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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65화 (462/1,000)

1365화. 의심

남자가 말할 것도 없이, 소평파도 잘 알고 있었다. 다만 소평파가 관심을 가진 것은 그 부분이 아니었다.

“제가 제경에 온 것은 진국의 중대 기밀입니다! 선생님께 감히 여쭙겠습니다. 제가 여기 있는 것을 호운도가 어찌 알았단 말입니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우선 도망쳐야 하지 않겠나.”

소평파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틀렸습니다. 만약 호운도가 어찌 알았는지 알지 못한다면, 만약 이쪽에 적의 첩자가 있는 것이라면, 어디로 도망가도 저를 쫓아올 것이니, 제국을 벗어나지 못할 것입니다. 선생님, 저를 도와주십시오!”

소평파가 포권을 하고 남자에게 간구했다. 남자는 잠시 침묵했다. 생각해 보니 소평파의 말이 틀리지 않았다. 그건 자신이 간과한 부분이었다. 잠시 고민하던 그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 문제는 내가 도와줄 수 있는 부분이 아니군. 내가 알기로, 호운도 그 자신도 비밀을 알려온 사람이 누구인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분명 네가 여기 온 것을 아는 사람이 호운도에게 알린 것은 분명하지. 네가 제국에 온 것을 아는 사람이 누구인지 아마 진국 쪽이 가장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그 말씀은 진국 쪽에 첩자가 있단 말입니까?”

“그게 가장 말이 되는 설명이다. 네가 여기 온 것을 아는 진국 사람은, 많다면 많고, 적다면 적다. 그러니 비밀이 새나갔을 가능성이 없지 않지.”

“제가 생각하기에 진국에서 비밀이 새나갔을 가능성은 배제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지금 선생님께서 한 가지 간과하시면 안 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진국에서 제 행적을 알고 있는 사람이, 만약 대국을 생각하지 않고 저를 해치고자 했다면, 지금까지 기다릴 필요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위국에 있을 때 손을 쓸 수 있었습니다. 심지어 제가 제국에 온 지도 시간이 어느 정도 흘렀습니다. 그런데 왜 지금 와서 밀고한단 말입니까?”

이제야, 어째서 영왕 호진에게 문제가 생겼는지 알 수 있었다. 호운도가 오늘 아침 받았다는 그 밀고 서신 때문일 것이 분명했다.

이번 일 때문에 소유아가 피해를 보았다. 도대체 밀고한 사람이 누구란 말인가? 소평파는 이를 갈았다. 소평파는 만약 자신이 그 사람을 찾아낸다면,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을 후회하게 만들어 줄 것으라 생각했다!

다만 그 와중에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소평파는 호운도가 전방의 대군이 간섭을 받았다는 소식을 받았을까 봐 걱정했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소평파를 돌아보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머리가 아주 냉정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보통내기가 아니었다.

남자는 뒷짐을 지고 천천히 걸으며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네 말을 들으니, 확실히 말이 되는군.”

문득 발걸음을 멈춘 그가 이어 말했다.

“설마 표묘각의 사람이 수작을 부린 것일까?”

소평파가 다소 놀란 목소리로 말했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내가 전해 들은 소식도 표묘각의 사람을 통해 들은 것이다. 표묘각도 당연히 네 상황을 파악하고 있을 것이다.”

“선생님의 말씀은, 표묘각에서 이번 일에 간섭했을 가능성이 있단 말입니까?”

소평파는 매우 불안했다. 표묘각이라는 배경, 또 표묘각의 세력은 너무나 거대했다. 만약 표묘각이 암중에 이번 전쟁에 개입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면, 그건 성존의 태도를 대표하는 것이기도 했다. 그렇게 되면 진국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다고 봐야 한다.

“그럴 가능성이 없는 것도 아니다. 물론, 가능성이 크지는 않지. 내가 말한 것은 표묘각 내부에 나와 같은 사람이 있어. 사적으로 몰래 개입했을 가능성을 말한 것이다.”

소평파가 머뭇거리며 말했다.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까?”

“넌 알아야 한다. 표묘각은 성존의 집행세력을 통칭하는 말이다. 내부에 각자의 세력이 섞여 있으니, 각자의 이익을 위해, 누군가 암중에 개입하는 것은 하나도 이상할 것이 없다.”

