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363화 (460/1,000)

1363화. 조회(朝會) 전(前)

서원대왕의 왕부 내부.

방 안에 틀어박힌 호운승은 그 안에서 안절부절 배회하고 있었다. 매우 불안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그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소평파가 그를 찍었다.

당시 제경에 유명했던, ‘백운간’이 그와 연관이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 없었다. 다들 백운간이 서원대왕의 것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백운간이 조정에 의해 수색을 받은 후, 그는 정말 어렵게 백운간과의 사이를 청산할 수 있었다. 이후, 그는 괜찮을 줄 알았다. 이제는 다 지나간 일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건 그 자신만의 바람일 뿐이었다. 소평파는 그와 백운간의 주인인 소조와의 관계를 알고 있었다. 그가 소조와 어떠한 남녀관계도 없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이 관계가 단순히 효월각의 신분을 가리기 위한 것이었음을 그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날, 누군가 호운승을 찾아왔고, 호운승이 알고 있는 소조의 물건을 증거로 보여주었다.

그러면서 효월각과 결탁한 일, 그리고 효월각의 힘을 빌려 불충한 계획을 세운 일, 암중에 대량의 전마를 준비해 주었던 일, 그런 것들을 줄줄이 늘어놓았다. 그중 아무것이나 밝혀질 경우, 머리가 떨어질 죄목이었다. 그러니 만약 그것들이 한꺼번에 밝혀진다면, 죽는 것은 정해진 일이었다.

물론, 호운승을 협박한 것뿐만 아니라, 그를 유혹하기도 했다. 모든 일이 끝난 후, 그에게 봉지를 하사하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자신이 해야 하는 일 때문에 호운승은 불안에 떨며, 배회하고, 또 중얼거리고 있었다.

“호운도, 네가 먼저 내게 불인불의했으니, 내가 불인불의했다고 원망하지 말아라….”

그와 같은 말을 계속해서 중얼거리며 얼마나 반복하고 있는지 몰랐다. 어찌 보면 자기 스스로를 위로하고 있는 것 같았다.

그렇게 불안에 떨며 날밤을 지새웠다. 한숨도 자지 못하고, 아침이 되어 하인들이 문을 두드리며 조회에 갈 시간이라 알릴 때까지 뜬눈으로 방을 배회했다.

몸을 씻고 의관을 정제한 후, 호운승은 문을 나서 마차에 올랐고, 그대로 황성으로 향했다.

그가 황성에 도착했을 때, 아직 하늘이 밝아오기 전이었다. 비교적 일찍 도착했다. 아직 조회시간이 되기 전이었기에 그는 일단 조회를 기다릴 때까지 휴식을 취할 수 있는 후조방(候朝房)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이건 그가 황족이기 때문에 누릴 수 있는 특권이었다. 다른 신하들은 이런 것이 없었다. 일찍 도착한 신하들은 다들 조당에서 기다려야 했다.

왜냐하면, 신하들은 황제를 기다릴 수 있지만, 황제가 신하들을 기다리는 법은 없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황족에 대한 특혜는 다른 의도가 있었다. 황제는 황족이 다른 대신들과 어울리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았다. 평소에는 교사대가 감시하고 있지만, 만약 조회 전에 일단의 황족과 일단의 신하들이 같이 섞여 있다면, 그 안에서 무슨 대화가 오갈지 누가 알겠는가. 이 시간에는 교사대의 사람들도 가까이 다가오기 어려운 시간이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격리한 것이다.

한편, 방 안에서는 음식 냄새가 풍기고 있었다. 황궁의 어선방에서 법도에 따라 황족에게 아침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비록 간단한 아침이지만, 군왕의 하사품을 감히 거절할 수는 없었다. 그 위에 더해진 것은 바로 황제의 마음이기 때문이다. 황족들이 아침에 후조방에 오게 되면 다들 여기서 아침을 먹곤 했다. 물론 집에서 먹고 싶은 것을 먹을 때처럼 편하지는 않았다.

“왕야!”

그가 들어오는 것을 보고, 대전 안에 음식을 차리던 내시들이 분분히 예를 올렸다.

호운승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잘 차려진 음식 앞을 한 바퀴 돌았다. 그리고 따뜻한 우유를 발견할 수 있었다. 호운승은 자신을 따라붙는 내시를 물리고는, 직접 손을 움직였다.

