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362화 (459/1,000)

1362화. 참으로 악독하구나!

“무슨 일이냐?”

“제국 황자가 현미의 데릴사위로 들어갔습니다. 위국 인심을 진정시키기 위해서이지요. 저는 그 일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걸 보고 싶지 않습니다. 위국 쪽에도 분명 선생님의 사람이 있으시겠지요?”

“우리 쪽 사람은 큰 도움을 주지 못할 것이다.”

“위국 황궁, 영허부, 수정각, 대악산의 세력 중에 선생님의 사람이 있기만 하면 됩니다.”

“도대체 뭘 원하는 것이냐?”

“현미의 남편은 호승입니다. 하지만 현미의 정인은 서문청공이지요. 하나는 남편이고, 하나는 정인이지요. 아무리 봐도 재미있는 상황이 아닙니까. 최소한 저는 현미의 남편이 현미와 정인 사이의 관계를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서문청공은 도량이 넓습니다. 하지만 호승도 그러할까요? 그는 자신의 부인이 대놓고 바람피우는 것을 묵묵히 견딜 수 있을까요?”

남자가 소평파를 흘겨보며 말했다.

“호승은 제국의 사명을 짊어지고 있다. 이 혼인이 그저 보여주기식이라는 것을 그가 모르겠느냐? 아마 결국 참을 것이다. 그걸로 그들 사이를 이간질하겠다니, 쓸데없는 생각 같군.”

소평파가 손사래를 쳤다.

“그것도 무슨 상황인지 봐야지요. 만약 호승이 믿는 것이 있어 두려울 것이 없다면 어떻습니까? 만약 누군가 호승에게 그렇게 하라고 지지를 한다면요?”

“호오? 그게 무슨 말이지?”

마치 고견을 들어보자는 모습이었다. 소평파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위국의 황제였던 현승천은 지금 기본적으로 이미 폐위당한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지금 위국의 대권을 쥐고 있는 것은 현미이지요. 그러니 제 계획은 가능성이 아주 큽니다. 현미가 아직 신하이던 시절, 손에 대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위국 삼대 문파는 서문청공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았습니다.”

“위국 삼대 문파는 현승천의 무능함을 보았고, 반대로 현미의 대단한 능력을 보았습니다. 아마 위국 삼대 문파는 현미가 정식으로 위국의 대권을 쥐기를 바라마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곁에 정인이 따로 있으니, 현미가 위국의 대권을 쥐는 것에 방해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니 지금 누군가가 위국 삼대 문파에 조금만 이간질을 하면, 위국 삼대 문파는 서문청공을 받아들이지 못할 것입니다. 그를 죽이는 것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요.”

남자가 냉소 지었다.

“지금 위국 삼대 문파는 현미를 필요로 한다. 이럴 때 현미와 원한을 사려 하지 않겠지.”

“그러니, 호승이 바로 절묘한 장기말인 것입니다. 현미가 왜 호승과 혼인했습니까? 대국을 위해서입니다. 만약 호승이 서문청공을 죽이려 한다면, 그건 더는 위국 삼대 문파와 상관이 없는 일입니다. 그건 치정 싸움일 뿐이지요. 그러니 이간질만 잘한다면, 뒤에서 등을 조금만 떠민다면, 위국 삼대 문파의 마음이 동하지 않겠습니까?”

“부인이 바람을 피우는 것을 지켜본 호승은 분명 불만을 품고 있을 것입니다. 일단 위국 삼대 문파가 암중에 도와준다면, 분명 두려움 없이 행할 것입니다!”

“호승이 성공한다면, 서문청공은 죽게 될 것입니다. 서문청공이 죽었다고, 현미가 애정 때문에 호승을 죽인다면, 그 즉시 인심은 공황에 빠질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이번 혼인은 쓸데없는 짓이 되는 것이지요.”

“만약 호승이 실패해서 서문청공에 의해 죽임을 당해도 효과는 있습니다. 서문청공이 호승을 죽인다면, 위국의 대사를 망친 것이니, 위국 삼대 문파가 그를 가만히 내버려 두겠습니까?”

남자는 눈앞에 있는 소평파를 바라보며, 한 글자 한 글자 힘을 주어 말했다.

“네 수법이 참으로 악독하구나!”

“두 나라의 전쟁입니다. 기만과 속임수를 쓰는 것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더욱이 일개 여자인 현미가 양다리를 걸치는 것이 우습다고 생각되지 않으십니까? 여인의 도리를 업신여기는 것입니다! 저는 단지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현미에게 작은 벌을 내리는 것일 뿐입니다!”

“만약 호승이 서문청공을 죽이지도 못하고, 서문청공이 대국을 위해 이를 참는다면?”

“위국 삼대 문파는 절대 그렇게 좋은 결말을 맞이하도록 두고 보지 않을 것입니다. 일단 위국 삼대 문파가 호승을 돕기로 했다면, 그건 반드시 계획을 성공시킬 확신이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당연히 장난처럼 취급하지 않겠지요. 손을 쓰지 않으면 모를까. 일단 손을 쓰면 반드시 서문청공을 죽음으로 몰 것입니다!

