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366화 (463/1,000)

1366화. 중독 (1)

조회를 마치고 자신이 공무를 처리하는 관청에 자리 잡은 옥왕 호홍은 붓을 들고 뭔가를 적어나가다가 뭔가 몸이 불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곧 그는 붓을 내려놓고 가슴을 문질렀다. 그렇게 속이 좀 괜찮아진 느낌이 들자 다시 붓을 들고 하던 일을 계속했다. 그는 이 같은 행동을 계속 반복했다.

하지만 서서히 기침이 잦아졌고, 그 상황이 다소 비정상적으로 보였다. 한쪽에서 그를 지켜보던 관리들은 그 즉시 밖에 있는 법사를 모셔왔다.

수호법사가 도착했을 때, 끝없이 기침하던 호홍은 이미 얼굴이 창백하게 질려있었다.

“왕야, 어디가 안 좋으십니까?”

수호법사의 말이 들려왔을 때, 호홍은 두 눈을 부릅떴다.

“컥!”

기침하던 호홍이 갑자기 피를 토했다. 붉은 선혈이 탁자 위 종이 위에 뿌려졌다. 피를 토한 호홍조차 깜짝 놀라 멍해졌다.

수호법사는 즉시 호홍의 맥을 잡아 몸 상태를 진찰했다. 확인하지 않았다면 모를까, 확인하자 수호법사는 대경실색했다. 몸에 중독의 증상이 보인 것이다. 그가 곧 큰 소리로 소리쳤다.

“여봐라!”

* * *

경성의 대로,

흔들리는 마차에 몸을 맡긴 영왕 호진은 업무를 하러 가지 않았다. 그는 청가를 내고 왕부로 돌아가고 있었다. 부황에게 선물을 한 덕분에 적지 않은 뒷말을 불러왔으니, 만약 그가 오늘 업무를 보러 갔다면, 그곳에서 수많은 사람이 그를 싸늘하게 바라보며 비웃었을 것이다. 청가를 낸 것은 그러한 상황을 의도적으로 피하기 위함이었다.

한편, 마차 안에서 계속해서 기침 소리가 들려오는 것을 확인한 왕부의 삼대 법사 중 한 명인 대구문의 제자 차불지가 마차의 창문을 가린 천을 들치며 물었다.

“몸이 불편하십니까?”

기침하던 호진이 손사래를 쳤다. 다만 가슴이 조금 답답할 뿐, 별일 아니라고 했다. 그는 오늘 일 때문에 어느 정도 울화가 치밀었었기 때문에, 그로 인해 몸이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했다.

다시 천을 내린 차불지는 계속 자리를 지켰다. 하지만 움직이는 도중에 마차 안의 기침 소리가 갈수록 비정상적으로 바뀌는 것이 아닌가.

이상한 상황이었다! 차불지는 즉시 손을 들어 소리쳤다.

“마차를 멈춰라!”

일행이 대로에 멈춰 섰다. 차불지는 즉시 말에서 뛰어내려 마차 안으로 뛰쳐들어가려고 할 때, 안에서 ‘컥’하는 소리가 들려왔다.

안으로 들어가련 차불지의 손이 멈칫했다. 하지만 다시 신속하게 문을 열고 안에 들어가니, 손이 닿는 모든 곳에 핏물이 흐르고 있었다. 그리고 마차 안에 앉아 있던 호진은 가슴을 움켜쥐고 있었고, 코와 입에서 선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보는 사람을 두렵게 만들 정도였다.

“왕야! 이게 어찌 된 일입니까?”

차불지는 대경실색했다. 그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고, 빠르게 마차 안에 들어가 호진의 몸을 살펴보았다.

기혈이 뒤엉킨 호진이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소. 매우 괴롭소. 차 선생, 본왕을 살려주시오!”

“당황하지 마십시오, 왕야!”

차불지는 호진의 몸 상태를 확인하며 한편으로는 그를 위로했다.

비록 그가 호진에게 당황하지 말라고 했지만, 그 자신 또한 극도로 당황하고 있었다. 그는 호진이 중독되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고함을 질렀다.

마차가 대로를 미칠듯한 속도로 질주했다. 덕분에 대로를 오가는 수많은 백성이 깜짝 놀라 고함을 질렀다. 덕분에 대로는 난리가 났다.

경성의 치안 법도에 따르면, 마차는 대로에서 이토록 달릴 수 없었다. 이를 어길 시에는 엄벌에 처했다.

보통 백성들은 마차가 없으니, 이 법률은 부자와 귀족을 향한 것이었다. 백성을 이토록 쉽게 다치게 하는 것은 보기에 안 좋았고, 민심을 어지럽힐 수 있었다. 심지어 법도가 없을 때에는 그저 재미를 위해 이런 방식으로 서민들을 다치게 하는 부자와 귀족들도 적지 않았다. 그러니 이런 안 좋은 영향을 미치는 것을 염려하여 제한한 것이었다.

