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도군-1388화 (485/1,000)

1388화. 호부에 견자 없다

이후, 효기군의 중군 병력이 매섭게 중앙을 뚫고 들이닥쳤다. 이들은 혼란스러운 거마진 내부를 뚫고 들어가 전장을 휘젓기 시작했다.

반란군의 수행자들이 뛰쳐나와 그 앞을 막아섰다. 수행자들의 공격에, 효기군의 기병이 수없이 말에서 떨어져 내렸다.

하지만 효기군은 그런 수행자들의 공격과 위협에도 불구하고 전의를 잃지 않았다. 마치 뒤가 없다는 듯, 죽기 살기로 돌격하며 공격을 가했다. 아주 매서운 공격이었다. 앞에 전우가 쓰러지면 그를 밟고, 좌우가 쓰러져도 무시하며, 살아남은 기병은 그대로 앞으로 쏘아져 나갔다!

수천수만 군대의 돌격에 반란군에서 튀어나온 수행자들은 마치 홍수에 쓸려버리는 돌멩이와 같았다. 비록 물보라는 일어날 수 있지만, 그 홍수를 막을 수는 없었다.

한편, 이를 보던 효기군의 종군 수행자들도 곧이어 뛰어들어 반란군의 수행자들을 상대하기 시작했다.

충돌하자마자 무너져 내리는 전방을 보며, 지휘 중추에서 전장을 살피던 호운승은 그야말로 간담이 서늘해졌다. 그는 사실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저 두 눈 뜨고 효기군이 반란군의 진형에 뛰어들어와 창칼을 휘두르며 종횡무진하는 것을 묵묵히 바라볼 뿐이었다. 효기군이 반란군의 진형을 무너뜨리고, 반란군을 아주 혼란스럽게 만드는 것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호운승은 상상도 못 했다. 매복이랄 것도 아니었다. 효기군은 청모천에 유리한 지형에 매복하고 있지 않았다. 그저 자신들을 향해 정면으로 뛰어들었다.

더욱 생각지도 못했던 것은 효기군이 감히 오십만 대군을 향해 돌격을 감행했다는 것이다. 그야말로 눈앞의 오십만 대군을 조금도 안중에 두지 않는 모습이었다.

“보고드립니다! 후방에서 조정의 병력이 빠르게 다가오고 있습니다. 일부 기병이 선봉이 되어 빠른 속도로 돌격하고 있습니다!”

한창 전투가 벌어지고 있을 때, 긴급 보고가 들어왔다.

지금까지 뒤에서 시간을 끌던 평반대군이 속도를 높인 것을 알 수 있었다. 반란군은 저들 삼만의 효기군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삼만의 효기군은 그저 후방에서 진격할 평반대군을 위해 시간을 벌어주려 하는 것이었다.

“후퇴! 빨리 후퇴해야 합니다!”

호계는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그야말로 얼굴이 하얗게 질려있었다. 호운승이 호통쳤다.

“어디로 철수한단 말이냐! 만약 지금 철수한다면, 지금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군세가 산이 무너지듯 무너져 내릴 것이다. 군대는 사방팔방으로 흩어져 추격을 받을 것이고, 다시는 지금처럼 집결하지 못할 것이다! 군대가 없다면, 너와 내가 무슨 쓸모가 있겠느냐?”

지금 말하는 ‘쓸모’란 당연히 진국 입장에서 말하는 것이었다.

반란군은 처음부터 오합지졸이었다. 정말 싸울 수 있는 반란군은 십오만이 넘지 않았다. 나머지는 임시로 끌어모은 청장년들이었다.

반면에 효기군의 위명은 그야말로 천하를 떨쳐 울리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반란군의 사기가 어떠할지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그야말로 개판이었다.

호연무한은 평생 전장을 전전했다. 그 이치에 대해서 아주 잘 알았다. 다른 건 다 곁다리에 불과했다. 삼만의 정예 효기군으로 겨우 십오만의 반란군을 교란하지 못할까?

병사의 가치란 수(數)가 아니라 질(質)에 있다. 잡다한 병력이 아무리 많은들, 더욱 쉽게 혼란스러워질 뿐이었다. 그리고 일단 혼란스러워지면 절대 수습할 수 없었다!

평생 전장을 전전했고, 수많은 대군의 전투를 지휘해왔고, 경험해왔다. 그것이 바로 호연무한이었다. 지금 호연무한의 계략은 바로 반란군을 혼란스럽게 하려는 것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감히 삼만의 효기군으로 정면 돌격을 감행한 것이었다!

급히 뒤쫓아 오고 있는 삼십만의 평반대군은 처음에 호연무한의 대군이 앞에 매복하고 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하지만 날짐승을 탄 척후가 돌아와 일단의 병력이 반란군을 막아섰다는 보고가 들려왔다. 이후, 전투가 벌어졌다는 보고를 듣고는 호연무한이 정말 왔다는 것을 믿게 되었다.

더는 꾸물거릴 시간이 없었다. 이대로 늦는다면, 반란군이 되어 호연무한에게 죽임을 당할 수도 있었다!

