를 가지고 있었지만, 얼굴은 아주 추악했다. 남자 쪽도 크게 잘생긴 것은 아니었지만, 밝은 얼굴에 큰 키와 늘씬한 체형을 하고 있어, 기품이 있어 보였다.
두 남녀는 바로 상숙청과 그녀가 원유회에서 선택한 남자인 부군량이었다. 양쪽 집안 모두 두 사람이 잘되길 바라고 있었다.
두 사람은 천천히 서로를 알아가는 단계였다.
“오셨나요.”
상숙청이 미소지었고, 그 모습이 온화하고 예의 발라 보였다. 깊은 곳에서부터 우러나오는 고아한 품성을 느낄 수 있었다.
부군량이 포권을 하며 예의 바르게 인사했다.
“군주님을 뵙습니다.”
상숙청이 살짝 옆으로 비켜서자 부군량이 움직였고, 두 사람은 곧 같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자사부의 화원을 산책하기 시작했다.
“들어 오실 때 조사가 번거롭지는 않았나요?”
상숙청이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었다.
“크게 번거로울 것도 없었습니다. 왕부는 남주 군정의 중추입니다. 조사를 받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다만, 외부인원에 대한 조사가 다소 강화된 것 같았습니다.”
상숙청이 듣기 좋은 목소리로 말했다.
“부 공자님은 그 일을 너무 탓하지 말아 주세요. 진국과 위국의 전쟁이 시작되었어요. 각 세력의 상황을 염탐하는 첩자들이 날뛰기 시작했지요. 어쩔 수 없이 방비를 강화한 것이지, 딱히 공자님을 번거롭게 하려는 것은 아니에요.
원래는 자사부를 나가 공자님을 뵐 예정이었어요. 다만 방금 말씀드린 일 때문에 집안에서는 제가 밖에 나갔다가 문제가 생길까 봐 최대한 외출을 자제하라고 하는 바람에 공자님을 여기로 모실 수밖에 없었어요. 이해해 주셨으면 좋겠어요.”
부군량이 부드럽게 웃으며 말했다.
“사실 그쪽 일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이해할 수는 있습니다. 과거 군주님이 조국 사람들에게 납치를 당한 적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습니다. 당연히 방비해야 할 필요가 있지요.”
조국에게 납치당했던 이야기를 하자, 상숙청은 순간 멈칫했다. 머릿속에 자신을 위해 목숨을 걸었던 남자가 떠올랐던 것이다. 그는 당장이라도 죽을 것처럼 위태로운 지경까지 갔었고, 천운으로 말미암아 목숨을 건질 수 있었다. 그렇게 한 남자의 모습이 떠올랐고, 쉽게 지워지지 않았다. 지금 다시 생각해도 가슴이 떨리는 순간이었다. 이에 상숙청이 이를 악물었다.
* * *
“무슨 일이길래 직접 만나야 하는 건가?”
산중에 있는 협곡, 예전에도 만났던 곳이다. 우유도와 사여래가 또다시 만났다. 사여래는 만나자마자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다소 불만스러운 말투였다. 하긴, 바쁜 사람을 자꾸 불러대니 좋은 소리가 나올 리 없었다.
“진국과 위국의 전쟁이 시작되었습니다.”
진국과 위국의 일은 원강을 통해서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다만 사여래는 우유도만큼 자유로운 몸이 아니다 보니, 원할 때 언제든지 만날 수 없었다. 그러니 만날 수 있는 적당한 시간은 사여래가 정해야 했다. 그렇게 두 사람은 서신이 오간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서야 만날 수 있었다.
“나도 알고 있네. 그런데 그게 지금 자네의 상황과 상관이 있는가? 겨우 그 일 때문에 나를 불러낸 것인가? 우리가 자주 만나지 않는 것은 나와 자네 모두에게 안전한 일이야.”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 전쟁에 얽힌 일이 적지 않습니다. 영향이 아주 큽니다. 선생님이 보시기에, 이번 전쟁이 홍운법의 죽음과 연관이 있어 보입니까?”
사여래가 고개를 저었다.
“기본적으로 아무 상관 없다고 확신할 수 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