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59화. 제국 황제의 급조(急詔)
다음 날,
온 황궁에 초롱이 달렸고 각종 오색천으로 황궁이 장식되었다. 일면식도 없는 신혼부부가 만나 하늘과 땅에 절을 했다.
혼례는 아주 성대하게 열렸고, 축제 분위기가 만연했다.
당희는 천지신명에게 절을 올리고 있는 신혼부부를 한번 보고, 다시 옆에 서 있는 서문청공을 보았다. 모든 사람이 깨끗하게 차려입고 혼인을 축하하고 있었지만, 오직 서문청공만은 낡은 옷을 입고, 검을 등에 찬 모습으로 묵묵히 서 있을 뿐이었다.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단 말인가? 당희가 남몰래 탄식했다. 눈앞에서 현미가 다른 사람과 혼인을 올리는 모습을 보고 있는 서문청공은 무슨 느낌일까?
눈앞의 혼례를 보던 당희는 자신도 모르게 과거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당시 상청종에 있을 당시, 한 남자와 혼례를 치르던 모습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당희뿐만이 아니라, 현장에 있는 수많은 사람이 다들 서문청공을 힐끔거렸다.
당희는 마치 나무토막 같은 모습으로 서 있는 서문청공이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문득 궁금했다. 어제 있었던 일로 미뤄보건대, 서문청공이 지금 일어나는 일을 이해하지 못했을 리는 없었다. 그러니, 지금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고관대작들의 눈빛이 무엇을 뜻하는지, 서문청공이 모를 리 없었다.
다만 서문청공의 눈빛은 탁했고, 검었을 뿐이다. 당희는 그것이 대체 무슨 눈빛인지 알 수 있었다.
원하든 그렇지 않든, 당희는 알 수밖에 없었다. 오늘 서문청공은 그야말로 세상 사람들 눈에 큰 웃음거리가 되었다.
그뿐만이 아니라, 많은 사람이 그를 동정했고, 연민했다. 오늘 서문청공에게 일어난 일은, 과거에 당희 그녀가 겪었던 바로 그런 일이었다. 당희 또한 그런 사람 중에 한 명이었다.
금단방 제일의 고수가 많은 사람 앞에서 망신을 당했다.
당희는 진심으로 서문청공이 이곳에 나타날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여기에 나타나지 않아야 할 뿐만 아니라. 최대한 현미에게서 멀어져야 했다. 철저하게 말이다. 앞으로 현미 곁에 나타나지 않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한다면, 사람들은 어쩌면, 서문청공이 한 여자를 위해 헌신했지만,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고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앞으로도 계속 현미 옆에 있게 된다면, 그건 정말 웃음거리가 되는 것이었다. 그를 본 사람은 모두 그를 비웃을 것이고, 그의 고고함은 동정을 불러오지 않고, 더 많은 비웃음을 불러올 것이다.
그녀는 서문청공이 계속 현미 곁에 있을 경우, 앞으로 어찌 사람을 마주할지 상상도 할 수 없었다. 밤낮으로 만나는 모든 사람을 말이다….
* * *
촛불이 신혼 방을 밝히고 있었다. 그 안은 아주 조용했다. 신혼부부는 침상에 나란히 앉아 있었다. 남자는 무표정했고, 주렴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는 여인도 움직임이 없었다.
신혼 방, 서문청공이 여전히 그곳을 지키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서 당희는 그 모습을 묵묵히 바라보았다.
신혼 방 내부, 현미가 손을 들어 스스로 봉관을 벗어버렸다.
호승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현미를 보았고, 현미도 고개를 돌려 호승을 보았다.
호승은 처음 현미의 얼굴을 보고 멈칫했다. 그는 퍽 의외라는 얼굴이었다. 현미가 아름답다는 이야기는 많이 들었지만, 그렇다 해도 마흔이 다 되어가는 나이였으니, 호승은 크게 기대하지 않았었다. 그런데 지금 보이는 얼굴은, 그의 예상을 벗어나는 외모였다.
아름다웠다! 확실히 아름다웠다. 나이도 생각했던 것처럼 들어 보이지 않았고, 여전히 젊어 보였다. 더욱이 그 분위기가 아주 성숙한 것이 풋풋한 여자들과 감히 비교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아주 관리를 잘한 것 같았다!
현미가 일어나 탁자로 다가가 봉관을 내려놓고는 침상에 앉아 있는 남자를 마주 보고 말했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대도 많이 섭섭할 것이다. 걱정하지 말아라. 나중에 이 모든 것을 보상해 주겠다.”
“보상?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거지? 부귀영화로 보상하겠다는 건가? 나도 당신들이 뭘 하고 있는지 알고 있어. 나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지. 감히 반항할 수도 없었고 말이야. 나는 당신들의 안배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
호승은 자신의 곁을 손을 탁탁 치며 다가와 앉으라고 말했다.
