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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77화 (474/1,000)

1377화. 후회스럽구나!

호계가 손을 잡고 있는 뒷배들은, 서원대왕 호운승이 가진 세력과는 급이 달랐다. 조정의 관원들이 아무리 줄을 잘못 잡아도, 머리에 이상이 있지 않은 이상, 호운승이라는 썩은 줄은 잡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호운승은 줄곧 호계를 눈여겨보고 있었다. 가능성은 매우 작았지만, 어쨌든 호계와 친해진다면 반역까지는 아니더라도, 예전에 자신이 누리던 권력을 일부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 것이다.

소평파는 흑수대를 통해 이런 사실을 알아냈으며, 조심스레 전략을 짜기 시작했다. 만약 소평파가 직접 금왕 호계를 찾아가 수작을 부렸다면, 호계는 절대 승낙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기에 소평파는 먼저 서원대왕 호운승과 접촉했다. 이후, 호운승이 자연스레 호계와 접촉했다. 당연히 호계는 그 뒤에 소평파가 있는 줄 모르고 있었다.

그렇게 소평파는 제국 황족 사이에서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 사실은 지금까지 그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았었다.

그렇게 호계는 황가의 별장에서 도망치게 되었고, 소평파에게 목줄이 잡혀, 다시는 되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

도망친 후에 호계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부황이 사람을 시켜 별장에서 자신을 잡아 오라 시킨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만약 그가 발 빠르게 도망치지 않았다면, 이미 잡혀 들어갔을 것이 분명했다.

하지만 그렇게 도망친 후, 더는 어떠한 변명도 할 수 없게 되었음을 발견했다. 만약 자신이 하독한 것이 아니라면, 왜 도망친단 말인가?

그는 돌아가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없었다. 되돌아간 결과를 감당할 수 없었다. 하독은 말할 것도 없고, 도망친 전력이 있었으니 말이다. 호계는 태자의 위와 황위가 더는 자신과 인연이 없어졌음을 깨달을 수 있었다. 또 과거 그가 황족 형제들에게 했던 일들에 대해, 사람들이 철저히 꼬투릴 잡아 자신을 죽이려 할 것이 확실했다. 황권 쟁투에서 패배한 사람의 결과가 어떠한지 그는 너무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호계는 그 결과를 마주하지못하는 사람이었다.

그가 설사 돌아가고 싶다고 한들, 돌아갈 수 없었다. 그 곁에 있는 모사가 그를 다독이며, 각종 방법으로 그의 망상을 차단했다.

돌아가지 않으면 어떻게 할 것인가? 평생 숨어 살아야 한단 말인가? 아무도 그와 평생 숨어 살려고 하지 않았다. 누군가가 배후에서 상황을 그렇게 만들어갔다. 그렇다고 호계 혼자서 평생 숨어 살 수는 없는 것 아닌가? 그 혼자라면 가장 기본적인 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웠다. 그러니 대체 어떻게 살아가야 한단 말인가? 아마 하루가 지나기도 전에 붙잡힐 것이다!

그럼 붙잡히길 그냥 기다리란 말인가? 곁에 있는 모사의 의견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그는 말하길, 진국과 결탁하고 독자적인 병권을 세우라 했다!

모사의 설득이 일리가 있었다. 그것이 유일한 기회였다. 제국의 대군이 대대적으로 위국을 돕고 있는 지금이 가장 좋은 기회였다. 제국 내부가 비어있는 지금이 말이다. 진국의 의도는 명확했다. 호계가 진국에 의탁하기만 하면, 진국은 대대적으로 그를 돕겠다고 했다.

진국의 전략적 계획이 성공하기만 한다면, 제국의 황위는 어렵겠지만, 최소한 목숨은 건질 수 있고, 부귀영화를 누리는 것은 어렵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과거의 적수들이 포로가 되는 것을 웃으며 지켜볼 수 있을 것이다.

호계에게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는 빠르게 자신 파벌의 사람들에게 연락을 넣기 시작했다.

금왕이 도망쳤다. 그를 확인한 조정은 이미 어느 정도의 방어조치를 취하기 시작했다. 급히 금왕 파벌의 세력에게 어명을 전한 것이다. 하지만 소평파의 계획이 한발 빨랐다. 절차에 따른 제국 조정의 움직임은 그렇게 한발 늦고 말았다.

금왕 파벌의 세력도 금왕 덕분에 어쩔 도리가 없었다. 금왕이 무너지면, 그 파벌에 속한 사람들도 숙청을 당하고 말 것이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금왕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

다만 한 가지 문제점이 있었다. 이는 제국 수행자들의 힘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수행자들의 힘과 지지가 없다면, 반란군은 버티기 힘들어질 게 분명했다. 다만, 수행자들은 속한 문파가 있었기에, 호계처럼 쉽게 나라에 반기를 들지 않았다.