그릇을 하나 든 그는 자신을 위해 우유를 한 그릇 퍼 올렸다. 그리고 국자를 내려놓을 때, 호운승의 소매에서 분말이 떨어져 내렸다. 다만 아무도 이를 눈치채지 못했고, 그는 마치 국자를 잘 내려놓지 못한 것처럼 우유를 이리저리 휘저었다.

그는 자신이 이미 떠 놓은 우유를 들고 한쪽으로 가서 천천히 마셨다. 겉으로는 담담했지만, 속으로는 아주 긴장하고 있었다.

그는 자신에게 이런 일을 시킨 사람이 왜 자신을 찾아왔는지 알고 있었다. 황궁 내부의 음식은 아주 엄격하게 관리된다. 특히 황족이 먹는 음식은 더욱 그러했다. 더욱 신중했으며, 더욱 엄격하게 관리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음식에 손을 쓸 기회가 없었다.

“황숙!”

곧 황자 한 명이 안으로 들어와 호운승을 보고 예를 표했다.

“전 제가 가장 먼저 도착할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황숙께서 이미 와 계셨군요.”

호운승은 대충 둘러대며 몇 마디 말을 나누었다.

그 후, 왕들과 황자들이 계속해서 도착했다. 비록 다들 황궁에서 준비한 아침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지만, 기본적으로 조금씩 먹어 예의를 차렸다. 자신이 황제가 하사한 것을 싫어한다고 다른 사람에게 비치는 것이 싫은 것이다.

차려진 음식이 무슨 진귀한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 음식을 먹고 싶어도 먹지 못하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다. 이곳은 아무 황족이나 들어올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우선 조당에 들어설 자격이 있는 황족만이 들어올 수 있었다.

황족들은 다들 일찍 움직였다. 늦는 것보다 일찍 움직이는 것이 나았다. 만약 촉박하게 움직이다가 중도에 문제라도 생기면, 조회를 놓칠 수도 있고, 황제가 기분 나빠할 수도 있었다.

“어라? 시간이 이렇게 지났는데, 큰 형님과 셋째 형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한 황자가 주위를 둘러보더니, 둘이 없는 것을 보고 이상하다며 말했다.

그가 말하는 큰 형님은 바로 금왕 호계였고, 셋째는 영왕 호진이었다. 그 말을 들은 사람들이 주위를 둘러보니, 확실히 두 사람이 보이지 않았다.

우유를 떠서 천천히 마시던 이 황자 호홍이 느긋하게 말했다.

“형님은 오늘 몸이 좋지 않아 청가(請假: 휴가)를 냈다. 셋째는 상자를 들고 후궁으로 향하더군. 아마도 부황께 뭔가 드릴 것이 있는 것 같았다.”

청가는 그럴 수 있다 해도 선물이라니, 누군가가 하하 웃으며 말했다.

“셋째 형님은 평소 그런 것을 싫어하지 않았습니까?”

그 말투에 비웃음이 가득했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웃었고, 혹자는 웃는 듯 마는 듯했고, 혹자는 입을 다물었다.

영왕 호진은 지금 후궁의 입구에 서 있었다. 손에는 단정하게 상자 하나를 들고 있었는데,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지, 허락을 받기 위해 황제의 윤허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미 안에 기별을 넣은 상태였다.

비록 황제와 같은 가족이지만, 후궁에는 후궁과 궁녀가 많아, 성년이 된 황자는 후궁을 나가야 했다. 대부분이 궁을 옮겨 거주하게 되니, 후궁은 어렸을 때가 아니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호진은 확실히 이런 식으로 선물을 드리는 행위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다만 어제 마침 희귀한 물건을 손에 넣었고, 황제가 어찌 알았는지, 궁에서 이 물건에 대해서 사람을 보내 물어보았다. 호진은 눈치가 있는 사람이었다. 당연히 아침 일찍 물건을 싸 들고 이렇게 찾아올 수밖에 없었다.

잠시 후, 한 내시가 빠르게 달려와 허리를 깊이 숙이고 말했다.

“왕야, 돌아가셔야 할 것 같습니다. 이 물건은 소인이 잘 전달하겠습니다.”

호진이 멈칫했다.

“부황이 나를 보시겠다고 하지 않으셨는가?”

내시가 다급히 말했다.

“왕야, 오해하지 마십시오….”

그리고는 좌우를 보고 조용히 중얼거렸다.

“원래는 왕야를 안으로 들이려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무슨 소식이 왔는지, 문제가 생긴 것 같았습니다. 지금 폐하는 왕야를 볼 정신이 없으십니다.”