호연정이 이미 직설적으로 말했고, 저 앞에 호연무한의 군대가 왔다는 소식을 들었으니, 사람들의 생각이 점차 바뀌기 시작했다. 점점 그들에게 이길 수 있다는 믿음이 생기게 되었다. 그렇게 평반대군은 다시 속도를 높여 빠르게 전진했다!

한편, 전방의 전장을 확인한 호연위는 간담이 서늘해졌다. 백만대군이 어디 있는가. 반란군의 절반도 되는 것 같지 않았다.

여기까지 뛰어올 때 한창 흥분했었는데, 이제 정말로 전장을 마주하게 되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제는 정말로 진짜 창칼이 난무하는 곳에 뛰어들어야 했다.

하지만 그렇게 호연위가 더 생각을 이어가기 전에, 곁에 있는 부장은 이미 검을 뽑아 들고 포효를 내지르고 있었다.

“풍(風)!”

“풍! 풍! 풍…….”

급히 달려온 오천의 효기군은 그 즉시 속도를 높여 땅을 울리며 돌격했다. 적의 수가 많은 것을 두려워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렇게 다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돌격했다!

그사이에 끼어 있는 호연위는,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정신없이 같이 포효를 내지르며 돌격했다. 속도를 줄일 수도, 좌우로 피할 수도 없었다. 그렇게 되면 뒤에서 그를 따라오는 다른 철기병에 깔려 죽을 것이다. 그는 어쩔 수 없이 앞으로 돌격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 부대가 후방에서 돌격해 들어왔다. 원래부터 크게 혼란스럽던 반란군이었다. 후방에서도 연달아 공격을 당하니, 더욱더 혼란스러워졌다.

삼만의 효기군 만으로 오십만의 반란군은 이미 갈가리 찢겨 있었다. 혼란 가운데 이미 명령을 듣지 않고 도망가는 사람도 있었다. 원래부터 오합지졸이었다. 그렇게 누군가 시작을 끊자, 반란군은 그 즉시 통제를 잃기 시작했다. 그것도 아주 철저하게 통제를 잃어버렸다.

나중에 호연정이 삼십만의 대군을 이끌고 도착했을 때 목격한 것은, 그저 효기군이 사방팔방으로 도망치는 패잔병을 뒤쫓아 학살하는 장면이었다.

이런 마지막 일격을 가하는 일에 삼십만 평반대군은 아주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목숨이 위험할 일도 없었으니, 그들은 마지막 전공을 챙기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큰형님!”

혼잡스러운 전장, 피비린내가 진동하는 대지에서 호연정과 호연위가 같이 그들의 큰 형 호연보를 불렀다. 세 형제가 전장에서 다시 만났다.

호연보가 손을 들어 예를 거두라고 손짓하고는 호연위를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막내야, 다쳤느냐?”

“작은 상처입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호연위가 이를 보이며 웃었다. 아팠다. 등의 갑주가 갈라질 정도의 부상이었고,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혼란스러운 가운데 누가 자신을 공격한 것인지도 알 수 없었다.

만약 종군 수행자들이 자신을 보호하지 않았다면, 이미 몇 번이나 죽었을 것을 그는 잘 알고 있었다. 그중에 한번은 적에게 맞아 전마에서 떨어졌고, 포위당한 가운데 수행자들에게 구함을 받았다. 수호법사가 없었다면, 어설픈 호연위는 이미 고깃덩이가 되어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호연위는 크게 기뻐했다. 지금 이대로 전투에서 승리한 후에 돌아간다면, 그의 장인어른인 황제는 분명 논공행상에서 그를 홀대하지 않을 게 틀림없었다. 드디어 그도 공적을 세우게 되는 것이었다!

호연위는 벌써 돌아가는 것이 기대되었다. 이번의 경험과 이 부상이 있으니, 자신의 못난 친구들 앞에서 한동안 허세를 떨 수 있으리라.

지금, 사실 호연위는 전장의 분위기 때문에 고취된 것이라 할 수 있었다.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져 있었고, 몹시 흥분한 상태였다. 등에 난 상처의 고통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만 그의 고취된 기분과는 달리, 지금 그의 두 다리는 벌벌 떨리고 있었다.

호연보는 별말 하지 않고, 뒤돌아 먼 곳을 바라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아쉽구나, 호계와 호운승은 도망쳤다.”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두 사람은 아직 진국에 쓸모가 있었다. 진국 수행자들은 여기서 죽을 때까지 싸울 생각이 없었으니, 일단 상황이 불리하게 돌아가자 그 즉시 도망쳤다. 그리고 그들이 도망칠 때 호계와 호운승을 데려갔다. 반면 다른 사람의 생사는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다.

그가 다시 뒤돌아 말했다.

“둘째야, 막내야. 여기는 너희에게 맡기겠다. 난 빨리 돌아가 아버지와 합류해야 한다.”

이곳에 온 그의 임무는 여기까지였다. 수만의 효기군만 가지고 어찌 반란군을 철저히 소탕할 수 있을까. 나머지 일은 평반대군이 알아서 할 일이었다.

“알겠습니다!”

두 형제가 동시에 포권을 하며 큰 형을 배웅했다.

