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69화. 납치하러 가자!
호연위가 자신이 데려온 병력을 한번 보고는 다시 호청청을 보고 멍한 얼굴로 말했다.
“의원을 모시러 가는데 나보고 병력을 이끌고 오라고 한 이유가 뭐야?”
“멍청이! 부황도 움직이지 못한 사람을 우리가 움직일 수 있겠어?”
호연위가 이번에는 설마 아니겠지 하며 입을 열었다.
“설마 나보고 그 사람을 납치해서 옥왕을 해독시키게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그나마 머리가 돌아가는군. 자, 빨리 움직여. 가서 그 사람을 모셔오자고.”
말을 마치자마자 호청청은 즉시 말을 움직였다.
하지만 안장 위에 앉아 있던 호연위는 급히 몸을 들어 호청청의 고삐를 붙잡아 멈추게 했다. 호청청이 눈을 부릅뜨며 호연위를 보았지만, 호연위 또한 지지 않고 말했다.
“미쳤어? 난 안 도울 거야.”
짝!
호청청이 마편으로 호연위를 후려쳤다.
“네가 그러고도 남자야? 쥐새끼처럼 소심하고, 거북이처럼 숨어지낼 줄만 알지! 내가 눈이 멀어서 어쩌자고 이런 쓸모없는 놈이랑 결혼했는지…!”
호연위는 이를 갈며 고삐를 놓아 주었다. 그리고 채찍에 맞은 곳을 손으로 문대며 말했다.
“내가 소심한 게 아니야. 아버지가 내게 당부한 적이 있어. 그 무심이란 사람은 함부로 건들면 안 되는 사람이야. 큰 문제가 생길 수 있어. 정말 모르겠어? 폐하조차도 그를 어쩌지 못했어. 우리가 이런 식으로 움직이면, 죽여달라고 하는 것과 뭐가 달라? 돌아가. 소란피우지 말고.”
호청청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가기 싫어도 가야 해. 넌 오늘 반드시 나와 같이 가야 해!”
사실, 호연위를 데려가라고 한 것은 호청청만의 뜻이 아니었다. 이는 호청청의 어미이자, 오늘날 제국 황후의 뜻이기도 했다. 황후는 어리석지 않았다. 무심은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런데도 자기 아들이 죽어가는 것을 그냥 두 눈 뜨고 지켜만 볼 수는 없었다. 어떻게 해서든지 구해야 했다!
하지만 일단 귀의의 제자를 건들게 된다면, 황제가 분노할까 봐 걱정했다. 그렇게 황후는 자신의 사위이자 호연무한의 아들에까지 생각이 미쳤다!
호연무한은 손에 병마대권을 쥐고 있었다. 게다가 지금은 전방에서 부대를 이끌고 전쟁을 지휘하고 있었다. 호연무한의 아들이 문제를 일으킨다면, 황제는 설사 벌을 내린다 해도, 약하게 내릴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호연위가 앞에서 막아주기만 하면, 설사 귀의의 제자를 납치한다 해도 큰일이 없을 것이다.
호연위가 한숨을 내쉬었다.
“말했잖아, 아버지가 당부했다고, 그 사람은 건드려선 안 되는 사람이야. 호숙도 내게 경고했어. 쉽게 건들면 안 된다고. 호청청. 이 일은 내가 널 돕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널 돕지 못하는 거야. 그러니 여기서 소란피우지 말고 돌아가. 난 할 일이 있으니 먼저 가보지.”
그리고는 그대로 말머리를 돌렸다.
“거기 서!”
호청청이 소리쳤다. 하지만 호연위는 그녀를 무시했다. 그러자 호청청이 다시 크게 소리쳤다.
“이제 고집부리지 않을게. 또 네 아들도 낳아줄게!”
“허….”
호연위가 고삐를 잡아당기며 뒤돌아 말했다.
“정신이 나간 거야? 그런 거로 날 위협하다니? 내가 꿈쩍이나 할 것 같아?
호청청이 말을 몰아 다가와 말했다.
“지금 네 아버지의 처벌이 무서워서 그러는 거지? 나중에 상장군이 돌아왔을 때, 내 배가 불러왔다면, 그 손자의 얼굴을 봐서라도, 네가 호연 가를 위해 자손을 낳아 준 공을 생각해서라도 한번은 봐주지 않을까?”
호연위가 턱을 긁으며 석연치 않은 표정을 지었다.
“그게 정말 효과가 있을까?”