문제? 문제가 생겼다고? 호진의 두 눈이 번뜩였다. 하지만 자세히 알아보려 하지 않고는 그저 들고 있는 상자를 내시에게 건네며 예의 바르게 말했다.

“그럼, 잘 부탁하네.”

“아이고, 그런 말씀 마십시오. 이건 소인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입니다.”

내시는 조심스럽게 물건을 건네받고는 연신 호진에게 조심히 가라고 인사했다.

그곳을 떠난 호진은 후조방으로 향했다. 그 안에 들어가자 사람들이 다들 괴상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심지어 어떤 사람은 자기들끼리 쑥덕거리며 헐뜯는 말을 하기도 했다.

호진은 못 들은 척, 음식이 차려진 곳으로 가서 따뜻한 우유를 한잔 떠서 천천히 마실 뿐이었다.

아들이 선물을 들고 찾아왔다. 호운도는 원래 호진을 만날 생각이었다. 하지만 문제가 생겼고, 어쩔 수 없이 아들을 홀대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서신이 한 통 도착했다. 교사대로부터 온 소식으로 급히 황궁으로 전해졌다.

서탁 뒤에 앉아 있던 호운도는 서신을 보며 한참 고민했다. 서신에 의하면, 위국의 내란은 소평파가 직접 계획한 것이며, 지금 그 소평파가 바로 제국 경성에 있다는 말이 적혀있었다. 또한, 진국과 위국의 전쟁처럼, 이 소평파라는 자는 제국에게도 뭔가 나쁜 계획을 가지고 있을 가능성이 크니 조심하라는 내용이 적혀있었다.

“폐하!”

다급히 불려온 군대의 두 장수가 호운도에게 나아왔다.

두 사람은 원래 조당 쪽에서 조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한 내시가 오더니 두 사람을 불러 황제가 보고자 한다고 전했고, 지금 여기 나타나게 된 것이다.

호운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서신을 한쪽에 있는 보심에게 건넸다.

“저들에게 보여주어라.”

보심은 서신을 받아 두 장수에게 건넸다. 두 장수는 머리를 맞대고 같이 서신의 내용을 살펴보았다. 내용을 모두 확인한 두 사람은 서로 눈빛을 교환하고는 안색이 어두워졌다.

수염이 무성한 장군이 포권을 하며 말했다.

“폐하, 이 서신은 누가 보내온 것입니까?”

“누가 보내온 것인지 모르오, 두 분은 이 서신의 내용이 진짜인 것 같소?”

피부가 다소 검은 장군이 말했다.

“폐하, 만약 이 소평파가 정말 제경에서 소란을 피우려고 한다면, 관심을 가지고 찾아볼 가치가 있을 것입니다. 이건 그냥 넘길 일이 아닌 것 같습니다. 위국의 변고가 바로 반면교사입니다. 신이 보기에, 차라리 이 서신의 내용을 믿을지언정,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습니다!”

수염이 무성한 장군이 끄덕였다.

“맞습니다! 신도 그리 생각합니다.”

호운도가 자리에서 일어나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소! 두 분의 생각이 짐과 같군. 그것이 바로 두 분을 이리로 불러온 이유요. 두 분은 비밀리에 경성에 있는 병력을 동원해 교사대와 협조하도록 하시오!”

“어명을 받듭니다!”

두 장수가 대답했다. 호운도는 뒤돌아 보심에게 말했다.

“이번 일은 네가 지휘해라. 경성에 있는 교사대의 모든 힘을 동원해라. 소평파가 경성에 있기만 하면, 반드시 찾아내서 잡아야 할 것이다. 최대한 살려서 붙잡아 진국의 계획을 알아내야 한다!”

보심이 머뭇거리며 대답했다.

“소평파는 영왕비의 오라비입니다. 그를 붙잡을 때 무력을 사용하게 된다면….”

호운도가 보심의 말을 끊으며 말했다.

“살려서 잡을 수 없다면, 죽여서라도 붙잡아라. 생사를 따지지 않겠다. 만약 영왕비가 이번 일에 연관되었다면, 다 같이 처벌할 것이다. 절대 쉽게 용서하지 않을 것이야. 아무튼, 절대 위국과 같은 일이 제국에서 재연되어서는 안 된다!”

보심은 깨달았다. 이런 일에 영왕비의 감정을 고려할 필요가 없었다. 소평파가 제국의 황친국척인지 신경 쓸 필요도 없었다.

황제의 명령이 떨어졌으니, 보심은 어떻게 해야 할지 기준이 잡혔다. 곧 허리를 굽히며 대답했다.

“알겠습니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