하지만 놀랍게도 이것조차 이미 준비가 되어있었다. 소평파가 제국에 남아서 모든 것을 조율하는 가운데, 이미 진국의 수많은 수행자가 비밀리에 제국에 들어와 있었다. 그들은 신속하게 금왕 파벌의 사람들과 안팎으로 결탁해 종군 수행자들을 숙청하고, 금왕 호계를 위해 길을 깔아 주었다.

진국이 대량의 수행자들을 이번 일에 참여시켜, 두 나라와 동시에 전쟁을 벌이게 되었다. 덕분에 진국은 나라 안의 수행자들을 총동원해 배치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소평파의 세심한 계획이 더해진 덕분에 진국 수행자들은 두 나라의 수행자들과 밀리지 않고 싸울 수 있었다.

위국 내부,

소평파의 현혹하에 제후들과 이익이 얽혀 있는 수많은 수행계 세력이 흔들렸다. 덕분에 위국은 수행자들을 모두 동원해 전장에 배치할 수 없었다. 그리고 이 덕분에, 병력을 분산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진국의 수행자들은 위국의 수행자들을 충분히 막을 수 있었다.

반면 진국 내부에서는, 많은 병력이 위국을 지원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는 수많은 종군 수행자들이 포함되어 있었다. 당연히 금왕을 돕기 위해 제국에 들어온 진국의 수행자들로 충분히 제국을 상대할 수 있었다.

그리고 사실 진국에게는 금왕이 이번 반란에서 승리할지 말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았다.

소평파나 진국 모두, 겨우 금왕 호계 정도 되는 인물로, 제국과 계속 힘의 균형을 맞출 수 있다고 기대하지 않았다.

모든 약속은 물거품과 같았다. 성공한다면 좋았지만, 성공하지 못한다 해도, 나쁘지 않았다. 사실 금왕 호계 세력의 생사는 소평파와 진국에게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호계가 반란을 일으킨 것은 호연무한의 지원군을 최대한 늦춰서 진국이 위국을 공격해 무너뜨릴 시간을 버는 것이었을 뿐이다.

일단 금왕 호계의 패배가 확실시되면, 진국 수행자들은 아주 빠르게 철수할 계획이었다.

이것이 모두 소평파가 세운 계획이었다. 이것이 바로 제국에 잠입한 흑수대의 거대한 희생과 맞바꾼 계획이었다. 그리고 이 계획은 지금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

교사대의 힘이 대량으로 빠져나갔기에, 흑수대도 어느 정도 교사대의 움직임을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비어있는 허점에 어느 정도 반격을 하면서, 금왕이 병력을 모을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다.

교사대는 온 힘이 다른 곳에 집중되어 있었기에, 그 세력의 부재로 인해서, 그 사건을 빠르게 발견할 수 없었다. 덕분에 제국 조정은 굼뜬 반응을 보여주었다. 당연히 금왕의 병력이 결집하는 것을 막을 수 없었고, 그들을 저지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날려버렸다.

소평파가 대량의 흑수대 인원을 희생한 것은 바로 그 조금의 기회를 얻기 위해서였다!

흑수대 사람들이 보기에, 겨우 저 적은 기회를 위해서 그렇게까지 많은 희생을 할 가치가 없다고 보았다. 하지만 진국 조정이 보기에는 달랐다. 이번 일은 대 전략과 연관된 일이었다.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지불한다 해도 해야 하는 일이었다. 이 때문에 진국은 막대한 대가를 감수하고 전력으로 소평파의 계획을 지원했다.

흑수대가 반응을 보였을 때는 금왕 파벌의 각지 병력이 이미 빠르게 모이는 중이었다. 서원대왕 호운승도 만여 명의 병력을 이끌고 금왕에게 의탁했다. 서원대왕은 그보다 많은 병력을 어떻게 해도 만들어내기 어려웠다. 진국의 간섭하에, 그는 반란군에서 호계 아래 위치할 수밖에 없었다.

지금 소평파가 연달아 안배한 영향력이 다시금 나타났다. 이 상황이 바로 소평파가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낸 결과였다.

각지에서 다시금 금왕 호계와 서원대왕이 반란을 일으켰다는 소식을 받아들었다. 이들이 가장 먼저 보인 반응은 망설임이었다. 조정에서 긴급하게 내린 군령조차도 의심하기 시작했다. 혹시라도 적의 계략일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들은 가장 먼저 통신 중추가 적에게 통제받고 있는 것은 아닌지 확인 작업을 먼저 했다. 호연무한도 소식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한 것은 조정에 사실을 확인한 것이었다. 그 전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서원대왕 호운승의 일반 병력을 모았고, 금왕 호계가 십오만에 가까운 병력을 모았다.

