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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군-1385화 (482/1,000)

1385화. 우연

한편, 누각 뒤편 가산이 있는 곳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엿듣던 사람이 조심스럽게 그곳을 떠나갔다.

그가 떠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가정걸이 다른 쪽에 있는 반달문에서 걸어 나와 누각으로 들어가더니 조용히 말했다.

“장로님, 떠났습니다.”

우유도가 눈을 가늘게 뜨고 천천히 말했다.

“지금 즉시 지름길로 움직여 현요가 거주하는 곳을 지켜보아라. 우리를 감시하는 사람이 현요의 거처로 가는지 확인해야겠다.”

사여래가 안배한 곡령곤이 밖에서 돕고 있으니, 문천성 내부에서 수상쩍은 모습으로 사람들을 감시하는 자들이 누구의 사람들인지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었다.

“알겠습니다!”

가정걸이 빠르게 움직였다.

“가자!”

우유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둘이 거처로 돌아왔을 때, 진관은 처마 밑에서 조용히 앉아 있는 곤림수를 볼 수 있었다. 우유도를 따라 방에 들어온 후, 진관이 조용히 물었다.

“장로님, 어찌 이런 안배를 하신 겁니까? 만약 상대방이 정말 들은 것을 현요에게 전한다면, 현요가 장로님을 죽이려 하지 않겠습니까?”

우유도가 간단하게 대답했다.

“내가 알아서 할 것이니, 넌 걱정할 것 없다.”

우유도의 대담한 말에, 진관은 다소 두려워하고 있었다. 도대체 우유도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알 수 없었다. 다만 우유도의 능력이 범상치 않다는 것을 알기에, 이렇게 하는 것에는 분명 이유가 있으리라는 것만 알 뿐이었다.

이제 그는 어느 정도 오랫동안 우유도를 따랐기에, 우유도의 습관도 알 수 있었다. 물었는데 대답하지 않는 것은 더는 물을 필요가 없었다. 계속 물어봤자 답을 얻기 어려울 것이다.

한편, 다른 곳에 있는 가정걸은 골목이 꺾이는 곳에서 몸을 숨긴 채, 등을 벽에 대고 하늘을 보고 있었다. 마치 뭔가 고민을 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곧 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가정걸이 빠르게 고개를 돌려 확인하니, 한 사람이 현요의 거처로 들어가는 것이 아닌가. 두 눈을 반짝인 가정걸은 다시 빠르게 그곳을 벗어났다….

* * *

“정말 그렇게 말했단 말이냐?”

건물 안에 있는 현요가 돌연 뒤돌아서며 물었다.

“제가 똑똑히 들었습니다. 확실합니다.”

“정말 나를 상대로 수작을 부리려는 것인가?”

현요가 중얼거렸다. 그는 자리를 오가며 얼굴을 굳히고 있었다.

“그렇습니다. 그렇게 이야기했습니다. 제가 이 두 귀로 직접 들었습니다. 게다가 말하는 태도가 아주 자신 있어 보이는 것이, 절대 아무 근거 없이 하는 말이 아닌 것 같았습니다. 선생님께서는 소인의 흉계를 조심하셔야 합니다.”

현요가 발걸음을 멈추고 말했다.

“그래서 언제 내게 손을 쓴다고 하더냐?”

“그건 말하지 않았습니다. 단지 선생님이 손을 쓰기 전에 먼저 움직일 것이라 했습니다. 그는 선생님보다 빠르게 움직일 확신이 있어 보였습니다. 아마 멀지 않았을 것입니다!”

현요가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혹시 어떤 방식으로 나를 상대하겠다고 하는지 들었느냐?”

남자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런 말은 없었습니다! 우유도와 같이 다니는 제자가 몇 번이나 물었지만, 우유도는 입을 꼭 다물고 어떤 단서도 알려주지 않았습니다.”

“단 한 글자도 빼지 말고, 우유도가 했던 말을 그대로 읊어 보아라.”

“알겠습니다. 저는 그들이 가는 방향을 확인하고, 한발 먼저 그곳에 숨어….”

남자는 자신이 어떻게 해서 우유도의 대화를 엿듣게 되었는지, 또 둘이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아주 자세히 알려주었다.

모든 이야기를 들은 현요는 눈살을 찌푸렸다. 이 정도 대화 내용으로는 대체 우유도가 언제 손을 쓸지, 어떤 방식으로 손을 쓸지 알 수가 없었다. 아주 곤란했다.

언제 손을 쓸지 안다면 대비할 수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손을 쓸지 안다면, 함정을 준비해 우유도가 빠지기를 기다렸다가, 당당하게 죽이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었다. 덕분에 현요는 아주 마음이 조마조마했다. 자신이 용범해처럼 억울하게 죽을 것이라고? 용범해가 억울하게 죽었는가? 확실히 그렇게 죽었다. 현요는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우유도의 수단은 정말로 아무리 대비를 해도 막을 수 없었다.