“생긴 게 나쁘지 않군. 남다른 풍취가 있어. 내 비위를 상하게 하지는 않겠군. 남녀관계에 대해서 그대도 모르지 않고, 나도 낯설지 않으니, 질질 끌 필요 없겠지. 어서 첫날밤을 치르자고.”
하지만 현미는 가까이 다가갈 생각이 없어 보였다.
“진국과 위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지. 아직 처리해야 할 일이 많으니, 그대는 먼저 쉬어라.”
그리고 몸을 돌려 자리를 떠나갔다. 호승이 당황한 얼굴을 하고 그녀를 보았으나, 그녀는 차가운 등만 보여줄 뿐이었다.
문이 열렸다. 예복을 입은 현미가 안에서 나오더니 서문청공과 눈빛을 교환하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가요!”
서문청공은 그녀와 같이 떠나갔다. 멀지 않은 곳에서 당희는 그 모든 것을 지켜보았다.
방 안,
침상 위에 앉아 있는 호승은 눈을 감고 말이 없었다. 그렇게 조용히 앉아서 밤을 지새웠다.
그날 밤부터 현미는 그의 방에 다시는 들어가지 않고, 황궁의 다른 궁전에서 지냈다.
* * *
초려별원.
관방의가 다급히 원강의 거처로 와서 그대로 객청에 들어서더니 문을 닫고 바로 물었다.
“도야에게 연락이 온 거야?”
원강이 끄덕이더니 그녀에게 서신을 보여주었다. 비록 상대방이 알아보지 못한다 하더라도, 관방의에게 증명하기 위해 보여준 것이다.
관방의는 확실히 알아보지 못했다. 다만 그 필적을 한번 확인하고는 종이에서 시선을 떼고 원강에게 물었다.
“도야가 뭐라고 했지?”
“우선은 진국과 위국의 전쟁으로 인한 각 세력의 변화, 가장 중요한 것은 왕야 쪽의 대응방책에 대해서 간략하게 보고하라고 하셨소.”
관방의가 끄덕였다.
“또, 다른 것은?”
“또 소평파….”
“소평파?”
관방의가 중간에 끼어들었다.
“도야는 성경에 있으면서도 그자를 잊지 못하는 거야? 정말 한가한가 보군.”
“도야가 이미 확인한 사항이오. 이번 위국의 변고는 소평파가 뒤에서 다 계획한 것이오.”
“뭐라고? 그자가!”
관방의가 깜짝 놀랐다. 이번의 변고로 인해 위국은 크게 손해를 보았다. 소평파가 숨어들어 오랫동안 소식이 없었다. 그런데 이렇게 한번 움직였을 뿐인데, 아주 일을 크게 치렀다. 간담이 서늘할 정도였다.
“그래서 도야가 그자를 어떻게든 죽이려 했었군. 이번에 그자 때문에 얼마나 많은 사람이 패가망신을 당했는지 모를 정도야. 확실히 해로운 사람이야. 도야가 그자를 잊지 않은 것을 보면, 혹시 없애버리려고 그러는 거야?”
“맞소. 그자를 살려 놓는다면, 나중에 큰 해가 될 것이오. 도야는 이번 기회에 그자를 죽이라고 말하셨소.”
관방의가 침음했다.
“없애는 건 좋은데 말이야. 그놈은 참 까다로운 놈이야. 도야가 직접 나서도 처리하지 못할 수도 있어. 진국에 숨어든 후에는 진국 수행자들의 보호를 받고 있기까지 하지. 도야가 있을 때도 어쩌지 못한 사람이야. 우리라고 별다른 방법이 있을 것 같진 않은데?”
“당연히 그 부분에 대해서도 고려하셨소. 도야는 우리가 할 수 없는 일을 시키지 않으시오. 도야가 말하길, 소평파가 지금껏 웅크리고 있다가 손을 쓴 것을 보니, 소평파에게 있어 이번 기회가 아주 절실한 기회임이 틀림없다고 말씀하셨소. 지금까지 웅크리고 있었던 것은 모두 이번 일을 위해서임이 분명하니, 그는 이번에 절대 실패를 용납하지 못할 것이오.”
“즉, 그는 직접 현장에서 지휘하고 있을 가능성이 아주 크다고 하셨소. 적국을 혼란스럽게 하는 건 한 번으로 끝날 리 없는 일이오. 당연히 후속 조치가 있을 것이오. 그러니 그 본인은 이미 진국을 떠나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하셨소. 일단 진국을 떠났다면, 아마 위국 경성이나 제국 경성 근처에 있을 확률이 높다고 하셨소. 소란이 일어나는 그곳이 바로 소평파가 있는 곳이라는 말을 하셨소.”
