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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78화 (475/1,000)

1378화. 여황제

“풍(風)! 풍! 풍!”

성문 밖,

대군이 집결해 있었다. 그들은 산천을 뒤흔드는 고함을 내질렀다. 비록 만여 기에 불과하지만, 그 기세가 하늘을 찔렀다.

그들이 내지르는 구호는, 과거 제국의 흑풍기와 똑같았다!

호연위와 그 형은 갑주를 입고 말에 올라타서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성문을 뛰쳐나갔다. 그들이 기병들 앞에 도착했을 때, 둘 중에 형이 팔을 치켜들고 소리쳤다.

“출발!”

만여 기의 기병들이 신속하게 방향을 바꾸더니 질주하기 시작했다.

선봉에서 질주하는 호연위는 조금의 위험도 느끼지 못했다. 오히려 위풍당당했고, 매우 흥분한 모습이었다. 그는 처음으로 군대를 따라 출정한 것이었고, 지금 형의 부관으로 이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만여 기의 기병은 호연무한이 남겨놓은 병력으로, 경성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효기군이었다.

호운도는 반란을 잠재우기 위해 호연무한에게 명령을 내렸다. 하지만 호연무한은 황제의 명령에 항명했다. 병력을 철수시켜 반란군을 잠재우지 않고, 원래 계획대로 진군을 상대하겠다고 한 것이다.

장수가 전장에 있다 보면, 군주의 명령에 따르지 못함이 있을 수도 있었다. 그러니 그 말에 호운도는 그를 어쩔 수 없었다. 이대로 총사령관을 바꿀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국내에 남아있는 병력을 집결해 반란군을 토벌하기로 했다.

조금이라도 빠르게 토벌하기 위해 호운도는 경성을 지키기 위해 남아있던 정예 효기군을 동원하기로 했다.

효기군을 보낸 건 당연히 이유가 있었다. 성곽을 지키는 것은 원래 기병의 특기가 아니었다. 기병은 전장에서 적진을 향해 돌격하는 병과였다.

그렇게 호운도는 호연무한의 장자를 대장으로 임명했다. 다른 방법이 없었다. 효기군은 줄곧 호연 가가 장악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른 사람들은 통제하기 어려웠다.

호연위도 참지 못하고, 출전하고 싶다는 상소를 올렸다. 호운도는 당연히 크게 기뻐하며 그를 부장으로 임명했다.

호청청이 한발 늦게 도착했다. 그녀가 성곽에 올랐을 때는 저 멀리 먼지구름만이 보이고 있었다. 그녀는 그곳을 바라보며 고약한 얼굴로 입술을 삐죽이고 있었다.

호청청은 호연위를 배웅하기 위해 왔었다. 원래는 오고 싶지 않았지만, 황후의 반복된 권고에 오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결국 뭉그적거리다가 늦어 버렸고, 배웅을 할 수 없었다. 그저 저 멀리 보이는 먼지구름만이 보였고, 말발굽 소리만이 은은하게 들려올 뿐이었다.

* * *

“조당의 그 큰 압박에도 호연무한이 항명하다니!”

지하실에 숨어 등불 아래를 오가던 소평파는 전해온 소식을 읽고 눈살을 찌푸리며 침음했다. 호연무한이 이처럼 공개적으로 항명할 줄은 몰랐다.

만약 다른 사람이 안팎으로 문제가 생긴다면, 우선 안을 안정시키려 할 것이었다. 하지만 이 상장군은 굳건하게 외부의 문제인, 진국의 공세를 꺾으려고 했다.

이렇게 되면, 그 전에 제국의 군대를 늦추기 위한 일련의 계획이 실패한 것과 같았다. 호연무한은 국내의 문제를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렇게 잠시 주저하던 소평파가 고개를 들고 장탄식을 내뱉었다.

“연산명, 제무한이라. 과연 제국의 기둥이라 할만하다. 이 사람이 죽지 않는다면, 진국의 모든 노고가 물거품이 되겠구나!”

한쪽에 있던 소삼성이 물었다.

“대공자님, 이제 어찌해야 합니까? 호연무한을 상대할 다른 방법이 있으십니까?”

소평파가 고개를 저었다.

“남 보여주기 부끄러운 음모와 귀계는 수면 아래에서만 소용이 있을 뿐, 호연무한의 전략 전술과 대군의 종횡무진 같은 정면 대결에는 쓸모없을 뿐이다.”

그는 손에 든 소식을 소삼성에게 건네며 말했다.

“전장의 일은 내 장기가 아니니, 함부로 간섭했다가 오히려 일을 그르칠 수 있다. 이후에 벌어질 양쪽 군대의 교전은 저들 장군들에게 알아서 하라고 하는 것이 좋겠다. 이 정도까지 저들의 앞길을 깔아 주었으니, 분명 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빨리 이 소식을 올려보내라!”

