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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73화 (470/1,000)

1373화. 귀부인들의 원한

성문 밖, 더 먼 곳. 제경에서 멀리 떨어진 곳.

초원 위에 갑자기 솟아있는 숲이 있었고, 그곳에 황가의 정원이 있었다. 청가를 낸 금왕은 바로 그곳에서 세속을 벗어나 정양을 하고 있었다.

사실 청가를 낸 것은 거짓이었다. 그의 몸에는 아무 문제가 없었다. 금왕과 같은 지위에 있는 사람들은 곁에 있는 수행자들이 몸 관리를 도와주기 때문에, 보통은 병에 걸리지 않았다.

그러니 이번에 그가 청가를 하게 된 것은 금왕 그 자신도 어쩌다가 이렇게 됐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을 정도였다. 이는 그를 모시는 모사 전광방(田廣芳)의 의견이었다. 그는 금왕에게 말하길, 조정의 신하들이 금왕을 공격하기 전에 청가를 내라고 건의했다.

확실히 그의 말에 어느 정도 일리가 있었다. 지금처럼 문제가 많은 시기에 황제 앞에 나타나 욕을 얻어먹을 이유가 없었다. 그렇게 금왕은 청가를 냈다. 자신이 보이지 않으면 그래 봤자 호통과 훈계를 받을 뿐, 시간이 지나면 다 지나가리라 생각한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세속을 벗어난 곳이었지만, 경성의 분란에서는 벗어날 수 없었다. 정자에서 여유를 즐기던 호계는 경성에서 온 급보를 확인하고 그야말로 아연실색했다.

“모두 중독되었다고? 어찌 그런 일이? 도대체 누가 후조방에서 하독을 할 수 있단 말이오?”

그를 수행하던 전광방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말했다.

“화가 복이 되었습니다. 왕야께서는 정말 하늘의 복이 있으신 분입니다. 원래라면 사소한 문제를 피하기 위해서였으나, 지금 이처럼 큰 재난을 피할 수 있게 되었지 않습니까!”

그 말을 들은 금왕 호계는 멈칫했다. 곧 상대방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간담이 서늘했다.

“선생님의 말씀이 맞소. 만약 내가 청가를 내지 않았다면 나도 독에 중독되었을 것이오!”

호계는 손에 든 급보를 툭툭 치더니 갑자기 멈칫하고는, 다시 앙천대소했다.

“그야말로 하늘이 나를 돕는 것 같소!”

전광방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왕야께서는 어찌 그리 웃으시는 겁니까?”

호계가 급보를 ‘탁’ 치며 말했다.

“선생님께는 총명하신 분이오. 어째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것이오? 이것 보십시오. 조당에 이름을 올린 황자들 전원이 중독되었소. 오직 본왕 혼자만이 무사하지. 이제 태자의 지위는 누구에게 가겠소? 하하하….”

호계가 다시 앙천대소했다.

“왕야, 어찌 그리 어리석으십니까!”

호계의 말을 들은 전광방이 다급한 마음에 발을 동동 굴렀다.

“지금 그건 큰 화의 전조입니다. 왕야는 어찌 웃으시는 겁니까?”

크게 웃고 있던 호계는 갑자기 멱살이 잡힌 것 같은 얼굴로 웃음이 서서히 사라지더니 놀라 물었다.

“그게 무슨 말이오?”

“화가 복이 될 수 있다면, 복이 화가 될 수도 있습니다. 왕야께서 재난을 피하신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잘 한번 생각해 보십시오. 조당에 이름을 올린 황자들이 모두 독에 중독되었습니다. 유일하게 왕야만이 무사하시지요. 만약 왕야가 폐하라면, 왕야를 어찌 생각하시겠습니까?”

“…….”

호계가 아연실색했다. 곧 얼굴이 창백해지더니, 이번에는 정말 웃음이 나오지 않았다.

침을 꿀꺽 삼켰다. 이후, 호계가 다소 겸연쩍어하며 말했다.

“부황께서 나를 의심하신다 해도, 이번 일은 확실히 내가 한 것이 아니오. 결국은 진실이 밝혀질 것이오.”

“맞습니다. 확실히 왕야가 하신 것이 아니지요. 그건 하늘이 알고 땅이 알고 저와 왕야가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어찌 생각하겠습니까? 잊지 마십시오. 일찍도 아니고 늦게도 아니고, 하필 지금 청가를 내다니, 왕야께서 인정하지 않는다고 그냥 넘어갈 수 있겠습니까? 이런 짓을 하는 사람이 쉽게 다른 단서를 남겼겠습니까? 그러니 이 책임을 왕야가 지지 않으면 도대체 누가 진단 말입니까?”

