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0화. 후진(後秦) 출병 (2)
소식을 확인한 소평파가 빠르게 지도로 향해 윤여의 대군이 대략 도착한 위치를 확인했다. 그리고 전정앙의 대군이 대략 도착한 위치를 표시했다. 그리고는 손가락으로 서병관이 있는 위치를 툭툭 두드렸다.
두 눈을 반짝이며 한참을 응시하던 그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음희성(大音希聲), 대상무형(大象無形)이라, 큰 소리는 들을 수 없고, 큰 형상은 모양이 없다는 말이 맞구나. 예전에는 위국이 배후에 있는 후진과 관계를 개선해 앞뒤로 적을 만들지 않으려고 그러는 줄 알았더니, 인제 보니 이런 것을 숨기고 있었구나. 과연 오랫동안 위국을 장악하고 있던 사람은 범상치 않구나. 현미를 얕잡아 보았다.”
그리고 그는 서병관을 두드리며 말했다.
“하지만 다행히도 내 계획이 한발 빨랐구나. 후진이 이제 서병관으로 향해 봤자 이미 늦었을 것이다. 후진의 병력이 서병관으로 향하는 거리는 지금 윤여의 대군이 있는 곳보다 멀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면, 후진은 본국에서 행군하고, 그 앞을 가로막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는 점이다. 그러니 이들은 행군 속도에서 우리보다 우위를 차지하고 있다. 반면에 지금 우리 진국은 양쪽에서 간섭을 받고 있으니, 추가 병력을 파견해 후진의 병력을 방해할 수 없다!”
“더 큰 문제는 인심에 대한 영향이다. 후진이 출병한 소식이 전해지면, 윤여가 동진하는 노선에 있는 세력이 흔들릴 수 있다. 일단 윤여의 진군 속도가 지연된다면, 후진의 주력군이 서병관을 장악하기 전에 그곳을 점령하기 어려울 것이다!”
“지금 즉시 조정에 소식을 보내라. 사람을 후진으로 보내 후진과 담판을 지으라고 해라. 설사 후진이 승낙하지 않는다고 해도, 최대한 후진의 군대가 서병관을 장악하는 것을 지연시켜야 한다고 전해라. 저쪽에서 내거는 조건이 무엇이든지 일단은 모두 승낙해야 한다고도 전해라.”
“또 흑수대에게 연락을 취하고, 윤여의 대군이 동진하는 노선에 있는 세력에 대해 작업을 강화하라고 전해라. 지금 아군의 공세가 마침 한창이니, 만약 상대방이 조금이라도 동요하는 것이 느껴진다면, 상대방을 직접적으로 협박하고 유혹하고, 두렵게 만들라고 해라! 서병관은 아주 중요한 요충지이다. 그곳을 점령하는 계획이 실패해서는 안 된다. 반드시 윤여의 대군이 순조롭게 동진할 수 있어야 하며, 전정앙의 대군이 서병관에 도착하기 전에 도착해야 한다!”
“폐하께 소식을 전하고, 비밀리에 서병관을 지키는 장군에게 사람을 보내, 큰 상으로 그를 매수하게….”
그때 소삼성이 끼어들었다.
“전정앙의 대군이 접근하고 있습니다. 이건 분명 서병관을 지키는 장군에게 자신감을 주었을 것입니다. 이들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군이 그곳을 점령할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또 후진에서 출병했다는 사실과, 이 덕분에 진군이 열세에 처하게 되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겠지요. 그러니 그곳을 지키는 장군은 절대 쉽게 매수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것이 바로 폐하께 소식을 전하는 이유다. 가장 두려운 것이 바로 그곳을 지키는 장군이 후진의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그곳을 목숨 걸고 지키는 것이다. 절대 서병관의 장군이 전정앙이 도착할 때까지 버티게 해서는 안 된다. 전정앙이 나오기 전에 반드시 윤여가 서병관을 차지해야 한다.”
“폐하께 전해라. 사람을 보내 서병관을 지키는 장군을 설득할 때, 폐하가 가장 총애하는 칠 공주를 그곳에 보내 서병관의 장수와 신혼방을 차리게 하고, 그에게 나중에 정식으로 혼사를 치러주겠다고 전해야 한다고 말이다. 또 반드시 그에게 전하기를, 만약 위국 조정의 명령에 따라 서병관을 후진에게 가져다 바친다면, 조정에서 그것을 얼마나 큰 공로로 쳐주겠느냐며, 자리를 잃은 그에게 어디로 가겠느냐고 물어라.”
“폐하가 가장 총애하는 칠 공주를 아내로 맞이하면, 서병관의 장군은 더는 두려울 것이 없을 것이다. 설사 진국이 패배하고, 그가 진국에 온다 해도, 공주라는 대단한 호신부가 있으니, 부귀영화가 부족하지 않을 것이다. 그렇게 된다면 그자의 마음을 안심시킬 수 있고, 서병관의 장군도 단호한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다!”