하지만 지금 영왕부의 마차는 그런 것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누군가를 마차로 치어 죽이거나 다치게 한다면 배상하면 그만이었다. 호진의 목숨을 어찌 보통 백성의 목숨과 비교할까.

빠르게 왕부에 입구에 도착한 마차는 다급히 멈춰 섰고, 양팔로 호진을 마차에서 꺼낸 차불지가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여봐라!”

적지 않은 호위들과 수행자들이 뛰쳐나왔다. 그리고 그들은 호진이 피에 물든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황급히 다가왔다.

왕부가 순식간에 아주 난장판이 되었다.

왕비 소유아는 호진이 갑자기 청가를 내고 돌아올 줄은 몰랐다. 소식을 듣고 입구에 마중 나갔을 때 그가 본 것은 외투를 벗은 호진이 바닥에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그냥 앉아 있는 것이 아니었다. 네 명의 수행자들이 호진의 전후좌우에서 각자 한쪽 손을 호진의 몸에 올리고, 그를 치유하고 있었다.

“왕야! 왕야, 이게 어찌 된…….”

남편이 피를 철철 흘리고 있는 모습을 보고 소유아는 크게 당황했다. 차불지가 다급히 그 앞을 막으며 말했다.

“왕비님, 조용히 해주십시오! 왕야께서는 지금 안정이 필요하십니다. 저들이 왕야를 치료하는 것을 방해하지 말아 주십시오.”

“이게 어찌 된 일인가요? 이게 다 무슨 일인가요? 아침에는 아무 이상 없었어요. 왜 갑자기 이런 모습으로 돌아온 것이지요?”

소유아가 어찌 진정하겠는가. 그녀가 다급한 얼굴로 물었다.

매우 안 좋은 상태에서도 호진은 둘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 그가 아주 미약한 목소리로 말했다.

“유아, 차 선생님의 말을 들으시오. 나가서, 나가서 아이들을 돌보시오.”

“왕비님!”

차불지가 손을 뻗었다. 소유아는 어쩔 수 없이 밖으로 나가면서, 계속해서 뒤돌아보며 문을 나섰다.

하지만 밖으로 나온 소유아는 그 즉시 차불지를 붙잡고 다급히 물었다.

“차 선생님, 도대체 왕야께서 어찌 된 것입니까?”

차불지는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증상을 보면, 극독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네?”

소유아가 깜짝 놀랐다.

“말도 안 돼요! 갑자기 극독이라니요? 왕야는 평소 다른 사람에게 원한을 사지도 않으셨고, 권력을 탐하지도 않으셨습니다. 누가 왕야를 해한단 말인가요?”

“저도 어찌 된 일인지 모르겠습니다. 다만 피부에는 독과 접촉한 징조가 전혀 없었습니다. 증상을 보면 체내에서 독이 발작한 것 같습니다. 즉, 아마 먹으면 안 되는 뭔가를 드신 것 같습니다.”

“먹으면 안 되는 것 말인가요?”

소유아가 급한 마음에 발을 구르며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요! 왕야께서 아침에 이곳을 떠날 당시, 아무것도 드시지 않았어요. 그저 물을 조금 마셨을 뿐이지요. 더군다나 왕부 내부에서 왕야께서 드시는 것들은 모두 엄격하게 관리되고 있어요. 또 왕야께서 아침에 드신 주전자의 물을 저도 마셨어요. 그런데 왜 저는 아무 이상 없고, 왕야께만 문제가 생겼단 말인가요? 설마….”

갑자기 고개를 든 그녀는 뭔가에 생각이 미쳤다.

“왕야께서 조회를 하러 가시기 전에 후조방에서 배를 채우신다고 알고 있어요. 설마…. 궁중에서 누군가가 왕야를 해치려 했단 말인가요?”

“그건….”

차불지는 머뭇거렸다. 뭐라 입을 열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그가 망설이다가 말했다.

“통상적으로 황궁에서 먹는 음식은 엄격하게 관리됩니다. 모든 단계마다 사람들의 검사를 통과해야만 하지요. 그러니 음식을 다루는 사람은 하독(下毒)할 기회가 없습니다. 그게 아니라면….”

그는 감히 입으로 말할 수 없는 가능성을 의심했다. 지금 그가 감히 말하지 못한 것은, 바로 황자 중에 누군가 이런 짓을 꾸몄다는 말이었다. 황자가 아니라면 음식에 독을 타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전에 철저히 검사되니, 시종들이 독이 든 음식을 발견하지 못할 리 없었다.

황자와 황족이 먹고 마시는 음식이다. 감히 그곳에 하독을 하다니. 그 정도의 명령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차불지는 한 사람을 의심했다. 바로 제국 황제 호운도였다!