비록 겨우 십오만에 불과하지만, 제국 내부의 중요 병력이 부재한 상황이었다. 주력 병력은 이미 위국을 향하거나 진국 쪽을 방어하고 있었다. 거기에 진국에서 지원해준 대량 수행자들의 지지를 받고 있으니, 십오만의 병력은 제국의 성곽과 땅을 점령하며 종횡무진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각지를 방어하는 지방 관리들도 속수무책이었다. 그렇게 성문을 열고 투항한 사람들은, 호운도를 암군(暗君)이라며 공개적으로 비판하고 나설 수밖에 없었다!

반면 서원대왕 호운승은 다년간 황족 종실을 관리한 신분으로 호운도의 황위가 정통성이 없다며 외치고 다녔다. 또 그가 다른 황족과 수족 같은 형제를 죽였다고 했다. 그러니 다른 황족들에게 같이 힘을 모아 호운도를 끌어 내리자 설득했다.

물론, 호 씨 황족은 겨우 그 정도 호소에 반란을 일으킬 정도로 멍청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비판은 호운도의 명성에 큰 영향을 미쳤다.

십오만의 반란군이 국토를 유린하고, 난민과 청년들을 강제로 징집하니, 서서히 그 군세를 불리게 되었고, 놀랍게도 빠르게 오십만이 되었다!

“몹쓸 놈!”

호운도가 분노했다. 자신의 아들이 반란을 일으킬 줄 상상도 못 했다. 그는 어서방에 있는 서탁을 걷어차며 얼굴이 푸르게 변할 정도로 대노하고 있었다.

그를 시중드는 내시들은 모두 겁에 질려 벌벌 떨었다. 보심조차도 입 뻥끗하지 못하고 있었으니, 온 황궁이 전전긍긍했다. 평소 걸핏하면 다투던 후궁의 귀인들도 모두 고분고분해졌다. 지금 같은 분위기에서 감히 그 누구도 함부로 움직이지 못했다.

귀인들은 이럴 때 자신들의 목숨이 저 길가에 잡초와 같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지금 만약 누군가 문제를 일으키면 그건 죽여달라는 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챙!

검을 뽑아 든 호운도는 그대로 검을 휘둘러 기둥에 박아 넣더니 이를 갈며 말했다.

“후회스럽구나!”

호운도의 증오가 이유 없는 것은 아니었다. 호운승은 그와 같은 어미에서 나온 친동생이었다. 형제의 정이 있고, 자신이 황위에 오르는 데 동생이 큰 공을 세웠기 때문에, 호운승이 배후에서 하는 짓들을 그저 눈감아 주었다. 그를 죽이지 않은 것도, 어느 정도는 황궁에 있는 다른 황족들과 귀족들의 눈을 생각한 것이기도 했다.

아들 호계 같은 경우는, 그 모친이 과거 호운도가 가장 사랑했던 여인이었다. 그녀는 그를 구하기 위해서 화살에 맞아 고슴도치처럼 변해 죽었다. 그의 품에서 죽으며 피를 머금은 그녀는 그에게 아들을 부탁했다.

호운도는 원래 그 아들을 태자로 세울 생각이었고, 그에게 대통을 잇게 하려 했다. 하지만 호계의 능력이 너무나 부족했다. 그런 그에게 어찌 한 나라를 맡길 수 있단 말인가?

그렇게 비록 아들이 본분을 지키지 않고 함부로 행동했다고 하나, 호운도는 과거의 여인을 생각해서 아들은 곤란하게 하지 않고, 계속해서 기회를 주었다.

그렇게 자신의 손과 발 같았던 동생이, 그의 아들들을 독살하려 했다니.

이제 와 하독한 사람이 바로 자신의 동생 호운승이라는 것을 그가 모를 수 없었다. 당시 그가 호운승의 병권을 빼앗은 것은, 어느 정도는 동생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실권이 없다면, 호운승이 되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지 않을 것이고, 그의 살심을 불러오지 않으리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그의 관대한 생각은 잘못된 것이었다!

또 자신이 수차례 기회를 주었던 큰아들이 외적과 결탁하고 나라의 빈틈을 파고들다니.

어쩌면 다른 사람의 눈에 그는 무정무의한 황제로 보일지 몰라도, 그 자신은 스스로 얼마나 관용을 베풀었는지 아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당시 호운승을 죽이지 않은 것을 후회했다. 그는 아들을 폐위시키지 않은 자신을 증오했다. 이제 그 둘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냈다.

그는 진정 자신이 제왕의 무정함을 이루지 못했음을 후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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