사실, 그는 망설이고 있었다. 옥왕 호홍은 마누라의 오라버니였다. 만약 수수방관한다면 자신과 자주 어울리는 불량한 친구들이 그를 깔볼 수도 있었다. 마누라의 오라버니도 도와주지 못하냐며 비아냥댈 게 눈에 선했다.
다만 현실이 그러했다. 그 귀의의 제자는 함부로 건드릴 수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만약 적당한 변명거리만 있다면, 그는 그런 비아냥을 듣고 싶지 않았다. 당연히 한 팔 거들고 나서고 싶었다.
“당연히 소용이 있지. 너는 나중에 호연 가를 이을 사람이야. 당연히 자손이 있어야지. 상장군도 맨날 너보고 일찍 아이를 낳으라고 하지 않았어? 상장군도 당장이라도 손자를 안아보고 싶은 거지.”
사실 호연무한뿐만 아니라, 황제와 황후조차도 수시로 그녀를 불러, 하루라도 빨리 호연 가를 위해 자손을 보라고 하고 있었다. 이는 당연히 호연위가 호연 가를 이어받는 것에 유리하게 작용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호청청은 이에 굴하지 않았고, 줄곧 지금까지 호연위와 주도권 싸움을 하고 있었다.
호연위가 고민에 빠졌다. 마치 이해득실을 따져보는 것 같은 모습으로 한참을 중얼거렸다.
“손자를 안겨준다…. 만약 여아면 어쩌지?”
호청청이 눈을 부릅뜨고 말했다.
“그럼 계속 낳는 거야. 아들을 낳을 때까지 말이야. 아니, 아들이든 딸이든, 아주 그냥 대놓고 다 낳아줄게. 그럼 되는 거지?”
“하!”
호연위는 크게 기꺼워했다. 하지만 곧 얼굴이 굳어지며 말했다.
“그런데 말이야. 네가 약속했다가 번복한 것이 한두 번이어야지.”
“이번에는 정말 약속을 지킬 거야! 여기 이 수많은 사람이 지켜보는 가운데, 하늘에 대고 맹세하겠어. 내가 만약 앞으로 십 년 동안 아이를 다섯 이상 낳지 못하면 자라 새끼다!”
이번에 오라버니를 구하기 위해서 호청청은 정말 필사적이었다.
“흐흐….”
호연위가 손을 비볐다. 그는 호청청이 체면을 중히 여기는 사람임을 알고 있었다. 다른 사람의 눈에 자라 새끼가 된다고 이미 선언했으니, 이를 어기는 짓은 절대 하지 않을 게 분명했다. 호연위는 기뻐했다. 갑자기 고삐를 낚아채며 말머리를 돌려 수하들에게 소리쳤다.
“가자, 사람을 한 명 납치하러 가자! 이랴!”
그리고는 먼저 뛰쳐나갔다. 호청청이 크게 기뻐하며 말을 타고 그 뒤를 쫓았고, 일단의 병사들이 그 뒤를 따랐다.
하지만 무심이 거주하는 장원에 가까이 다가갔을 때, 수 명의 사람들이 하늘에서 떨어져 내려 그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동시에 그중에서 고함이 터져 나왔다.
“어명을 받들라!”
보심이 보낸 사람들이 늦지 않게 도착한 것이다. 덕분에 호청청의 의도가 실패하고 말았다.
“부황!”
호청청이 하늘을 보고 울부짖었다. 부황은 자신의 오라버니가 죽어가는 것을 지켜보려 하는 것이다!
그런데도 호청청은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황제의 어명이 도착했다. 호연위는 감히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고, 그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였다.
호청청은 억장이 무너진 것처럼 갑자기 길바닥에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더니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래도 마누라는 마누라였던 것일까? 그 모습을 보던 호연위는 같이 슬퍼졌고, 조심스레 다가가 호청청을 부축하고 일으켜 품에 안았다.
호청청은 그렇게 호연위의 품에 안겨 엉엉 울었다.
바로 그때, 마차 한 대가 무심이 거주하는 골목길 앞에 멈추었다. 마차 안에서는 화려한 옷을 입은, 아름다운 여인이 내렸다. 그녀는 영왕비 소유아였다.
그녀는 한쪽에 소란이 있는 것을 보았다. 소유아 일행은 그렇게 호청청이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경성에 지내면서 소유아는 당연히 호청청이 누구인지 알고 있었다. 다만 지금의 소유아는 초췌한 모습을 하고 있었기에, 호청청 일행과 안부를 물으며 시간을 낭비하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수행 인원의 호위를 받으며 그대로 골목으로 들어섰다.
