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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76화 (473/1,000)

1376화. 시작에 불과하다

소유아는 멍청한 얼굴로 웃었다. 눈물을 흘리며 미소지었다. 지금 그녀는 담요현이 이룬 성과에 기뻐해야 할지 슬퍼해야 할지 갈피를 잡을 수 없었다.

왕비가 마치 귀신들린 사람처럼, 울었다가, 웃기를 반복했다. 아무리 불러도 반응이 없는 것을 보고, 두 시녀는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한 사람이 다른 사람에게 말했다.

“빨리, 빨리 가서 법사님을 모셔와.”

한 사람이 그대로 몸을 돌려 나가려고 할 때, 소유아가 입을 열었다.

“그럴 필요 없다. 난 괜찮다.”

그녀는 소매로 눈물을 닦아내고 다시 물었다.

“내가 얼마나 잤더냐?”

시녀가 대답했다.

“온종일 주무셨습니다. 너무 지치셨습니다.”

소유아가 다시 물었다.

“왕야는 어떠시냐?”

“왕야께서는 이미 일어나셨습니다. 왕비님이 주무시고 얼마 지나지 않아 일어나셨습니다.”

“옷을 갈아입어야겠다!”

소유아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났다.

씻고 옷을 갈아입은 그녀는 먼저 아들을 보러 갔다. 아들은 마침 달콤한 잠에 빠져있었다. 그 후 그녀는 다급한 발걸음으로 호진의 병상으로 향했다.

확실히 호진은 깨어있었다. 마침 좋은 방향으로 회복하는 중이었고, 얼굴에 혈색이 돌고 있었다.

옥시지독, 독이 발작하면 죽음에 이른다. 소문에 의하면 옥시지독에 중독되어 죽은 시신은 피부가 창백해지고 혈색 또한 투명해져서 그 모습이 마치 옥석같이 변한다고 한다. 그래서 ‘옥시지독’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침상 옆에 살짝 걸터앉아 자신의 안부를 물어오는 소유아를 보며, 호진은 마음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미소를 지었다.

“나를 며칠 동안 계속 보살피느라 지쳐, 오랫동안 잤다고 들었소.”

“왕야 때문에 정말 깜짝 놀랐어요.”

“이리 오시오!”

호진이 손을 뻗어 그녀를 잡아당겼다. 소유아는 호진이 뭘 원하는지 알 수 없었지만, 상반신을 굽혀 그에게 다가갔다.

호진은 손을 뻗어 그녀의 옷깃을 살짝 벌렸다. 하얀 그녀의 목에는 흉터가 새겨져 있었다.

“스스로 낸 상처라고 들었소. 아프시오?”

소유아는 호진이 이 상처를 보려 했다는 것을 깨닫고는 그의 손을 내리고는 이불을 덮어 주었다.

“작은 상처에요. 아프지 않아요. 괜찮아요.”

“앞으로는 그런 어리석은 짓 하지 마시오. 만약 당신이 그러다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나는 내 왕비를 어디 가서 찾는단 말이오?”

소유아가 쓴웃음을 지었다.

“당시 소첩에게는 이 방법밖에는 없었어요. 나름 필사적이었지요.”

호진의 얼굴에 부드러운 미소가 걸렸다. 그는 다시 이불 속에서 손을 꺼내 소유아의 옥수(玉手)를 부드럽게 잡아주었다.

“다 지나간 일이오. 내가 깨어난 후, 차 선생님이 모든 일을 내게 알려주었소. 보심이 찾아가도 소용없는 사람이었소. 하지만 당신은 해냈지. 나를 구하기 위해, 검을 뽑아 자신의 목숨으로 위협을 했다고 들었소. 또 그 장원의 입구에서 무릎을 꿇고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애원했다지. 마지막에는 일어나도 제대로 서 있지도 못했다고 들었소. 그제야 무심 선생님의 자비를 얻을 수 있었으니, 참으로 고맙소.”

소유아가 그의 손을 다시 이불 안에 넣어주며 말했다.

“왕야, 그건 모두 제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었어요.”

“이런 아내를 얻었으니, 남편으로서 더는 무슨 소원이 있을까! 유아, 본왕의 생명은 그대가 구한 것이오.”

“아니에요…….”

소유아는 자신의 공을 내세우지 않았다. 다만 무심에 관해서 이야기하니, 조금 멍청한 얼굴로 넋을 잃었다.

호진은 소유아의 손을 몇 번 주무르고 나서야, 그녀는 다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며칠 동안 잠을 자지 않았다고 들었소. 어째, 지금은 좀 괜찮아진 것이오? 힘들면 어서 돌아가서 쉬시오. 난 괜찮으니, 계속 날 간호할 필요 없소. 여봐라. 왕비를 모셔라!”