“선생님의 말씀대로 하면, 만약 표묘각의 내부가 각자의 이익을 위해 그랬단 것입니까…? 정말 그렇다면, 전 오히려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쟁에 개입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어째서 저를 잡으려 한단 말입니까? 전 표묘각의 원한을 산 적이 없는 것 같습니다만.”

남자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렇다. 만약 전쟁이 표묘각 내부, 누군가의 이익을 건드렸다면, 그 사람은 전쟁 그 자체에 개입하고자 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독 소평파만을 대상으로 하는 일이었다.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네 말이 일리가 있다. 그럼 참으로 이상하구나. 진국 내부의 첩자도 아니고, 표묘각 내부의 개입도 아니라면, 누구란 말이냐?”

“전 두 가지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호오?”

남자는 마치 소평파의 고견을 들어보자는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 가지 가능성은, 다른 곳에 첩자가 숨어있어, 얼마 전에 제가 있는 곳을 파악한 것입니다. 그럼 어째서 지금에서야 소식을 호운도에게 전했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남자가 끄덕이며 물었다.

“나머지 가능성은 무엇이냐?”

소평파가 침묵하더니, 눈을 가늘게 뜨고 말했다.

“이 가능성이 아니기를 바랄 뿐입니다.”

소평파가 머뭇거리자 남자가 의아해하며 말했다.

“도대체 뭘 의심하는 것이냐?”

“저는 한 사람을 의심하고 있습니다. 바로 우유도입니다!”

“우유도?”

남자가 멈칫하더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말했다.

“여기서 왜 그놈의 이름이 나온단 말이냐? 그가 했다는 증거라도 있는가?”

소평파가 갑자기 단호하게 말했다.

“이는 지금 이 행동이, 개인을 죽이기 위한 한 수이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를 아주 잘 알고 있습니다. 반대로 그도 저에 대해서 아주 잘 알고 있지요. 진국과 위국의 전쟁에서 제가 손을 쓰자, 그가 저의 개입을 알아차린 것은 조금도 이상할 것이 없는 일입니다. 그로서 제가 제국에 있다고 판단을 내리는 것도 불가능한 일은 아니지요!”

“그렇게 된다면, 호운도조차 그에게 밀고한 사람이 누구인지 모른다는 것을 설명할 수 있습니다. 통상적으로 만약 다른 곳에 있는 첩자가 소식을 접하고 제국에 정보를 제공했다면, 그쪽에서 호운도에게 정체를 숨기는 것은 비정상적인 일입니다. 이건 상대방의 호의를 살 좋은 기회입니다.”

“그리고 시간을 계산해 봤을 때,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그걸로 어째서 위국에 있을 때 저를 건드리지 않았는지 설명할 수 있습니다. 위국 내부의 혼란은 갑작스럽게 생겨난 것입니다. 소식이 위국에서 성경으로 전해졌을 때, 우유도가 그 소식을 듣고, 상황을 파악하고 분석하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러니 이제 와 호운도에게 소식이 전해진 상황에 부합합니다.”

남자는 다소 괴상한 눈으로 소평파를 바라보았다. 마치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얼굴로 웃지도 울지도 못하며 말했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지? 지금 네가 한 말은 모두 억지에 불과하다. 우유도는 지금 성경 내부에 갇혀있다. 외부와 연락을 할 수 없다는 말이지.”

소평파의 목소리가 조금 커졌다.

“바로 그것이 어째서 호운도에게 신분을 밝히지 않았는지를 설명할 수 있습니다. 바로 우유도가 성경에 있기 때문입니다. 그는 자신이 성경에서 외부와 연락할 수 있다는 것을 숨기고 싶은 것입니다. 선생님, 성경 안에서 절대 외부와 소통할 수 없다고 장담할 수 있으십니까?”

그 부분에 대해서 남자는 장담할 수 없어 침음을 삼켰다.

“네 말대로라면, 성경에서 누군가가 그를 도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외부로 소식을 전달할 수 없지. 하지만 내가 알고 있는 성경 내부 상황대로라면, 누가 밥 먹고 할 짓 없이 우유도를 도와 이런 짓을 한단 말이냐? 폭로될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고, 겨우 너를 상대한다고?”

“이건 제 추측에 불과합니다. 다른 가능성도 있지요. 저는 제 추측이 틀렸기를 바랄 뿐입니다. 그건 제가 가장 원하지 않는 결과입니다. 정말로 성경 안에서 누군가 우유도를 돕고 있는 것이라면, 그건 우유도가 성경 내부의 판도에 어느 정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하며, 우유도를 상대하기가 더욱 어려워진다는 이야기이기 때문입니다!”

