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79화. 후진(後秦) 출병 (1)
그렇게 상관없는 사람들을 모두 물리고, 현미는 방 안으로 돌아와 서문청공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울었다.
“다 저 때문이에요!”
서문청공이 눈을 떴다. 무슨 말을 할까? 결국, 그는 다시 눈을 감고, 최대한 정신을 집중해 독성을 억제했다.
한참을 울던 현미가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 빠르게 그곳을 빠져나갔다. 그녀는 당희를 찾아가 이를 갈며 말했다.
“호승이 궁중에서 극독이 어디서 났단 말인가? 만약 이곳의 수위들이 협조하지 않았다면, 또 어찌 기회를 찾아 하독할 수 있었을까? 동생, 이미 삼대 문파의 사람들이 서문청공을 구할 거라고 기대하지 않아. 그들이 중간에서 방해하지만 않아도 다행인 일이지. 그러니 청공을 구하는 일은 상청종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어.”
“알겠습니다.”
당희가 끄덕였다. 다들 멍청하지 않았다. 다만 증거가 없어 책임을 물을 수 없었을 뿐이다. 일단 삼대 문파와 사이가 틀어지면, 서문청공은 더욱 빠르게 죽을 뿐이다.
현미는 상청종의 세 장로를 빠르게 불러들였다. 하지만 서문청공의 중독에 대해서 그들은 속수무책이었다. 현미는 누구든 찾아 서문청공을 구하려고 했지만, 해독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다. 상청종의 세 장로는 최대한 연합해 서문청공 체내의 독을 억제할 뿐이었다.
서문청공은 발버둥 쳤고, 저 밖에서는 현미에게 황위에 오르라는 목소리만 높아져 갔다.
결국, 몇 번 사양하던 현미는 여황이 되는 것을 허락했다.
신하들은 다급히 현미의 등극 제전(祭典)을 준비했다. 그렇게 현미가 황제의 위에 오르는 그 날. 현미가 황포(皇袍)를 입어보고 있을 그때, 당희가 다시 한번 현미를 찾아왔다.
당희가 할 말이 있는 것을 보고 현미는 사람들을 물러가게 했다. 그제야 당희가 조용히 보고했다.
“상공, 누군가 비밀리에 상청종에 밀서를 보내, 서문 선생님을 구할 방법을 알려주었습니다.”
현미가 급히 물었다.
“누가 말이야?”
당희가 고개를 저었다.
“모르겠습니다.”
그리고는 밀서를 현미에게 보여주었다.
현미가 다급히 밀서를 펼쳐보니, 서신에는 서문청공을 빨리 제국으로 보내, 심복을 통해 제국 황제를 만나라고 되어있었다. 그리고 제국 황제에게 영왕비 소유아를 시켜 귀의의 제자 무심에게 간청하게 하면, 무심이 분명 서문청공의 생명을 구할 것이라고 되어있었다!
서신을 확인한 현미는 다소 머뭇거렸다. 당희가 그런 현미를 보고 당부했다.
“얼마 전에 제국 조당의 황족이 중독되었을 때 소유아의 애원이 귀의의 제자를 움직였다고 합니다. 덕분에 제국에서 중독되었던 황족들이 모두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그 일은 나도 알고 있다. 심지어 영왕비가 어떻게 무릎을 꿇고 애원했는지 동생보다 더 자세히 알고 있을 것이야. 하지만 나 또한 오히려 이를 알고 있기 때문에…. 그 무심 선생이라는 사람이 또다시 돕지 않으리라 생각하는 것이야. 만약 안 된다면? 지금 청공의 증상이라면 그곳까지 가는 것 또한 위험한 일이 될 거야. 그런데 기껏 갔는데, 마찬가지로 속수무책이라면? 그렇게 오가며 시간을 낭비한 서문청공이 정말 살아서 돌아올 수 있을까?”
“혹시 상공께 다른 선택지가 있으십니까?”
“그러니까 말이야!”
현미가 고개를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 서신의 내용이 조리 있고 자신감 있는 것을 보면 확신이 있어 보입니다. 그렇지 않다면, 곧 죽을 사람에게 이런 공을 들일 필요 없지요. 아무 의미 없는 일이니 말입니다.
현미가 몸을 돌렸다. 그는 당희의 팔을 붙잡고 신중히 당부했다.