“알겠습니다!”

소삼성이 명령을 받고 움직였다.

* * *

진국과 위국의 국경.

진국의 대군이 국경을 압박하며, 위국에 대한 전면적인 공세를 취하고 있었다. 군대의 사기가 바닥을 치고 있는 위국으로는 진군의 강맹한 공세를 버티기 힘들었다.

위국 국경 내부,

이곳에서도 소평파의 모략은 지대한 역할을 했다. 윤여의 대군이 동진하는 길목에 그들을 가로막는 세력은 거의 없다시피 했다. 그야말로 거침없이 전진했다. 위국의 제후들은 자신의 눈을 가리고 그들이 지나가는 것을 그저 수수방관했다.

소식이 전해지자, 현미는 피를 토하는 심정이었다. 조정의 명령이 내려간 후에, 윤여의 대군이 동진하는 노선에 있는 제후들의 군대는 입으로는 아주 흔쾌히 조정의 명을 승낙했다. 하지만 실질적인 행동은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전방에 교전을 벌인 대군이 패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윤여의 대군이 움직이는 길목에 있는 수비군들의 태도가 더욱더 모호해졌다. 일부는 심지어 윤여의 대군에게 군량을 보급해주기까지 했다.

그 소식을 들은 현미가 어찌 피를 토하는 심정이지 않을까. 그들은 신하들을 앞에 두고 분노한 목소리로 소리쳤다.

“매국노!”

“상공!”

당희가 갑자기 대전으로 뛰어들어와 신하들의 의아한 눈빛을 무시하고 그대로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 현미의 귓가에 뭐라고 속삭였다.

현미의 안색이 급변했다.

“뭐라고?”

현미는 몸가짐을 신경 쓰지 않고, 한창 의논하던 조회를 내버려 두고, 황급히 뛰어나갔고, 당희가 그 뒤를 쫓았다.

대전 내부,

영허부의 장문인 상임선, 수정각의 장문인 장봉, 대악산의 장문인 낙언진은 각자 심각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이제 현미가 뛰쳐나가자 서로 눈빛을 교환하더니 빠르게 대전을 뛰어나갔다. 그렇게 대전 안에는 무슨 일인지 몰라 서로서로 바라보고 있는 대신들만이 남았다…….

현미가 도착한 곳에, 서문청공은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었다. 그는 입과 코에서 피를 흘리고 있었다. 얼굴은 노랗게 떠 있었고, 눈을 감고 호흡을 조율하며 침묵하고 있었다.

뛰어들어온 현미가 그 모습을 보고는 황급히 그 앞에 무릎을 꿇고 그를 껴안았다. 그녀는 당황한 나머지 어찌할 바를 몰라 했다.

“서문청공, 이게 어찌 된 건가요? 놀라게 하지 마세요!”

서문청공이 두 눈을 천천히 뜨더니 담담히 말했다.

“누군가 내 차에 독을 탔소.”

“어찌 그럴 수가?”

현미가 깜짝 놀랐다. 그녀 곁에 있는 사람들은 모두 현미가 선별한 심복들이었다. 그런 수작을 부릴 사람들이 아니었다.

서문청공이 다시 두 눈을 감았다. 현미가 다급히 물었다.

“누가 그런 건가요?”

빠르게 다가온 당희가 그녀를 설득하며 말했다.

“상공, 서문 선생님이 지금 법력으로 체내의 독성을 억제하고 있습니다. 지금 그를 방해하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현미가 황급히, 또 분노한 모습으로 방을 나와 시중드는 사람들을 불러 모아 물었다.

“누가 한 짓이냐?”

하지만 아무리 물어도 아무도 알지 못했다. 다만 당희만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문중의 제자들이 그 전에 부마가 이 근처를 다녀가는 것을 보았습니다….”

“당 장문인, 증거가 없는 말은 함부로 해선 안 될 것이네!”

성큼성큼 걸어온 삼대 문파의 장문인 중 대악산의 장문인 낙언진이 굳은 목소리로 호통쳤다.

“지금 그대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아는가? 그대는 위국과 제국의 연맹을 파괴하고 싶은 것인가?”

당희는 그저 곤란해하며 입을 다물었다. 이때, 그 말을 들은 현미가 두 눈을 번뜩이더니 소리쳤다.

“지금 당장 호승을 잡아 와라!”

얼마 지나지 않아, 호승은 ‘안내’를 받아 왔다. 현미가 그 즉시 그에게 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내가 한 것이 아니오. 모함하지 마시오.”

호승은 담담한 모습으로 말하고는 한마디 추가했다.

“죽으면 죽는 것이지, 뭘 그리 놀라는 것이오.”

현미가 이를 악물고 말했다.

