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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75화 (472/1,000)

1375화. 공덕무량(功德無量)

소삼성은 과거 우유도가 소평파를 어느 지경까지 밀어붙였는지 다 알고 있었다.

사실 소삼성은 소평파의 능력에 늘 감탄을 금치 못했다. 하지만 그 대단한 능력을 갖춘 소평파가 수차례 우유도에게 패배했으니, 당연히 소삼성 또한 우유도에게 공포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소삼성도 소평파처럼 우유도의 무서움을 깊이 알고 있었다.

다시 그런 상대와 손속을 겨뤄야 한다고 생각하니, 소삼성은 자신이 없었다. 그 이름만 들어도 위축이 되었다. 소삼성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는 성경에 갇혀 있는 것이 아닙니까?”

지금 소평파는 그런 쓸데없는 것들까지 설명해줄 기분이 아니었다. 그는 다시 손에 든 정보를 살펴보았다.

다른 사람이 보기에 이건 위국이 수색을 벌이고 있다는 단순한 소식에 불과했다. 하지만 소평파가 보기에, 그 배후에 참으로 의미심장한 정보가 도사리고 있었다.

얼마 전에 표묘각의 신비인과 만났을 때, 소평파는 자신의 행적이 들통났을 수 있는 여러 가지 가능성에 대해 의문을 가졌었다. 그가 가져다준 정보를 통해 그는 우유도를 의심하게 되었다. 물론, 다른 이유일 가능성도 적지 않았다. 그 때문에 그 당시에는 우유도라고 확신할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 손에 든 소식은 한 가지 문제를 설명해주고 있었다. 그 문제는 바로, 자신에게 손을 쓰려고 한 사람이 소평파가 위경(衛京)에 있는지 제경(齊京)에 있는지 확신하지 못한다는 점이었다.

그 말은, 진국 쪽에서 정보가 새어나간 것이 아니라는 의미였다. 아마 또 다른 세력이 소평파의 행적을 알아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그리고 이 다른 세력은, 소평파가 평소 어떻게 움직이고, 어떻게 행동하는지 매우 잘 알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그렇기에 소평파가 진국이 아닌, 위국 또는 제국에 있을 거라 예측한 것이었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소평파를 그리 잘 알고 있는 세력이라면 우유도 말고 다른 세력이 있을 리 없었다!

깊은 고민에 빠져있던 소평파가 고개를 들어 말했다.

“내게 소식을 전하기 위해 접촉하는 사람에게 전하게. 지금 나를 공격한 세력이 우유도라는 확신이 들었으니, 최대한 빨리 성경 안, 우유도의 자세한 행적을 내게 보내라고 말이야!”

정말 우유도와 다시 한판 한단 말인가? 소삼성은 오금이 저려, 조심스럽게 당부의 말을 전했다.

“대공자님의 말씀은 우유도가 성경 안에서 사적으로 외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단 말입니까? 정말 그렇다면, 그냥 성경에 소식을 전하면 그만 아닙니까? 그렇게 하면 우유도도 큰 곤란에 처할 것입니다.”

소평파가 싸늘한 목소리로 질책했다.

“유치한 방법이군! 설명할 시간이 없다. 그냥 내 말을 그대로 전하거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은 다소 민망해하며 말했다.

“지금 가서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그리고는 몸을 돌렸다.

“잠깐!”

소평파가 그를 불러 물었다.

“호진의 상황이 어떻지?”

“귀의의 제자 쪽에서 나온 후, 영왕부에서는 다른 움직임이 없습니다. 아마도 위험한 상황을 벗어난 것 같습니다.”

소평파가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과연, 명불허전인 것 같군.”

소평파는 드디어 안도할 수 있었다. 만약 소유아를 과부로 만들었다면, 앞으로 동생을 어찌 마주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누가 하독을 했는지, 그 일이 소평파와 연관이 있다는 것은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다. 호진이 회복된다면, 나중에 소유아가 그를 아무리 원망해도, 소평파는 신경 쓰지 않았다.

소유아만 잘 지낼 수 있다면, 원망하라지. 지금 같은 상황에서는 남매가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오히려 소유아에게는 일종의 보호막이 될 수 있었다.

소삼성이 당부했다.

“공자님, 흑수대에서 대공자님의 행동에 불만을 표하는 서신을 보내왔습니다.”

흑수대에서 말하길, 이처럼 큰 계획에서 귀의의 제자를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럴 줄 알았으면 사전에 그자를 처리해버렸어야 했다고 했다. 그렇다면 귀의의 제자가 독을 해독하지 못했을 것이고, 어렵게 하독한 일이 더 큰 효과를 발휘했을 것이라 했다. 흑수대는 이번 일에 크게 불만을 표했다.