호연위도 소유아를 알고 있었다. 그는 즉시 품에서 울고 있는 호청청을 일깨웠다.
호연위의 말을 듣고, 뒤돌아 소유아를 확인한 호청청이 곧 크게 소리쳤다.
“셋째 새언니, 새언니!”
하지만 그녀의 셋째 새언니는 이상할 정도로 마음이 무거워 보였고, 대답하지 않았다.
오히려 호청청 일행을 막아섰던 수행자 중 한 사람이 뛰쳐나가 골목으로 들어가려는 소유아 일행을 막아섰다.
“멈추십시오. 왕비!”
그리고 또 옆에서 소유아를 호위하고 있는 차불지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차 사형, 폐하께서 그 누구도 무심 선생님께 무례를 범하게 하지 말라는 어명을 내리셨습니다!”
황제의 어명? 차불지가 눈살을 찌푸렸다. 그도 함부로 무심을 찾아가는 것이 옳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소유아는 기어이 오고자 했다.
소유아가 애원하며 말했다.
“법사님, 무심 선생님께 무례를 범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다만 제 부군이 생사의 기로에 있어 무심 선생님께 간청이라도 드리기 위해 온 것이지요. 그것도 안 된단 말인가요?”
“그것이….”
앞을 막아선 수행자가 망설였다.
챙!
그때 소유아가 갑자기 손을 뻗어 옆에 있던 시위의 패검을 뽑아 들었다. 그녀는 재빨리 자신의 목에 검을 가져다 댔다.
“왕비님!”
사람들이 깜짝 놀라 소리쳤다.
“비키세요!”
소유아가 소리쳤다. 검날이 파고 들어간 새하얀 목에는 이미 핏물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녀가 처량한 목소리로 말했다.
“법사님, 절대 무심 선생님께 무례를 범하려는 것이 아니에요. 그 누구에게도 무례를 범할 생각이 없어요. 방금 말했다시피, 제 부군이 생사의 기로에 서 있지요. 그러니 어떻게 해서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 않겠어요. 무심 선생님이 허락하시든지 안 하시든지 간에, 최선을 다해보아야지요.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했을 때, 그제야 그 결과를 하늘에 맡기는 것이지요. 법사님, 지나갈 수 있게 해주세요! 만약 계속 제 앞을 막는다면, 여기서 죽어버리겠어요!”
이때, 뒤에 있는 수행자 중 한 명이 소매 안에서 손을 움직여 법력으로 소유아를 제압하고자 했다.
그때, 차불지의 신영이 움직였다. 그는 상대방의 팔을 붙잡고 자신들을 막고 있는 사람들을 향해 포권을 하며 말했다.
“사형제 여러분, 동문의 정을 생각해서, 지나가게 해주시오. 왕비는 절대 무심 선생님께 무례를 범하지 않을 것이오. 내가 보장하겠소. 내가 절대로 그것을 허락하지 않겠소. 내가 옆에서 지켜보고 있겠소. 그래도 안 되겠소?”
그가 이렇게까지 말하니, 길을 막은 사람들은 잠시 망설이다가 길을 열어 주었다. 동시에 차불지에게 당부의 말을 잊지 않았다.
“황궁에서 이번 일을 주목하고 있습니다. 당연히, 장문인께서도 주목하고 계시지요. 사형은 신중하고 또 신중하셔야 합니다!”
이는 차불지에게 경고하고 있는 것이기도 했다. 이는 자신들이 난처해질 수 있으니 왕비를 잘 감시하라는 의미였으며, 동시에 약속이 지켜지지 않으면 자신들도 가만히 있지 않겠다는 말이기도 했다.
차불지가 고개를 끄덕여 감사를 표했다. 그리고는 갑작스럽게 소유아의 팔목을 잡더니 번개처럼 빠르게 그녀가 들고 있는 보검을 빼앗았다. 그는 검을 등 뒤로 돌려 숨기고는 이제 가도 된다면서 골목을 향해 손을 뻗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목에 피를 흘리면서 소유아는 자신들을 막아섰던 사람들에게 허리를 숙였다. 그녀는 감격했고, 빠르게 그사이를 지나갔다.
차불지는 일행 중 일부분의 사람들만을 이끌고 소유아를 따랐다.
다가와 상황을 확인하던 호청청은 그 즉시 기분이 나빠져, 크게 소란을 피웠다.
“이게 뭐야? 왜 새언니는 되고 나는 안 되는 거죠?”
앞을 가로막은 수행자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공주님, 폐하의 어명은 공주님께 내린 것입니다!”
“당신들….”
호청청은 이를 갈았지만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