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1화. 큰 깨달음
호연무한이 잠시 침묵하더니 천천히 입을 열었다.
“대총관, 본인이라고 반란군이 날뛴 결과가 어찌 될지 모르겠소? 다만 그건 분명 진국의 음모이니, 아국의 대군을 저지하려는 것이 분명하오!”
“진국 대사마 고품(高品)이 이번 전쟁을 지휘하고 있소. 나는 고품과 몇 번 손속을 겨루어 보았소. 그는 참으로 능력이 있는 자요. 일개 병사에서부터 지금의 대사마 지위까지 오른 입지적인 인물로, 장수의 그릇이라 할 수 있소. 난 그를 잘 알고 있소. 그와 싸워 이기는 것은 절대 쉬운 일이 아니오. 그러니 반드시 계획대로 움직여야 하오!”
“후진군이 이미 움직였소! 서병관은 이번 삼국의 전쟁에서 반드시 얻어야 하는 곳이오! 아군은 지금 진국의 간교한 계획에 맞서 계속해서 위국으로 진군하고 있소. 반면에, 동진하고 있는 윤여의 대군은 지금 방해를 받아 하루 이틀 정도 지체하게 되었소.
다만 이제 와서 그들을 막아서는 것은 어려울 것이고, 너무 급하게 움직인다면, 병사들이 너무 피로한 나머지 설사 앞을 가로막는다고 해도 전투를 이어나가기 힘들 것이오. 내가 이미 명령을 내려, 동쪽 길을 막으러 가던 병력에게 그대로 서병관으로 향하라 했소!”
“서병관에는 위국의 주둔군이 있고, 전정앙의 군대가 그곳으로 향하고 있는 상황이지요. 그뿐만 아니라 우리의 군대도 그곳으로 향하고 있으니, 삼군이 같이 윤여의 대군을 상대한다면, 윤여가 쉽게 그곳을 점령할 수 없을 것이오. 자, 이제 저 고품이 다음에 어떻게 움직일지 대총관이 한번 맞춰 보시겠소?”
보심은 굳은 얼굴로 열심히 듣고 있다가. 그 한마디에 멈칫했다. 곧 그는 갈피를 잡을 수 없다는 듯이 억지웃음을 짓더니 말했다.
“소신이 그런 것을 어찌 알겠습니까. 저는 전장의 전략 전술은 문외한입니다. 대원수님의 고견을 들으면 그만이니, 경청하겠습니다. 대원수님이 말씀해 주시지요.”
“고품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 분명 금왕의 반란군에게 제국 안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을 멈추라 할 것이오. 이후, 그 오십만의 반란군에게 즉시 서병관으로 향해, 윤여의 대군을 도와 서병관을 공격하라 할 것이오!”
“금왕의 반란이 일어났을 때, 난 뭔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소. 절대 상대방이 원하는 대로 끌려다녀서는 안 되오. 반란이 일어난 순간, 나는 삼만의 효기군을 작은 부대로 나누어 그 즉시 소리소문없이 출발시켰소. 그들은 지금 반란군이 서병관으로 갈 때 반드시 지나야 하는 곳에 매복하고 있소. 그 신속함이 분명 고품의 예상을 넘어설 것이오.”
“고품은 동진하는 윤여의 군대를 내가 막아서지 못할 것을 알고 있소. 그러니 분명 윤여의 군대가 받는 압박을 줄이기 위해 서병관으로 향하고 있는 아군을 저지하려 할 것이오. 하지만 내가 진작에 손을 써서, 군대를 매복해 놓은 줄은 상상도 못 했을 것이오. 그러니 반란군은 걱정할 것이 되지 못하오!”
보심이 감탄을 하더니 다시 머뭇거리며 말했다.
“삼만의 효기군으로 오십만의 반란군을 처리할 수 있습니까?”
“그것이 바로 내가 항명하는 원인이오. 저들 반란군을 맴돌고 있는 자들에게는 그냥 계속 맴돌라고 하면 그만이오. 저들이 반란군을 포위하고만 있으면 그 할 일을 다 하는 것이오. 다만 내 손에 있는 병력은 함부로 움직일 수 없소. 반드시 저들을 이번 일에 끌어들여야 하오. 일단 반란군이 효기군의 매복에 걸린다면, 효기군이 손을 쓰기 시작한다면, 주위에서 눈치만 보던 자들도 힘을 쓰지 않을 수 없게 될 것이오.”
“이미 폐하께 소식을 전해, 경성에 남겨놓은 효기군을 토벌에 합류하게 했소. 이미 반란군을 처리하기 위한 준비가 모두 되었으니, 이것이 바로 내가 사전에 준비한 계획이라 할 수 있소.”
“일단 고품이 명령을 내리면, 일단 반란군이 내 함정에 빠진다면, 아군은 그들을 한 방에 쓸어버릴 수 있을 것이오!”
“그렇게 된다면, 반란군을 처리해 내환을 없앨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아군의 주력군대가 위국에 작전을 수행하는 것에 영향을 주지도 않소. 그야말로 일거양득이라 할 수 있지!”