그러니 지금 남자가 그에게 들려주는 내용은 알려주지 않은 것과 별다를 것이 없었다. 그저 현요의 죽음을 미리 알려준 것밖에, 다른 게 없다고 할 수 있었다.

사실 양쪽 모두 잘 알고 있었다. 일단 기회만 있다면, 현요는 절대 우유도를 그냥 용서하지 않을 것이다. 반대로, 우유도 또한 기회만 있다면 현요를 죽이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한참 침음하던 현요가 손을 내저었다.

“넌 물러가서, 계속 감시하거라!”

“알겠습니다!”

남자가 대답하고는 물러갔다.

건물 안에 현요 혼자 남았다. 그렇게 혼자서 그 안을 배회하던 그는 창문 앞에 서서 먼 곳을 바라보며 입속으로 중얼거렸다.

“나보다 한발 먼저 움직여 나를 죽이겠다니…! 내가 너를 건들지 않으니, 오히려 네가 나를 건드는구나…. 오 일 후, 소탕이 끝날 때…. 좋아. 누가 누굴 먼저 죽일지 두고 보자!”

쾅!

말을 마친 현요가 주먹을 쥐고 창턱을 후려쳤다. 현요의 눈이 번득였다.

* * *

요호사로 돌아온 가정걸은 그대로 우유도를 찾아가 보고했다.

“장로님, 그 사람이 그대로 바로 현요의 거처로 들어갔습니다.”

우유도가 다시 확인하며 물었다.

“잘못 본 것은 아니겠지?”

가정걸이 장담하며 말했다.

“확실히 보았습니다. 틀림없습니다!”

“좋아!”

우유도가 고개를 끄덕이며 두 사람에게 지시를 내렸다.

“다른 일곱 문파의 사람들을 주목해라. 만약 그들이 만나려는 움직임을 보인다면 바로 나를 찾아와야 할 것이다. 절대 늦어서는 안 된다!”

“알겠습니다!”

두 사람이 이구동성으로 대답했다. 그리고 동시에 물러갔다. 두 사람이 어떻게 돌아가면서 일곱 문파의 사람들을 감시할지 의논하기 위해서였다. 인원이 제한되다 보니, 두 사람이 동시에 감시하는 것은 비효율적이었고, 다른 사람들의 의심을 살 수 있었다.

비록 문천성 안에서는 다른 사람의 영역을 침범하지만 않으면 오가는 것이 자유롭다고는 하지만, 그런데도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

두 사람이 물러가자, 우유도는 즉시 서탁에 앉아 지필묵을 꺼내 사여래에게 보내는 밀서를 작성했다.

비록 긴 시간의 준비가 필요한 계획이었지만, 아주 치밀한 계획이 세워졌다. 이제 와서는 조금의 허점도 용납할 수 없었다. 우유도는 현요가 자신의 계획대로 움직일지 확인해야 했다. 만약 예상치 못한 일이 생긴다면, 우유도는 바로 그 상황을 바로잡아야 했다. 절대 자신의 계획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놔둘 수 없었다. 그렇지 않으면 그 최후는 끔찍할 것이고, 지금까지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것이다.

우유도가 지금 사여래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은, 문천성에 있는 사여래의 다른 세력에게 현요의 동향을 감시해 달라고 부탁하기 위해서였다.

우유도가 운용할 수 있는 인원은 제한되어 있었다. 가정걸과 진관은 문천성에서 쏘다니기가 불편했기 때문에, 두 사람의 신분으로는 그저 사소한 일을 하기에 알맞을 뿐, 큰일을 시킬 수 없었다.

그러니 이러한 때에 등 뒤에 자신이 갖고 있는 세력이 그 진가를 발휘하고는 했다. 수많은 일을 한 사람의 힘으로는 이룰 수 없었다. 서문청공 같은 사람이 바로 덩치만 큰 장님이라 할 수 있었다….

성경에 남겨진 여덟 문파 중에 일곱 문파는 사실 자신이 없었다. 불안함에 자기들끼리 며칠에 한 번꼴로 모여서 지금 상황에 대해서 의논을 하곤 했지만, 사실은 조금이라도 안심하기 위해서 서로 모여 위로를 하고 있을 뿐이었다.

우유도의 지시가 내려지고 이틀이 지나지 않아 반응이 왔다.

저녁이 되었을 때, 다른 문파를 감시하던 진관이 빠른 걸음으로 다가와 우유도에게 보고했다.

“장로님, 일곱 문파의 사람들이 모이려는 것 같습니다. 각 문파의 사람들이 다들 기운종이 있는 순찰사 쪽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보자, 오늘은 다른 집에 가서 밥을 얻어먹어야겠구나.”

침상 위에 가부좌를 틀고 앉아 있던 우유도가 웃으며 일어났다. 그는 가정걸과 진관을 불러 같이 움직였다.