소삼성이 안면을 씰룩거리며 말했다.
“칠 공주는 폐하가 가장 총애하는 장상명주(掌上明珠)입니다. 대공자가 이 계책을 진상하면, 폐하께서 진노하지 않으시겠습니까?”
“나는 계책을 진상할 뿐이다. 시행할지 말지는 폐하의 일이지. 인제 와서 나는 폐하가 겨우 사사로운 정으로 인해 일을 망칠 것이라 믿지 않는다. 그분은 현명한 결정을 내리실 것이다!”
* * *
세 마리 날짐승이 하늘에서 내려왔다. 그들은 제군이 주둔하고 있는 중군의 군막에 내려섰다. 대내총관 보심이 직접 찾아왔다.
중군의 군막 내부,
갑주를 입은 호연무한이 성큼성큼 나와 그를 마중하며 포권했다.
“보 총관!”
“대원수님을 뵙습니다!”
보심이 정중하게 예를 올렸다. 호연무한이 그를 장막 안으로 안내했다. 하지만 보심은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더니 말했다.
“바로 경성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대원수님의 군대가 위풍당당하니, 혹시 소신과 같이 주변을 돌아보시겠습니까?”
호연무한의 두 눈이 번뜩였다. 보심이 제경에서 여기까지 온 것은 그저 마실을 나온 것이 아님을 알고 있었다. 직접 이곳에 온 것은 분명 황제의 뜻일 것이다. 아마도 황제를 대신해 할 말이 있었을 것이고, 열에 아홉은 반란군의 일일 것으로 추측했다. 호연무한이 손을 뻗으며 말했다.
“가시지요!”
보심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수행원들에게 기다리라고 손짓했다. 호연무한과 단둘이 할 이야기가 있어 보였다.
호연무한도 그의 의도를 깨닫고는 마찬가지로 손을 들어 시위들을 물러나게 했다. 하지만 집사 사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여전히 호연무한의 뒤를 따랐다.
보심이 뒤돌아 그를 보았다. 황궁에 들어올 때조차 사호는 호연무한을 따르는 사람으로, 호연무한의 절대적인 심복이었다. 그러니 비밀이 새나갈 걱정은 할 필요 없었다.
사람들에게서 멀어진 후, 보심이 한숨을 내쉬면서 말했다.
“대원수께서 항명하신 것에 대해서 폐하께서 기분 나빠 하셨습니다.”
“기분이 나쁜 것이 나라가 망하는 것보다 낫소. 일전에 있었던 일들은 분명 진국의 음모요. 그러니 우리 대군이 어찌 진국에게 끌려다니기만 하겠소. 정말 그렇게 반란군을 처리한다면, 그때는 이미 진국이 위국을 거의 다 처리한 후가 될 것이오. 진국은 어떻게 해서든 아군이 위국을 지원하는 시간을 늦추려고 하고 있소. 난 폐하가 그것을 알아보지 못했으리라고 생각하지 않소.”
“걱정하지 마십시오. 폐하는 당연히 잘 알고 있습니다. 다만 폐하의 고심을 대원수께서는 아십니까?”
“총관께서 일깨워 주시면 고맙겠소이다.”
“대원수의 상서를 저도 궁중에서 확인했습니다. 오십만의 반란군이 대원수의 눈에는 오합지졸에 불과하겠지요. 대원수가 올린 상서에는 폐하께 국내의 병력을 모아 토벌하면 된다고 가볍게 이야기했지요. 하지만 사람 마음이 어찌 다 그렇겠습니까.
대원수께서도 어느 정도 눈치채셨겠지만, 그들은 그저 병력을 이끌고 그 주위만 맴돌 뿐, 직접 싸우려고 하지 않습니다. 다들 다른 사람들이 먼저 병력을 움직이길 바랄 뿐이지요. 그렇게 암중에 실력을 보존하려 하는 것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십오만의 반란군이 어찌 이처럼 쉽게 오십만이 되었겠습니까?”
호연무한이 냉소 지었다.
“뒤집힌 새집에 멀쩡한 알이 없건만, 이런 시기에도 그처럼 사심을 가지다니 참으로 웃긴 일이오. 만약 제국이 끝장나면, 그 조그만 실력을 보존한다 한들 무슨 소용이 있단 말이오? 내 진작에 그들을 모두 쓸어 버려야 한다고 말하지 않았소!”
보심이 쓴웃음을 지었다. 만약 그들을 모두 멸했다면. 호연무한 혼자 제국의 군부를 장악하게 하란 말인가? 고개를 저은 그가 노파심에 말했다.