* * *

무심이 깨어났다. 무심은 사람들을 물리고, 혼자 마당에 있는 긴 의자에 누워 하늘의 달을 보고 있었다. 지금 무심은 넋이 나가 있었다.

제경에 이렇게 오래 있으면서, 줄곧 보고 싶었던 사람을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무심은 원래 그녀에게 왜 약속을 지키지 않았느냐 묻고 싶었다. 어째서 다른 사람에게 시집갔느냐고 묻고 싶었다.

원래는 그와 그녀를 갈라놓은 모든 사람에게 복수하고 싶었다. 소평파에게 복수하고, 우유도에게 복수하고, 그녀를 차지한 사람을 죽이고 싶었다.

하지만 결국, 무심은 그 남자를 구했다. 그 남자를 구하고 소유아가 그 남자와 밤낮으로 함께할 수 있게 했다. 그리고 지금 그와 같이 있는 것은 달뿐이었다. 지금 자신이 도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 수 없었다.

그는 과거, 자신이 막 깨어났을 때의 상황을 떠올렸다. 수많은 약병과 약 냄새가 가득한 공간이었다.

자신을 구한 늙은이가 그 유명한 귀의라는 것을 알았을 때, 그는 소평파와의 삼 년 지약을 떠올렸다. 성과를 이루어야 소유아를 데려올 수 있었다. 그렇기 때문에 그는 귀의에게 자신을 제자로 받아달라고 매달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 기회를 잡고 싶었다.

귀의가 그런 사람을 한두 명 봤겠는가. 매정하게 내쳤다. 하지만 이놈은 좀 달랐다. 마치 광인처럼 잠도 자지 않고 미친 듯이 들러붙는 게 아닌가. 결국, 귀의도 두손 두발 다 들었다. 그는 대충 둘러대며 그에게 의서를 한 권 던져 주었다. 그리고 삼 일 안에 그 내용을 모두 외우면 그를 제자로 삼아주겠다고 했다

그런데 정말 놀랍게도 서생은 성공했다. 그건 그 서생이 가진 유일한 장기였다. 결국, 노인은 어쩔 수 없이 그를 제자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귀의는 이후, 놀랄 수밖에 없었다. 이 어리석어 보이던 제자가, 아무 쓸모 없어 보이는 백면서생이 의술 쪽에 재능이 있었던 것이다. 의학과 관련된 것들을 마치 해면(*海綿: 갯솜, 스펀지와 비슷해 물을 잘 흡수하는 해면 동물)이 물을 흡수하는 것처럼, 즉각 흡수해 단번에 배워버렸다. 정말로 재능이 뛰어났다. 귀의는 얻어걸린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다만 귀의는 그가 의술을 배우는 목적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다만 한 여자를 위해서였다. 그렇기 때문에 귀의는 그를 세상으로 보내고 싶지 않았다. 그런 속세의 시시비비를 모두 잊으라 하고 싶었다.

하지만 그는 싫다 했다. 그러자 귀의는 다시 그를 난감하게 했다. 성과를 이룬다는 것은 그 스스로 어느 정도 일가를 이루어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고 말했다. 그렇게 하지 않고 세상에 나가면, 귀의라는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라 했다.

그렇게 되면 그건 진정한 의미에서 성과를 이룬 것이 아니니, 무슨 자격으로 여자를 아내로 맞이할 것이냐 했다. 그렇게 귀의는 그에게 일백팔 개의 병증을 주고, 그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어야. 산에서 내려갈 수 있을 것이라 했다.

그렇게 그는 삼 년 지약을 위해. 삼 년이 지나가기 전에 산에서 내려가기 위해, 아픈 몸을 이끌고 미친 사람처럼 의술을 파고들었다. 약곡(藥谷) 안에는 그가 원하는 모든 학습 조건이 갖추어져 있었다. 그는 지식을 마치 물을 들이켜듯 계속해서 집어삼켰고, 미친 듯이 배워나갔다.

결국, 삼 년이 지나기 전에, 귀의와 헤어질 수 있게 되었다. 그 당시, 담요현은 노인이 자신을 보며 어이없어하던 모습을 아직도 잊을 수 없었다.

그는 사부의 출산(出山) 조건을 만족시켰다. 아니, 만족했을 뿐만 아니라, 삼 년 지약이 끝나기 전에 그 모든 것을 완수했다.

귀의는 그에게 재능이 있다고, 남녀 사이의 정 때문에 그가 스러지길 바라지 않는다고, 당부의 말을 늘어놓았다.

약곡을 떠난 후에야, 그는 사부의 말이 무슨 의미였는지 깨달을 수 있었다. 소유아는 이미 다른 남자와 혼인을 한 후였다. 사부는 아마도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다만 그에게 차마 진실을 말할 수 없었던 것은, 그의 몸이 충격에 약하기 때문이었다.