이번 전투에서, 삼만의 효기군이 오십만의 반란군을 격파했다. 효기군의 명성이 다시금 천하를 뒤흔들었다!

또 호연 가의 세 형제가 연합해 적은 수로 많은 적을 격파했다. 한 번의 전투로 오십만 반란군을 무너뜨린 것이다. 이 일은 천하의 미담이 되어, 역시 호부 밑에 견자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며, 많은 사람의 감탄을 자아냈다!

이번 전투의 상세한 내용에 대해서, 천하의 대다수 사람은 진실을 모르고 있었다. 그들은 그저 이 전설적인 이야기를 더욱 믿고 싶어 할 뿐이었다.

승전보가 제국 경성에 전해졌다!

한 번의 전투로 오십만의 반란군을 쓸어 버렸다. 이제 일부분의 반란군 여당만이 남아 있으니 두려울 것이 없었다!

한방에 제국의 내환을 해결한 것이다. 호운도는 그야말로 서탁을 두드리며 크게 기뻐했고, 좋다! 라는 감탄사를 연발했다…….

* * *

지하실,

벽에 있는 지도를 보며 소평파는 한참 동안 침묵했다. 한참이 지난 후에야 그는 답답한 한숨을 내쉬었다.

“오십만의 반란군이다. 내가 그처럼 많은 시간과 심혈을 기울여 만들어냈고, 흑수대의 그 많은 사람을 희생했다. 그렇게 해서 만들어낸 군대였다. 원래는 그들을 좀 더 크게 사용하려 했는데, 이렇듯 한방에 무너진단 말인가? 단 한 번의 전투에서 전멸하다니,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성과가 이렇게 한 번에 불살라지다니! 모든 사람의 노고가 허탕이 되었다. 모든 희생이 헛된 것이 되었다. 고품아 고품! 고 대사마야. 도대체 전쟁을 어떻게치르는 것이냐!”

말을 마친 그는 벽에 있는 지도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그곳은 바로 얼마 전에 전투가 벌어진 곳이었다.

소평파는 매우 침울해 보였다. 그의 말투에는 믿을 수 없다는 듯, 허탈함이 뒤섞여 있었고, 또 서글픔이 공존하고 있었다.

손에 소식지를 들고 있는 소삼성도 마침 그 장면을 보았다. 그는 대공자가 그 일 때문에 이미 이틀 동안 우울해하고 있음을 알고 있었다. 계속 그 일을 안타까워하고 있던 것이다.

그에 대해서 소삼성은 이해할 수 있었다. 대공자가 이번 전쟁을 순조롭게 진행하기 위해서 얼마나 심혈을 기울였던가. 오랫동안 치밀하게 계획한 일이었다. 이곳저곳 모두 진군을 위해 그 기반을 닦아 주었다. 그런데 대공자가 아무리 잘 해도, 전투에서 패배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소삼성이 다가와 위로하며 말했다.

“이번 일은 고품의 잘못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호연무한이 항명을 한 것이 기만책이었음을 대체 누가 알았겠습니까. 호연무한이 진작에 청모천에 병력을 매복해 놓았을 줄 누가 알았겠습니까. 호연무한은 전세의 흐름과 변화에 빠르게 반응하는 것 같습니다. 지금 반란군은 사실 호연무한에게 미치지 못한 것이라 할 수 있으니, 어쩌면 이 패배는 당연한 것이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정말 이 호연무한이라는 장수는 대단한 것 같습니다. 겨우 부대 하나만 가지고도 건곤을 뒤틀었습니다. 확실히 대단한 자입니다. 전장에서 호연무한의 전략 전술을 절대 얕볼 수 없는 것 같습니다. 지금 대공자님이 제국에 있는데도 속지 않으셨습니까. 고 대사마는 저 천 리 밖에 있습니다. 그러니 실책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하지만 전장에서 병력을 운용하고 전략과 전술을 짜는 것은 고품이 마땅히 해야 하는 일이다. 그는 호연무한과 이번에 처음 만나는 것이 아니다. 전장에서 그 누구보다 호연무한을 이해하는 자일 것이다. 그런데 어찌 조금도 이상함을 감지하지 못했을까?”

“이번 전투에서 패배했으니, 고 대인도 크게 좋은 상황은 아닐 것입니다. 폐하께 뭐라 하겠습니까. 고 대인도 나름 천하에서 손으로 꼽을 명장입니다. 만약 잘못이 있다면, 그분의 상대가 호연무한이라는 것이겠지요. 그런 상대를 만났으니, 상대보다 조금 부족한 것도 이해 못 할 것은 아닙니다.”

소평파가 고개를 들고 한숨을 내쉬었다.

“연산명, 제무한이라, 역시 명불허전이다! 호연무한이 직접 대군을 이끌고 전쟁에 개입했다. 승부를 예측하기 어렵구나…. 전장에서 그자를 이기기는 쉽지 않구나. 전쟁이 순조롭게 진행되도록 하기 위해서는 다른 부분에서, 호연무한에게 수작을 좀 부려야겠다. 만약 호연무한을 없앨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

거기까지 말한 소평파가 눈을 가늘게 떴다.

0