그 결과는 상상만 해도 두려울 지경이었다. 호랑이도 자기 새끼는 먹지 않는다는 말이 있지만, 그것이 황권에까지 적용되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이상했다. 호운도가 정말 아들을 죽이고자 했다면, 이런 수단을 쓸 이유가 있겠는가? 폐위를 시키든, 그 목숨을 거두든, 아무 이유나 대충 가져다 붙이면 그만이었다. 아들을 독살했다는 평판을 짊어질 이유가 하나도 없었다. 그럴 필요가 없단 말이다!

“그게 아니라면 뭔가요?”

소유아도 불안에 떨며, 자신도 모르게 호운도를 의심했다. 차불지가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생각은 하지 마십시오. 지금 다들 협력해서 독을 억제하고 있으니, 왕야 체내에 있는 극독을 반나절은 가라앉힐 수 있을 겁니다. 왕야를 구할 시간은 충분합니다.”

“반나절?”

소유아는 대경실색했다. 반나절밖에 남지 않았다니. 듣기만 해도 두려울 정도였다.

“조급해하지 마십시오. 돌아오는 길에 제가 이미 상황을 사전에 인지하고, 그 즉시 황궁의 폐하께 소신을 전했습니다. 폐하께서 분명 왕야를 구하실 겁니다. 동시에 저도 동문을 종문에 보냈습니다. 종문에서도 전력을 다해 왕야를 구하려 할 겁니다.”

소유아가 연신 끄덕였다.

“차 선생님, 저는 당황스러워 어찌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왕야의 안위를 여러분께 맡기겠습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왕야를 오랫동안 모셨습니다. 저희는 이미 왕야 쪽 사람이라 할 수 있으니, 왕야의 회복에 저희의 미래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최선을 다해 왕야의 안전을 지킬 것입니다!”

눈앞의 여인을 다독이기 위해 차불지는 그야말로 진심 어린 말을 내뱉었다.

소유아는 무릎과 허리를 숙여 감사 인사를 하고는 다시 이를 가는 얼굴로 말했다.

“왕야는 온후한 사람입니다. 도대체 누가, 어째서 이런 악독한 수작을 부렸단 말입니까?”

차불지가 침묵했다. 그도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어머니!”

이때, 유모의 손을 잡은, 막 걸음마를 뗀 아이가 소유아를 향해 나아왔다. 비록 아이에 불과했지만, 발음은 매우 또박또박했다.

소유아가 즉시 다가가 아이를 껴안아, 더는 다가가지 못하게 했다. 혹시라도 아이가 아비의 참담한 모습을 보고 놀랄까 걱정이 되었기 때문이다.

아이를 껴안은 소유아의 눈가에 눈물이 차올랐다. 황가의 무정함을 그녀는 일찍이 느낀 적이 있었다. 바로 얼마 전에 위국에 데릴사위로 간 호승이 좋은 예시였다. 만약 황제가 정말 하독한 것이라면, 남편은 죽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자신과 아이는 어떻게 해야 한단 말인가!

* * *

쾅!

찻잔이 박살 났다. 제국 황제 호운도는 마치 분노한 야수 같았다. 두 눈에 핏발이 섰다.

아들 한 명만 중독된 것이 아니었다!

처음에 한 아들이 극독에 중독되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해도 그나마 담담했다. 하지만 곧이어 하나둘 중독되었다는 소식이 늘어갈수록, 그는 더는 담담할 수 없었다.

조회에 참석한 모든 아들과 다른 황족들이 모두 중독되었다.

비록 황가가 무정하다 하나, 황제에게 인성이 없다는 말은 아니었다. 부자의 정은 여전히 그의 가슴속에 남아있었다. 지금 이건 누군가가 조당에 출석하던 그의 아들을 모두 죽여버리려는 의도였다!

빠르게 다가온 보심이 바닥에 박살 난 찻잔을 피해 다가와 보고했다.

“폐하, 진정하십시오. 황궁의 어의들이 급히 각부로 떠났고, 이미 삼대 문파에 치료에 능한 수행자를 파견해 달라 요청했습니다.”

호운도가 흉악한 얼굴로 말했다.

“조회에 참석한 황족이 모두 중독되었다. 설마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의 집에 모두 하독하기라도 했단 말이냐? 말해보아라, 문제가 어디에서 생겼느냐?”

호운도는 보심에게 삿대질을 하며 말했다. 보심이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누가 봐도 후조방의 음식에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노신이 이미 명령을 내려 후조방의 어선방과 연관 있는 모든 사람을 잡아들이게 했습니다. 한 명도 빠짐없이 엄중히 심문할 것입니다!”

호운도가 분노했다.

“심문은 개뿔! 그놈들은 시종에 불과하다. 감히 이런 짓을 벌였다는 것은 분명 배후에 누군가가 있다는 것이다. 그놈을 찾아내라. 짐은 그놈을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버릴 것이다!”

“알겠습니다!”

“알기는 개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