그렇게 세 사람이 거처를 나섰을 때, 마침 곤림수가 요호사에서 보내온 찬합을 건네받고 대문을 닫고 있었다.

양측이 만났을 때 곤림수는 다소 의아해했다. 잠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보았다. 이미 늦은 저녁인데 지금 나간단 말인가?

세 사람이 이런 시간이 나가는 경우는 매우 드물었다. 곤림수가 참지 못하고 물었다.

“지금 순찰을 나가십니까?”

우유도는 곤림수가 들고 있는 물건을 가리키며 말했다.

“식사는 자네 혼자 하지. 우리는 다른 곳에 가서 밥을 얻어먹어야겠어.”

그리고 혹시 곤림수가 오해할까 봐 농담처럼 한마디 추가했다.

“어디 좋은 것 먹으러 가는 것은 아니야. 지금 나가서 아마 천화교의 사람들을 만날 것 같아. 그러니 네 입장을 생각해서 우리끼리 가는 것이다.”

곤림수가 이해한다는 듯이 끄덕였다. 그리고는 옆으로 비켜섰다. 곤림수가 침묵한 것을 보고, 우유도는 급히 떠나지 않고 물었다.

“계속 혼자 이곳을 지키고 있으니, 혹시 너무 답답한가?”

찬합을 들고 있는 곤림수가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아무것도 아닙니다. 전 십 년 폐관도 한 적이 있습니다.”

우유도가 한숨을 내쉬었다.

“조금만 더 참아봐. 얼마 지나지 않아 자네를 데리고 주위를 둘러볼 수 있을 거야.”

곤림수는 가타부타 뭐라 하지 않았다. 우유도 또한 더는 뭐라고 하지 않고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가정걸이 먼저 나서서 대문을 열었다.

그렇게 세 사람이 대문 밖으로 사라지는 것을 보고 곤림수는 대문을 닫고 외롭게 홀로 정자로 가서 찬합을 열어, 조용히 밥을 먹기 시작했다….

* * *

“우 장로!”

누군가 그를 부르는 소리에 진관과 가정걸을 이끌고 천천히 산책하던 우유도가 뒤돌아보았다. 그곳에는 혈신전의 장로 매장홍이 미소를 지으며 서 있었다.

우유도가 그에게 포권을 하며 말했다.

“매 장로님 아닙니까. 이거 참 우연이군요. 혹시 장로님도 이곳에서 노을빛을 감상하고 계시던 참입니까?

우연? 진관과 가정걸이 서로 눈빛을 교환했다. 우연일 리가 없었다.

두 사람은 비록 우유도가 무엇을 하려는지 알 수 없었지만, 우유도 곁에서 느끼는 바가 적지 않았다. 할 일 없이 여기저기 쏘다니던 장로님의 행동이 갑자기 바뀌었다. 두 사람은 우 장로님이 드디어 뭔가 손을 쓰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무슨 일이 일어날 것 같았다.

“난 동생처럼 한가한 심정이 아니군.”

매장홍이 하하 웃었다.

“호오, 그럼 어딜 가시는 길입니까?”

“지금 여기 문파들이 모여 앞으로의 일을 의논하기로 했네. 우 장로도 시간이 있다면 같이 가는 것은 어떤가?”

우유도가 검을 지팡이 삼아 짚고는 다른 손으로 코를 매만졌다.

“그냥 여러분들끼리 만나십시오. 저는 괜찮습니다.”

그리고는 그대로 몸을 돌리는 것이 아닌가. 매장홍이 즉시 손을 뻗어 우유도를 저지하더니 말했다.

“우 장로, 이건 우 장로가 잘못한 것이네. 우리 여덟 문파가 같이 협력하기로 하지 않았는가. 그런데 이처럼 단독행동을 하는 것은 무슨 뜻인가?”

“단독행동 말입니까?”

우유도가 다급히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오해입니다. 그런 일 없습니다. 저는 다만 최근에 조금 바쁘다 보니, 그런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을 뿐입니다.”

“예전에는 우 장로가 자리에 없었기 때문에 모일 수 없었지. 자네를 찾아가도 항상 밖에 나가 있어 만날 수 없었으니 말이야. 다만 오늘 보니, 노을빛을 감상할 정도로 한가한가 보군, 설마 이러고도 바쁘다고 할 참인가? 가세, 같이 가세!”

“하하….”

우유도는 억지웃음을 지었다.

“배가 고프군요. 혹시 숙소에 가서 배를 좀 채우고 와도 되겠습니까?”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변명이란 말인가? 진관과 가정걸은 우유도의 여유로운 모습을 보고 속으로 어이없다는 듯 웃었다. 자신들의 장로가 참 대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 것이다. 분명 자신이 먼저 상대방을 만나기 위해 움직여놓고, 마치 이제는 내키지 않아 가고 싶어 하지 않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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