호계의 호흡이 거칠어졌다. 그는 발을 동동 구르며 분노했다.

“이건 다 모두 당신 때문이오! 만약 당신이 나보고 청가를 내라고 하지 않았다면, 내가 책임을 질 필요가 있었겠소?”

전광방은 호계의 성격을 잘 알고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손을 들어 그를 진정시키며 당부했다.

“만약 제 말을 따르지 않으셨다면, 지금쯤 극독에 중독되어, 생사의 갈림길에 있었을 것입니다. 그러니 죽음과 누명 중에 왕야는 어느 것을 선택하시겠습니까? 만약 왕야가 죽을지언정 누명을 지고 싶지 않다면, 저도 할 말이 없습니다.”

호계가 침묵하며, 입을 다물었다. 두 결과를 놓고 선택하라고 하면, 당연히 목숨이 좀 더 중요할 것이다. 사실 자신조차 어느 정도는 청가를 내고 목숨을 구하는 것이 더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극독에 중독되어 당장이라도 죽을 것 같은 상황에 처한다고 생각하니 상상만 해도 두려웠다.

“부황께서 분노하시면, 죽지는 않아도 크게 곤란할 것이 분명하오. 선생님께 혹시 좋은 계획이 있으시오?”

호계는 당황하고 불안해서 그에게 방법을 물었다. 전광방은 수염을 쓰다듬으며 침음했다.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지금 왕야께서는 경성에 있는 것이 아니니, 단번에 곤경에 처하지는 않으실 겁니다. 왕야께서는 지금 당장 이곳을 떠나 잠시 숨어 계시지요. 폐하께서는 이번 일을 절대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이고, 나중에 폐하께서 진실을 밝히게 되면, 왕야의 억울함이 자연스럽게 알려질 것입니다. 그때가 되면 왕야께서는 원래의 지위를 회복할 수는 없다고 하나, 목숨은 건지실 수 있습니다! 폐하께서는 아들이 부족하지 않습니다. 위국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호승이 바로 반면교사이지요!”

호계가 분통을 터뜨렸다.

“감히 이런 일을 벌일 사람이 단서를 쉽게 남기지 않았을 것이라 당신이 이야기하지 않았소. 만약 부황이 진실을 밝히지 못하면 어찌하오?”

“만약 정말 그렇다 해도, 왕야께서 이곳에 남아있는 것은 무덤을 스스로 파는 것이지요!”

호계는 창연한 모습으로 어이없다는 듯, 허탈하게 웃었다. 그의 얼굴에 참담함이 가득했다.

“도망쳐? 이 넓은 천하에서 본왕이 어디로 도망친단 말이오?”

전광방이 포권을 취하며 말했다.

“소신이 과거 왕야를 위해 일을 처리할 당시, 왕야의 후광에 힘입어 알게 된 사람들이 일부 있습니다. 만약 왕야께서 잠시 몸을 피하시고자 하신다면, 소신이 피하실 곳을 준비하겠습니다. 갈 곳 없는 상황은 없을 것입니다!”

결국, 그의 설득하에 호계는 전광방의 말을 따르기로 했다. 기회가 있을 때 수호법사들을 떼어내고 도망치는 것이다.

호계의 적극적인 협력이 없었다면, 그를 지키는 세력이 적지 않으니, 쉽게 그들의 손에서 벗어나지 못했을 것이다.

다만 그가 모르는 것은, 자신의 행동이 한 치 앞만을 고려한 행동이라는 것이었다.

제국에서 도망친 그는,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너고 말았다….

* * *

무심의 장원,

일부 사람들이 들어 올 수 있도록 허락을 했고, 그들은 호진을 안쪽으로 실어 날랐다.

황비 소유아를 제외하고, 대구문의 차불지, 현병종의 사용비, 천화교의 고점후, 이들 삼대 문파에서 호진 계파에 속하는 세 사람은 이번 기회에 무심의 장원에 들어올 수 있었다.

의당은 아주 조용했다. 그 안에서 감히 누구도 소란을 피우지 못했다. 다들 조용히 무심이 은침으로 기절한 호진의 피를 취해 시독(試毒)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삼대 문파의 사람들이 옥시지독이라고 판단했지만, 그건 삼대 문파의 판단에 불과했다. 무심은 치료하기 전에 최종 확인을 해야 했다.

차불지, 사용비, 고점후, 세 사람은 각자 한쪽 손을 호진의 몸에 대고, 계속해서 법력으로 호진 몸속의 극독을 진정시키고 있었다. 그들은 조금도 긴장을 풀지 않았다. 무심이 해독을 할 때까지 버텨야 했다. 만약 독성이 발작을 일으키면 호진은 언제든지 목숨을 잃을 수 있었다.