흑수대는 제국 조당의 황족이 모두 죽기를 바랐다. 또 그로 인해서 제국 내부가 큰 혼란에 휩싸이기를 바랐다.

특히 소유아가 가장 먼저 귀의의 제자에게 가서 무릎을 꿇고 애원했다는 소식을 들은 후, 흑수대는 소평파의 행동을 의심하기 시작했다. 소평파가 중요한 계획에 사적인 감정을 섞은 것은 아닌지 의심한 것이다.

확실히 사적인 감정이 있기는 했다. 소평파는 제경에 있는 흑수대의 힘을 이용해 호진의 목숨을 구하려고 했다. 다만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했고, 그 모든 행동을 진국에게 숨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소평파가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내가 이미 설명하지 않았느냐?”

“그렇게 설명해도 저들이 믿을 것 같지 않습니다. 이번에 대공자님의 계획 때문에, 제국에 잠복해 있던 흑수대의 인원이 너무 많이 죽었습니다.”

“이번 일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믿든 말든 하나도 중요하지 않다. 흑수대에게 전해라. 후진 쪽에 반드시 좀 더 시간을 끌어야 한다고 말이야. 전 씨와 마 씨, 두 사람에게 다시 압력을 가해라. 나조가 두 장군을 쳐내고 그 자리를 차지하려 한다는 소문을 퍼트려 그들의 마음을 흔들어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명령을 받고 방을 나섰다.

* * *

마지막 황족이 장원을 나선 후, 장원은 다시 조용해졌다. 크게 지친 무심은 긴 의자에 쓰러지듯 누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중독된 황족을 하나하나 구해냈다. 무심은 족히 사흘은 잠을 자지 못했다.

원래라면, 나머지 환자들이 이렇게 오랫동안 버틸 수 없었다. 하지만 무심이 우선 약물을 만들어 황족의 독성을 완화했고, 수많은 수행자가 협조하니, 충분히 치료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다.

원래, 무심은 호진만 구하려고 했다. 다른 사람의 생사는 그에게 아무런 관심이 없었다.

하지만 안보여의 한마디에 무심은 최선을 다해 중독된 황족들을 모두 구해냈다. 호진을 해독한 후, 안보여가 밖에서 무릎 꿇고 애원하고 있는 귀부인들을 보고 다음과 같이 말했다.

‘만약 호진이 살아남고, 다른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면, 저들 여인들은 소유아를 뼛속 깊이 원망할 것이며, 소유아는 저 여자들에게 공공의 적이 될 거예요!’

안보여의 말은 결코 틀린 것이 아니었다. 여인은 남자보다 여인을 더 잘 이해했다.

그 한마디 때문에, 무심은 자비를 크게 베풀어 중독된 황족들을 모두 구해냈다. 하지만 덕분에 무심은 크게 지쳤고, 고단한 모습으로 쓰러진 것이다.

“이번에 선생님께서는 큰 공덕을 쌓으셨으니, 제국의 모든 황족이 선생님께 감사할 거예요. 그러니 선생님께서는 안심하고 쉬세요.”

곽만이 웃는 얼굴로 무심의 몸에 담요를 덮어 주었다.

“큰 공덕? 사부님의 경고를 따르지 않았으니, 이제 문제가 시작된 것이다.”

무심이 피로에 지친 목소리로 한숨을 내쉬었다. 곽만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문제요? 그게 무슨 말씀이신가요?”

무심이 고개를 저었다. 말하고 싶지도, 말할 수도 없었다.

애초 무심이 하산할 당시, 그의 사부 귀의는 무심을 말렸다. 사람의 마음이 악독하니, 의술이 높을수록 무심이 위험해질 것이라는 게 그 이유였다.

그러면서 말하길, 귀의 그 자신 또한 많은 사람이 증오하는 괴벽을 보이는 게 원래부터 그랬던 게 아니라고 말했다. 또 자신이 이처럼 신출귀몰하는 것도 사람들 때문에 발생한 일이라고,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했다. 무심은 그런 사부의 고충을 이해했다.

사부님의 말을 빌리자면, 외부의 요구를 받았을 때, 최대한 어떤 세력이든 간에 얽히지 말라고 했다. 어떤 세력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며,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 자신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했다!

비록 귀의의 영향력이 크다고 하나, 일부 사람들에게는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무심은 오늘 사부의 말을 듣지 않고, 한 번에 제국의 수많은 황족을 구해버렸다!

“왕비님! 무슨 일이신가요!”

방 안에서 깜짝 놀란 듯한 고함이 들려왔다. 밖에서 그 소리를 들은 두 시녀가 다급히 들어와 소리쳤다.

침상 위에는 무척 놀란 모습으로 잠에서 깨어난 소유아가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가득했다.