거기까지 말하고, 소평파는 남자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그가 한 짓이든 아니든, 지금 당장 결론을 내는 것은 어렵습니다. 만약 우유도가 한 것이라면, 언젠가는 꼬리가 잡히겠지요. 선생님, 성경 안에 있는 우유도의 상세한 정보를 최대한 빨리 파악해 소인에게 알려주십시오!”

남자는 다소 침묵했다. 소평파가 한 말 중에 어느 정도 말이 되는 부분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 우유도란 말인가? 정말 그렇다면, 성경 안에서 분명 누군가 그를 돕고 있을 것이다. 그게 누굴까? 남자도 누가 우유도를 돕고 있는지 알고 싶었다.

생각을 멈춘 남자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다.”

그리고 다시 정신을 차린 그가 당부했다.

“어쨌든 이제 더 이상 시간을 허비하지 말고, 최대한 빨리 이곳을 벗어나라. 가능하면 북문으로 철수하는 것이 좋을 것이다. 내가 그쪽에 사람을 안배해 놓았으니, 만약 문제가 생긴다 해도, 쉽게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소평파가 공손하게 인사하며 말했다.

“선생님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남자는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몸을 돌려 그곳을 떠나갔다. 손님이 떠난 후, 소삼성이 다시 빠르게 위로 뛰어올라 왔다.

“대공자님, 그분께서 왜 다시 찾아오신 겁니까?”

“내게 알려줄 소식이 있었다….”

소평파는 그가 온 대략적인 이유를 알려주었다. 소삼성은 그 이야기를 듣고 대경실색했고, 크게 다행스러워했다.

“다행입니다. 정말 다행입니다. 저분이 아직 있었기에 망정이지, 정말 큰일 날 뻔했습니다.”

“다행이라고?”

소평파가 냉소 지었다.

“우연일 리가 없다. 우연일 수가 없지. 너는 정말로 저자가 나와 얼굴 한번 보기 위해 이곳을 찾아왔다고 생각하는 것이냐? 내가 말했듯이, 저자는 내가 준비한 한 수가 무엇인지 알고 싶어 한다. 기왕 여기 왔으니, 분명 어떤 안배를 하려 하겠지. 저자는 아직 내가 죽는 것을 원치 않는다. 여기서 소식을 들었으니, 당연히 내게 알린 것이다.”

그런 것이군. 소삼성은 생각에 잠기며 끄덕였다.

“됐다.”

소평파가 손을 흔들었다.

“호운도가 이미 교사대의 힘을 동원해 나를 붙잡으려 한다니, 여기에 더 머무는 것은 좋지 않겠다. 가서 빨리 준비해라. 이곳에서 바로 철수할 것이다!”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명령을 받고 방을 나섰다.

* * *

남쪽 성문, 소대의 사람들이 서원대왕 호운승과 같이 말을 타고 달리고 있었다.

왕야에 어울리는 위풍당당함이었다. 그 모습을 보면 마치 성 밖으로 사냥을 나가려는 것 같았다. 사실 황제의 친동생인 이 왕야는 성격이 별로 좋지 않았다. 성문을 지키는 수위들은 그 누구도 감히 그를 막지 못했다.

조회가 다소 연기되어, 마치는 시간이 늦어졌다. 조회가 끝나자 호운승은 즉시 수하들을 이끌고 사냥을 나선 것이다.

사실 사냥은 보여주기 위한 것이며, 진정한 목적은 이곳을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그는 자신이 무슨 짓을 했는지 잘 알고 있었다. 당연히 여기 남아있는 것은 죽음을 자초하는 것이니, 최대한 빨리 도망쳐야 했다.

성문을 나선 호운승은 안장에 앉아 우뚝 솟은 제경을 뒤돌아보았다. 이대로 떠나면 언제쯤에 돌아올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가족들은 이미 며칠 전에 유람한다는 핑계를 대고 모두 떠나있었다. 그러니 호운승은 떠나는 것에 아무 미련이 없었다.

“이랴!”

다시 고개를 돌려 전방을 바라본 호운승은 마편을 휘두르며 속도를 냈다. 그는 접선인과 만나기로 약속한 장소를 향해 달려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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