“과거 많은 사람이 나를 황위에 올리려고 했어. 황위를 찬탈하고 싶지도 않았지만, 내가 황위에 오르면 청공도 무사하지 못할 것을 알았어. 일단 내가 황위에 오르면, 삼대 문파는 절대 청공을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그러니 이번 일은 절대 삼대 문파가 알게 해서는 안 돼.
이제 곧 황위에 오를 거야. 삼대 문파의 주의력이 흐트러진 그 순간이 바로 청공이 이곳을 벗어날 기회야. 동생이 직접 그를 데리고 제국 황제를 만나봤으면 좋겠어. 반드시, 청공을 안전하게 그곳으로 데려가야 할 것이야.”
당희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상청종은 무슨 일이 있어도 상공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겠습니다!”
그리고는 다소 망설이면서 말했다.
“다만 제가 제국 황제 앞에 서기에 무게감이 다소 부족할 것 같습니다!”
현미는 두말하지 않고 그대로 뒤돌아 서탁으로 가더니 직접 붓을 들어 서신을 작성하고 당희에게 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제국 황제 호운도를 만나 직접 전해주라 했다…….
제전이 거창하게 진행되었다. 그렇게 수많은 칭송 속에 황포를 입은 현미가 황위에 올라, 문무백관의 절을 받고, 정식으로 위국의 여황이 되었다. 그리고 정식으로 비바람 속에 흔들리는 위국의 대권을 이어받았다.
여황이 등극했다는 소식이 곧 온 위국에 퍼져나갔다. 적지 않은 사람들이 현미가 지금 상황에서 위국을 구해내길 기대하고 있었다. 그렇게, 위국 병사들의 기세가 다시 조금씩, 살아나기 시작했다.
냉궁에 연금된 현승천이 그 소식을 들었을 때, 앙천대소를 터뜨리며 말했다.
“현미, 개 같은 년. 그 더러운 야심을 드디어 드러내었구나! 개 같은 년, 천벌을 받을…….”
각종 저주의 말이 냉궁 안에 떠돌았지만, 신경 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현미가 여황에 등극한 후, 위국 삼대 문파는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서문청공이 사라진 것이다. 서문청공이 중독된 후, 당희가 현미 곁을 지켜야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보니, 당희도 사라진 것이 아닌가. 삼대 문파가 즉시 조사했지만, 두 사람이 어디로 갔는지 알아낼 수 없었다. 그뿐만 아니라, 조사하다 보니 상청종의 몇몇 수행자들도 사라진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황궁의 대형 날짐승도 세 마리가 사라졌다. 하지만 어디로 향했는지는 알 수 없었다. 이들 삼대 문파는 현미에게 그들이 어디로 향했는지 알아보라고 말했지만, 어물쩍거리며 말하지 않았다!
지금 같은 상황에서, 삼대 문파는 서문청공을 없애고자 하는 의도를 드러낼 수 없었다. 현미가 입을 다무니, 그들도 현미를 어찌할 수 없었다.
일단 지금은 전쟁이 더 급한 일이었다. 서문청공의 일은 나중에 해도 됐으니, 순서대로 일을 처리해야 했다. 서문청공의 동향은 곧 뒷전으로 밀려났다.
한편, 후진에서 소식을 보내왔다. 후진이 바로 병력을 보내지는 않았지만, 곧 병력을 보내 서병관을 장악할 계획이라는 소식이었다. 후진은 서병관을 먼저 장악해야 하는 이해관계에 관해서 설명하고 있었다.
그들이 밝힌 내용은 몽산명이 후진에 일러준 내용과 같았다. 다만 몽산명의 당부에 따라 바로 움직이지 못했고, 한참이 지난 시점이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듯한 느낌이 없지 않아 있었다.
어쨌든지 간에 후진은 먼저 서병관을 장악해, 나중에 위국에 보낼 대군을 위해 준비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위국의 군신은 의논한 후, 후진의 병력을 조건으로 서병관의 통제권을 후진에게 이양하기로 결정했다.
이 결정을 하기는 쉽지 않았다. 서병관을 장악하는 세력은 동서 칠국의 대군이 움직일 수 있는 통로를 장악한 것과 다름이 없었다. 일단 통제권을 후진에게 이양한다면, 그건 그 통제권을 영원히 잃어버리는 것과 다름이 없었다. 설사 이번 전쟁이 무사히 끝난다 해도, 후진은 통제권을 위국에게 돌려줄 리 없었다. 이미 한입 베어 문 고기를 쉽게 놓아줄 리 없었다. 그 고기를 다시 가져오려면 싸워야 할 것이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위국은 타협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지금 당장 건네주는 것은 아니었다. 위국은 반드시 후진의 주력 병력이 서병관에 도착하는 것을 먼저 확인한 후에 서병관을 내어주겠다고 조건을 내걸었다. 그렇지 않고 만약 후진이 오합지졸을 보내 서병관을 수비하게 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진국의 공격을 버틸 수 없다면, 그들에게 쉽게 서병관을 내어줄 뿐이었다.