“소평파가 만약 진국을 떠났다면, 그건 우리가 그를 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말이오.”
관방의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설사 도야의 판단이 정확하다고 한들, 소평파가 적국의 소요를 일으키는 일을 책임지고 있다면, 분명 다른 자들에게 행적을 들키지 않고 움직이려 할 거야. 우리 세력으로 그를 찾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야. 그리고 진국에서도 분명 상당한 고수들을 보내 그를 보호하려고 할 테니, 우리의 힘으로 그를 처리하기는 쉽지 않을 거야.”
“도야도 그걸 알고 있으시오. 그 일은 우리가 할 필요 없소. 진국과 위국이 전쟁을 벌이고 있소. 제국, 위국, 진국이 얽힌 일이니….”
관방의가 갑자기 뭔가 깨달은 듯 말을 끊으며 말했다.
“맞아! 위국과 제국이 이 사실을 안다면 절대 그놈을 그냥 놔두지 않을 거야. 두 나라는 분명 국가의 힘을 사용해 그를 상대하려 하겠지. 우리가 직접 움직이는 것보다 훨씬 안정적인 방법이지.”
원강이 끄덕였다.
“나는 현미와 연락하겠소. 위국 쪽을 책임지지. 제경은 당신이 익숙하니, 호운도에게 연락해, 제국 쪽을 책임지시오. 기억하시오. 이 일은 아주 비밀스럽게 진행해야 하고, 최대한 우리와 연관 지어 생각하지 못하게 해야 하오. 오량산의 사람들이 알게 해서도 안 되오.”
“좋아!”
관방의가 대답했다. 세부적인 사항을 의논한 두 사람은 신속하게 할 일을 하기 위해 흩어졌다.
* * *
끝없는 초원 위.
십만의 대군이 잠시 멈춰 정비하고 있었다. 한 전령이 빠르게 달려와 통군대장군 파원성(巴元成)에게 두 손으로 서신을 건네며 큰소리로 보고했다.
“장군, 폐하의 급조(急詔)입니다! 서원대왕 호운승이 금왕 호계와 결탁하여 모반을 일으켰습니다. 지금 그가 경성을 포위하고 있어 경성이 위태롭다고 합니다. 지금 당장 빠르게 경성으로 돌아와 경성을 보호하라는 전하의 어명입니다!”
“뭐라?”
마침 양고기를 구워 먹고 있던 파원성은 깜짝 놀라 손에 들고 있던 양다리를 떨어뜨렸다. 곧 벌떡 일어난 그는 전령이 들고 있는 서신을 빼앗아 내용을 확인했다.
모닥불 근처에 앉아 있던 장수들도 다들 매우 놀라 분분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신을 확인한 파원성이 가슴을 치며 분통을 터트렸다.
“일찍부터 서원대왕에게 야심이 있음을 알았다. 과연 반역을 일으켰구나. 지금 대군은 즉시 움직여 경성을 구하러 간다. 빨리!”
“잠깐!”
그때 한 장수가 그런 장군을 저지하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장군, 잠시 진정하시지요.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너무 공교롭습니다. 경성 주위에 삼대 문파가 자리하고 있고, 그들의 보호를 받고 있습니다. 당연히 반란군이 쉽게 날뛸 수 없습니다. 혹시 누군가 수작을 부리는 것은 아닐까요? 이대로 철군을 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파원성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리고 전령에게 서신을 다시 가져오게 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황제의 인장이 분명했다.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사람들도 살펴보고는 별다른 문제를 발견하지 못했다.
“서원대왕과 금왕이 이런 시기에 모반을 일으킨 것 뒤에 진국의 협조가 있을 것 같습니다.
“혹시라도 경성이 저들에게 넘어간다면, 정말로 폐하가 위험해지실 수 있습니다. 저희도 천고의 죄인이 되겠지요.”
“저는 다만 이런 시기에 문제가 생긴 것이 너무 공교로워서 그렇습니다. 여러분, 만약 지금 군을 철수한다면, 그래서 만약 제시간에 위국에 도착하지 못한다면, 위국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위국이 무너지면, 우리 제국도 어려운 상황에 부닥치게 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 제국이 자신의 앞가림도 못 하고 어찌 위국을 돕겠습니까. 장군, 만약 여기서 경성에 지원을 가지 않으면, 그건 어명을 어기는 것입니다!”
장수들이 분분히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파원성은 발을 쿵 하고 내리찍고는 명령했다.
“대원수님께 지금 상황을 확인해라! 대군은 철수와 동시에 가장 빠를 파발을 띄워 경성의 상황이 진실인지 확인하게 하라!”
명령이 전달되고 정비하던 대군이 빠르게 되돌아가기 시작했다.
돌아가던 군대는 어명에 따라, 반란군과 구별하기 위해 모두 머리에 흰 천을 머리에 두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