설사 마지막에 제가 원하는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고 해도, 위국의 주정자(主政者)인 현미의 마음을 어지럽힐 수 있다면, 그 또한 진국에는 유리한 일이지요. 별로 힘든 일도 아니니 하지 않을 이유가 없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남자는 냉소 지었다.

“서문청공은 너와 아무런 원한이 없다. 서문청공에게는 그야말로 마른하늘에 날벼락이구나! 인제 보니 내가 참 괜찮은 협력 대상을 찾은 것 같구나. 과거 현미가 너를 위국으로 포섭했지만, 너는 진국으로 도망쳤지. 아마 그것이 그녀의 일생에 가장 큰 실수일 것 같구나. 좋다. 이곳에 오래 머물 수 없으니, 나중에 다시 연락하겠다.”

소평파가 즉시 포권을 하며 배웅했다.

“저도 얼굴을 사람들 앞에 내밀 수 있는 처지가 아닙니다. 선생님을 모시지 못하는 점 양해 부탁드립니다. 살펴 가십시오.”

그렇게 손님을 보낸 후, 남자를 배웅한 소삼성이 빠르게 위층으로 올라왔다. 그리고는 창문 앞에 뒷짐을 지고 있는 소평파 곁으로 가더니 조심스럽게 물었다.

“표묘각의 사람입니까?”

소평파는 가타부타 말이 없었다. 소삼성은 자신의 추측이 맞았다는 것을 알았다. 덕분에 걱정이 되기 시작한 소삼성이 말했다.

“대공자님, 후속 조치를 빨리해야 할 것 같습니다. 만약 상대방을 두렵게 하지 못하면, 정말 저희를 죽이려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럴 필요 없다! 나는 도박을 할 수 있지만, 그는 도박할 수 없다. 그가 나를 보러왔다는 것만으로, 그는 진 것이다. 이는 그가 도박을 할 수 없다는 것을 뜻하는 것이지. 그가 오늘 나를 찾아온 것은 나를 진정시키기 위한 것이다. 분명 암중에 나를 감시하는 사람이 있어, 내가 숨겨놓은 것을 찾아내려 할 것이다. 표묘각의 세력은 그야말로 괴이하다. 그러니 내가 아무리 잘 숨긴다 해도, 저자에게 발견될 가능성이 있다.”

“일단 그가 그것을 찾는다면, 그날이 바로 내 제삿날일 것이다.”

“유일하게 움직이지 않는다면, 그로서 그에게 아무런 단서도 주지 않는다면, 그는 감히 자신에게 피해가 올까 봐 나를 건들지 못할 것이다. 그러니 움직이면 죽을 것이고, 움직이지 않으면 살 것이다. 그는 지금 감히 나를 죽이지 않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최대한 나를 지키려 할 것이다! 노소, 생사의 간극에서, 우리는 약세에 처해있다. 경거망동하지 말고, 방심해서도 안 된다!”

소삼성은 오금이 저렸다. 어쩐지 조금도 움직이지 않는다 하더니! 이건 지금 말뿐인 위협이었다. 대공자가 미친 사람 같았다. 이건 지금 상대방과 목숨을 건 도박을 한 것이다!

소평파가 뒤돌아 다시 물었다.

“황궁의 일을 잘 감시해라. 혹시라도 실수가 있어서는 안 된다.”

소삼성이 대답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공자님, 모든 것이 정상입니다. 별문제 없습니다. 내일 아침이면 결과를 확인할 수 있으실 겁니다. 다만 그 귀의의 제자가 마음에 걸립니다. 혹시라도 그가 손을 쓴다면 어찌합니까. 그는 심지어 ‘홍해아’의 독도 해독할 수 있다고 합니다. 일단 그가 손을 쓰면, 어쩌면…. 공자님, 그냥 동시에 손을 써서 그를 처리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후환을 없애시지요?”

소평파는 창밖의 황혼을 바라보며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수행계에서 떠도는 귀의의 소문에 따르면, 그는 종잡을 수 없는 사람이다…. 귀의의 사람이라면 최대한 건드리지 않는 것이 좋을 것 같구나. 만약 정말 소문과 같다면, 지금처럼 중요한 시기에 어떤 문제가 생길지 알 수가 없다. 그저 황궁 안에 문제가 생기기만 하면, 황궁 안에서 별다른 실수가 없기만 하면, 그가 손을 쓰든 말든 더는 중요한 것이 아니다. 서원대왕 호운승을 잘 감시해라. 절대 그가 후회할 기회를 주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 * *

별이 빛나는 탁 트인 하늘 아래.

피로에 지친 장병들은 숨을 가쁘게 쉬면서도, 여전히 빠르게 행군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때, 한 기마가 날듯이 달려와 큰 소리로 보고했다.

“장군, 대원수님의 대답이 왔습니다. 반란군이 확실히 경성을 공격했으니, 빨리 돌아가 지원하라는 명령입니다.”