“그 이치를 누가 모르겠습니까! 그들이라고 모르겠습니까? 다들 마음속에는 아주 잘 알고 있지요. 다들 제국이 잘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그 누가 제국이 망하기를 바라겠습니까. 하지만 저들이 정말로 손해를 볼 상황이 온다면, 그건 또 다른 이야기이지요!”
“대원수님, 반란군이 이미 오십만이 되었습니다. 저들이 이대로 세력을 불린다면, 제국의 근간이 흔들릴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폐하의 뜻이 무엇이오?”
“폐하께서는 여전히 대원수가 병력을 운용하는 것에 나름의 원칙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시지요. 다만 대원수께서 백만의 병력을 돌려 반란군을 벌하길 원하시고 있습니다!”
“제가 만약 승낙하지 않으면 어찌 되오?”
순간 보심의 안색이 굳어졌다.
“대원수, 반란군이 국내에서 종횡무진하고 있습니다. 이미 얼마나 많은 사람의 이익을 건드렸는지 모릅니다. 아시겠지만, 조정 관리가 관리하는 땅의 이익뿐만이 아닙니다. 저들 관리 뒤에 누가 있는지 모르십니까? 수행계의 각 문파입니다. 바로 삼대 문파입니다.
그들의 노여움을 산 최후가 어떠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폐하께서도 대원수의 고심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폐하도 큰 압박을 받고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지금 적지 않은 사람들이 대원수가 항명한 일로 소설을 쓰고 있습니다!”
“이게 바로 폐하가 총관을 직접 파견한 목적인 것이오?”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것입니다. 지금 당장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는 없습니다. 폐하도 쉽지 않은 결정을 내린 것입니다. 전쟁에서 승리해야 하고, 다른 것도 신경을 써야 하지요. 대원수께서는 삼대 문파에서 폐하의 연세를 생각해서 후사를 고려하고 있음을 아실 겁니다. 대원수는 폐하의 사돈이지 않습니까. 마땅히 폐하를 위해주셔야지요.”
호연무한이 발걸음을 멈추고는 숨을 죽이고 고민에 빠졌다. 보심은 애원하는 눈빛으로 그를 바라보았다.
한참이 지나 호연무한이 한 마디, 한 마디 힘주어 말했다.
“전장에 있다 보니, 폐하의 명을 받들기 힘들 것 같소!”
“당신….”
보심의 얼굴이 한껏 굳어졌다.
“대원수의 항명을, 폐하께서 대신 버텨주고 있음을 아십니까? 만약 폐하가 더는 버티지 못한다면, 그 결과가 어떠할지 생각해 보셨습니까?”
“열흘, 내게 열흘의 시간을 주시오, 만약 폐하께서 최대 보름만 버텨주신다면, 내 폐하를 위해 반드시 반란군을 쓸어 버릴 것이오!”
보심이 멈칫하더니, 크게 기뻐했다.
“그 말이 참말입니까?”
호연무한이 뒷짐을 지고 말했다.
“군인이 어찌 허언하겠소. 군령장(軍令狀)을 작성하겠소!”
“좋습니다!”
보심이 손뼉을 치며 좋아했다. 그리고는 더없이 예의 바른 모습으로 포권을 하며 말했다.
“그럼 대원수께서는 언제 병력을 돌려 반란군을 처리할지 날짜를 말해주실 수 있으십니까. 소인이 돌아가서 폐하께 아뢰어 안심시켜드리겠습니다!”
호연무한이 굳은 얼굴로 말했다.
“병력? 진국의 전력이 아주 맹렬하오. 충분한 병력이 있어야 그나마 승산이 있을 터. 원래의 계획대로 진행할 것이오. 난, 단 한 명의 병력도 움직이지 않을 것이오. 절대 적들이 아군을 끌고 다니게 둘 수 없소. 폐하께서는 그저 본인의 승전보만 기다리시면 되오.”
“허…….”
보심은 눈을 크게 떴다. 병사를 한 명도 움직이지 않으면 무엇으로 반란군을 처리한단 말인가? 보심이 참지 못하고 물었다.
“대원수는 지금 소신과 장난하시는 겁니까?”
호연무한이 한숨을 내쉬었다.
“말했다시피 군령장까지 작성하겠다고 했는데 무엇이 그리 불안하신 것이오? 아시겠지만, 나 호연무한은 평생을 전장에서 보냈소. 전장에서 장병의 목숨으로 절대 장난을 치지 않소.”
보심은 다급해졌다.
“아무런 근거 없이 그냥 입으로 하는 말을 듣고, 폐하께 어찌 버티라는 것입니까? 지금 소신에게 허상을 가지고 돌아가 폐하께 말씀을 드리라는 것입니까? 이런 식으로 나오시면, 폐하가 무슨 자신감으로 사방에서 오는 압박을 마주할 수 있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