그녀는 호진 곁에서 한시도 떠나지 않고 며칠 동안 시중을 들었다. 그렇게 수호법사들에게 이제는 무사하다는 확답을 듣고 나서야, 드디어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소유아도 더는 버티기 어려웠고, 침상에 몸을 누일 수 있었다.

하지만 악몽이 다시 시작되었다. 강물 속의 돼지우리가 차가운 물에 잠기는 악몽이 오랜 시간을 넘어 다시 나타난 것이다. 거기에 새로운 내용이 추가되었고, 그녀가 깜짝 놀라 꿈에서 깨어난 것이다. 소유아는 그렇게 깨어나고도,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그 서생은 돼지우리 속에서 울부짖으며, 그녀에게 왜 삼 년 동안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왜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물었다.

소유아는 그가 죽은 줄 알았다고 열심히 설명했다.

그런데도 서생은 반복해서 왜 자신을 기다리지 않았느냐고, 심지어 소매에서 은침을 꺼내 호진을 찌르고, 그녀의 아들을 찌르며 물었다.

꿈은 결국 생각의 연장선이다. 이런 꿈을 꾸었다는 것은, 소유아가 무언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무심이 인정하든, 인정하지 않든, 과거 두 사람은 진심으로 사랑한 사이였다. 오랫동안 마주하게 된다면, 상대방을 속여 넘길 수 있을 리 없었다.

그 장원에 있는 기간 동안, 소유아는 갑자기 깨달았다. 무심은 닮은 것이 아니라, 바로 그 서생이었다. 서생 담요현이었다.

귀의의 제자가 제경에 나타난 시간과 결합해 생각해 보면, 소유아는 한 가지를 확실하게 깨달을 수 있었다. 담요현은 그녀를 잊지 않았다. 담요현은 그녀를 찾아온 것이다. 그 시간이 바로 삼 년 지약이 끝나는 시간이었다.

더 이상 무슨 말을 할까. 소유아는 확신할 수 있었다. 무심이 바로 당시 어떤 대가를 치르더라도, 같이 도망가기로 결심했던 남자이자, 죽음에서 살아 돌아온 그녀의 옛사랑이었다.

소유아는 담요현이 제경에 온 후, 지금까지 왜 자신을 찾아오지 않았는지 알 수 없었다. 자신을 찾아오지 않을 거라면, 왜 제경에서 계속 떠나지 않았던 것인가?

소유아는 담요현이 그 삼 년 동안 도대체 무슨 일을 겪었는지 알 수 없었다. 담요현이 어쩌다가 신출귀몰한 귀의의 제자가 되었는지 알 수 없었다.

소평파는 과거에 말하길, 자신이 담요현을 죽였다고 했었다. 그런데 설마 자신을 속인 것일까? 사실은 죽이지 않았고, 단지 자신을 제국으로 보내기 위해 거짓을 말한 것이란 말인가?

하지만 죽지 않았다면, 삼 년 동안 잘 살아 있으면서, 왜 자신에게 연락하지 않았단 말인가? 어째서 조금의 소식도 전하지 않았단 말인가?

당시, 소유아는 그를 기다리며 밤잠을 이루지 못했다. 설마 그는 조금도 자신을 그리워하지 않았단 말인가? 자신과 연락하지 않고도 견딜 수 있었단 말인가?

자신에게 아무 연락도 하지 않았으면서, 왜 이제 와 다른 사람에게 시집을 가고 나니 다시 나타난단 말인가? 지금 소유아가 어떤 심정이겠는가?

사실 소유아는 담요현을 원망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녀가 알고 있는 담요현이라면, 분명 그녀에게 연락하지 못할 만큼, 중한 이유가 있었을 게 분명하리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울었다. 조용히 침상에 앉아 눈물을 흘렸다.

소평파가 당시 삼 년의 시간을 말했다. 담요현이 어느 업계에서든지 어느 정도 성과를 이루기만 한다면, 그녀를 그에게 시집보내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사실 그 말을 듣는 와중에도, 심지어 소유아조차 담요현이 귀의의 제자가 될 줄 꿈에도 생각 못 했다. 아무 쓸모없어 보이던 백면서생이, 닭 모가지 하나 비틀 힘없어 보이던 그가, 천하에 명성이 자자한 귀의의 제자가 되다니!

수많은 황족조차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애원을 할 정도였다.

이런 성과를 거둘 줄, 소평파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을 것이다. 만약 담요현이 이런 성과를 거둘 것이라는 걸 소평파가 미리 알았다면, 소평파는 아마 소유아를 제국으로 보내지도 못했을 것이다. 그저 눈이 빠져라 담요현을 기다렸겠지.

아무 쓸모없는 백면서생이 드디어 성과를 이루었다. 그것도 엄청난 성과였다. 꿈에서도 생각지 못한 성과였다. 더는 ‘의식주’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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