보심이 큰 깨달음을 얻은 듯 연신 고개를 끄덕였다. 바로 그때, 한 장수가 뛰어와 소리쳤다.
“보고드립니다! 대원수님, 반란군이 지금 그 행로를 동남쪽으로 바꿨다고 합니다. 그 방향을 보건대, 군대를 이끌고 서병관으로 향하려는 것 같습니다!”
“알겠다.”
호연무한은 즉시 보고한 장수에게 물러가라 했다. 보심은 깜짝 놀라더니, 곧 크게 기뻐했다.
“역시 대원수의 추측이 맞았습니다. 고품이 과연 함정에 걸렸군요. 대원수의 전략 전술이 참으로 뛰어납니다. 대원수께서 계시니 제국은 더는 어떠한 걱정도 없습니다. 분명 고품을 이기실 수 있으실 겁니다!”
하지만 그 말에 호연무한은 고개를 저었다.
“전장은 천변만화하는 곳이오. 무슨 일이든 발생할 수 있지. 나는 폐하가 아니오. 대총관은 그런 듣기 좋은 말을 내게 할 필요가 없소.”
한숨을 내쉰 보심이 다소 원망스럽다는 듯이 말했다.
“대원수께서 반란군을 제압할 그 좋은 계책이 있으시면서 어찌 지금까지 밝히지 않으신 겁니까. 덕분에 폐하께서 쓸데없는 걱정을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바로 얼마 전에 군사 통신 중추가 진국에게 공격당했소. 그건 대총관의 교사대가 잘못한 것이오. 그 일로 인해 나는 경계하지 않을 수 없었소. 얼마나 많은 장수의 목숨이 그 정보 하나에 달린 줄 아시오?
그러니 이런 기밀을 어찌 다시 함부로 누설할 수 있겠소? 폐하는 말할 것도 없고, 작은 부대로 나누어진 효기군은 자신들조차 아직 뭘 위해 움직이고 있는지 모르고 있소. 하려면 제대로 해야 하는 것이오. 그리고 우리 제국의 반응이 마침 적군을 미혹시킬 것이오.”
통신 중추가 공격받은 일을 이야기하자, 보심은 민망했고, 난처한 표정을 지었다. 확실히 그 일은 보심의 책임이었다.
“대총관, 잊지 마시오. 이 기밀은 폐하를 제외하고 절대 다른 사람에게 알려서는 안 되오. 설사 삼대 문파의 장문인도 안 되오. 비밀이 새나간 후, 나는 이제 그 누구도 믿을 수 없게 되었소. 나는 장병들의 목숨을 걸고 모험을 하고 싶지 않소. 폐하께는 압박을 좀 더 버티시면서, 연기해달라고 하시오. 추후 큰 승리를 얻으면, 그 어떤 것도 더는 설명할 필요가 없어질 것이오.”
보심이 연신 포권하며 말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대원수님의 당부를 뼈에 새기겠습니다. 절대 이번 일을 그르치지 않겠습니다!”
“기밀을 이미 대총관께 알려드렸으니, 대총관은 폐하를 안심시킬 수 있으시겠소?”
“승산이 있는 싸움입니다. 폐하께서 어찌 불안해하시겠습니까?”
보심이 한참 기뻐하더니 곧 공손하게 말했다.
“대원수님의 모든 계획에 소신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제무한, 연산명이라 하더니, 오늘 소신이 그 이유를 경험한 것 같습니다.”
호연무한은 담담히 말했다.
“과찬이시오. 나는 몽산명의 적수가 아니오!”
“어….”
보심이 손사래를 쳤다.
“대원수께서는 귀신같은 용병술이 있으십니다. 어찌 스스로를 낮추시는 겁니까. 제가 보기에 몽산명이 대원수께 미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호연무한이 고개를 저었다. 그 얼굴에는 이루 다 말할 수 없는 애매한 감정이 나타났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지금 내가 있는 위치에서는 절대 그의 상대가 되지 않소. 하지만 만약 그가 지금 내 위치에 있었다면, 그는 내 상대가 되지 못했을 것이오!”
보심이 깜짝 놀랐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호연무한은 더는 말을 이어나가고 싶어 하지 않았다. 그대로 몸을 돌려 멀어지며 손을 흔들었다.
“폐하께서 기다리고 계시오. 대총관께서는 빨리 돌아가시는 것이 좋겠소!”
답을 얻지 못한 보심은 멈칫했다. 곧 깊은 생각에 잠긴 채, 멀어져 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마치 지금 호연무한의 고충을 이해하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다만 그는 더 이상 그곳에 머무르지 않고, 심지어 차 한잔도 마시지 않고, 수행원들을 불러 빠르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보심은 빠르게 황궁으로 돌아가 호운도의 불안을 덜어 주었다.
호연무한의 비밀 작전계획을 들은 호운도는, 호연무한이 진심으로 항명을 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그에게 반란군을 처리할 다른 계획이 있음을 알고, 드디어 안심할 수 있었다. 오랫동안 굳어있던 호운도의 얼굴이 풀어졌다.