말 안장 위에 앉아 있던 파원성은 서신을 빼앗듯이 가져가 살펴보고는, 가슴을 두드리며 탄식을 내뱉었다. 그리고는 곧 손을 휘두르며 말했다.

“빨리, 행군의 속도를 높여라!”

한쪽에 있는 한 장수가 말했다.

“장군, 병사들이 이미 피로에 지쳐있습니다. 더는 속도를 높일 수 없습니다!”

바로 그때, 또 한 기마가 달려와 보고했다.

“장군, 경성에서 답장이 왔습니다. 폐하께서 저희를 불러들이신 것이 맞다고 합니다!”

파원성은 뒤에 병사들이 들고 있는 횃불 아래 피로에 지친 병사들의 얼굴을 보더니 이를 악물고 말했다.

“보병은 그 자리에서 휴식을 취한 후 다시 움직이고, 기병은 계속 전진한다!”

* * *

횃불 곁에 있는 대군영 내부.

지도를 보고 있는 호연무한의 안색이 심각하게 굳어있었다.

문제가 생겼다. 아래 대군이 군령을 듣지 않는 상황이 생긴 것이다. 만약 각지에 심어 놓은 밀정이 아니었다면, 그는 수하 병력이 행로를 바꾼 것을 모를 뻔했다.

“보고입니다!”

장막 밖에서 소리가 들리고, 한 장수가 휘장을 걷으며 안으로 들어와 빠르게 호연무한에게 다가가 포권을 하고는 말했다.

“대원수님, 확인해 봤습니다. 위국에 들어와 윤여의 대군을 막으라는 명을 받은 동남부의 병력이 이미 철수했습니다. 파원성이 이끄는 십만의 선봉 부대도 철수했습니다. 서남 방향으로 진국을 공격하기로 한 병력도 철수했습니다. 세 분대가 모두 경성 방향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경성?”

호연무한이 굳은 얼굴로 눈살을 찌푸렸다.

“전장에서 항명하다니, 도대체 무슨 생각이란 말인가?”

장수가 대답했다.

“저들이 지나는 역참의 사람들이 보고한 바에 따르면, 저들 세 부대의 병력은 다들 서원대왕과 금왕이 모반을 일으켜 지금 경성을 공격하고 있으니, 지원하기 위해 경성으로 향하고 있다고 했다고 합니다!”

한쪽에 있는 수행자가 말했다.

“그게 무슨 헛소리냐. 경성은 삼대 문파가 지키고 있다. 저들이 쉽게 모반을 일으킬 수 있단 말이냐?”

장수가 대답했다.

“확실히 이상합니다. 더 이상한 것은, 세 부대가 모두 머리에 흰 띠를 하고 있는데, 그것이 반란군과 구별하기 위해서라고 합니다!”

호연무한이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저들이 내가 보낸 군령을 받고 답장을 보내왔느냐?”

“연달아 보낸 소식이 모두 깊은 바다에 빠진 것처럼 그 어디도 답장을 보내오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그 어디에서도 군사정보를 보내오고 있지 않습니다!”

보고를 들은 호연무한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종합했다. 한편, 사람들은 다들 마음이 무거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저들이 뭘 하려고 저러는 것인가?”

호연무한이 굳은 목소리로 분통을 터트렸다. 한쪽에 있던 수행자가 말했다.

“반란? 아무리 봐도 저들이 더욱 반란군 같지 않은가!”

다른 수행자가 말했다.

“세 대부대에 모두 저희 삼대 문파의 사람이 있습니다. 저들이 반란을 일으키도록 놓아둘 리 없습니다!”

한 장수가 말했다.

“만약 정말 모반이라면, 정말 이런 시기에 반란을 일으킨 것이라면, 말할 것도 없이 분명 진국의 힘이 배후에서 돕고 있을 것입니다. 그 목적은 제국이 위국에 지원병력을 보내는 것을 늦추려는 것이겠지요.”

다른 장수가 말했다.

“정말 그렇다면 어찌해야 합니까? 반란을 제압해야 합니까. 아니면 위국으로 지원하러 가야 합니까?”

“저들 세 부대의 통수(統帥)는 대원수님이 직접 키운 자들입니다. 어찌 모반을 하겠습니까?"

“저들 세 부대를 합하면 대략 백만의 대군이 됩니다. 만약 정말 소란이 인다면, 아주 난리가 날 것입니다!”

호연무한이 소리쳤다.

“대군에게 행로를 바꾸게 해라. 파원성의 군대를 막아야겠다!”

“알겠습니다!”

장수들이 대답했다. 호연무한은 다시 현장에 있는 삼대 문파의 수행자들에게 포권하며 말했다.

“제가 여러분께 세 마리 날짐승을 동원해 드리겠으니, 여러분은 저들 세 부대에 있는 본문의 사람들을 만나, 그들이 아직 살아 있는지, 살아 있다면 이것이 어찌 된 일인지 확인해 주시기 바랍니다!”

“대원수의 명에 따릅니다!”

삼대 문파의 장로가 포권을 하며 대답했다. 장막 안의 사람들이 빠르게 흩어져 자신이 맡은 일을 완수하기 위해 움직였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