또 한 가지, 진국이 출병하는 것을 확인하지 않고는 서병관을 내어줄 수 없었다. 어쩌면 서병관은 위국의 높은 사람들의 마지막 퇴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일단 전쟁에서 패배하면, 그들은 서병관을 통해 동사국의 국토로 들어가야 할 수도 있었다.
위국의 병력이 후진에 경내에 들어오는 것을 원하든 원치 않든, 위국의 패잔병은 서병관으로 철수할 수밖에 없었다. 그 많은 병력이 해로로 간다는 것은 비현실적이었다.
그런 위국의 태도에, 후진의 사신도 어쩔 수 없었다. 그저 사실대로 후진의 조정에 고할 뿐이었다.
* * *
후진의 경내,
상장군 전정앙이 직접 대군을 이끌고 당당하게 서병관으로 향했다. 그가 출병한 이유는 현미의 강요 때문이었다.
처음에 후진은 시간을 질질 끌었다. 하지만 현미가 손을 쓰자, 후진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간다는 것을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후진의 곡식 공급이 갑자기 빡빡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이제 와 다시 농사를 짓기에는 이미 너무 늦어 있었다.
밭을 일구고 수확을 하는 시간이 충분한지 아닌지는 둘째치고, 우선은 백성들의 인식이 바뀌어 있었다. 이들은 지금까지 고생하며 농사를 지어본 적이 없었다. 다들 편하게 위국으로부터 곡식을 받아 지내고 있었다. 그러니, 갑자기 지금 와서 농사를 지으라고 한다고 농사를 지을 리가 없었다.
육체노동을 하는 것 보다, 간단한 손기술로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었고, 더 배불리 먹을 수 있는데, 왜 농사를 지으러 가야 한단 말인가?
그제야 후진은 위국의 함정에 빠진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일찍이 이들은 위국이 낮은 가격으로 곡식을 거래한 것이 후진에게 잘 보이기 위한 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제는 그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았다.
위국은 전쟁하지 않고 상대방을 굴복시키는 방법을 쓴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이들은 오래전부터 보이지 않는 손으로 후진의 목을 조르고 있었던 것이다. 위국은 언제든지 후진의 정세를 좌우할 수 있었다.
그러니 병력을 파견해서 위국을 돕지 않으면, 지금 당장 후진에 대규모 기아가 발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만약 진국이 서병관을 장악한다면, 그들이 후진에게 호의를 베풀 리 없었다. 후진은 드디어 이 사실을 깨달은 것이다. 진국은 후진이 크게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그냥 지켜보다가 군대를 동원해 쓸어버릴 것이다.
정신을 차린 옥창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그제야 새로 나라를 세운 그들이 너무 순진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거대한 위기가 다가옴을 느낄 수 있었다. 전정앙과 마장안 두 상장군도 더는 트집을 잡을 수 없었다. 뒤집힌 새집에 멀쩡한 알이 없다는 말처럼 더는 그들이 시간을 끌도록 옥창이 두고 보지 않았다!
그렇게 옥창은 서둘러 병력을 모아 출발시켰다. 또 한편으로는 각종 물자를 준비하기 시작했다. 모든 것에 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이후, 후진은 백성들에게 농지를 강제로 개간하게 하는 정책을 폈다. 비록 이미 늦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는 없었다.
* * *
“대공자님, 후진이 출병했습니다!”
지하실, 급히 석실 안으로 뛰어들어온 소삼성이 급보를 전했다,
“뭐라?”
그 안에 앉아 각지에서 보내온 정보를 확인하던 소평파가 깜짝 놀라 자리에서 일어나 급히 물었다.
“설마 조정에서 내가 사전에 준비한 대로 후진에 소문을 내지 않은 것이냐?”
“냈습니다. 하지만 효과가 없었습니다. 위국이 손을 썼습니다!”
소평파가 다급히 소삼성의 손에서 소식지를 빼앗아 내용을 살펴보았다. 그 안에는 후진에 있는 밀정이 보내온 소식이 적혀 있었다. 밀정은 위국의 조처로 곤란해진 후진의 상황을 설명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