“짐의 사돈이 조정의 신하들뿐만 아니라, 짐조차도 속였군, 아주 철저했어. 하지만 상장군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너희 교사대에게 확실히 책임이 있다. 통신 중추가 적들에게 공격을 당했으니, 군사 계획이 언제든지 적에게 누설될 위험이 있다. 그러니 상장군이 어찌 안심하고 소식을 보내올 수 있을까?”
호운도가 보심을 훈계했다.
보심은 내심 쓴웃음을 지었다. 호연무한을 책망할 수도 없었고, 폐하가 사람을 잘못 보았다고 책망할 수도 없었다. 그러니 모든 책임을 짊어지는 사람은 그일 수밖에 없었다. 보심은 즉시 잘못을 인정하며 말했다.
“소신이 일을 잘 처리하지 못했습니다.”
“상장군이 반란군을 처리할 수 있도록 협조하기 위해서, 짐은 앞으로 당분간 욕 좀 보겠구나. 이대로 당분간 상장군을 위해서 연기를 이어나가야 할 것 같군.”
호운도의 말투가 가벼워졌다.
하지만 그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남장한 당희가 그를 찾아온 것이다. 위국 사신 강화의 수행원으로 같이 들어온 것이다.
현미가 부탁한 것은 기밀이었다. 이쪽에 있는 사람 중에서도 강화 혼자만이 내막을 알고 있었다. 강화는 현미의 비밀 명령을 받고 당희에게 협력했다.
하지만 그조차 당희에게 협력할 뿐, 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는 알지 못했다.
원래는 비밀을 위해서 당희는 강화에게조차 자신이 제국에 온 것을 알리려 하지 않았다. 하지만 결국 그에게 도움을 청할 수밖에 없었는데, 당희가 아무리 음으로 양으로 힘을 써도 호운도를 만날 방법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녀의 힘으로는 황궁에 들어가는 것조차 어려웠다.
강화가 현미의 밀사를 데리고 왔다는 소식을 들은 호운도는 당연히 직접 나서 그녀를 맞이했다.
호운도를 만나자, 당희가 즉시 강화에게 말했다.
“강대인, 잠시 자리를 비켜주십시오.”
강화는 포권을 하더니 먼저 물러갔다. 그때, 당희는 품에서 현미의 밀서를 꺼내 호운도에게 전달했다.
서신은 보심의 손을 거쳐 이상이 있는지 확인하였고, 잠시 내용을 살펴보던 보심은 눈을 부릅떴다. 그는 서신에 아무 문제가 없다는 것을 확인한 후에 호운도의 손에 들려주었다.
서신을 받은 호운도가 내용을 확인하더니 한껏 굳어진 얼굴로 욕설을 내뱉었다.
“망할 놈의 자식!”
그는 자기 아들들이 하나같이 덜떨어졌다는 것을 발견했다. 집안의 장자는 반란을 일으켰고, 위국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아들은 이런 시기에 하독을 했다. 설마 위국에 데릴사위로 들어간 목적을 모른단 말인가?
당희가 포권을 하며 말했다.
“폐하, 저희 문파의 장로들이 지금까지 법력으로 독성을 억제하지 않았다면, 여기까지 살아서 올 수 없었을 것입니다. 지금 상황이 매우 긴급합니다. 지금은 그분의 심맥만을 보호하고 있을 뿐이지요. 그것도 이틀을 넘기기 힘들어 보입니다. 도움을 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여기서 더 시간을 끈다면 정말 위험합니다.”
호운도가 말했다.
“현미의 심정을 내 이해 못 하는 것은 아니다. 양국의 동맹을 맺고, 같이 적을 대항해야 하는데, 짐의 못난 아들이 그런 짓을 벌였으니, 짐은 당연히 그대들을 도와야 할 것이다. 다만…. 그 무심 선생이라는 사람의 마음이 참으로 고약해서, 보통사람과 다르다. 짐의 며느리가 가서 그에게 애원한다 해도 소용이 없을까 걱정이다.”
당희가 부탁하며 말했다.
“이제 와, 가능하든, 가능하지 않든, 시도해 봐야 하지 않겠습니까.”
당희는 누군가가 특별히 그 방법을 지목했다고 말하지 않았다. 우선은 그럴 필요가 없었고, 두 번째는 상대방의 의심을 불러일으켜 쓸데없는 일을 만들 수 있었기 때문이다. 어찌 되었든, 일단 사람을 구한 후에 처리해도 늦지 않았다. 서문청공을 구하는 것이 이번 당희의 가장 우선되는 임무였다.
호운도가 끄덕이더니, 곧 보심에게 말했다.
“지금 즉시 영왕비를 궁으로 불러라.”
보심이 막 명령을 받고 움직이려고 할 때 당희가 끼어들어 말했다.
“폐하, 이곳에 오기 전에 상공이 반드시 비밀로 이번 일을 처리하라 당부했습니다. 너무 많은 사람이 아는 것은 좋지 않으니, 비밀스럽게 처리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렇지 않으면 다른 풍파가 일까 두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