사람에게는 습관적인 행동이 있기 마련이다. 온 정신을 해독하는 데 쓰고 있는 무심도 그 자신만의 습관이 있었다.

소유아는 그걸 알아차릴 수 있었다. 무심을 주시하고 있는 그녀의 두 눈에 경악이 서렸고, 때때로 이를 악물었다.

“확실히 옥시지독이군!”

시독에 필요한 장구를 내려놓은 무심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곧 차불지를 비롯한 세 사람에게 말했다.

“그대들이 있었기 때문에 독성이 발작하지 않았소. 그렇지 않았다면, 진작에 죽었을 것이오. 나는 이제 이 자의 골수를 열어 약단을 심을 것이오. 독성이 아주 강하니, 그대들은 반드시 계속해서 독성을 진정시켜 주어야겠소.”

차불지가 끄덕이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반드시 최선을 다할 것입니다.”

“최선을 다할 필요 없소. 법력이 부족하면 다른 사람을 들여보내 교대하시오. 그렇지 않고 나중에 무슨 문제가 생긴다면 나도 책임지지 않을 것이오.”

“알겠습니다. 선생님의 분부에 따르겠습니다.”

세 사람은 고분고분 무심의 말을 따랐다. 병자의 친인들이 치료할 수 있는 의원을 만나게 된다면, 아무리 대단한 사람도 결국은 이렇듯 굴복하게 되어 있었다.

이를 악물고 옆에 있던 소유아는 지금 오히려 남편을 주목하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무심의 일거수일투족을 빤히 주시하고 있었다.

의당 내부는 긴장된 분위기였지만, 사람들은 침착하고 차분한 모양새로, 절차에 따라 호진을 치료했다. 반면 바깥의 대로는 아주 혼란스러웠다. 각양각색의 마차가 운집해서 길을 틀어막았고, 심지어 서로 손찌검을 하려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들은 모두 각 왕부의 왕비들이거나. 황족의 정실부인이었다.

처음에 보심이 귀의의 제자를 모시지 못했다는 소식을 듣고, 환자의 가족들은 이쪽에 대한 희망을 버렸다. 또 경솔하게 귀의의 제자를 찾아올 담력이 있는 사람도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영왕부의 왕비 소유아가 장원 앞에서 무릎을 꿇고 절을 했고, 결국은 그 간절한 마음이 무심의 결정을 바꾸게 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그렇게 영왕 호진이 무심의 장원으로 들어가 치료할 수 있게 되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당연히 환자의 부인들은 더는 그냥 기다릴 수 없었다. 그야말로 동시에 움직여, 다들 황급히 달려온 것이다.

사실 오지 않을 수도 없었다. 남을 따라 하는 게 소용이 있든 없든, 시도는 해 보아야 했다. 그렇지 않고 집안의 남자 주인이 죽는다면, 집안의 여자 주인으로서, 다른 사람이 뱉은 침만으로도 익사할 정도로 욕을 들어먹을 것이다.

분명 소유아는 그저 최선을 다하고 그 결과는 하늘에 맡긴다는 마음으로 한 줄기 희망을 붙잡았을 뿐이었다. 그런데 각 왕부의 여주인들은 그녀에게 고마워하기는커녕, 오히려 원한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았다. 소유아가 시작한 일이고, 성공한 일이다. 나머지 다른 왕부의 여주인들은 어떤 심정이겠는가?

더 중요한 것은 이 일이 폐하의 귀에 들어간 후에, 폐하가 소유아를 어찌 볼 것이며, 다른 며느리들을 어찌 볼 것이냐는 것이다.

이들 귀부인은 알고 있었다. 이런 일은 절대 폐하의 이목을 벗어날 수 없으니, 분명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이다.

이번 일만으로, 다른 왕비들은 철저하게 영왕비에게 압도당하고 말았다. 그러니 귀부인들의 마음속에 어찌 원한이 없겠는가.

이들 여자는 내심 모든 황자들이 죽으면 죽었지, 소유아가 혼자 잘나가는 건 원치 않았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만약 다른 황자들이 모두 죽고, 영왕 호진이 홀로 조당에 이름을 올리게 된다면, 태자의 자리가 누구에게 돌아가겠는가? 아마 삼대 문파조차도 모두 영왕을 지지할 것이다!

덕분에 대로변은 서로 양보하지 않는 마차들로 꽉 틀어 막혀 난장판이었다. 그렇게 서로 경쟁하듯이 달려들었다. 지금 이들 귀부인은 단 한 명도 뒤로 처지고 싶어 하지 않았다. 여자가 작정하고 행패를 부리면, 남자들보다 더했다. 그러니 현장이 어떤 지경이 되었을지 충분히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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