산에서 내려간 후 처음 한 일은, 사부가 당부한 한 가지 일을 처리한 것이었다. 사부는 그에게 말하길, 사제의 집안에 문제가 생겼으니, 그곳에 가서 사제의 집안 사람을 해독하라 명했다.

* * *

제경은 겉으로 보기에 평온했다. 하지만 제경 밖은 그야말로 비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온 제국이 흔들리려 하고 있었다.

장기간 치밀하게 계획한 일이었다. 진국은 강대한 진국의 첩보력을 동원하여,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호연무한 휘하 일부 대군의 통신 중추를 파괴했다. 하지만 이건 소평파의 1차 계획에 불과했다. 소평파는 이 행위가 위국에 보내는 제국의 지원군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 봤자 대군의 행군을 며칠 지연시킬 뿐이었다.

제국에는 연락 통로가 수없이 많았다. 음모를 파악하는 것이 조금도 어렵지 않았다. 진정한 의미에서 제군의 소통 능력을 통제했다고 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것이 바로 소평파가 만들고 싶은 효과였다. 비록 작은 일이지만, 제국의 입장에서 보자면, 자신들 군대의 통신 통로조차 적에게 통제당했으니, 아주 큰 일로 보일 수밖에 없었다. 만약 이런 일이 또 발생한다면, 대체 전쟁을 어찌 수행한단 말인가? 나라가 망할 가능성마저 있었다. 이 행동은 분명 제국 교사대의 전폭적인 개입을 불러올 것이 분명했다.

이후, 또 다른 큰일이 발생했다. 우선은 황족이 대량으로 중독되었고, 교사대가 그 일에 투입되었다.

그런 후에는 다시 대군이 통제를 잃었고, 또다시 교사대가 투입되었다. 연달아 몇 가지 일로 인해서 제국 교사대의 모든 힘이 투입된 것이다.

이렇게 교사대가 전면적인 반격을 가하기 시작했을 때, 소평파는 이것까지 다 예측해두고 있었다. 소평파는 그들과 싸울 상대를 이미 준비해 놓았던 것이다.

제군의 통신 중추를 공격한 것은 미끼에 불과했다. 연환계의 시작에 불과한 것이다.

제군의 통신 중추를 공격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행동으로 인해서 진국 흑수대가 제국에 숨겨놓은 세력이 폭로되었다. 하지만 그건 모두 미끼였다.

사건의 심각성, 큰 대가를 치를 각오한 미끼의 역할로 인해서 소평파는 성공적으로 교사대의 힘을 끌어들이고 움직일 수 있었다. 이건 시작에 불과했다!

소평파의 진정한 계획은 서원대왕 호운승과 금왕 호계였다.

호운승과 호계가 반역을 일으켰다. 황제의 친동생과 황제의 아들이 반역을 일으킨 것이다!

사실 두 사람이 반역을 일으킨 것이지만, 실질적인 의미에서 반역을 일으킨 주체는 금왕 호계였다.

황제는 호운승이라는 동생을 시종일관 통제하고 있었다. 어느 정도 항상 감시하며, 지속적으로 압력을 가한 것이다. 비록 호운도가 황제가 될 때 이 동생의 지지가 큰 힘이 되었지만, 황권을 장악한 후에는 은혜를 갚을 생각이 없었다. 한 산에 두 마리의 호랑이가 있을 수는 없었다. 호운도는 호운승의 병권 등, 그가 가지고 있던 실권을 빼앗았다. 그리고 그에게 한가로운 직책인 황실 종친을 관리하는 직위를 내렸다. 덕분에 호운승에게는 실권이 없었다.

덕분에 호운승은 황제에게 증오심을 품고 있었다. 당시 대군을 이끌고 피를 튀기며 형을 황위에 올려주었다. 당연히 어느 정도 좋은 대우를 받을 것을 기대하고 있었다. 하지만 좋은 대우는커녕, 가지고 있던 것도 다 빼앗겼다. 더욱 그를 분노하게 하는 것은, 자신의 한쪽 다리가 바로 호연무한의 가신에 의해 장애를 가지게 됐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황제는 그걸 보고도 못 본 척했다.

만약 기회가 있다면, 호운승은 기꺼이 반역을 일으켜, 마음속의 울분을 토해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럴만한 능력이 없었으니, 그저 배후에서 작은 수작이나 부릴 뿐이었다.

그런 그에게 황제의 아들인 호계가 눈에 들어왔다. 이 호계라는 아들은 황제가 어느 정도 기대를 하고 있던 아들이었다. 황제는 당연히 모든 아들에게 어느 정도 단련할 기회를 주기도 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아들들이 자신의 세력을 만드는 것을 허용하기도 했다. 그렇게 해야만 이 아들들 중에 누가 사람들을 다스리고, 윗자리에 설 수 있는지 판가름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일정한 지위에 오른 황자라면, 당연히 손을 잡은 뒷배가 있기 마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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