“그러니까, 지금 네가 한 짓이라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냐?”

“내가 말하지 않았소. 내가 한 짓이 아니오.”

“그럼 어째서 죽으라고 저주하는 것이냐?”

호승이 분노했다.

“현미, 내가 멍청이로 보이나? 너희 두 사람이 밤에 같은 방에 들어가며, 나를 무슨 취급 했느냐? 본왕도 위국에 데릴사위로 들어온 것이 무엇 때문인지 알고 있다. 그렇다 해도, 너무한 것이 아니냐. 조금의 수치심도 없이! 우리 제국의 체면이 뭐가 된단 말이냐! 그럼 내가 죽으라고 저주하지 않으면, 축하라도 해주란 말이냐?”

사실상 하독한 것은 호승이 한 짓이 맞았다. 또 그의 신분으로 이곳을 드나드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사람도 없었다.

사실 원래 그가 모르는 일이 있었다. 하지만 누군가의 의도에 따라 어느 날 밤에 현미의 침궁에 가게 되었고, 그곳에서 방 안에 있는 남녀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는 남자였다. 비록 자신이 뭘 해야 하는지 그 본분을 알고 있었지만, 그때 호승이 얼마나 분노했는지 그 누가 알까.

그 후, 그는 어쩔 수 없이 누군가에게 자신이 발견한 그 사실이 무엇인지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의도적으로 정보를 그에게 흘렸고, 그 누군가의 확언을 받은 후, 호승은 분노에 휩싸였다. 이후, 더는 두려울 것이 없다는 듯, 호승은 그 누군가의 안배하에 기회를 봐서 손을 쓴 것이다.

현미는 호승의 말에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서문청공과 간통하고 있는 일이 사실 떳떳한 일은 아니었다. 현장에서 이토록 폭로 당하니, 당연히 면이 서지 않았다.

그런데도 그녀는 체면 불고하고 다시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좋아. 인정하든 말든, 네 입을 여는 방법은 많지. 여봐라, 지금 당장 이자를 끌고 가서 엄히 심문하라!”

호승은 그녀의 말에 크게 당황했다.

“현미, 지금 제국을 무시하는 것이냐!”

하지만 현미에게 위협을 해도 소용이 없었다. 시위는 마치 맹수처럼 그에게 성큼성큼 다가와 그를 붙잡았다.

현미가 냉소 지었다.

“흥. 설사 내가 너를 죽여버린다 해도, 제국에 네가 병사했다고 한마디만 하면, 제국은 아무 말도 하지 않을 것이다!”

“잠깐!”

영허부의 장문인 상임선이 입을 열었다. 그가 손을 들자. 수정각의 제자들이 앞으로 나서 호승을 구해냈다. 그리고 그를 데려가 보호하게 했다.

현미가 냉소 지으며 말했다.

“상 장문인, 이게 뭐 하는 짓입니까?”

상임선이 한숨을 내쉬었다.

“상공의 심정을 이해 못 하는 바는 아니요. 또 상공의 말이 틀리지 않소. 설사 저자를 죽여도, 제국은 대국을 위해서 모른 척할 것이오. 그렇다 한들, 상공은 우리 위국 내부는 생각해 본 적이 있으시오? 만약 상공이 제국의 황자를 죽인다면, 인심이 흉흉해지지 않겠소?

우리 삼대 문파는 상공이 이 자를 건드는 것을 허락할 수 없소. 설사 저자를 죽인다 해도, 그것이 지금은 아니오. 나중에 정세가 안정된 후에, 죽이든 살리든 상공 마음대로 하시오. 우리 삼대 문파는 절대 간섭하지 않을 것이오!”

수정각의 장문인 장봉이 앞으로 한 걸음 나서며 말했다.

“위국의 인심을 말하자니, 마침 상공에게 할 말이 있소.”

그가 뒤돌아 손짓했다. 곧 수많은 신하가 쏟아져 나와 현미 앞에 분분히 무릎을 꿇고는 큰 소리로 애원하기 시작했다.

“상공, 황위에 오르소서! 상공, 황위에 오르소서….”

신하들의 애원에 현미는 넋을 잃었다. 자신을 황위에 올리려 하다니!

만약 전장이 유리하게 진행되었다면, 저들은 절대 이런 결정을 내리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제 전쟁이 불리해지니, 사기를 올릴 일이 필요했다. 위국 백성은 누구나 현미의 능력이 뛰어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만약 지금 현미가 황위에 오른다면, 백성들의 민심이 안정될 것이다.

지금처럼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아주 사소한 이점이라도 있다면, 이들은 마치 지푸라기라도 잡는 마음으로 발버둥 칠 것이다.

이에 대해서 현미는 당연히 거절했다. 설사 허락하고 싶다고 해도, 지금 당장 빠르게 승낙할 필요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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